폭설이 와서 집에 쓸쓸히 처박혀 있어요
주말에 산에 가려고 했습니다. 2 박 3 일 일정으로.
캘거리 살 때는 산이 불과 한 시간 거리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었지만 지금 사는 도시에서는 쉽지 않네요. 최소한 네 시간을 달려가야 산 자락에 닿을 수 있으니……
근데 산에는 눈이 온 답니다. -_- 또!?
근데 산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집 밖에 벌써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어요. 세상이 순식간에 녹색에서 잿빛으로 변해갑니다. 바깥기온은 섭씨 2 도.
왜 멀쩡하던 날씨가 내가 길만 떠나려고 하면 눈이 오는 거죠? 4 월 말에도 그러더니 5 월 말에도 또.
할 수 없이 산행은 다음 주로 미루었어요.
작년에 처음 가보고 매료됐던 트레일이예요. 해발고도 2300 미터 정도되는 산 꼭대기에 형성된 평원 같은 곳이지요. 등산로를 따라 트레일이 나 있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습니다.
인적을 찾기 힘든 이런 큰 산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대박이지요. 태고의 고요함이랄까 너무 심심한 이 곳에서는 곰을 만나도 반가운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레이크루이즈 입니다. 사진이 좀 션찮아 보이는 이유는 제가 찍은 게 아니라 제 친구가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랍니다.
제가 Sunshine Meadow 라고 불리는 이 고원에 매료된 이유는 지구상에서 가장 엄혹한 기후환경에서 생존해 가는 동식물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은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기간이 1 년 중 6,7,8 월 단 석 달에 불과하답니다. 수령이 2~300 년이 넘은 전나무들이 키가 작은 이유가 그 때문이구요.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나뭇가지들이 모두 남쪽을 향해 무성하게 뻗어 있습니다. 군집을 이루어 서로 서로 바람을 막아주고 있구요.
7~8 월에도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허다하고 9 월부터 이듬해 5 월까지는 칼바람과 눈보라가 온 고원지대를 뒤덮죠.
작년에 현대 엘란트라를 렌트해 아주 가혹한 주행환경에서 테스트해 본 적이 있습니다. 총 주행거리는 역시 약 2500 km.
사진에 보이는 지역은 한 여름에는 섭씨 40 도까지 올라가는 준 사막 (완전 사막은 아니고) 지역인데요.
표지판에 보이는 Kamloops 에서 Lillooet 을 거쳐 휘슬러 까지 이어지는 약 400 km 구간의 산악도로는 꼬불꼬불하기가 핸들링 테스트하기에는 아주 제격이지요.
이 엘란트라를 몰아보고 나서 두 달 뒤 소나타를 렌트해서 간 곳이 저 위에 소개한 Sunshine Meadow였답니다.
쓸쓸한 산골짜기 마을 휘슬러 타운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
밴쿠버 포트무디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치앙마이 도이수텝
치앙마이와 밴쿠버는 서로 닮은 점이 많은 도시 같습니다.
밴쿠버는…… 대도시에서 산과 물, 그리고 빙하와 구름을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와 닿고요. 치앙마이는 그 장점들에 더해 사람 냄새가 나는 길거리 시장들이 많아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근데…… 치앙마이에서 빙하는 불 수 없겠군요.
밴쿠버는 인종적 또는 문화적 소속감이나 소외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multi-cultural 공간이라는 게 자유로움을 주지요. 치앙마이는…… 외국인이 많기는 하지만 거의 여행자, 즉 이방인들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밴쿠버와 내용은 다르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어울리고 있다는 점은 역시 제게 매력으로 와 닿았어요.
암튼 이 두 도시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살살 하고 있는 중 입니다.
근데...... 이건 아직 친구 가족들 한테는 비밀이랍니다.
도시 주택가 근처에 이런 산과 호수가 있다면…… 맞아요. 밴젠 레이크라고 하는 이 호수는 포트무디(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광역 밴쿠버안의 도시) 주택단지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답니다. (말을 거꾸로 했나? 호수 옆에 주택단지가 들어섰다고 해야 맞겠지요.)
태국의 남쪽보다는 북쪽에 자꾸 가고 싶은 이유는…… 아마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산에 가면 막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암튼 이번 주말은 집구석에서 보내야 할 것 같고, 담 주에는 산에, 담담 주에는 밴쿠버에 갈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