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中 동행
몇 개나라를 돌지 정해놓지도 않고 서에서 동으로 큰 줄기만 정해놓고 돈떨어지면 돌아오겠노라 맘먹고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몰라서 못본 곳도 많고. 반대로. 우연히 알게된 좋은 곳도 많았고.
그렇게 반년동안 여행을 했는데. 반년동안 많은 동행이 있었어요.
첫 나라 첫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도움도 많이 받고. 같이 다니면서 설명도 듣고... 운이 좋았죠.
그런데 시간이 갈 수록. 내 여행의 정체성이 생기기 시작 할 무렵부터 동행이 귀찮아 지더군요.
스타일이 다른건 어쩔 수 없잖아요.
나야 남는게 시간이었고. 또 워낙 게으르기도 하고.
오늘 못가면 내일가면 되고. 안가도 되고. 뭐 이런식이었어요.
그런데 다 그런건 아니니까.. 시간도 없고. 볼 곳은 많고. 그래서 일정표 짜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그래야 하는 여행자들도 많으니까.. 그 사람들과 같이 다니려니까. 못하겠더군요. (아침에 깨우지좀 말지 ㅠ)
그 전에는 몰랐는데. 정말 여행스타일이란게 다양하더라구요.
아무곳에서나 잘 자는 사람. 더러우면 못자는 사람.
화장실은 반드시 깨끗해야하는 사람. 무조건 싼곳을 가야하는 사람.
아침밥은 꼭 먹어야하는 사람. 입이 짧아서 현지음식 잘 못먹는사람. 아무것이나 잘먹는 사람.
내가 못먹는 양고기를 좋아하는 사람. 고추장 없인 안되는 사람.. 등등등
한국인 여행자가 많이 없을 수록. 한국인 이라는 이유로 한국인 끼리 뭉치고. 같이 다니고..
같이 다니면 맞춰야하고. 배려해야하고.
그런게 싫어지기 시작했어요. 괜히 동행에게 짜증나기도 했어요.
아.. 역시 혼자가 편해. 란 생각이 들어서 혼자 다른곳으로 떠났어요.
처음엔 좋았죠.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그런데 !!
일주일 혼자 지내다 보니까. 슬 미쳐가더라구요. 외롭고. 심심하고 ㅠㅠ
한국말하고싶고.. 동양인 만나면 일단 다가가게 되더라구요.
아 난 왜이렇게 간사한 걸까. 사람들 싫다 할땐 언제고. 겨우 일주일만에 이렇게 외로움에 지쳐버리다니..
그래서 좀 잘 알려진 숙소에 가서. 한국사람 올때까지 기다렸습니다. 4일이 지난 후 한국사람이 한명 왔습니다. 저는 10년지기 친구를 만난기분으로 말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딱 열흘 전의 제 모습이더군요.
나를 별로 반기지 않는 눈치였어요. ㅠㅠ .. 아 인생은 타이밍이라더니..
(나중에 그사람과는 다른 나라에서 우연히 또 만나게 되고. 지금은 매일 메신저로 수다떠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일을 겪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 여행에 대해. 동행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얼마전에 태국을 다녀왔어요.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티켓팅 부터 같이하는 아는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죠.
솔직히. 여행 내내. 혼자이고 싶었어요.
난 가이드 하러 태국 온게 아니니까.. 낮에 돌아다니고 싶지 않으니까..
참으로 궁금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귀찮음과 외로움 사이에서 어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