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으니 보고하는 게 도리 같아서요
sarnia 는 어느 도시에서 오래 살았을까요?
서울-에드먼턴-캘거리-부산-리자이나-사니아-밴쿠버 순으로 오래 살았어요. 아직 서울이 부동의 1 위 랍니다. 2 위인 에드먼턴과의 격차가 아직도 18 년이 나니까요. 서울이야말로 sarnia 에게 가장 많은 기억들이 남아있는 도시죠.
서울 다음으로 많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그래서 마치 또 하나의 고향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시가 하나 있는데…… 그게 어디냐구요?
바로 캘거리 (Calgary) 랍니다.
왠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이민 초기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았던 시절을 보낸 곳이라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만 나면 자꾸 가 보고 싶어집니다.
주말에…… 캘거리 와 Kananaskis Country 에 다녀왔습니다. 우루과이 독일 전이나 보면서 쉴까 하다가 걍 가자 마음먹고 모텔 예약하고 간 거지요. 금요일 아침 일찍 출발했습니다.
먼저 캐나나스키스에 들러 보았습니다. 아마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캐나나스키스를 모르지는 않을 것 입니다. 참고로 저는 골프를 치지 않습니다. 저는 야외 스포츠보다는 실내 스포츠를 즐기는 편 입니다. 조상이 드라큐라 백작이었는지…… 햇볕 쬐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마 피부가 쉽게 타는 스타일이라 그럴 겁니다.
퍼팅그린 위에서 키스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동양계 남녀 커플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키스를 두 번 했는데 남자와 여자가 홀 컵 안에 공을 집어넣을 때 마다 한번씩 입맞춤을 하더군요.
사진이 좀 이상하지요? 입맞춤이 끝나기전에 빨리 찍느라고 그랬어요. 렌즈에는 뭐가 묻었나봐요.
이 날은 무척 더웠습니다. 자동차 온도계기판에 나타난 외기온도는 섭씨 32 도. 그래도 36 홀 그린 뒤로 병풍같이 우뚝 솟아 있는 Mt. Lorette 와 Mt. Kidd 고지에는 여전히 만년설이 남아 있습니다.
도로변에는 유채꽃이 한창입니다. 제주도는 4 월에 유채꽃이 피는 것 같은데 알버타 주는 7 월 중순에 그 노란색이 절정을 이룹니다. 캐나다에서 오일을 추출하기 위해 대규모로 경작하는 유채를 영어로는 canola 라고 하는데 rapeseed 의 한 종이라고 합니다. (rapeseed 라니? 강간적 본능?...... 이 아니고 라틴어 turnip 에서 온 단어라고 하네요. Wiki 에 따르면……)
흠, 사진은 수평유지가 기본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약간 기울어졌군요. 각각 다른 똑딱이로 찍은 건데…… 위에 있는 구름의 각도로 볼 때, 제 생각에는 사진이 기울어진 게 아니라 지평선이 기울어진 것 같습니다. (…… 아님 말고)
멀리서 바라 본 캘거리 다운타운 모습 입니다. 아담하지요? 저래 보여도 북미 굴지의 석유메이저의 본사들이 집결해 있는 곳 입니다. 참고로 북미 석유 메이저들의 양대 본거지는 이 곳 알버타주의 캘거리와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입니다.
이 도시는 석유와 록키관광으로 한국에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은 목동들의 마을로 시작된 도시입니다. 매년 7 월 초부터 약 열흘간 전 세계 카우보이 축제가 캘거리에서 열리는데 제가 간 날 금요일이 바로 그 축제가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Calgary Stampede Festival 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미 졸업(?) 한 지 오래므로 가지 않았습니다. 맨 앞에 보이는 돔 이름이 Saddle 입니다. 말의 안장이란 뜻이지요.
그래도 이 곳의 유명 축제인 Stampede를 비롯해서, 이민자들의 나라이니만큼 매년 여름 각 도시에서 열리는 Multi-Cultural Festival (도시마다 명칭이 다름), 또 동성결혼이 합법인 나라이니만큼 역시 각 도시마다 매년 성대하게 열리는 Gay & Lesbian Festival은 기회가 되면 기타국가란에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근데 왜 비슷비슷한 사진을 세 개나 올린 거예요?
모르겠어요. 왜 세 개 모두 올렸는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는, 그런 맘이라고 해야하나? 선택장애자잖아요.
자동차로 세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캘거리 만큼 자주 가지는 못 하지만 서울 역시 제게는 아주 특별한 곳 이지요. 나고 자란 곳 이니까요. 얼마 안 있으면 또 간다는 사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답니다.
모두 열 세 시간 정도의 비행을 끝내고 영종도 공항에 도착한 sarnia 가 숙소로 데려다 줄 버스를 타는 곳 이예요. 가장 피곤하면서도 행복한 시간이지요. 캐나다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 때는 주로 형수가 데려다 줍니다.
이런 간판 하나도 sarnia 에게는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어디였는지 기억이 확실하지가 않은데 인사동 아닐까요?
저는 당연히 모자 쓴 30 대 언니가 50 대로 보이는 왼쪽 누님을 이길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지요. ageism 사고에서 비롯된 편견이었습니다.
외국에 이민 와서 살고 있는 동포들 중에는 10 년 20 년이 되도록 고국을 방문하지 못한 (또는 않은)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요. 그런 분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놀랄 일들이 참 많은데 2 년 전쯤인가 그런 분들을 위해 제가 교포사이트에 아래와 같은 안내문을 써서 올린 적이 있답니다^^.
고국을 오랫동안 못 가보신 분들을 위한 퀵 안내. (다음 사항을 숙지하여 간첩으로 오인받거나 새가 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합시다)
1. 집집마다 호텔마다 toilet에 비데가 설치돼 있다.
2. 셀폰으로 기차표를 예약하고 결재한다.
3. 호텔의 블라인드는 리모콘으로 작동된다.
4. 세븐 일레븐과 Family Mart가 구멍가게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5. 시내버스 지하철 전철 공중전화 등은 모두 교통카드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버스나 전철을 탈때 교통카드를 스캐너에 댄다. 남들이 지갑을 댄다고 빈 지갑을 대면 안 되고 반드시 교통카드를 넣은 지갑을 대야 한다. (전화 걸 때는 공중전화를 이용할 것. 공항에서 빌린 셀폰은 받을 때는 공짜인데 걸 때는 무지 비쌈)
6. 우래옥 평양냉면 9000 원, 오장동 함흥냉면 9000 원, 종로3가 생선구이백반 5000 원, 짜장면 4000 원, 택시기본요금 1900 원, 시내버스 교통카드결재 900 원 현찰내면 1000 원, 노점에서 파는 튀김 3 개 1000 원 순대 한 접시 2000 원, 붕어빵 다섯 개 천원
7. 식당에는 무료 커피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자판기 위에는 100 원짜리 동전을 담은 그릇이 준비돼 있는데, 100 원 내라는 말이 아니라 거기서 100 원짜리를 하나 집어 커피를 빼 먹으라는 뜻 임.
8. 기차 타고 가다가 객실을 나가고 들어올 때 문 앞에서 인사하지 말 것. 인사하는 사람들은 승무원들임.
9. 서비스 분야와 관공서 등은 고객에게 엄청 친절하다. 젊은 세대는 미소와 친절이 몸에 배어 있는 듯 했고, 4-50 대는 분위기에 휩쓸려 마지못해 친절한데 그런대로 봐 줄 만 함. (엇, 노땅들에게는 미안합니다. 나이차별적 발언에다 일반화의 오류까지......
캘거리나 서울과는 다르게 태국은 제가 살아본 적이 없는 곳 입니다. 그런데도 자꾸 가고 싶은데 그 이유가 뭘까요?
여행을 이끄는 동기는, 즉 다시 말해 어디를 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첫째,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기대 때문이고 둘째, 기억을 현실공간속에서 경험하고 싶은 회귀 본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렇다면 sarnia 가 캘거리와 서울을 자꾸 가고 싶은 것은 둘째 동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태국 여행을 재탕 삼탕 하고 싶은 것도 둘째 동기 때문일까요? 태국에 무슨 기억이 있다는 거죠? 전생에 거기 살기라도 했었나?
동작XX! 좌우로 정렬! 좌우로 정렬!!
짤짤이 주머니를 앞에 찬 차장 언니가 “오라이”를 외치고 있군요. 손바닥으로 두 번 치며 오라이 하면 출발 한 번 치며 스톱하면 정지...... 이거 분명히 sarnia 가 찍은 사진입니다. 똑딱이로......
SARNIA!!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
양쪽에 구름 좀 봐. 날씨가 심상치 않아. 토네이도 오는 거 아냐. 빨리 빨리 이 지역을 벗어나!!
아, 바람 때문에 차가 날아갈 것 같아요......
도대체 올해는 sarnia 가 어디 갈 때마다 날씨가 왜 이 모양이죠? 4 월 말엔 엉터리 대설경보가 쓸데없이 긴장하게 만들더니 5 월 말엔 진짜 폭설이 내렸죠. 이번엔 심상치 않은 구름의 움직임.
다행 이예요. 한 시간 남짓 후에 수상한 구름대를 벗어났어요.
토요일 오후 무사히 집에 도착
암튼 '나는 왜 태국에 또 가고 싶은가'에 대한 이유를 찾아보다가 말았는데, 그 이유를 찾은들 뭐 하겠어요. 가고 싶을때 그냥 가면 되지요.
참, 요새 무지 시끄러운 스테이크가 하나 있던데, 씨즐러 스테이크가 뭐예요? 혹시 미국 스테이크 레스토랑 체인 Sizzler 와 관계가 있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