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야반도주로 끝나버린 나의 캠핑 -_-;;
여름 휴가 잘들 보내고 계신지요. 바야흐르 마음이 들썩들썩해지는 휴가철입니다.
올여름 해외로 나갈 계획이 없는 우리는, 맨날 집에서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지낼수는 없다는 결심을 갑자기 하게 됩니다.
요왕이 작년에 낚시에 취미를 가져보려고 동분서주하다가 , 생고생 + 금전적인 손해만 엄청 보고,
결국 꼴보기 싫은 물고기 미끼만 잔뜩 집에 쌓이게 된 걸 경험한지라...
기술력이 필요 없는 만만한 취미를 생각해보다가.....
캠핑 정도라면 뭐 별다른 기술이 필요한것도 아니니까 무진장 고생만 안겨준 낚시와는 달리 마냥 즐거울거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넷을 뒤져서 급하게 텐트를 마련하고 코펠도 사고 작은 버너도 사고 밖에서 밥먹을수 있게
반짝반짝 비닐 돗자리랑 다리 접히는 밥상도 이마트에서 하나 사고 만원짜리 아이스백도 장만하고 해서
우리로서는 처음 해보는 야외 캠핑을 위해 나름의 만반의 준비를 해서
저기 경기도 북부 어느 오토 캠핑장으로 룰루랄라 떠나게 되었는데....
캠핑에 한번 필이 꽃히니까 완전 들떠버려서 캠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텐트를
그냥 편하다는 이유를 특장점으로 한 - 2초만에 화라락 펼쳐지는 원터치 텐트 - 를 산게 불행의 시작이었어요.
이 텐트는 그야말로 우리같은 초게으름뱅이들을 위한 텐트인거 같은데...
그 왜 여름이면 중국산 모기장 같은거 있잖아요. 방바닥에 던져놓으면 지가 알아서 꿀렁꿀렁 펴지고 접을때는 동그랗게 휙휙 말아서 보관하는....딱 그런 아이템이거든요.
텐트에 따로 붙은 차양막도 없고 그야말로 둥그런 텐트가 전부인데, 요놈을 처음 받아서 거실에 펼쳐봤을때는 그런데로 괜찮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오토 캠핑장에 도착해서 우리 텐트를 땅에 던지는 순간
( 이건 이렇게 펴는거더라구요. 그냥 휙~ 던지는...) 아~ 뭔가 잘못됐구나 싶은걸 깨닫게 되었다는...
거실에 펼쳐놨을때는 그렇게 작고 볼품없는건줄 몰랐는데...그런데 다른 집의 텐트들 사이에 있으니까
이건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그야말로 딱 개집 같은 몰골이지뭐에요. 우리가 봐도 놀랄지경...
정신을 차리고 다른 집들을 보니 자세히 보니...
오~ 마이 갓
언제 이렇게 캠핑 장비가 다양해 졌죠?
텐트가 멋있는건 둘째 치고 별거별거가 다 있어요.
멋진 차양막 아래의 테이블과 의자는 기본, 고기 구울 화로와 숯 거기에도 선풍기랑 뭐 코펠 말리는 망 또 등등등...제대로 된 버너와 그 외 장비들....
도저히 우리의 곰돌이 무늬 비닐 돗자리 깔고, 그 위에 앉은뱅이 밥상 펼 생각이 싹 달아나더라는....뭐 그래도 우리만 의연하면 되지. 남들은 신경도 안쓸테니 괜히 기죽지 말자 맘 가졌건만....
웬걸 우리 사이트 앞을 지나가는 사람마다 웃습니다.
어떤 사람은 저기 저것좀 보라고 막 다른 사람들한테 손짓까지....
이거 원 온동네 사람들 다 불러올 기세군요.
날 밝을때는 괜시리 여기 저기 빙빙 떠돌다가 어스름해져서야 텐트로 들어왔는데
하~ 비가 두둑두둑 오기 시작하네요. 어쩜 이렇게 날씨마저...
차양막이 없으니 비가 들치는걸 막기위해 모든 지퍼를 다 채울 수밖에 없었는데,
겨우 2명 간신히 누울수 있는 깜깜하고 낮은 공간에 굴비처럼 누워있자니 내부 온도와 습기는 급격하게 올라갑니다.
땀은 삐질삐질나고 밖에서 들리는 즐거운 소리는 우울감만 더해주네요.
바닥에 들어찬 빗물을 닦으려고 머리에 쓰는 고무줄 랜턴을 이마에 끼고는 바닥의 물기를 훔치고는
다시 끄려고 보니 랜턴 스위치가 당췌 어디 달렸는지 모르겠는거에요.
그래서 그 고무줄 랜턴을 눈앞으로 쭈욱 당겨서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는데 그만 손을 놓쳐버려서
결국 랜턴이 콧잔등을 강타했다는...정말 맞는 순간에 비명이 절로 나오더라니까요.
뼈에 금이나 안갔는지 몰라...
머리에서 벗겨내서 하면 되는데 왜 쓴체로 눈앞에서 당겼을까요. 왜왜!!
결국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우리 집에 갈까? - 하고 밤 10시쯤에 집으로 돌아와버렸어요.
올 때도 이 망할 텐트가 제대로 동그랗게 접혀지질 않아서 진흙탕 위에서 피고 접고를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그 덕에 온통 진흙 투성이가 됐다는...
그 시간 다른 집은 차양막 아래 테이블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고기 구워먹고 있던데.....
아무래도 서둘러 짐 챙기는 우릴 보면서 - 저 이상한 사람들 지금 갈껀가봐...- 하면서 쑥덕거렸을듯...
정말이지 저녁시간이 되니까 오토 캠핑장 전체가 연기를 내면서 숯과 고기 냄새로 꽉 차더라구요.
언제 이렇게나 변한걸까요. 우리 그저 소박하기 그지없는 아웃도어 생활을 기대했을뿐인데 말이에요.
캠핑장 이용에 일박에 2만원인데 그 돈도 날리고 말이죠.
돌아오는 길에 욱씬거리는 콧잔등을 만지면서
- 요왕, 우리 쪼금 루저같애? - 물었더니
- 쪼금 그런거 같아...- 라네요.
우리같은 사람은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이제 오토 캠핑장은 못갈거 같아요. 새로 장비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