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김치 좀 담궈달라고 노래를 부르는 외국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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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김치 좀 담궈달라고 노래를 부르는 외국인 친구

SunnySunny 23 603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지난 주말에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해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한국인에게 새치기를 당하고 분개했던 W 라는 외국인 친구에 관련된 이야기예요.

이 친구는 김치를 참 좋아해요.
저는 보통 김치 한달 먹을치를 월말에 한꺼번에 만들어 놓거든요. 그러면 꼭 뺏어가는 친구가, 이 W 라는 친구와 또 한명은 친절하고 순박한 우리 태국인 수의사 언니랍니다.

W 가 처음에는 그냥 잘 익은 배추 김치만 즐기더니, 이제는 업그레이드 되서 볶은 김치, 김치 볶음밥까지 소화해내더군요. 이제는 김치볶음밥 해먹겠다고 김치 달라고 할 정도예요.

근 두어달 동안 너무 귀찮아서 (사실 플스3과 LCD TV 와 스타2 에 빠져있었던 까닭....;) 김치를 계속 안 담궜더니. W 가 결국은 닥달을 하더군요.

W: 김치 먹고싶어 먹고싶어..
S: 알았어 조만간 만들어 줄께.. 귀찮아 죽겠어..

계속 안만들었죠 -_- 
W가 기다리다 지쳐 결국은 탑스에서 김치를 사와서 먹었는데 시고 맛도 없다고 난리난리를 부립니다.

W: 파는 김치 뭐야 국물도 없고 시고 맛도 없고! 니 김치가 최고야.. 내가 재료 사가지고 올께, 니가 만들어주라 응? 응? 응? ..
S: 아휴.. 알았어 알았어. 이번엔 진짜로 만들어 줄께.

집에 있는 재료 빼고 필요한 나머지 재료를 종이에 적어줬습니다.
배추, 사과, 파 .. (적고보니 참 적더군요. 그걸 사러 가기 귀찮아서 안샀으니..)

약속한 일요일, W 가 배추가 가장 크고 싱싱하고 좋은 마크로에 가서 장을 봐왔습니다.
신이 마구 나서 장봐온 봉다리를 셋팅된 테이블에 꺼냈는데.. 아뿔싸 !!!!


싱싱하고 튼튼한 양배추 3개... ..................................

...
절일 소금에, 젓갈에, 설탕, 한국 고춧가루 다 준비됐는데 양배추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연이야 있기야 있죠.... 국사모 게시판에도 살짝 쓰기는 했는데..
준비 재료를 쓸때 제가 chinese cabbage 를 쓰기 너무 길고 귀찮아서 그냥 cabbage 라고 써서 줬거든요. 설마 김치를 진짜 양배추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 전날 써서 줄때도 국산 배추를 네이버에서 사진 찾아서 보여줬는데!

W, 안그래도 전화할까 말까 망설였다네요.. 마크로가 다른데보다 크다고 했는데, 왜 이 양배추들은 다른데랑 크기가 똑같은걸까.. 하면서 이게 아닌가봐 라고 ㅡㅡ...........

어떻하겠어요 제 잘못이지 ㅠㅠ
바로 나가서 동네서 후줄근하고 작은 배추 너댓개 사왔어요. 마크로까지 보낼 이유가 없었다는 ..

그래도 능력자라고 ㅋㅋㅋ 불쌍한 배추로도 완전 맛있는 배추 김치를 만들어 손에 들려 보내줬다는거 아입니까 ㅋㅋㅋㅋ 겉절이 맛을 보더니 "야~~~~~ 이거야~~~~~" 하는데 미안하고 고맙고 하더라구요... 다 먹으면 담번에는 꼭 바로 바로 만들어 주겠다고 속으로 장담을 했어요.

덩그러니 남은 양배추 3개.. 대체 뭐해먹냐 이걸로.. 샐러드 해도 한달 넘게 먹겠다 이러고 있다가
검색해보니 양배추로도 김치를 만들더군요? 몰랐어요.
2개만 시험삼아 소금에 절였다가 남은 양념을 발라줬더니, 오호호... 이거 맛나네요. 상큼하니~

S: 다음번에 혼자 만들 수 있겠어? 레시피 적어주고 고춧가루랑 젓갈같은거 주면?
W: 응!!! 해볼께!! 자신있어!

W는 진짜 배추 김치 먹고. 저는 양배추 김치 먹고 있습니다 요즘 ㅎㅎㅎ
양배추 김치로 김치 볶음밥해도 맛나데요? 어젠 고추장 불고기에 같이 넣어서 볶아 먹었는데 .. 입맛이 되살아 났어요. 밥 두그릇 뚝딱. ㅋㅋ

이건 불쌍한 배추 절인다고 기다리면서 나눈 대환데요.

W: 그거 알아? 남아공에는 한국음식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아무도 한국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 처음 태국왔을때의 나처럼.
S: 한국 레스토랑도 없나보네. 그럼 김치도???
W: 응. 내가 이번에 하도 가족들이랑 친구들이랑 스카이프 하면서 김치 타령을 하니까, 대체 김치가 몬데? 하고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설명을 ...

-W 와 친구 F 의 대화-
F: "김치가 뭔데?
W: "양배추로 만든 한국 요리야.
F: "양배추? -_- 볶거나 삶아?
W: "아니.. 생거...
F: "생........... 양배추???
W: "응.. 매운 생 양배추..
F: "맵고? 생거라고? 양배추가? 절대 상상도 안간다... 그런게 맛있다고?
W: "됐어.. 알지도 못하면서.. 너넨 여기 와서 직접 먹어봐야돼 ...

제 친구 토종 한국인 같애요 어떨때 보면.. 지금 임신 초기 인데.. 맨날 김치 노래를 불러대요.
김치 담궈주자 마자 한시간 뒀다가 바로 김치 볶음밥 만들어 먹고는 맛있어 죽는줄 알았다고 하질 않나.. 김치 선전을 하질 않나.. 이젠 김치 찌개 만들어달라고 그럽니다 숩김치 숩김치! ㅠㅠ... 아 구찮다고...

좋았던 것,
김치 직접 만드는 과정을 함께 보고 나서는, "김치가 몸에 참 좋을 것 같아. 여러 가지 재료가 참 많이 들어가는구나."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자랑 좀 해줬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있지, 김치를 먹어서 SARS 도 안걸리고 신종플루도 안걸렸다고 그런다. 그만큼 면역 체계에 도움이 되는거야. 팍팍 먹어! 애기도 좋아할거야." ㅋㅋㅋㅋㅋㅋ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예요.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이눔의 글이.. ㅜㅜ ;;
담번엔 간결하고 재미있게 쓰도록 노력해볼께요 ㅋㅋ

오늘의 길고 지루하고 정신사나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모두들 ^^
23 Comments
즐거워라~ 2010.08.18 20:11  
앗, 부럽습니다!! 김치를 잘 담그시다뉫!! 전 한번 배워볼래도 엄마가 항상 50포기분 채소 다듬기부터 시켜서 초장에 포기입니다~ T.T (손큰 엄마와 엄마보다 힘이 부치는 딸래미랍니다)
SunnySunny 2010.08.18 20:16  
헉.. 50포기... ...... 저라고해도 포기할 것 같애요 ㅋㅋ
전 생존을 위해 짧은 휴가 기간 중, 저녁 시간에 잠깐 엄마한테 가르쳐달라고 했거든요. 배추 한포기와 무 한개로 테스트. 끝....  생존을 위해선 안될것도 다 되더라구요 ㅎㅎ
가끔 어떤 달에는 소금에 절여놓고 게임하다 까먹어서 소금김치 되기도 해요... ^^;;;;; 그러면 한달 내내 물에 헹궈서 김치찌개 해먹고.. ㅎㅎ
아켐 2010.08.18 20:50  
저도 김치 담가줘요..김치.....김치.......^^
SunnySunny 2010.08.18 21:19  
푸켓으로 오시면요 ㅋㅋㅋ 계획 없으세요? 아가와 함께 >.< ~~
포맨 2010.08.18 21:08  
양배추금이 변값이라서(배추금이 금값이라서?)
부대에서도 주구장창 양배추 김치가 나온적이 있었습니다.
바디에 고추가루알갱이 몇개 붙이고 자르르 떨던 그 양배추김치...지금생각해보면 그냥 생양배추에 고추가루 몇개 데코레이션한,...
섬하삼들이 하늘을 우러러 오열을 하며... 안그래도 품목은 육개장인데 내용물은
씨레기만 내어
시대를 앞서간 배지테리언취향으로 심히 의심되는,  몽타주는 만주개장수같던 취사선하 잡으러다니던... 그 맛...
 
그 기억에 읽다보니...간만에 담그신 양배추 김치한번 맛보고싶군요...
SunnySunny 2010.08.18 21:23  
한국은 배추값이 금값인가봐요 에휴 안그래도 한국은 야채값도 원래 비싼데..
친구가 사온 양배추도 하나에 30밧이고, 좋은 배추도 30~40바트 하는게 여긴 비슷한 것 같아요.
양배추 김치는 네이버에 검색하니 있다고 하길래 처음 담궈봤는데, 김치랑 똑같이 담궜거든요 배추보다 좀 딱딱하길래 절이는 시간만 조금 늘이고. 비슷한것 같아요. (배추김치가 근데 훨씬 낫긴 하구요 ^^)
plantubig 2010.08.18 22:43  
아후----부럽습니다.

얼굴이 이쁘면 10년을 사랑받고,

손끝(음식솜씨, 살림솜씨)이  이쁘면  100년을 사랑  받는다는데......

길거리 홈리스 동물들을  측은지심으로 돌보주시는  써니써니님은 

마음도 예쁘시고, 손끝도 야무시고,,,,,얼굴도 아아---주 아주 이쁘실것 같다는~~^^/

저도 내일 양배추 김치 한번 담그어 볼까----계획 중입뉘다~
SunnySunny 2010.08.19 11:31  
아 어지러워요 비행기를 너무 태워주셨어요 ㅎㅎㅎ
김치 담굴때 아가가 왔다갔다 하면서 "주인, 너 모하니?" 하고 쳐다볼지도 몰라요 ㅋㅋㅋ
울 아가들은 소금 뿌리는 소리 들리면 헛 화장실 모래 새거 채워주는 소리 아니야? 이러면서 달려와요... -_- ...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8.19 06:36  
써니양...양배추 김치 10kg 치앙마이로배달 요망..

양배추는 김치로 만들어도 되고.닭/돼지갈비(또는 두루치기 볶음요리),또 양배추 쌈에 된장찍음..죽임..김치볶을때 양배추 썰어서 같이 볶아도 맛있슴..


냉장고를 언능사야지...세탁기는 고장나고...휴~
SunnySunny 2010.08.19 11:28  
엄마가 양배추 삶아서 된장 찍어먹으라는데 -_- 제 취향은 아니예요 ㅋㅋㅋㅋ
접때 닭님이 양배추로 김치 한다고 하신게 깜빡깜빡~ 머릿속에 살짝 남아있어서 검색했더니 진짜더라고요 ㅋㅋㅋ
10키로면 양배추 열갠디, 그거 지겨워서 어케 다 먹어요 ~~~ 전 벌써 물렸어요 ㅋㅋㅋ
배추로 해드릴까요 특가 세일 ~~~ ㅋㅋㅋㅋㅋㅋ (저도 냉장고 큰거 ㅜㅜ)

참! 학교 후배가 홈페이지 제작하는 회사 사장이래요. 외국 계정으로도 만든다고~ 만드실거면 싸게 견적 내달라고 해볼께요 ㅋㅋ
Erik 2010.08.19 10:14  
김치요... ~~~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빡세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0^

김치 먹고 싶네요... ㅠㅠ
SunnySunny 2010.08.19 11:29  
열심히 공부하세요! ㅋㅋㅋㅋㅋㅋ 삼개월만 지나도 빨리 늘을거예요~~ 쑤쑤!!
케이토 2010.08.19 11:23  
김치김치~
써니님 글 보니까 오늘은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가 땡겨요 ;ㅁ;
양배추김치 넘 궁금한데요..? 양상추로도 만든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어본듯도...
식객..?;;; ㅎㅎㅎ
SunnySunny 2010.08.19 11:34  
앗 전 상쾌한 케이토님 글을 보고, 오이 미역 냉국이 땡겨요 -0-  아침인데 ㅜㅜ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8.19 14:02  
신김치에다 라면먹으야 겠다...

양배추는 위장장애가 있는사람한테 아주 좋은 채소임..
청년간호사 2010.08.20 09:11  
울엄마는 11월에 대략... 1000 포기는 담는데... ㅋㅋㅋ

이모네 외삼촌네 작은집 딸네집 아들네집 다 택배로 보냄 ㅋㅋㅋ
SunnySunny 2010.08.20 13:18  
헐.............. 완전 울 외할머니랑 비슷하시네요.
울 외할머니는 김치만도 아니고 무슨 고추장도 담고, 두부도 만들어서 재배한 야채랑 쌀이랑 다 같이 택배로 아들딸들한테 보내시는데.
그거 어케 다해요 ... ㅡㅜ
쮸우 2010.08.20 16:00  
ㅋㅋㅋㅋㅋㅋ
쌋님 쵝오. 김치...ㅋ

푸켓가야만 얻어먹을수 있나욤? 그 김치? ㅋㅋㅋㅋ
SunnySunny 2010.08.20 17:22  
뭐 내 김치라고 금치겄음? 다 똑같은 김친데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랍숑니는 맨날 오는데 쮸는 왜 한번두 안오능구얌 ㅠ 보구팡 ㅇ.ㅇ
쮸우 2010.08.23 14:15  
나도 매일 가고싶음-_ㅜ
나도 쌋님 보고싶음...

하지만 나는 너무 가난함... 흙...
SunnySunny 2010.08.23 16:23  
나뉸 .. 더 가난함 .. 흙파먹고 삶.. ㅜㅜ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8.23 20:49  
가난한사람이 맨날 쭈꾸미 먹으러 다니고....흥~~~~
쮸우 2010.08.24 16:04  
쭈꾸미 못먹은지도 백만년.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