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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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 이어~

필리핀 35 370

젊은 날, 어렵고 힘들게 보내던 시기가 있었다.

쓰레기통에서 주운 신문지를 역 대합실에 깔고 덮고 자다가

관절에 물이 차서 한동안 침을 맞기도 하던 때였다.

그러다 겨우 방 한 칸을 마련했다.

변두리 산기슭에 판자로 지은 가건물이었다.

자그마한 방과 부뚜막,

이른 아침에 토끼가 가끔 목을 축이러 오는 수도가 있는 마당이 전부인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인생에 대한 회의와 환멸로

하루하루를 탕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 그날도 시내에서 버스가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고

두어 시간 동안 걸어서 귀가한 뒤 골아 떨어졌을 것이다.

새벽녘에 누군가 방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밀어 올리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 밖에 서 있던 너댓 명의 사람이

갑자기 목청을 높이며 크리스마스캐롤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중 한 사람은 내 팔목을 잡아 흔들며 이렇게 외쳤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내가 얼떨떨해 하는 사이에 그들은 노래 부르기를 마치고

목례를 한 다음 여명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나는 한동안 마당에 서 있었다.

삭풍은 내 하체를 사정없이 후들거리게 했고

잿빛 하늘에는 새벽별 두엇이 얼어붙어 있었다.

그들의 축복 때문이었을까?

얼마 뒤 나는 기운을 차리고 변두리를 떠나

세상의 중심으로 한발 다가갈 수 있었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생애 중에서

크리스마스에 관한 유일한 기억이다.

 

35 Comments
Alaskaak 2017.12.25 15:10  
즐거운 새해가 되시기를.......바랍니다.
필리핀 2017.12.26 08:59  
감사합니다...
님도 복된 새해 맞이하세요~
향고을 2017.12.25 16:00  
하여간 뭔가 느낌이오는데,
청국장맛인가,
질퍽한맛인가,
끈적한맛인가,
하여간 맛깔나는건 분명혀,
필리핀님과 막걸리 한사발거하게 마시고싶다는생각이,
필리핀님은 분명 태사랑자랑여,ㅎ
앨리즈맘 2017.12.25 18:17  
지짐에 막걸리 저도 슬쩍 낑겨봅니다
향고을 2017.12.25 20:17  
물건너계신 앨리즈맘님과 막걸리한사발
거하게 한다면야 호래비 계타는날일듯요,
역시 막걸리안주로는 김치전,덴뿌라,지짐이 최고여요,ㅎ
필리핀 2017.12.26 09:00  
크리스마스에는
생크림 케잌에
화이트 와인이져! ㅎㅎ
철호 2017.12.25 16:22  
올해 크리스마스도 결국 솔크네요 ㅠㅜ.
내년엔 꼭 크리스마스 때 안솔크 하도록 노력해야겟습니다.
물에깃든달 2017.12.26 06:24  
토닥토닥
솔크는 혼자가 아닙니다! 솔로 만세!ㅠ
눙물좀 닦...
필리핀 2017.12.26 09:01  
동병상련? ㅠㅠ
물에깃든달 2017.12.26 14:36  
ㅠㅜ
Alaskaak 2017.12.27 03:57  
내년에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새해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물에깃든달 2017.12.27 07:14  
감사합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필리핀 2017.12.26 09:00  
솔크가 편하고
자유로운 영혼이에요!^^;;
비육지탄 2017.12.25 16:53  
어디서 이렇게 처절한 글을 베껴 오셨어요..ㅋㅋ
이외수 스타일과 비슷하네요 ^^
Merry Christmas!
필리핀 2017.12.26 09:02  
이외수 할배는
뻥이 심하죠~ㅋ
Happy New Year!
나락 푸차이 2017.12.25 17:00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필리핀 2017.12.26 09:07  
해피 뉴 이어 되세요!
태국원숭이 2017.12.25 17:27  
친구가 짝사랑했던 그녀는 교회를 다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죠. 그녀를 보기 위해 친구는 매주 교회를 나갔고 저역시 가끔 동행을 했었습니다.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그녀 집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모임이 있었고 밤새 그녀의 방에서 수다를 떨며 아침을 맞았던 기억. 그 기억이 저의 첫 크리스마스 기억이네요.
필리핀 2017.12.26 09:09  
오홍!
그녀의 교회 오빠였군요^--^
참새하루 2017.12.25 18:08  
모두들 첫 크리스마스의 기억은 다르지만
인상적인 추억들은 있기 마련일테죠
필리핀님의 회상담을 들으면
폭풍노도의 시절을 보내신듯 합니다
그 아픈 기억의 한페이지를 여니 
오래된 낡은 책속에 간직했던
낙엽처럼 그 추억이 떠오르는가 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표현이
더 여운을 남기네요

필리핀님의 크리스마스는 라오스의 팍세에서
맞으시는건가요
메리크리스마스 해피뉴이어
송구영신 하십시요
필리핀 2017.12.26 09:16  
누구나 삶의 생채기가 있기 마련이죠.
당할 때는 너무나 아프고 힘들었는데
지나고보면 다들 한번쯤은 겪는
성장통 같은 것이었던 것이죠^--^

참새님 가족 여러분
새해에도 다들 건강하시고
만복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고구마 2017.12.25 19:21  
ㅠㅠ , 올해 라오스 원정대 스케쥴을 지금 찾아보니까 지금이면 라오스에 계실거 같은데
따뜻한 공기 느끼며 새해 잘 맞으시길 바래요.
필리핀 2017.12.26 09:19  
새해에도 여전히 건강하시고
왕자님과 오손도손 여행하세요~ㅎ
적도 2017.12.25 22:07  
라오스 팍세에서 메리크리스마스
그리고 힘찬 새해를 맞이 하시길 기원합니다.
필리핀 2017.12.26 09:20  
감사합니다!

적도님도
복된 새해 맞으세요^--^
sarnia 2017.12.26 06:00  
Happy Holidays !!
옆 방에도 가끔 놀러 오시고..
필리핀 2017.12.26 09:24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ㅎ
물에깃든달 2017.12.26 06:23  
와!
멋있어요!
필리핀 2017.12.26 09:26  
달님이 더 멋져요! ^--^
어랍쇼 2017.12.26 16:05  
필리핀님도 happy new year~!!
내년에는 원정대서 한번 뵙는걸로~ㅎㅎ
필리핀 2017.12.26 16:16  
2월에 무꼬쑤린 갑니다! ㅎ
더덕주 1.8리터 2병 가지고 갑니다!! ㅎㅎ
펀낙뻰바우 2017.12.26 21:10  
태국 뱀이 무섭긴하죠 ㅎㅎ
필리핀 2017.12.28 11:28  
펀낙님에게는 무꼬수린에서 담근 뱀술 대접할게요~ㅋㅋ
펀낙뻰바우 2017.12.26 20:43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여행 복 잔뜩 받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지금 볼라벤 골짜기에서 고독을 씹고 있습니다요. ㅠㅠ
물에깃든달 2017.12.27 07:15  
그 골짜기의 고독은 더 맛있나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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