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살다 이런 것도 해보네요, 히치하이킹.
안녕하세요, 비오는 라오스- 루앙남타에서 잠못들고 있는 케이토입니다.
오랜만에 또다시 문명세계와 접선하고 덜 마신 위스키 몇잔에 말똥한
정신으로 라오스 여행기 올리다가, 오랜만에 그냥 암꺼나에-
지난 토요일에 했던 히치하이킹 이야기를 끄적이고 갑니당.
여행기에는 좀 더 멋진척(?) 감상적인 버전으로 쓰게 될 것 같지만,
지금으로썬 밋밋한 제 여행 치고는 너무 웃긴 해프닝 중에 하나였기에...
바야흐로 지난 주 토요일이었어요. 이틀전이었네요.
라오스 북부의 작은 마을인 무앙응오이느아를 떠나며 루앙남타까지 오기 위해
일단은 농키아우에서 우돔싸이 가는 버스를 탔었어야 했어요.
토요일이라 그런지 무앙응오이느아에서 보트가 두대나 나올 만큼
많은 외국인들이 그 곳을 함께 떠났는데 모두 루앙프라방으로 가더라구요.
저는 캄보디아에서 시작해서 라오스 남쪽에서 북으로 여행 중이었는데,
거의 훼이싸이 국경으로 들어오거나 비엔티엔으로 온 여행자들이 많아
우돔싸이를 향해 가는 여행자는 거의 없었더랬죠.
전 훼이싸이 통해서 치앙콩으로 나갈건데 ㅡ,.ㅡ;;;
농키아우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프렌치 쉬크 마담이 샌들을 꼬매면서,
"우돔싸이 가니?" 하시기에 그렇다고 하고 11시에 출발한다는 버스를
한시간 동안 언제 떠나나 기다리고 있자니 12시 즈음 버스 아저씨가 오네요.
"인원이 8명이 안되서 원래 가격으로 못가고 두배씩 내야겠어."
네?
그럼 메뉴판..이 아니라 저 가격표에 8명 이하 얼마라고 써놓음 좋잖아욧?
45,000kip 하는 버스를 80,000kip을 내라길래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잠깐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데 함께 우돔싸이를 가야할 프렌치 쉬크 마담이
"얘, 우린(부부가 여행중) 썽태우 타고 팍 몽이란데로 가볼까 해."
팍 몽은 3거리 교차로라고 할까, 동쪽인 농키아우에서 나와 북쪽 우돔싸이와
남쪽 루앙프라방, 비엔티엔 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이랍니다.
한시간 정도면 도착하고 20,000kip이라는 금액이 조금 매력적이어서,
아저씨 80,000kip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아라오 10병이라 안되겠다며,
루앙프라방 가는 썽태우에 끼어서 팍 몽이라는 동네에 갔어요.
1시 반쯤 도착했을까. 팍 몽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버스 터미널 아저씨한테,
"우돔싸이 가는거 몇시에 있어요?"
하니 두시반에 있다길래 점심도 맛나게 먹었죠.
두시 반이 되도 안오길래 다시 물었더니 세시에 온대요.
세시에 근접해서 또 물어보니 네시에 올 것 같아요. 하네요.
이거 뭐 어린왕자의 한구절이 생각이 나는 상황...?
니가 네시에 온다고 해도 내가 두시부터 즐거울 것 같진 않은데?????
이 지경이면 여섯시가 되도 올 것 같지 않고 심지어 여기서 자야할 판?
프렌치 쉬크 부부는 "이건 마치 오늘 아침의 상황이야." 라며,
농키아우에서 우돔싸이로 가거나 팍 몽에서 우돔싸이를
가는 차가 있을지도 모르니 마냥 여기서 기다리는건 못하겠다며
교차로에서 아무 차나 타볼 요량이라며 "그럼 굿 럭." 하고 가십니다.
아... 이런. 굿 럭은 커녕...하드보일드 하드럭....
그들이 떠난 후 20여분 쯤 앉아있다가 3시를 훌쩍 넘긴 시간.
결정을 해야겠더라구요. 앉아서 그들을 믿고 기다리느냐,
아니면 프렌치 쉬크 부부처럼 쉬크하게 여길 뜨느냐.
제 결정은 후자였습니다.
가방에서 방비엥에서 모또 빌릴때 A4용지에 복사해 준 지도 뒷장과
매직을 꺼내 옆에 앉아있던 라오 아저씨에게 내밀며-
"우돔싸이. 라고 라오어로 빅사이즈로 써주세요."
"응 뭐라고?"
"우돔싸이 우돔싸이. 라오라오. 롸이트 롸이트." 아 즈질영어...ㅠㅠ
A4용지 한구석에 소심하게 "우돔싸이" 라고 적어주시길래,
빅사이즈로 다시 크게 따라 적으며 "자 읽어보세요. 맞나요?" 했더니,
"응 우돔싸이 우돔싸이."
아저씨가 적어준 우돔싸이 종이쪼가리 하나 들고 저도 삼거리 교차로로
나갔습니다. 초큼 민망해서 삼거리에 있는 슈퍼에서 물도 하나 사먹고,
괜히 거기 아저씨한테 우돔싸이 가는 버스 몇시에 오냐고 물으니
이번엔 여섯시랍니다. 아저씨 ㅠㅠㅠ??? 오늘 안온다고 해줘요, 차라리!!!
참고로 저는 어떤 성격이냐면, 활발하지 않습니다. 붙임성도 별로 없습니다.
낯가림도 심합니다. 심지어 알고 지낸지 10년 된 동생과도,
남자친구한테도 존댓말 씁니다 (사실 이건 반말하면 막말 할까봐 그런거지만)
나는 여행자니까! 라는 마인드로 용기를 내긴 했는데 막상 허접한 피켓 들고
길 위에 서자니 온 몸에 부끄러움으로 휘감기네요.
근데 생각해 보니 3,40분 전에 교차로에서 아무 차나 세워보겠다던
프렌치 쉬크 부부가 안보이는 걸 보니 그들이 힛칭에 성공했거나,
아님 농키아우에서 드라마틱하게 우돔싸이 가는 버스를 잡아 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희망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우돔싸이" 라고 써 있는 종이쪽지를 들고 나가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차가 들어오기만 하면 일단 펼쳐 보여주었습니다.
세단 몰고가는 남자 옆자리에 앉은 여자는 날 무슨 이상한 생물 보듯 하고
운전하던 남자는 배를 잡고 웃습니다. 웃어라 또 언제 볼꺼라고...
거대 트럭? 우돔싸이 안간답니다. 몇대의 웨건? 포터라는 이름의 1톤 트럭?
차는 종류별로 지나가는데 아무도 세워주지 않네요.
30분쯤 지났을까. 남들은 몇분만에 휙휙 잘도 탄다는데 내가 넘 허접하게
하고 있어서 수상해서 안태워 주는건가, 생긴게 허접한가,
아님 영화에서 본 것처럼 섹시복장으로 서있어야 되는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있을 무렵에 검은색 도요타 웨건 한대가 좌회전해 들어옵니다.
아 몰라 이제 밑져야 본전이야!
흘려쓴 라오글씨 흘려받아 쓴 종이 쪽지를 펼쳐 보여주니,
나를 따라 고개를 돌리던 라오 아저씨 3인조가 타고 있던 웨건, 세웁니다.
가서 "빠이 우돔싸이?" 했더니 타랍니다. 근데 인사이드에 자리가 없으니...
(2인승인 것 같은데 3인이 타고 있으니 안에 자리가 있을리가-;;;)
"괜찮아요! 뒤에 탈거예요!"
배낭이랑 다 던져 넣고 마치 벤틀리라도 타는 기분으로 올라탔지요.
팍 몽을 떠나며 멀어져 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세상에 부러울게
아무것도 없는거 있죠. 한 20분 동안은요 ㅡ,.ㅡ....
근데...
도로가....
깔다 말았는지....
반 이상이 자갈길...
라오 아저씨들 뭐가 그리 급한지 그 산길을...
체감 시속 100키로로 달리는 듯...
1시간 반쯤 지나니 벤틀리가 아니라 경운기 이하의 승차감 작렬 ㅠㅠㅠㅠ
왜 만화 보면 만화 주인공들이 갑작스런 충격에 펄쩍 뛰어오르는 듯한...
그 장면이 연상 될만큼 엉덩이가 들썩들썩, 이러다 웨건 밖으로 튕겨
나가는거 아냐? 기대고 있는 등은 엇박자로 랩하듯이 부딪치고...
아...살아서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두시간쯤 지나니 우돔싸이에 가까워 지는지 도로가 조금 나아지네요.
그때 지나쳐 가는 산골 마을에 왠 외국인 둘이 국수를 먹고 있는 장면이
보입니다. 아니 저 분들은...프렌치 쉬크 부부!!!!
"헤이~~"
그들이 인사합니다. 발견한거죠.
그 짧은 순간에 인사하고나니 웃겨 죽겠더라구요.
한시간도 전에 출발한 사람을 앞지르고 있다니 ㅋㅋㅋㅋ
게다가 "우돔싸이"라 적인 종이 한장 들고 미친듯이 들이대던 날 보고
비웃던 몇대의 차량도 앞질러 가니, (이 아저씨들 정말 체감시속 100키로)
운전하다 말고 눈마주치니 손 흔들어 인사까지 해주네요 ㅡ,.ㅡ...
인사 말고 진작 좀 태워주지...
근데 뭐, 가축트럭도 감지덕지하고 탈 생각으로 서있었던 거라-
이런 승차감 끝내주는 웨건은 쾌적하기 그지 없네요.
팍 몽에서 3시간은 넘게 걸린다는 우돔싸이를 뭐가 그리 바쁜건지
전력질주 하던 아저씨 덕분에 2시간 15분 만에 주파하고,
센스있게 또 겟하우스 많은 타운 한복판에 내려주시며-
"승차감 최악이었을 텐데, 괜찮았어? 즐거운 여행 되길 바래!"
아...이런 살만한 세상...
고맙다고 내가 라오어를 하는건지 영어를 하는건지 갑자기 한국말도
막 튀어나오고 백번쯤 얘기하고...그 아저씨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아...도착했구나- 라고 긴장이 풀리니,
그제서야 멀미가..................
겟하우스 몇군데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한군데만 가보자 하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또다른 웨건 한대가 제 앞을 휘리릭 하고 지나가는데,
거기에 프렌치 쉬크 부부가 뒤에 타고 있더군요. ㅋㅋ 나랑 같은 자리 ㅋㅋ
"너! 진짜 빨리 왔구나!!!!"
아...라오 아저씨가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죽을뻔 했는데-;;;
어쨌든 80,000kip을 내고 왔을 거리를 20,000kip에 왔으니...^^;
그 쉬크한 부부랑은 지금도 루앙남타에서 같은 숙소에 묵고 있어요 :)
그리고 우돔싸이 도착한 날 샤워하다가 거울을 보니...
등판이 무슨 17대 1로 싸운 듯한 흔적이............완전 멍투성이?;
이틀이 지난 지금도 어디에 등을 못대고 앉아있겠네요 -_-;;;
가지고 온 가이드 북, 론리플래닛을 보니 Hitching에 관한 조언도 빠지지
않고 써있더라구요. 저는 그걸 이 일이 있고 나서 보게 됐는데.
"라오스에서 힛칭이 가능은 하다....블라블라블라....근데 여자에겐 비추."
뭐? 비추? 왜? 위험해서라기 보다는...
체력적인 문제겠지? 하고...나는 남는게 체력이고 이미 지난일이니 이젠,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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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_ 혹시나 라오 아저씨가 어뜨케 써주셨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이 와중에 셀카정신 -.-;;;
아저씨가 써준 글자 따라 쓴거에요-;;; 다들 알아보니 신기했어요.
게다가 저렇게 수상하게 선글라스 끼고 달려드니 다들 피해간듯-;;;
무릎은 루앙프라방에서 자전거 음주운전 하다 넘어져서 양쪽 다 까지고...
전..잘 지내고 있어요! (이번 주에 태국갑니다 ㅠㅠ 드디어 세븐일레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