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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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마스크
몇 년도 넘게 내 사무실 비품보관용 캐비닛 속에서 잠자고 있던 N95 마스크를 꺼냈다.
진공청소기로 빛바랜 마스크들에 묻어있는 먼지를 제거한 후 한 개 씩 랩으로 포장한 후 다시 집어넣었다.
이 전략물자는 아무래도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야전군, 의료기관에 기증하게 될 것 같다.
내가 훌륭한 시민이어서도 아니고,
유효기간이나 best before 날짜가 지났을 것 같아서도 아니다.
저 마스크는 20 분 이상 착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몇 해 전 우리집 지하실 정리할 때 한 번 사용한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도널드 트럼프는 DPA 를 발동해 전략물자 N95 마스크 제작사인 3M 에 해당 마스크 수출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N95 제작사인 3M이 트럼프의 개뚱딴지같은 소리에 강력반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캐나다 수상 저스틴 트루도는 캐나다 의료진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대도시 디트로이트가 가장 먼저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임을 미국 연방정부에 간접 경고했다.
미국과의 국경을 봉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캐나다 국내 확진자 수는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제치고 1 만 2 천 명을 넘김으로서 세계 13 위에 등극했다.
전사자는 174 명이다.
코비드-19 (SARS-CoV-2) 군단은 퀘벡주,온타리오주, BC주를 차례로 함락시켰다.
내가 살고 있는 알버타주 방어선도 우습게 무너졌다.
인구 440 만 명의 알버타 주 확진자 수는 오늘내일 중 1 천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전사자는 현재 13 명이다.
이 숫자는 기하급수로 늘어날 것이다.
아직 미미해보이는 이 전사자 수는,
토론토가 있는 온타리오주에서만 1 만 5 천 명으로 급증하는 대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 130 만 명의 알버타주 주도 에드먼튼과,
인구 140 만 명의 북미석유산업중심도시 캘거리가 유령도시로 돌변한지 3 주 째다.
오늘 서울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면적이 넓은 나라인데 왜 그렇게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느냐고..
면적이 넓어도 사람들이 모여 살면 아무 소용없다고 대답했다.
social distancing 이라는 말은 physical distancing 이라는 말로 교체됐다.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예비경고같은 용어다.
마스크는 매진되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데,
정작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최후의 순간에 사용할 특급 전략물자로서 3급 전략물자 화장지와 함께 금고 안에 비축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부터 에드먼튼과 캘거리 시민들은 실내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가?
해당물자가 과잉사용되어 반드시 필요한 부문에서 자원이 고갈되는 상황이 초래되면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어떤 종류의 마스크를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다면,,
Go ahead, use 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