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1월 20일, 미국과 한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10주가 지난 4월 3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은 확진자가 1만여명이고 사망자는 174명이다.
미국은 확진자가 24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6,000명에 육박한다.
미국이 한국보다 확진자는 24배, 사망자는 33배나 많다.
양국의 인구 대비(1 : 6.5)를 감안해도 너무나 큰 차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양국의 리더, 대통령의 능력의 차이 때문이다.
트럼프는 머리가 나쁜 인간이 아니다.(dunderhead)
트럼프는 나쁜 머리를 가진 인간이다.(evilhead)
이 자는 오로지 자기 과시와 자기 욕심만 추구하는 유형이다.
국민들에게 1,000달러씩 주겠다는 경기부양책도
혼란한 틈에 한몫 챙기려는 꼼수였다는 대목에서는
쌍욕을 금할 수가 없다.
이 자가 김정은을 만나는 건 세계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나만이 로켓맨을 다룰 수 있어!”라고 과시하기 위해서다.
이 자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폭망의 지름길로 들어설 것이다.
솔직히 머나먼 남의 나라 대통령에게 관심 갖기 싫다.
하지만 이 자 때문에 코로나 19가 창궐하게 된 뉴욕과 뉴저지에
내 조카와 조카의 자녀들이 살고 있다.
그곳의 상황은 한국보다 훨씬 엄중하다고 들었다.
외출은 식료품을 살 때처럼 꼭 필요한 경우만 허락되며
그것도 정해진 요일에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 그들에게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말아야 한다,
치료비가 많다 적다 따지는 건 한가한 소리일 뿐이다.
인간에게 생명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
나쁜 머리를 가진 트럼프 때문에 고생하는 미국민들,
특히 내 조카의 가족들이 이 상황을 잘 극복하기를 기원한다.
*아래 기사는 11년 간 <손석희의 시선집중>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최현정 기자가 쓴 것이다. 그는 2011년 미국으로 이주 후 한국 사회를 분석하던 시각으로 미국이란 나라의 질서와 모순, 작동 원리들을 찾아내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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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 오지 마세요. 일반 환자와 코로나 환자가 뒤섞여 아수라장 그 자체입니다.”
“마스크를 쓰면 눈치를 줘요. 환자들이 불안해한다며 벗으라고 해요.”
“오늘 집 지하실을 정리했어요. 이젠 퇴근하면 가족들과 따로 지내야 할 것 같아요.”
처음, 뉴욕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건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였다. 나라 전체가 마비됐던 중국이나 한국과는 달리 뉴욕의 일상은 평소와 다르지 않던 시기였다. 여행도, 행사도, 학사도 차근차근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들려오는 하소연들은 달랐다. 절규에 가까운 그들의 목소리는 믿기 힘든 얘기들이었다. ‘설마 미국인데... 과장이 심하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의 얘기는 사실이었다. 방역 최일선에선, 이미 두 달여 전부터, 지금의 사태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전선에서 들려온 이상 신호
3월 23일, 시카고대학 병원 간호사들이 데모를 했다.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개인보호장비)를 지급해 달라는 시위였다. 일주일 후 뉴욕의 간호사들도 자신이 일하는 병원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구호는 “N95 마스크를 공급하라” “스태프들을 보호하라” “이익보다 환자”였다. 뉴욕 의료진들의 불안에 불을 지핀 건 키오스라는 간호사의 죽음이었다.
“나는 괜찮아. 엄마 아빠한텐 얘기하지 마. 걱정하실 테니.”
그가 누나에게 보낸 문자는 마지막 유언이 됐다. 키오스는 맨해튼에 있는 유명 사립병원 마운트 시나이 웨스트 병원의 간호사로 기저질환 없는 건강한 40대였다. 일주일 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알았을 뿐이다.
병원서 근무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남자 간호사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 매일 환자와 접촉하는 사선에 선 이들에게 내려오는 병원의 지침은 ‘안이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장 분노한 건 기본 보호 장비 미지급이다. 보통 병원에서 사용하는 마스크는 N95와 일회용 수술용 마스크(Surgical Mask). 그런데 수시로 환자를 접촉하는 이들에게 큰 차이가 없다며 일회용 마스크를 나눠주는 일이 벌어졌다.
어렵게 받은 N95 마스크의 경우, 하나로 하루를 버티거나 심한 곳은 일주일을 버텨야 하는 곳도 있다 한다. 동료와 나눠 쓰라고 했다는 얘기는 믿고 싶지 않다. 여기에 감염 의심자가 격리되기는커녕, 확진 환자를 치료한 이들에게 정상 출근을 요구하는 일도 다반사라는 고발을 듣다 보면 지금 뉴욕의 병원들이 밀려드는 환자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간호사들이 개인적으로 구입한 N95 마스크 착용이 목격되면 바로 해고될 수 있다는 경고문에 병원 노조가 공식 항의하는 사건도 있었다. 점심 샌드위치를 싸던 브라운백에 마스크를 보관했다 다음 환자를 볼 때 다시 꺼내 쓰는 일이나 가운 주머니에 구겨 넣으며 하루 종일 같은 마스크를 쓴다는 의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방호복이 부족해 검은 쓰레기봉투가 사용되기도 하고 우비를 입고 환자를 맞는 사진이 메인 뉴스 화면을 장식한다.
이런 상황 속에 병원에선 지역 사회에 도네이션을 부탁하기도 한다. 여유분의 마스크를 비롯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물품들을 기부해 달라는 것이다. 그 안엔 병원 스태프용 ‘음식 기부’도 들어있다.
웬만해선 이런 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지역 주민들도 분통을 터트린다. 면봉 하나, 반창고 하나에도 200~300달러(한화 약 24만~36만 원) 비용을 청구하던 병원이 왜 기본 장비조차 구비 못하고 주민들에게 손을 벌리냐는 것이다. 간단한 치료 하나에도 우리 돈 몇백, 몇천만 원을 부과하던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냐는 것이다. 아기 낳은 산모에게 몇 만불이 청구하던 그 병원 맞냐는 분노다.
사령탑들의 우왕좌왕
병원에 대한 불만은 CDC(미 질병통제센터)로 옮아갔다. 전 세계 최고의 공중 보건 조직이라는 명성만큼 이 비상시국에 CDC의 방침은 금과옥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지금까지 CDC의 지침은 전염병을 먼저 겪은 나라의 사람이 보기에 매우 위험하고 실망스럽다.
코로나는 “공기 중 전파(airborne)가 되지 않고 비말감염(droplet)이나 접촉(contacts)으로 감염되는 전염병”이라며 “N95가 아닌 일회용 수술용 마스크로도 예방할 수 있다”는 지침은 병원 관리자의 좋은 핑계가 됐다. 더불어 CDC는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아 오히려 마스크 착용에 대한 혐오감만 높였다는 평가다. CDC는 초기 불량 진단 키트 배포 및 수거 과정을 거치며 그 명성에 흠이 가기 시작했고, 중국 입국 금지 조처에 관망만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 부통령 산하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대표는 부족한 산소호흡기의 숫자도 파악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등 리더십에 의문을 품게 했다. 특히 부족한 산소호흡기를 대신해 CPAP(지속성양성기도압)라는 코골이용 유사기구 사용도 가능하다는 등의 대안을 내놓기도 했는데, 국가적 재난을 책임지는 기구의 비전문적인 대책은 일선 의료진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뉴스프로가 번역한 영국 <가디언> 기사에 따르면, 지난 6주간 FEMA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비밀스러운 관여 아래 운영됐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 매일 브리핑을 하고 있는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지난 24일 다시 한번 트럼프 정부를 비난했다.
“뉴욕주엔 지금 3만 개의 인공호흡기가 필요한데 정부는 4000개만 보낸다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직접 2만6000명의 죽을 사람을 정해라.”
브리핑을 본 많은 이들이 통쾌하다며 좋아했지만 실상은 그도 20여 일 전까진 트럼프와 똑같은 말을 했던 사람이다.
“코로나는 독감과 비슷하다. 독감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 물론 이 병으로 죽는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독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쿠오모 주지사의 말이다. 더불어 현재 뉴욕주의 현저히 부족한 병상은 연방 정부가 아닌 관할 책임자인 쿠오모 주지사 탓이라는 비난도 크다. 뉴욕 병원의 통폐합 과정에서 기존 병상을 축소했고 예산도 줄여 마스크조차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현재의 수준을 만든 당사자라는 것이다. 재정 건전화란 명목으로 250만 명에 달하는 메디케이드(Medicaid,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보험)를 줄이고 대신 건설사업을 필수 사업으로 바꾼 당사자가 트럼프 정부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지금의 모습은 목불인견이란 비판이다.
물론 지금의 이 사태를 만든 가장 큰 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사태 초반엔 중국을, 전염이 심각해지자 유럽발 입국 금지를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덕분에 고공행진을 하던 주식 시장을 얼어붙게 한 당사자가 됐다. 한 달 전만 해도 3% 이하라는 역사상 최저 실업률의 호황장에서 순식간에 실업자 320만 명 시대를 만들어냈다. 이 와중에 미국인들 모두에게 1000달러(약 122만 원)씩 준다는 법안이 상원 1차 투표에 상정되지 못했던 이유가 천문학적인 눈먼 돈이 대통령을 포함한 호텔, 항공, 크루즈 사업자 등 억만장자들에게 돌아가게 한 내용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상원의 강력한 항의로 가까스로 수정된 1400조짜리 사상 최대의 경기 부양책이 혼수상태에 빠져버린 미국 경제에 얼마나 강력한 산소호흡기가 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 부족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트럼프가 한 말은 많은 의료진들의 자존심을 상처 냈다.
“마스크가 어디로 갔나? (병원)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병원에서 몰래 빼돌린 게 아니냐는 뜻)
민주주의와 전염병의 상관관계
버니 샌더스를 비롯한 의회의 그룹들은 경기 부양책이 워킹 패밀리와 저소득층에 먼저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원 최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치들을 해줘야 하고 헬스케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목소리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회의적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비축된 군수용 의료품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민간에 푸는 일이라 한다. 생화학전을 대비한 마스크나 위생복을 비롯해 산소호흡기 등 현재 병원에서 모자란 소모품을 수급하기에 충분한 수요를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간사업자들의 공장을 생필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한다. 생산 설비를 바꾸고 직원을 교육시키는 데 걸리는 한 달여의 시간이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그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1월 20일은, 미국과 한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날이다. 그리고 3월 30일, 10주가 흐른 뒤의 결과 차이는 미국과 한국 리더의 역량 차이일 것이다.
하루 종일 최전방에서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이들이 안심하고 집에 가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3월 30일(현지시각) 오후 9시 기준 미국의 확진자는 16만3429명. 전 세계 확진자의 1/7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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