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친구의 귀국..
K.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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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18:19
저와 가장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이자 동네 이웃이었던 남아공 커플이 있습니다.
남편은 저와 나이가 동갑이고 생일도 비슷하고, 아내는 약간 어린데 김치를 엄청 좋아합니다.
김장을 하면 항상 나눠줬고, 귀찮아서 안하면 징징대며 김치 만들자고 하고.. 얻어간 김치로 김치 볶음밥을 해먹는 친구였습니다. (짐 정리하고 나니, 제 락앤락 통이 다 걔네 집에 있었더군요 -_-!)
작년 이맘때 아들을 낳고, 믿을수 있는 보모를 구하기 어려워 아내는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였고, 그러다보니 1인의 수입으로만 생활을 하기에 빠듯한 감도 있었을 것이고,
둘다 외국인이고 아이도 너무 어리다보니, 누구에게 맡기고 외출을 할 상황도 아니라, 영화관에서 영화를 못 본지도 근 2년. (우린 영화관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같이 했었답니다. 아내 임신 전까지는.)
결국 아이가 한 살이 다 되어갈때쯤,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
지난주 일요일에 짐 정리를 마치고 방콕으로 올라갔고, 오늘 밤에 케이프 타운으로 떠납니다.
방콕으로 올라가기 전 공항 픽업 차량을 앞에 두고, 포옹을 하는데 이 녀석들이 엉엉 울더군요. 저는 눈물을 꾹 참고 웃어주었는데.
그날 밤 잠에 들지 못했고, 그 다음날 밤에는 그들이 돌아오는 꿈을 꾸었고, 지금은 거의 우울증 상태에 와버렸네요. -_- ;;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집에 거미가 나오면 잡아달라고 전화하고, 심심하면 헬로우~~ 하고 직접 대문 열고 놀러오고, 회사에서 항상 같은 시간에 휴식을 취하고 수다를 떨었고, 맨유 경기하면 놀러와서 같이 보자고 전화하고, 나는 한국 음식, 자기들은 남아공 음식 만들어서 서로 먹으라고 갖다주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공유해왔던 친구들이었는데.. 한 가족이 모두 떠나버려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친구들 중에 저 혼자만 아들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한다고 (영어가 아닌 예전 남아공 언어에서 빌어온 이름) 좋아했고, 아들이 나만 보면 기뻐한다고 좋아했는데..
반드시 케이프 타운에 놀러가겠다고. 중간 지점인 이집트에서 만나서 이집트 여행도 하자고. 좋은 아이템 있으면 부를테니 파트너로써 같이 비지니스해서 여기서 다시 같은 동네에서 살자고, 그렇게 꼭 꼭 약속했어요.
항공권이 참 비싸네요.
그래도 갈 거예요. 회사 동료들이랑 다 같이 가기로 했어요. ^^ 내년쯤..
외국에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람을 사귀는 것이 일반적이거든요.
내가 좋은 사람, 니가 좋은 사람, 좋은 사람 둘이 만나도 그냥 좋을 뿐, 아주 진한 우정을 나누지는 않아요. 항상 낮은 담이 있지요.
그런 외국 생활에서,, 이 친구들만큼 진심으로 좋아한 친구들이 없었는데.. 허물없이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고 받는 사이였는데,
왜케 슬프죠,.,. 기운도 안나고.. 그렇게 행복하고 만족하던 제 삶이 , 틀어졌어요..
많이 우울하고 그렇네요.
제 기분에 동조라도 하듯 하이 시즌인 지금, 푸켓에선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하늘도 울어요~
이지훈의 왜 하늘은 이라는 옛날 옛적 노래가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