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방콕 체류기-2
방콕에 있을 때 아침식사는 주로 어묵국수를 먹는다. 해산물의 천국답게 태국의 어묵은 맛이 기똥차다. 수제어묵을 파는 국수집이 골목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이다. 한국에서 먹는 오뎅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묵국수는 면의 종류와 어묵의 가짓수와 물국수냐 비빔국수냐 등에 따라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다. 면은 가는 면(센미) 중간 면(센렉) 넓은 면(센야이)이 있다. 나는 센렉을 넣은 물국수를 즐겨먹는데, 초보자는 주문할 때 “센렉 탐마다(중간 면 보통)”라고 하면 된다. 양이 많은 걸 원하는 사람은 “피셋(곱배기)”이라고 하고, 간밤에 과음을 한 사람은 “남숲 여(국물 많이)”라고 외치자.
주문한 국수가 나오면 양념통에서 취향에 따라 선택한 양념을 넣고(나는 땅콩가루와 고춧가루를 넣는다) 양념이 고루 섞이도록 젓가락으로 한번 저어준 다음 먹으면 된다. 카오산로드에 있는 내 단골집의 어묵국수는 한 그릇에 45밧이다.
카놈찐은 태국 남부지방에서 생겨난 음식이다. 삶은 소면에 각종 채소를 얹은 뒤 커리소스를 부어서 비벼 먹는다. 삶은 달걀을 으깨서 함께 먹기도 한다. 한 끼 식사로는 약간 부족하지만 간식으로는 딱이다. 특히 채소가 땡길 때.
태국 음식은 대체로 양이 적다. 그렇다고 태국인들의 식사량이 적은 건 아니다. 하루에 다섯 끼까지 먹기도 한다. 날씨가 덥다보니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고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다. 태국에 오면 나도 하루 평균 네 끼는 먹는 거 같다. 오늘 간식으로 먹은 까놈찐은 30밧.
태국인 서민들이 보편적으로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쌀국수와 더불어 까이양+쏨땀+카우니여우가 아닐까 싶다. 까이양은 숯불에 구운 닭고기이다. 쏨땀은 파파야로 만든 일종의 겉절이라고 할 수 있으며 카우니여우 찹쌀밥이다. 까이양 대신 까이텃(닭튀김)이나 돼지구이(무양)를 같이 먹기도 한다.
오늘 점심 메뉴는 까이텃+쏨땀+카우니여우. 까이텃은 닭날개가 11개 나왔으며 쏨땀은 간이 좀 심심했다. 현지인들이 먹는 쏨땀은 무척 매운데 내가 외국인이라고 싱겁게 만들어준 모양이다.
쏨땀은 태국 동부 이싼지방이 원조이다. 돈을 벌기 위해 도회지로 떠난 이싼 출신들에 의해 쏨땀은 태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각지에 쏨땀전문점이 무척 많으며 노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절구에 오이채처럼 생긴 걸 넣고 콩콩 찧고 있으면 쏨땀을 만드는 것이다. 김치와 비슷해서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게가 들어간 쏨땀뿌는 비릴 수 있으므로 쏨땀타이가 무난하다. 오늘 먹은 까이텃은 69밧 쏨땀은 45밧 카우니여우는 10밧 물 10밧으로 모두 134밧 나왔다.
마사지가 끝나갈 무렵, 완이 묻는다. 이제 모할 거예요? 점심 먹어야지. 태국 음식 좋아하세요? 고럼. 마사지샵 밖으로 따라나온 완은 건너편의 한 식당을 가리켰다. 저 집 가보세요. 추천 메뉴가 모니? 똠얌꿍.
똠얌꿍은 세계 3대 스프로 꼽히는 태국 요리이다. 레몬그라스, 라임잎, 양강, 버섯, 고추와 함께 새우를 넣고 끓인다.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강해서 사람에 따라 좋고 나쁨이 분명한 음식이다.
나는 똠얌꿍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지금까지 태국을 100번 가까이 방문했으며 태국에서 먹은 끼니가 2000번쯤 될텐데 똠얌꿍은 다섯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내 단골마사지사의 강추 메뉴인지라 오랜만에 주문해보았는데 오오! 맛이 끝내준다. 지금까지 내가 태국에서 먹어본 음식 중에서 탑10에 드는 맛이다. 가정집 정원에서 식사를 하는 거 같은 식당 분위기도 넘넘 맘에 든다. 똠얌꿍 80밧+밥 10밧=90밧, 완아, 고맙다^-^
커피 퍼스트는 방콕의 여행자거리 카오산에서 현지인 동네 쌈쎈으로 넘어가는 사거리 모퉁이에 숨은 듯이 자리하고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다. 오전에는 미인 아줌마가 오후에는 미남 아저씨가 즉석에서 커피를 뽑아준다.(두 분은 부부 사이인듯?) 내 입에는 카오산의 어느 고급 커피숍보다 이집 커피가 최고다! 내가 주로 마시는 건 20밧짜리 아메리카노 핫 스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