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방콕 체류기-1
3년 전 이맘때 방콕에 갔었네요.
방콕은 내게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일종 환승구역이어서 하루이틀 머무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때는 무려 10박 11일 동안 방콕에만 있었네요. 그러면서 마사지도 실컷 받고, 길거리 음식도 골고루 먹어보고, 월욜부터 일욜까지 출연진이 매일 바뀌는 라이브바에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도 해보고, 지나온 나날들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보고...
코로나19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답답해서 그때 에피소드 몇 개 올려봅니다. 여행기라기보다는 체류기에 가까워서 여기에 올려요~^-^
4시 기상 → 5시 인천공항 행 리무진 탑승 → 8시 인천공항 도착 → 10시 인천공항 이륙 → 17시 방콕 도착(1시간 연착ㅠㅠ) → 19시 카오산로드 도착 → 20시 늦은 저녁식사 → 22시 애드히어블루스 바에서 쌩쏨 칵테일과 함께 음악감상 → 1시 발마사지 → 2시 노천바에서 위스키 온더락과 함께 스콜 감상 → 3시 게스트하우스로 퇴장 → 4시(한국시간 6시) 집 떠난 지 스물여섯 시간 만에 취침ㅠㅠ
장편소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를 쓴 작가 장정일은 “당신 때문에 재즈를 듣게 되었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세상 넓은 줄 모르고 까불어대던 문학청년 시절, 장정일과 나는 같은 도시에 사는 인연으로 자주 만났다. 하루는 그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더니 팝송과 가요 등 여러 장의 음반과 전축이 있었다. 그 시절만 해도 우리 같은 문학 지망생에게 전축은 타자기와 함께 선망의 물품이었다.
부러움 때문에 심통이 났던 걸까. 나는 팝송 음반들을 가리키며 “이거 가사는 알고 듣나?”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말에 충격을 받은 장정일은 그 후로 가사가 없는 재즈와 클래식만 듣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콕에 있는 애드히어블루스바는 장정일과 함께 꼭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 내가 방콕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에서 연주를 듣기 위함이다. 아눗싸와리 부근에 있는 라이브바 색소폰의 음악이 웅장하고 화려하다면, 애드히어블루스바의 음악은 소박하고 섬세하다. 그래서 나는 색소폰보다 애드히어블루스바를 더 좋아한다. 음악의 결뿐만 아니라 실내 분위기와 고객의 성분 등 모든 면에서 색소폰과 애드히어블루스바는 대척점에 있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장정일과 나는 각기 다른 이유로 지방의 그 도시를 떠나 서울로 이주했다. 서울에서도 우리는 종종 이태원과 신촌의 재즈바를 함께 순례하기도 했다. 그런데 장정일이 나 때문에 재즈를 듣게 되었다면, 그 때문에 ‘재즈적 글쓰기’를 하고 마침내 장편소설까지 완성했다면, 내게 그 책 인세의 10%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장정일이 여행을 무지 싫어한다는 걸 잘 아는지라 그게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죽기 전에 그와 함께 꼭 오고 싶은 곳이 바로 애드히어블루스바이다.
2016년 12월에 라오스 팍세를 여행하다 오른팔을 다쳤다. 나는 새로운 여행지에 가면 아침에 조깅을 하면서 그곳의 지리를 익히곤 한다. 팍세에서도 아침 조깅을 하던 중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오른팔로 땅을 짚었는데, 순간 고압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팔뚝이 찌릿했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는데 석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병원에 가니 뼈에 이상은 없지만 근육이 손상된 거 같으므로 수술을 해야 한단다. 몸에 칼을 대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지라 결국 이번 여행 때 방콕의 단골 마사지사에게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
방콕의 여행자거리 카오산로드에서 멀지 않은 현지인 동네 쌈쎈에 있는 반사바이는 내가 10년 전부터 드나드는 마사지업소이다. 11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서른일곱 살 먹은 노총각 완이 내 전속 마사지사이다. 완은 태국 동부의 이싼 출신으로 몇 년 전에 가정을 꾸린다고 귀향했는데, 그때 나는 전별금(?)이랍시고 꽤 두둑한 팁을 줬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몇 달 만에 다시 반사바이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이후로 완은 말수가 적어지고 잘 웃지도 않는다.
2500년 전 불교 승려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타이마사지는 의료 행위로 여겨질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깊다. 방콕에 있는 왓포사원은 타이마사지의 본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왓포에서는 취업을 하려는 현지인과 체험을 하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마사지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나는 수년 전 거금을 들여서 왓포 마사지학교에서 마사지를 배운 적이 있다. 그때 나를 가르치던 선생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여기서 마사지를 배웠다고 누구나 다 마사지사가 되는 게 아니다. 1,000시간의 수련을 거쳐야 비로소 마사지사가 된다.”
타이마사지는 종류가 꽤 많다. 타이마사지는 통상적으로 전신마사지를 뜻한다. 발과 다리만 집중적으로 하는 발마사지, 온몸에 코코넛 오일을 바르면서 하는 오일마사지, 특정 부위에 호랑이연고를 바르며 하는 타이거밤마사지 등이 있다.
나는 오른팔을 치료하기 위해서 이틀 동안 타이거밤마사지를 받았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타이허브콤프레스를 받았다. 허브잎을 싼 헝겊방망이를 뜨겁게 달구어서 특정 부위를 두드리듯이 하는 마사지이다.
타이거밤마사지는 기본 1시간에 250밧(약 1만원) 타이허브콤프레스는 기본 1시간30분에 500밧(약 2만0원)으로 한국에 비해 엄청 저렴하다. 태국에서 마사지만 꾸준히 받고 가도 본전은 뽑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