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조미료 논란 그리고 태국
호루스
22
1548
2012.07.03 23:01
일단 단어 정의부터 하죠.
조미료
1. 화학 조미료(MSG를 비롯한 화학적 합성품)
2. 혼합 조미료(MSG에 천연 조미료를 첨가한 것, 대표적으로 다시다. 요즘은 다시다가 천연 조미료인지 모르겠음)
3. 천연조미료(버섯, 멸치, 고기, 젓갈 등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이용한 조미료, 요즘은 천연 재료만을 사용한 공장 조미료도 있음)
이 중에서 우리에게 논란을 불러오는 조미료는 화학 조미료나 혼합 조미료일 겁니다.
엄격한 분들은 일단 돈주고 사는 공장에서 만든 조미료는 원료의 천연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백안시 하는 분도 있겠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상기 3가지 모든 조미료에 아주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모친께서 미원(MSG)를 음식에 쓰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 스스로 라면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화학 조미료에 일찌감치 눈을 뜬거지요.
은근히 입맛이 까다로워서 짜고 달고 맵고 등 음식 맛에 민감한 편이고 뜨거운 음식을 못먹는 편이라 대충 후루룩 먹지 않고 충분히 맛을 음미하며 먹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 사람의 식습관 중 최대 단점은 뜨거운 음식을 5~10분 만에 홀라당 먹어버리는 습관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맛 자체도 제대로 모르면서 먹을뿐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짜게 먹게 됩니다.
실험삼아 찌개던 국이던 뜨거운 걸 적당히 식혀서 따뜻하게 먹어보면 얼마나 짜게 먹는지 알게 될 겁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는 직장 다니면서 맛집이란걸 전국 각지로 돌아다녀 봤습니다.
직업상 강원도와 제주도를 빼고 전국을 돌아다녔고 그 덕에 많은 음식점을 돌아다녀 보았는데, 일반적으로 지지받는 맛집은 대다수가 조미료 맛이었습니다.
즉, 붕어찜, 참게탕, 민물고기탕 등 일반적으로 쉽게 접하기 힘든 음식을 제하고 콩나물국밥, 순대국밥, 낙지덮밥 등 어디서든 비교적 쉽게 접할수 있는 음식이면서 맛집이라 소문난 곳은 태반이 조미료 맛이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조미료에 익숙해져서 조미료 탓에 텊텊하다는 둥, 뒤끝이 깔끔하지 못하다는 둥의 비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조미료 없이 음식을 만들었을때 난다는 담백한 맛 역시 잘 모릅니다.
그런데 입맛이 까다로워 조미료가 안들어가면 바로 판정이 납니다. 맛없다!
특별히 간이 안맞는 것도 아니고, 양념이나 음식 간의 조화가 어색한 것도 아닌데 제 입맛에 맛이 없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조미료가 안들어간 음식입니다.
요즘은 라면에도 MSG는 안들어가지만 예전 미원보다 훨씬 뛰어난 맛을 내고 있고, 천연 재료만을 사용한 국내 회사에서 만든 조미료도 미원보다 훨씬 좋은 맛이 납니다.
따라서 제가 여기서 조미료가 안들어갔다는 것은 집에서 만드는 천연 조미료만 들어갔을 경우를 의미합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정말 맛있네." "재료가 아주 싱싱한거 같아" "우리 할머니 손맛이 그대로야." "조미료가 안들어갔는지 아주 담백하네!"
속으로 비웃습니다. 그대들은 이미 조미료에 길이 들어서 혀가 마비되었을 뿐이라고. 그대의 할머니도 조미료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제가 맛없는 음식을 먹었을때(조미료가 안들어간 음식을 먹었을때), 저는 음식 맛 없다고 말 못합니다. 왜냐하면 조미료가 없는 이상 맛을 평가할수 없는 혀를 가진 스스로의 주제 파악을 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음식을 평가해 나가자면 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맛을 평가할수 있는 것은 구이용 생고기입니다.
어떠한 조미료도 없이, 양념도 없이 재료 그 자체의 순수한 맛만을 평가하기에 가장 공평하고 또한 가장 이견이 적은 평가가 나옵니다.
여기서도 주의해야 할 것은 고기 찍어먹는 쌈장이나 소스입니다. 여기도 상당량의 조미료(음식점에서는 비법이라고 하죠.)가 첨가되기 때문입니다.
고기와 쌈, 소금, 기름 정도 만으로 판단해야지 양념고기나, 소스를 뜸뿍 찍어먹게 되면 사람들 의견이 분분해 집니다.
대표적으로 조미료를 쓰면서도 마치 건강식이나 웰빙식으로 포장하는 음식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쌀국수입니다. 2년 정도 전인가 조사결과 모든 쌀국수 체인 업체에서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당시 인터넷에서 쌀국수집 맛 평가글 보면 가관입니다.
조미료를 안넣어 깔끔하고 시원한 맛 이라는 칭찬이 많죠. 사실 시원한 그 맛이 바로 조미료 맛입니다.
저는 조미료에 길들은 혀를 가졌고, 조미료가 없으면 구이용 생고기 외에는 맛이 없어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할 정도 입니다.
그래서 제 경험상 맛집이란 곳의 3/4 정도는 조미료로 맛을 낸 음식이란 것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일반인들은 조미료 맛도 모르고 있고, 자기 스스로가 조미료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에 처음에는 놀랐으나 지금은 이해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 솔직히 조미료 맛인지 알지만 혼자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없는 문화.
맛 자체에 관심도 없는데 이왕 남들이 맛있다니까 그냥 맛있다고 맞장구 치는 문화 탓이 큰 것 같습니다.ㅣ
태국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 오묘한 조미료의 조화에 저는 감탄합니다.
조미료만 넣는다고 모두 맛집이 되지는 않습니다. 조미료와 식재료의 조화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맛집이 됩니다.
금년 9월에 저는 다시 한번 조미료와 마사지로의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좋은 식재료와 조미료의 조화, 나른한 육체와 강인한 손의 조화...그게 바로 음식과 마사지로 대변되는 태국에서의 휴양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