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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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난닝거와빤스 18 700
박인환의 시와  그리고,  그림 2 점..., 가을이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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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박 인 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낡은 잡지雜誌)의 표지(表紙)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木馬)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18 Comments
시골길 2012.08.16 23:31  
그림... 좋습니다.. 와우.. ^^
난닝거와빤스 2012.08.17 08:57  
감사 합니다, 시골길님~

언뜻 언뜻 스치는 선선한 기운에, 무작정 떠나고 싶은 때 입니다..ㅎ
아프로벨 2012.08.17 00:29  
여고 다닐때 마음 맞는 친구들과(수필이나  시를 쓰던,,,)명동과  덕수궁과 광화문을-----
여드름 투성이의 얼굴에 어울리지도 않게 쓸쓸한 정서를 일부러 애써  자아내며
시인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와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을  읊조리며 쏘다녔었어요.

아마,,,,
시인 박인환님과 노래를 부른 임만섭씨, 나애심씨, 박인희씨도
명동,,,덕수궁 돌담길과 정동의 언덕길, 광화문 근방을  쓸쓸한 정서로 배회 했을거예요.
전쟁 중 또는 휴전 직후라  폐허가 된 명동도 정동 길도 을씨년 스러웠겠지요.

'목마와 숙녀'도 참 아름답고 지성적인 시이고,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도 무척 서정성이 짙은 것 같네요
 
두 시 모두,,,,
젊은 시인 박 인환이 망우리에 묻혀 있는 그의 애인을 회상하며 쓴 시 라고 합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황폐함과 상실의 시대에서 느꼈던 젊은 지성인의 정신적 아픔,
그리고 사랑에 대한 추억의 정서가  지나치도록 슬프고 아름다운것 같아요.

1956년 이른 봄 저녁 명동에 있는 배우 최불암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은성’이라는 술집에서
박인환, 나애심 이진섭등 몇몇 시인과 예술인들이  모여서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그때 박인환이 즉석에서 시를 썼고. 그 시를 읽어 본 이진섭이 즉석에서 작곡을 하고
나애심이 즉석에서 그 노래를 불렀다는군요.

몇 시간 후 합석을 한 젊은 테너 임만섭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노래를 폭팔적인  성량과 미성으로  불러, 
희미한 백열전등이 켜진 초라한 목로주점 같은 은성 주점  문 앞에 길 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박인환 시. 임만섭의 노래를 들었다고 합니다.

가난했지만,  감성과 지성으로 충만했던 한 젊은 시인이 그 꿈을 펼칠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이었지만,,,
낭만과 지성의 대화로 은성주점과 명동의 밤을 밝혔을 그분,,,박인환.


올려주신 그분의 시를 다시한번  노래합니다.


그림.
저는 그림은 잘 모르나,,,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저,,,,보라색,  퍼플, 라벤더 색 너무 좋아합니다.
난닝거와빤스 2012.08.17 08:58  
안녕하세요.~  아프로벨님..



글로써 그림을 그리시는 듯, 눈앞에  선하게 보입니다...

단발머리,풀먹인 하얀 카라 의 검정교복 그리고 청색 책가방..,친구들과  재잘 거리며 걸어가던  여고생들..

까까머리,약간 눌러쓴 챙 있는 모자, 얼룩덜룩 교련복에 국방색 책가방, 단체 덕수궁 전시회 갔던 고교 시절...


덕수궁 돌담 길, 국제극장, MBC 방송국.., 함박눈 내리던 그 겨울의 광화문 4거리를 걷다가 경복궁 앞...

프랑스 문화원 지하에서,읽을 줄도 모르는 영어 자막의 프랑스 영화보면서

알랑드롱,쟝폴 베르몽,쟝 가방..등을 흉내내며, 마냥 꿈을 꾸던  그시절....^^


삶이란 매 순간 순간을 견디는 것 같습니다..,

좋은 순간이던, 나쁜 순간이던 단 한번 밖에 없는 소중한 시간의 조각들...,

아무리 많은 돈을 낸다해도,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이 순간..,

지금 글을 읽는, 바로 이 순간도 지나가면 영영 볼수 없겠지요..,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야 겠다고 다짐 하지만..,

습관처럼 또 다시 망각하는 어쩔수 없는 한계에 씁쓸 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야 겠지요, 오늘은 또 뭔가 새로운 일들이 일어날까 흥분하면서..,

음악에 취하며,그림도 그리고, 걷다가, 차 마시고,영화도 보고...,그러다 가끔은 서러움에 울기도 하고..,

이 모듣 것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같은 순간은 절대 없으니 까요...


이렇게 삶은, 순간 순간을 견디어 나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P.S. ; 타고난 문학적 감성이 부럽습니다...




,
세일러 2012.08.17 11:39  
아프로벨님, 정말 풍부한 감수성과 표현력을 갖고 계시는군요.
난닝거님 말마따나, 글로서 그림을 그리는 듯, 눈앞에 선하게 펼쳐집니다...

한때 저정도는 아니어도 나름 넘치는 감수성이 있었는데, 이젠 삶에 찌들었군요.
지나간 시절 그 분위기야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겠지만,
덕분에 잠시 저도 감상에 젖었습니다...
난닝거와빤스 2012.08.18 07:55  
반갑습니다, 세일러 님~

ᄒᄒ 찌든 삶도 인생톱니바퀴의 한부분이니 다른톱니처럼 귀중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없었다면  톱니바퀴는 돌지 못했을테니...

어느인생이나 즐겁고 힘든삶이 공존 하는거 같습니다,동전의 양면 처럼...
물론  세일러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진가 2012.08.17 08:19  
아침을 시작 하는데....좋은 그림,좋은글 ..감사 합니다^^*
난닝거와빤스 2012.08.17 09:06  
감사 합니다~ 진가님..,
오늘은 또 어떤일들이 생길까..,
매일 아침, 기대속에 하늘을 봅니다...^^
구엔 2012.08.17 08:35  
중, 고등학교때, 연습장을 사면 표지에 그림과 함께 이해인 수녀님의 시 같은 글들이 예쁜 글씨로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목마와 숙녀는 그런 연습장 표지에서 처음 본거 같네요.  잘 봤습니다.
난닝거와빤스 2012.08.17 09:17  
감사 합니다, 구엔 님~,

초등학교때 몽당연필을 볼펜에 끼워  끄적거리며, 지우개로 지웠다 다시 쓰고..,

갱지 연습장에 연필로 쓰고, 그위에 볼펜으로 다시쓰며 공부하고..,

샤프펜슬 쓰던 친구가 마냥 부러웠던..,없던 시절이지만, 그래도

꿈만은 마냥 컸던 소중한 시간 이었지요...^^
sarnia 2012.08.17 10:23  
와우 ^^ 윗 그림 여인 참 느낌이 좋습니다. 딱 제 스타일이네요.

박인희가 낭송하는 시를 배경으로 음악이 깔린 유튜브도 있는데,,,

http://www.youtube.com/watch?v=avzMDEvawdA

전 어렸을 때 박인환과 박인희가 남매지간인 줄 알았어요.
난닝거와빤스 2012.08.18 07:31  
감사합니다  sarnia  님 ~

그림이 마음에 드신다니....

시인은 이 시를 쓴후 얼마후에 세상을 떠났지요...
그를 신랄하게 독설하던 친구 김수용 시인 도
그를 그리워 할 정도로 매력 있는 박인환 ...

시 낭송 하던 박인희는 이름만 비슷한 가수지요, 아마..., ^^
적도 2012.08.17 11:29  
정말로 갖고싶은 그림입니다!!
난닝거님의 그 솜씨가 부럽습니다.
그리고 저 목마와 숙녀를 듣거나 보면 왜 저는 이장희의 이것이 생각날까요??

제 연인의 이름은 경아였습니다.


나는 언제든 경아가 아이스크림 먹는 것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제가 경아의 화난 표정을 본 적이 있을까요?
경아는 언제든 저를 보면 유충처럼 하얗게 웃었습니다.
언젠가 저는 경아의 웃음을 보며 얼핏 그 애가 치약 거품을 물고 있는 듯한

착각을 받았습니다.

부드럽고 상냥한 아이스크림을 핥는 풍요한 그 애의 눈빛을 보고 싶다는

나의 자그마한 소망은 이상하게도 추위를 잘 타는 그 애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가 만난 것은 이른 겨울이었고 우리가 헤어진 것은 늦은 겨울이었으니
우리는 발가벗은 두 나목처럼 온통 겨울에 열린 쓸쓸한 파시장을 종일토록 헤메인
두 마리의 길 잃은 오리새끼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거리는 얼어붙어 쌩쌩이며 찬 회색의 겨울바람을

겨우내내 불어 제꼈으나 난 여늬 때의 겨울처럼 발이 시려서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경아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봄이건 여름이건 가을이건 겨울이건 언제든 추워하던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따스한 봄이라는 것은 기차를 타고 가서 저 이름 모를 역에 내렸을 때나

맞을 수 있는 요원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우리는 빙하가 깔린 시베리아의 역사에서 만난 길 잃은 한 쌍의 피난민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서로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열아홉살의 뜨거운 체온 뿐 그 외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그 외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가 그 겨울을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는 것은 나의 체온엔 경아의 체온이

경아의 체온엔 나의 체온이 합쳐져서 그 주위만큼의 추위를 녹였기 때문입니다.

 

경아는 내게 너무 황홀한 여인이었습니다.
경아는 그 긴 겨울의 골목입구에서부터 끝까지 외투도 없이 내 곁을 동행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봄이 오자 우리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헤어졌습니다.

 그것 뿐입니다

 이장희-겨울 이야기[3](75년)|
난닝거와빤스 2012.08.18 07:39  
잘 지내시죠, 적도님~

그림이  느낌이 좋다니 감사합니다....

이장희.., 로맨티스트로 알려진대로 사랑도 따뜻하게 했네요...,

글을 읽다보니  처음으로,하지만 마지막으로 마음 준 옛 사랑이 생각나는 군요...,
한때는 모든 순간을 그사랑으로 즐겨했었는데....
하늘빛나그네 2012.08.17 14:14  
우왓!!! 그림 참 좋네요. 왠지 모르게 아련합니다.
난닝거와빤스 2012.08.18 07:46  
고맙습니다, 하늘빛 나그네 님~

잘 아시는대로 아마도 바이올렛 색감 때문이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래전부터 그  색감에 빠져 있네요...^^

항상  좋은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공심채 2012.08.18 13:41  
시인의 마지막 시인 '세월이 가면'을 어제 인터넷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오늘 목마와 숙녀를 여기서 마주치네요. 뭔 일인지.. 그냥 가기 뭐해서 어제 봤던 '세월이 가면' 노래를 링크합니다. 박인희님 목소리입니다.
http://mode21c.blog.me/110102890523
난닝거와빤스 2012.08.19 01:03  
안녕하세요, 공심채 님 ~

많은 감성들이 가을문턱에, 명동백작 박인환 시인에 끌리나 보네요 ~

세월이 가면, 이 시를 쓰고 3일뒤 세상을 떠난 그 날이 1956년 3월 20일...
아마도 가을 같은 봄날 이었나보네요....,

노래 잘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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