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먹을 때 먹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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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먹을 때 먹더라도......

sarnia 11 1226

벌써 2 년 가까이 전 일이네요.

 

물론 저는 말로만 들었던 촛불시위 때 이야기예요. (여기가 대한민국방 이었다면 촛불시위가 아닌 촛불항쟁이라고 했겠지만 여기서는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할게요)

 

아시는 분은 알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겠지만 그 때 한 대학생이 이런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反촛불 홀로시위를 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도 용서 못했던 조승희를 용서한 나라, 그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그 팻말을 처음 봤을 때 좀 어리둥절했었어요.

 

순간적으로 ‘조승희가 누구지’ 했던 거죠.

 

1 초 뒤에야 그 조승희가 버지니아텍 총기난사사건의 주역 그 조승희 라는 것을 떠 올리고 약간 어이 없어 했던 적이 있어요.

 

왜 어이없어 했는지 이유는 말 안 할래요.

 

그 이유를 여기서 설명하면 저 대한민국방으로 이사가야 하거든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말하자면 적(?)의 심장부 한복판에서 혼자 팻말을 들고 비를 맞으며 오돌오돌 떨고 있는 학생을 보고 저는 동문회 게시판과 제 친구들이 많이 활동하는 어느 단체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어요. 

   

거꾸로든 바로든 역사란 용기와 비판의식을 겸비한 사람들에 의해서 움직여져 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처음 하는 얘긴데 나는 ‘묵묵히 자기 맡은 일만 충실히 하는 스타일의 사람들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말은 별로 믿지 않는 편입니다.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사람들, 흩어져 있는 에너지와 상호교감을 조직하고 변화를 위한 동력으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일단 지금까지 정리한 생각을 과감한 공개발언과 행동을 통해 검증 받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항상 새 세상을 열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한국 사회를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끔은 배가 산으로 올라 갈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역동성이 지난 20 년 간 대한민국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같은 이유로 나는 일단 이X진 씨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품성의 바탕은 싹수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

그랬더니 한국에서 막 국제전화가 오더라고요.

 

한 후배는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 노망났소?”  

 

나는 별 말 한 것도 없는데…… 나는 그저 수 십만 군중 속에서 맞아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혼자 자기 할 말을 하며 서 있는 모습을 한 번쯤은 칭찬해 주고 싶어서 품성의 바탕은 싹수가 있어 보인다는 글을 올린 것뿐 인데……   

 

그 때 저는 대한민국에서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결코 그 품성의 바탕에 싹수조차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우리 또래가 아닌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오래 전에는 제게 우리 세대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이 있었어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시대감각이 뛰어나고 진보적인 동지의식으로 가장 오랜 세월에 걸쳐 연대하고 있는 특이하고 명민한 또래집단

 

그런데 요새는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개별주제에 대해 명쾌한 논리와 설명을 담보하고 있더라도 사고가 경직되고 배타적이어서 소통이 불가능하다면 진보라는 말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바로 며칠 전에 이 게시판에도 올린 적이 있는 아랑 전설 이야기

 

한국에 있는 어느 목사님이 (이 분이 나중에 제게 사과는 하셨음) 자기는 그게 진짜 인 줄 알았다며 막 언짢아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지금 천안함 침몰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때 인데 만우절이라도 농담은 자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요.

 

속아서 화가 났다는 건지, 아니면 천안함 침몰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데 낫살이나 먹은 작자가 그런 장난을 쳐서 화가 났다는 건지는 잘 구분이 안 갔는데, 어쨌든 그 분에게는 좀 대차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대꾸를 해 주었어요.  

 

농담은 수위조절의 문제고 제가 올린 글은 농담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우절 장르를 빌려서 한 것 뿐이라는 것을 이미 이야기 했다고.

어떤 경우에도 삶의 일상이 정지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극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일어나는 거고 삶의 한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개인 개인이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건 당연한 인지상정이지만 '집단 분위기'를 조성해 무엇을 자제하라고 하는 요구에는 절대로!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고.

그 분의 말씀 중 제가 진짜 동의 할 수 없었던 부분은 온 국민이 슬픔이 빠져 있으니 농담을 자제해 달라는 말씀이었어요.

 

이 말은 상식적으로 온당한 것 같지만 지극히 위험한 함정을 내포하고 있는 경직된 집단사고를 강요하고 있는 말이거든요.

 

농담을 자제해 달라는 말속에 감춰진 판도라의 뚜껑을 열어보면 자제할 사항이 농담 뿐만이 아니라 수 백 가지도 넘을 것이고, 슬픔에 잠겨 있다는 온 국민이 해야 할 단체행동이 '자제' 뿐 만이 아니라 역시 수 천 가지로 번식해 나갈지도 몰라요.    

 

전체주의의 비극은 이렇게 그럴듯해 보이는 상식을 면밀한 검증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마냥 고개를 끄덕 끄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위에 열거한 두 분 (제 후배님과 어느 목사님)의 교조적이거나 경직된 사고의 사례는 그 분들만의 책임은 아닌 것 같아요.

 

세상을 혼자 통달한 척, 마음이 넓은 척, 예의 바른 척하며 똥 밟은 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토론 주제의 핵심을 중심으로 필요한 이야기만 간결한 문장으로 할 줄 아는 능력이 참 중요한데 불행하게도 우리 40 대 이상은 이런 훈련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그저 일방적인 지시사항 아니면 전달사항만 주고 받았지 토론이라는 걸 해 본 경험이 별로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이견에 대한 존중이라든가 상대에 대한 배려같은 것을 교육받을 기회역시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한 예로 요즘 처지가 참 곤란해 진 어느 교육자께서는 옛날에 교장 선생님을 할 때 교직원들이 발언하고 토론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 '상명하달 군사문화의 전형이었다고 하지요.

 

학생들은 오다가다 교사나 교직원을 마주칠 때마다 군대식으로 구호를 붙이며 거수경례를 하도록 강요받았구요.

 

그 학교 경례구호가성!실!이었던 모양인데 조회시간마다 일부개념 있는학생들은 거수경례를 할 때!!’ 하고 외쳤다네요.

 

제 친구 이야긴데 그 학교 출신이 하는 말이니 사실일 거예요.

 

이런 문화에서 자라 온 세대니 어떤 때는 가마떼기처럼 아무 말 못하고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가 어떤 때는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싸움박질을 벌이기 일쑤이지요.

 

싸움을 말로 하는 법을 배운 적이 극히 적으니까.

 

그러니 저나 앞에서 예를 든 그 분들이나 경직의 편린들이 남아 있을 수 밖에요.

 

제가 요 며칠전 어느 댓글에서 태사랑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 건 인사가 아니라 진담 이예요.

 

사람 사는 세상에서 미담만 있는 건 아니고 때로는 싸울 수도 있는 것이죠. 

 

문제는 어떻게 싸우느냐 하는 것인데……

 

어느 분의 여행기에서, 정중하지만 시비조의 댓글들을 놀라울 정도로 멋지게 순화시켜 넘기거나, 심지어 어느 두 분이 개인적인 문제로 심각한 언쟁을 하면서도 차분하게 선을 넘지 않는 예절을 보여 준 사례는 제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의견이 다를 수 있는 정치 종교적인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공세적인 언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면 (심지어 여행기에서 조차) 사과드리구요.

 

앞으론 조심할게요~

 

저는 앞으로 말은 아주 조금씩만 하고 (사실 별로 말을 많이 한 것도 없지만) 많이 들으려고 한답니다^^

 

 

 

 

etc_29.gif 태국 시위 중 돌아가신 시민과 군경 유가족 여러분께 조의를 표 합니다.  etc_29.gif

 

(태국말로 쓰고 싶은데 까막눈이라 쓸 도리가 없네요……)

 

11 Comments
수이양 2010.04.13 10:18  
정치에 상식이 있었던가요 ㅎㅎ...
sarnia 2010.04.13 10:36  

없었다고 봐야죠.

근데 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던 거 같아요^^

수이양 2010.04.13 15:30  
그건 사람이 정치를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sarnia 2010.04.14 01:57  

좋은 아침. 여기는 아침이랍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단문답식 대화를 좋아하시는 거 같으니까 저도 가능한 한 간단하게 말 할게요.  

 

첫째, 제가 놀란 게 있는데 시도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20 % 내외더라구요. 다른 지방선거도 마찬가지구요. 조직력이 가장 뛰어난 후보가 당선될 수 밖에 없는 이런 상황에서라면 정치에 시니컬한 분들이 정치하는 사람들 탓만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수이양 님이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둘째, ‘사람의 한계에 회의가 들어 하신 말씀이라면 그냥 이렇게 생각하시는 건 어떨까요?  

 

국가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계급과 이익집단 그리고 이념집단이 함께 존재하잖아요.

국가는 가족공동체의 확대도 아니고 태사랑 같은 친목카페도 아니지요
.

한마디로 가족이나 태사랑과는 그 공동체 개념과 존재양식이 다른데요
. 국가 같은 공동체에서의 최선의 정의란 추상적인 애국심이나 공동체 사랑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국가 공동체에서의 최선의 정의'란 이해를 서로 달리하는 여러 계층과 이념집단간의 긴장과 균형에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결과물이라는 게 제 생각이예요
.

 

이 말은 그 긴장과 균형을 유지하는데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나쁜 결과, 즉 그 균형이 깨어져서 어느 한쪽의 극단적인 이익만을 대변하는 권력집단 (예를 들면 나찌 정권) 이 등장한다면…… 그 결과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어디 하소연 할 데가 있나요
?

 

제 답변이 수이양 님의 질문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동문서답일 수도 있는데요. 정치는 피사체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일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물론 제 생각이지만 의견이라기보다는 확신에 가까운 거구요.

 

그리고 또 이야기 하지만 제 본문의 주제는 정치가 아니라 소통이랍니다^^

 

sarnia 2010.04.14 05:07  

, 사실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잊고 나갔군요. 그래서 다시 들어왔습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제가 한국을 떠난 게 1990 년 인데요. 92 년부터 2007 년까지 무려 15 년 간 한국에 단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었어요.

 

2007 3 월에 15 년 만에 고국을 방문했지요.

 

그 때 약 열흘간 한국에 머물면서 저는 무척 놀랬는데…… 많이 변했더라구요.

 

사람들이……

 

쉽게 말하면 15 년 전에 비해 사람들이 무척 착해지고 예의 바르고 비교적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변해 있더라는 거예요.

 

아마 한국에서 계속 살아오신 수이양 님은 느끼지 못 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 때 분명히 그걸 피부로 확실히 느꼈거든요.

 

사람이란 혼자 도를 닦아서 변화하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존재인 것 같아요.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신뢰한답니다^^

 

어쩌겠어요. 혼자 무인도에 가서 살든가 하지 않는 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주신 질문 저는 이렇게 되돌려 드리고 싶은데요.
 

 

'사람이 정치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사람이 친구를 사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이 두 문장 사이에 다른 점이 있나요?  

 

시골길 2010.04.13 11:39  
뭐..촛불시위나  단독 피켓시위나...자신의 의사를 표출한다는 의미에서는 아무런 시비꺼리가 아니지요...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다양성이 도출되고. 순화되어서  '여론' 혹은 '시대사조'라는 결과물을 낳기도 하지요..
그런데 정작문제는 정치지도자나 심지어 전향적인 시선으로 시대를 읽어 내려야 하는 특정 언론들마저 저런 방식에 대하여, 지극히 자기 편향적인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고... 그에 더하여 교조적이면 전체주의적인 사고와 행동양식에 길들여진 부류에서는 저러힌 것에 대하여 강하게 비난하면서, 집권 정치세력에게 무비판적으로' 힘을 실어주자~'라는 양상이 된 것이죠..

결국 제 생각에도 ,정치 혹은 시스템의 과오가 아니라 그것을 향유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가장 큰 문제인셈이죠..... <==  저두 촛불에 적극 동참한 사람으로서 덧붙이자면, 핵심은 친미 혹은 반미의 문제가 아니었지요.. 정치지도자의 철학부재, 국격에 맞지 않는 자존심의 파탄이..그것을 국익이라면서 강요한 것이 바로  소고기문제에 대한 촛불시위의 바탕인 것입니다..^0^
sarnia 2010.04.13 12:48  
저 역시 시골길 님과 마찬가지로 쇠고기문제의 핵심 주제는 친미 반미의 문제가 아니라 검역과 외교통상주권에 대한 문제였다고 생각한답니다.
 
어쨌든 촛불 이야기는 하나의 사례를 가져오기 위한 매개수단이었고요. 이야기라고 싶었던 것은 다른 주제였는데...... 

저는 정치의 문제역시 당파의 문제가 아닌 사람과 문화의 문제로 담아가는 노력을 했으면 한답니다. 

제 본문의 주제는 정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간의 관계의 미학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인데, 그 아름다운 관계를 방해하는 교조와 경직의 사례를 보수에서 뽑아내려다 보니까 너무 상투적인 것 같아 제 주변에서 가져 온 겁니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고 공정해 보일 것 같아서요^^. 사실 교조와 경직은 보수진영만의 전유물은 아니거든요.

어쨌든 본문주제는 아니지만 한 마디만 덧 붙히면, 정치란 우리의 현실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삶의 부분인데요. 싫다고 외면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지금 천안함 문제를 보세요. 미국과 한국정부마저도 두려워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요. 다시 '대화와 소통의 예술' 이야기로 돌아갔으면 하는데요. 

더 이야기 하실 분 있으면 더 하시고요. 없으시면......    
포맨 2010.04.13 17:21  

말씀대로... 여기까지가 딱 좋겠네요...

이상 태사랑 노숙자의 의견입니다....42.gif

sarnia 2010.04.14 02:07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적도 2010.04.13 20:54  

미국과 한국정부마저도 두려워하고있는....
어쩌면 상대는 간이 배밖으로 나온.......

sarnia 2010.04.14 02:08  
서로 곤란한 게 있는 모양이죠. 하는 소리마다  횡설수설이라 저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영구미제사건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거 같은데요.

참, 소통 이야기 하지않고 정치나 남북문제 이야기하실 거면 대한민국방에 새 창을 열어주시구요.

시간도 다 된 것 같은데 토론 여기서 이만 끝낼까요? 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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