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야... 너무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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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야... 너무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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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일요일 아침에는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사 들고 두 블록쯤 떨어져 있는 스타벅스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그 책도 내가 가져 온 게 아니고 스타벅스가 들어가 있는 Chapter's 서점에서 가져온 것이다.

 

커피는 스타벅스보다 맥도널드의 Roast Coffee가 입맛에 맞아서고 소파는 스타벅스 것이 훨씬 푹신한 게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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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혹시나 해서 사진있나 찾아봤는데 역시나 있다. 맥도널드 커피를 가지고 Chapter's 에서 책을 한 권 뽑아들고 스타벅스로 가는 도중에 찍은 사진. 이 사진은 아마 작년 가을에 찍은 것인 듯 하다.  

 

스타벅스에 약간 미안하니까 자리 값으로 cheese cake 하나 사 주는데 우리 동네 스타벅스의 장점은 대형 서점인 Chapter’s를 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건 스타벅스의 비즈니스 전략이기도 하지만 손님들이 자리에 퍼 질러 앉아 얼마나 오랫동안 먼 지랄을 하든 staff 들이 일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타벅스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 Chapter’s 서점의 International Travel Section 에 가서 보면 태국에 관한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나라별로 분류하면 아마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쯤 될 것이다. 캐나다에서도 그 먼 나라까지 많이도 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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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오늘은 안 갔다. 좀 기분이 꿀꿀해서……

 

아침에 뭔가를 찾다가 지하실 한 구석에 처박아 놓았던 내 여행용 숄더 백 안에서 웬 작은 화장품 곽을 하나 발견했다.

 

처음에는 이게 어디서 난 거지?” 하고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다듬어 보고 나서야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작년 가을에 한국에 갈 때 당시 고3 (지금은 대학 1 학년)짜리 조카에게 주려고 비행기에서 산 것인데 여태까지 잊어먹고 있다가 오늘에야 발견한 것이다.   

 

SK-II 라는 상표의 아이크림이다.

 

작년에 태국에 다녀 온 뒤 한국에 들러서는 또 4 일 간 국내여행을 했다. 그렇게 싸 돌아다니면서 그냥 잊어 버린 것이다.

 

10 21 일 수요일 날 캐나다로 돌아가는 데 출국날짜가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월요일 오밤중에야 조카 생각이 났다.

 

조카 여섯 명 중 다섯명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살고 있고 그 아이만 유일하게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비록 매년 갈 때 마다 보긴 하지만 이번에도 한 번 만나고, 용돈도 좀 주고 오는 게 당연했다.   

 

집으로 걸까 하다가 너무 늦은 시간이라 부랴부랴 리스트를 뒤져 그 아이 셀로 전화를 때렸다.

 

, 막내 삼촌 언제 오셨어요?”

 

명랑한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한다. 그 시간에 아직 학교에 있단다. 수능이 며칠 안 남아서.

 

내일 학교 제끼고 삼촌하고 같이 쇼핑갈까하고 물어보니까  “응, 그건 곤란한데……” 하면서 토요일 날 어떠시냐고 물어본다. …… 토요일에는 삼촌이 한국에 없는데……

 

. 내년에 또 오니까 그 때 보던지, 아니면 내년 여름에 삼촌한테 한 번 놀러 와도 좋고……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는 일인데 조카와 전화를 하면서도 걔 주려고 아이크림을 샀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다.

 

내 서울 숙소가 동교동이고 걔 학교는 경희대 근처라 좀 멀긴 하지만,

 

내가 그 때 조카 주려고 비행기에서 그 아이크림을 샀다는 사실을 기억했다면 아마 그 선물을 전달한다는 핑계를 대고서라도 그 아이를 찾아갔을 것이다.

 

동교동에서 휘경동이 멀다고 조카도 보고 오지 않은 주제에 도대체 캐나다에서 태국까지는 뭘 보겠다고 또 간다는 건지…… 그냥 스스로에게 좀 한심해져서 그냥 오늘은 집에 죽치고 있었던 것인데,

 

그냥 집에 있기도 심심해서, 또 새삼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해서 조카에게 태국 이야기를 멜로 보내려고 작년에 쓴 여행기를 몇 개 추려봤다.

 

가만히 읽어보니 뭔 여행기에다 정치적인 소리들을 그렇게 잔뜩 늘어놓은 것인지 내가 봐도 좀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런 사족들 솎아내고 추려내고 다시 엮으려다 보니까 쌩으로 여행기를 새로 쓰는 꼴이 되고 말았는데.

 

어쨌든 오늘은 그렇게 일요일 하루를 바쁘게 보냈구만……       

 

뭐, 어쨌든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5 개월 전에 구입해서 오늘에야 발견한 그 아이크림은 어떻게 처리할 까 고민했는데,

 

올해 한국 갈 때 조카에게는 당연히 새 선물을 사다 주는 게 도리고,

 

지금은 따로 살면서 그냥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와이프한테 주자니 ‘이 인간이 곧 죽으려고 생전 안 하던 짓을 하나걱정 할 것 같고,

 

7 년 전 담배를 끊었을 때 남아있던 담배보루를 모두 노숙자에게 주어버렸던 일이 생각나서, 다운타운으로 나가 어느 여성 노숙자에게 주고 올까 생각해 보니까 그것도 좀 그렇고,

 

결국 그냥 내일부터 내가 사용하기로 했다.

 

사용법을 읽어보지도 않았고 검색해 보지도 않았는데, 우선 면도용 크림으로도 사용해 보고, 용기가 아주 작으니까 비행기타고 어디 갈 때 핸드크림 대용으로 Flight Security Bag에 넣고 다녀도 안성맞춤이고, 아이크림이라니까 가끔 눈 밑에도 대충 찍어 발라 보고, 뭐 그러면 될 것 같은데…… 

 

혹시 어떤 사연으로 아이크림을 사용해 보신 남자분들 없나요.ani_25.gif

  

 

 

 

 

 

 


14 Comments
케이토 2010.03.22 10:49  
결국 사용하시기로 하셨다는 대목에서 지각출근 중에 그냥 웃음이 나버렸네요 ^^;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리플달고 있는;;)
아이크림 그냥 눈가에 마사지 하듯 펴말라 주시면 다크서클과 주름개선에 좋답니다.
성별은 중요하지 않아요 ㅇㅅㅇ! ㅎㅎ

그나저나 저도 스타벅스는 서점끼고 있는 곳 좋아해요 ;-)
일본에는 츠타야라는 서점에 별다방이 꼭 꼭 있던데, 역시 전략이었군요!
sarnia 2010.03.22 10:56  
아, 그렇군요. 그럼 내일부터라도 열심히 사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주름같은 건 없는데 예방효과도 있겠지요^^
케이토 2010.03.22 10:57  
내 개선보다는 예방이 중요하지요 ;-)

저희집 마마님께서는 훅 가기전에 아이크림부터 챙겨바르라고 하시는데
저는 이미 만성 팬더라 개선의 여지가 없네요 ㅡ,.ㅡ;;;;
채만프로 2010.03.22 13:11  
그 상표는 에센스나 팩이 인기입니다 .. 전 주로 화이트닝 에센스를구입해서쓰는데 .^^
라프레리나 시슬리보다 가격이낮고 젊은사람들한테인기이긴한브랜드이나 ...수능본다는 젊은 처자가 아이크림은 필요가없을거같은데 .....영양크림하고 아이크림이 일반적으로 가격도 비싸지요 양도 상당히 적고 ,. 젊은 언니들한테는 그냥 큰병에 들은 화장수나 색조화장품과 클린징같은게 더 좋은선물일거같은데요. .그건 사모님한테 주시면 좋을겁니다 ..제가 지난 구정선물로 어머니한테 시슬리 아이크림사다드렸는데 ...화장품가게 직원한테. ."60먹은노인네 선물할거좀담아봐여~~!! " 그랬더니 그제품가져와서 그걸로사다줬어요 ..  주변에 눈가에주름으로 걱정하시는분한테 주면 정말좋은선물이될겁니다. .더우기 유통기한도 남았고하니. ...
필리핀 2010.03.22 12:18  
읽는 내내 아이스크림으로 보였어요...28.gif
쮸우 2010.03.22 15:55  
아이크림 미리미리 발라두세염...
한순간입니다. 남자들도 관리가 필요함!!! ㅎㅎ

sarnia 2010.03.22 21:50  

아고. 오늘 뚜껑 열고 한 번 써서 사모님이고 뭐고 아무한테도 못 줍니다. 그냥 내가 써야지요^^ 

안에 웬 밥주걱을 닮은 플라스틱 조각이 있네요. 그걸로 퍼서 쓰라는 것 같군요. 54.gif 

moonbear 2010.03.22 23:45  

아주 건조한 캐나다 겨울날씨엔 남자도 아이크림 사용해도 될것같아요.  저도 chapters 나 반즈앤 노블스에가서 동남아여행책 잔뜩 쌓아놓고 커피한잔에 우울한 오타와 겨울을 이겨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책안에 나오는 파란바다랑, 따뜻한 햇살, 키가큰 코코넛 나무보면 얼마나 가고싶던지.... 벋뜨 하지만 전 내일 드디어  방콕으로 뜬답니다.하하하!!! 

수이양 2010.03.23 11:32  
고3부터 아이크림을.. ㄷㄷ 난 이 나이 먹어더 아이크림 나도 안 바르는뎀..


구찮아서 거거 참..


sarnia 2010.03.23 12:04  
잘 몰랐어요.

20 대 초반 여자 조카아이에게 선물할 화장품 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걔가 20 대 초반이 아니고 열 아홉살이더라고요) 승무원 누님이 뭐라고 뭐라고 하는 거 그냥 건성으로 듣고 너무 싸지도 않고 너무 비싸지도 않은 거 그냥 포인팅 했거든요......

주도 2010.03.23 14:18  

아이스크림으로....

이상하다 했네요... 너무오래살았나!

sarnia 2010.03.23 14:38  

아이스크림이었다면...... 아마 저는 'SK-II 말고 하겐다즈를 달라고 했을 거예요54.gif

어랍쇼 2010.03.23 18:17  
저는 무엇보다.....
핸드크림 대용으로....라는 말에  허거거거걱!!!!  흠흠..SK2님께 대신 사과 드리구요...
아니 어찌....그 고귀한 15ml밖에 안되시는 여리디 여린 아이크림님을...
핸드나 에프터쉐이브로 바르실 생각을....ㅎㄷㄷ
꼭 네번째 손가락으로 살살 펴발라 톡톡 스며들게 발라주셔야만 해요~~!!!!
그담엔 꼭 " 아~에~이~오~우~" 잊지 마시구용!! ㅋㅋㅋ
sarnia 2010.03.24 02:25  
무식해서 그랬나봐요. 여러분의 조언을 듣고 눈가에만 바르기로 했지요.

아이크림께서 필요없는 조카애한테 쓸데없이 가지 않고 내 곁에 머물게 된 사연도 보이지 않는 순리의 법칙이 작용한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 지는군요**
열심히 바를께요.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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