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잃고 홀로사는 인도여자 이야기

홈 > 커뮤니티 > 그냥암꺼나
그냥암꺼나
- 예의를 지켜주세요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 연애·태국인출입국관련 글 금지

- 국내외 정치사회(이슈,문제)등과 관련된 글은 정치/사회 게시판에 

그냥암꺼나2

남편 잃고 홀로사는 인도여자 이야기

sarnia 14 1195

오늘 오후에 잠시 짬이 나서 보게 된 인도영화 Water를 보고 느낀 점을 몇 자 적습니다. 토론토 영화제에 출품할 때는 이 영화의 국적이 캐나다였습니다. 아마 감독이 인도 출신이지만 캐나다 시민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인도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인도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저는 이 영화를 인도 영화라고 부르겠습니다.  

Deepa Mahta 감독의 Water는 그 플롯이나 메시지도 훌륭하지만 몇 대사가 던지는 비수 같은 문제제기가 가슴에 와 닫는 영화입니다. 10 년 전쯤 이 감독의 또 다른 작품 Fire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인도사회에서는 어느 종교커뮤니티에서건 철저한 금기인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데 올케와 시누이가 벌이는 멋진 베드신이 통쾌하고도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Water 1938 년의 인도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남편을 잃고 홀로된 여자들이 겪는, 분노가 치밀 정도의 잔혹한 속박과 굴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여자들에게 잔혹한 굴레와 속박을 강요하고 있는 주체는 물론 그 사회를 지배하는 종교와 사회관습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見Ⅹ?lt;/SPAN> ‘남편 잡아먹은 여인들이 신의 명령에 따라 가야 하는 수용소입니다. 어떤 종교에 소속된 하나님이 그 따위 명령을 내렸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 하나님을 그 수용소에 처박아 넣고 싶을 정도의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수용소에 강제로 끌려들어 온 여인들의 수입원은 구걸과 매춘입니다.

저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두 명이라고 봅니다. 한 명은 결혼하자마자 늙은 남편이 죽는 바람에 첫날 밤도 치르지 못하고 친정 아버지 손에 이끌려 이 수용소에 끌려 온 여덟 살짜리 꼬마 과부 Chuyia 이고, 또 한 명은 아홉 살 때 비슷한 경위를 거쳐 이 수용소에 들어 온 뒤 매춘으로 이 수용소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젊은 과부 Kalyni 입니다.

젊은 과부는 한 유복한 자유주의자 청년과의 사람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슬픈 자살의 길을 택합니다. 꼬마 과부는 그 수용소에서 평생을 보낸 어느 중년 과부의 손에 이끌려 마침 감옥에서 풀려나 이 지방도시 기차역에서 기도집회를 하는 마하트마 간디의 연설을 듣게 됩니다.

기도집회를 마치고 기차를 타고 떠나는 간디와 지지자들을 향해 중년과부는 꼬마과부를 안아 들고 달려갑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여러분들 중에 누군가가 제발 이 아이를 데리고 떠나달라고…… 이 꼬마과부는 그렇게 기차를 타고 속박의 도시로부터 떠나갑니다.

그러니까 죽은 젊은 과부는 그 사회의 비극적 절망을, 기차를 타고 떠나는 꼬마 과부는 그 사회의 혁명적 미래를 각각 상징하는 셈입니다.

방금 한 번 본 영화를 가지고 더 깊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무리라 이만 줄입니다. 다만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게 남아 있는 대사 두 개가 생각나 소개합니다.

신앙심이 깊어 평생 재혼을 하지 않고 수용소에서 보낸 어느 중년 과부가 근엄한 설교자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What if our conscience conflict with our faith?” (양심이 신앙과 맞지 않을 땐 어떡하죠?)          

그 과부가 질문을 하기 직전 그 설교자는 그 과부에게 간디의 석방소식을 전하며간디야 말로 마음에서 울리는 양심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라며 똥 밟은 소리 (실천은 없이 말로만 지껄이는 위선적인 소리를 다섯 글자로 줄인 말)를 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에 불과하지만 마하트마 간디가 기차역에서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말 입니다.

“For long time, I have believed God is truth, but now I believe truth id God”

간디가 했다는 이 말의 한국어 번역은 각자의 몫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아까 말한 대로 1938 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촬영지로 선정됐던 바라나시에서 이 영화의 촬영을 저지하는 폭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 곳에서 촬영을 못 했다고 합니다. 2000 년 일입니다. 이 영화의 말미 자막에 나오는 대로 Water 의 비극은 단지 1930 년대의 추억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오늘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인도에는 약 3400 만 명의 홀로된 여인들이 살고 있답니다. 여전히 횡행하는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을 온 몸으로 겪으며……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14 Comments
Wonie 2010.02.12 11:10  
인도 여행을 오래했었는데 인도만큼 삶의 밑바닥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나라도 없는 것 같아요. 영화 꼭 한번 보고싶습니다 ^^
sarnia 2010.02.12 12:17  

인도를 오래 여행하셨다니 솔깃한데요. 매년 한국에 갈 때마다 (저는 캐나다에 삽니다) 인근 국가를 여행하는데 올해는 태국열전 삼부작을 찍고 내년부터 인도를 여행할까 생각 중입니다. 인도이야기를 올리신 블로그같은 게 있나요?  

Pole™ 2010.02.12 23:55  
간디는 페니실린 사용을 극구 반대하다가 부인도 죽게 하고 정작 본인이 페렴에 걸렸을때 페니실린 맞고 살아났다지요..34.gif
옌과제리 2010.02.13 08:48  

인도영화라..간혹 일요일아침에 티비에서 인도 드라마하는듯한데..

참새하루 2010.02.13 12:34  
지금 인도가려고 준비중인데 책읽고
자료 준비하고 사이트 기웃거릴수록
알수 없는 나라 같아요

동쪽마녀 2010.02.13 13:08  
이 영화를 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sarnia님 평을 읽으니 참 마음이 슬퍼집니다.
인도라는 나라의 특성상 더 심하기도 하겠지만,
문득  "canon"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서요.
강한 남성중심 문화가 만들어낸 비극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감정이입이 굉장히 쉬운 타입이라서,
저렇게 한이 깊은 영화는 잘 못 보아냅니다.
에구.ㅠㅠ
sarnia 2010.02.13 13:32  
어디서 이 글을 읽은 (아마 제 볼로그에서인듯) 어느 대한민국 신사분께서 "3400 만 인도 과부들을 걱정하는 당신의 하해와 같이 넓은 오지랍으로 XXX 아래서 굶어죽고 있는 XX 동포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안하느냐"는 근엄하신 힐난 메일을 보내셨군요. 

국어시간에 산수공부하는 것은 공부못하는 아이들의 나쁜 습관이라는 요지의 답장을 보내드렸는데...... 좀 심한 소리한 것 같아 마음이 짠 하네요-_-
kapu 2010.02.16 00:46  
신경쓰지마세요.
보아하니 뭘해도 욕구불만인 타입인데 그런 타입은 다시 태어나야지 대화가능 ...
어찌됐든 해피발렌타인데이??? 였었길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2.16 07:26  
카푸는 해피발렌타인 데이?????????

kapu 2010.02.18 13:12  
해피했어여
님은여?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2.16 07:25  
블로그 주소가 어찌됩니까?

잠도 안오는데...~!

알려주시와요~!
sarnia 2010.02.16 12:13  
제 불로그 말씀하시는 건가요? 남 보여주려고 만든 게 아니고 그동안 여기저기 올린 글들 보관도 할 겸 사진 올릴 때 용량도 쉽게 줄일 겸 만든거라 공개적으로 알려드리기는 좀 그런데요^^

그보다도 치앙마이 사시는 걸로 아는데 혹시 선데이마켓 i love ny 소녀 만나면 제가 약속대로 한국 인터넷에 사진 올렸다고 좀 전해 주실래요?    
Wonie 2010.02.14 22:20  
블로그를 열심히 하다가 도저히 양이 너무 많아서 중도 포기 -_ㅜㅜ
언젠가 시간이 되면 다시 활성화 시키려구요, 그러면 부족한 제 블그로 주소라도 알려드릴께요 ^^
고구마 2010.02.16 16:04  
참새하루님, 다음 여행 목적지를 인도로 잡으셨군요.
인도는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여행지라서, (저를 포함해서, 제가 만나본 사람들은 거의 불호에 가까웠지만서도....) 딱이 뭐라고 하기가 어려운 곳인거 같아요.
어쨌든 인도여행 매니아 층의 지지와 애정도 대단하더라구요.
인도 영화하면 군무 노래 과장된 율동과 표정 뭐 이런것들이 많이 떠올랐는데
말씀하신 워터라는 영화도 한번 보고 싶네요. 대부분의 인도영화와는 달리 꽤 진지한
느낌의 영화인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캐나다 출품작이라서(인도 출신 감독이지만) 그럴지도....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