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를 타보셨나요???
bonvi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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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5 10:57
어제 모임이 있어서
오랜만에 강남의 수서에 갔습니다...
새벽 1시 무렵, 모임이 끝나고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는데,
환하게 불을 밝힌 버스 한대가
눈앞으로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어? 이 시간에 웬 버스지?'
그러자 서울시에서 심야버스를 운행한다는
뉴스를 얼마전에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수서에서 제가 사는 홍대앞까지 가려면
택시비가 3만원은 나올텐데...
돈도 아끼고 색다른 경험도 해볼겸
심야버스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그때부터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렸는데...
40분쯤 뒤에야 다음 버스가 오더군요... ㅠㅠ
심야버스는 배차 간격이 35~40분이라는 걸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버스를 탄 시각은 새벽 1시 35분경...
버스 안에는 서너 명의 승객이 있었습니다...
'아직 시행 초기라서 이용객이 많지 않은가?'
저의 추측은,
강남역에 도착해서 무참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참 많은 승객이 강남역에서 타더군요... ^^;;;
버스 안은 입추의 여지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 상태로 버스는 한남대교를 건너고
남산 터널을 지나
종로통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시각은 새벽 2시 20분 경...
45분만에 수서에서 종로까지 이동한 것입니다...
버스 요금은 1050원...
제가 탔던 버스는
광화문-서대문-불광동을 거쳐 구파발로 가는지라
종로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택시를 잡으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로에서 홍대로 가는 심야버스가 있을지도 모른다!'
버스정류장에 있는 표지판을 살펴보니
예상대로 신설동-종로-홍대-화곡동 노선이 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버스가 도착한 시각은 새벽 2시 50분... ㅠㅠ
그 버스 역시 초만원이어서 앞문으로 승차하지 못하고
뒷문으로 승차해야 했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로
15분여를 이동하여 홍대앞에서 하차,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 20분이더군요...
택시를 타면 3만원에 30분 정도 걸렸겠지만,
심야버스로 1350원(환승요금 300원 추가)에
2시간 반 걸려서 무사히 귀가했습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돈도 꽤 절약하고
색다른 경험을 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시간에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심야버스를 이용할줄은 뜻밖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심야버스 승객들은
불금을 즐기다 귀가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었습니다...
심야버스가 없을 때는 저분들이 어떻게 귀가했을까...생각히니
가슴이 짠~해지더군요...
인생이 무료하거나 따분하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심야버스를 한번 타보세요...
그 무자비한 부대낌에 몸을 맡긴 채
어둠의 속살을 헤치며 어디론가 흘러가다보면
아, 내일부터는 열심히 살아야겠다...
는 생각이 불끈 솟아오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