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실패로 돌아가버린 발리시골 생활기
발리에 도착하게되면 많은여행자들이 제일 먼저 묵게 되는 발리 남부의 해변들
꾸따 르기안 스미냑... 세상 대부분의 인기 있는 해변들이 다 그러하듯
여유를 가지고 편하게 지내기에는 거리가 너무 바글바글하고 복잡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좁은 양방향도로에 택시와 오토바이가 서로 스치듯이 지나가고, 거기에 경쟁적으로 촘촘하게 들어서 가게들, 그리고 항상 호객을 시도하며 말을 걸려고 하는 사람들까지...
그리고 여느 동남아 도시가 그러하듯 보행자가 걷게되는 인도가 참 좁고 안전치 않은 모양새여서 줄지어서 한줄로 살금살금 걸어야되는것도 피곤하고....
해변은 해변이니까 그렇다치고도...
십년전즈음 왔을 당시 우붓은 정말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정말로 한적한 동네였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기억을 안고 다시 와본 우붓은...아~ 많이 변했네요. 사람이 정말 많아졌어요.
지금 헤아려보니 그 당시에는 2002년 꾸따해변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폭탄 테러의 여운이
가시질않아 한시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줄었던거 같습니다.
지금은 중국인 여행자가 숫적으로 가세해서 유동인구도 많고, 우붓조차도 메인거리는
늘어난 차와 오토바이로 피로감이(?) 느껴질정도...
십년전에는 발리 방문객 리스트에 중국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던거 같은데
지금은 부동의 1위 호주, 그다음 일본에 이어 중국이 3위 방문자수네요.
그래서 이 모든 와글와글한 상황을 등지고 시골로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남부 해변 다음으로 쳐주는 발리의 인기 관광지인 우붓에서조차도
여행자의 물결을 피할수없다고 생각하고는 말이에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메인 거리만 비켜나면 우붓만큼 시골생활과 편의생활을
양방향으로 즐기기에 적격인 곳도 없었건만 ,며칠 지내다보니 좀 뜨고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발리 지도를 펼쳐놓고 고른 곳, 해발도 높고 위치도 산골짜기인 Munduk 문둑 이라는 시골로 향합니다.
이곳은 발리의 수도 덴파사에서 발리 제2의 도시 싱가라자를 향해 북쪽으로 한참을 쭈욱 올라가다가 브두굴 호수 사원을 지나 좀더 북쪽으로 달리다가, 산꼭대기 갈림길에서 획~ 좌회전해서 꼬불꼬불한 도로를 한참 더 들어가면 나오는 생짜 시골이에요.
전 매쌀롱에서도 잘 지내고 반 끄룻도 좋아하는 성향이니까, 여기서도 잘 지내게 될줄 알았지요.
하지만...
발리 자체의 인구가 많다는걸 잠깐 까먹어버렸어요.
인도네시아가 세계 인구 Top4니까요.
여기오니 걸어서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지만서도...
무엇보다도 그 좁은 왕복 2차선 굽이진 길을 주민들이
수많은 오토바이와 트럭, 차를 타고는 너무 전속력을 내서 횡횡 달립니다.
안전운전의식이 없나봐요. 다들 스피드레이서입니다.
경사길에서 엑셀을 당겨버리니 매연은 필수로 부아앙~ 풍풍~ 뿜어져나와요.
오기전에 상상하기로는...유유자적 푸른 시골길을 한들한들 누비는 상상을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해변이나 우붓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안전의 위협을 진심으로 느끼게되고, 무서워서 몸을 바짝 긴장시키며 두리번거리면 걸으니
고작 2-300미터 걸어내는것도 힘이 드네요.
근데 이걸 어쩌나....
Munduk 이라는 낮선곳으로 향하면서 초보여행자가 가지는 불안감+ 노파심이 숙소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져서 , 인터넷을 통해 게스트하우스급 숙소를 4박이나 예약/결재를 해버린것..
게다가 현지에 와서 상황을보니 예약을 하지않고 직접 숙소로 와서 방을 구하면
에이젼시를 통해 예약을 한것에 비해 아주 아주 훨씬 더 싼가격에 구할수 있다는 것까지...정말 분통까지 터지네요.
에이젼시에서 제일 저렴한 방을 구한다고 구했는데, 여기와서 보니 그 돈이면 훨씬 더 좋은방을 얻을수 있는...아악!! 이게 뭐야.
그러니 꼼짝 달싹을 못하고 이 마을에 갖혀 지냅니다.
게다가 태국에서는 웬만큼 작은 규모의 마을에도 세븐이 있어서, 뭔가 주전부리를 할수있는데 여긴 정말 그런것도 하나 없고...
논길 걷는 체험한다고 도로를 벗어나 마을안쪽으로 들어갔는데
길만 잃고 만나는 마을마다 무서운 동네 대장개들한테 몇 번이나 쫒김이나 당하고...
식당이 변변치 않은지라 먹는건 맨날 나시고렝(볶음밥)만 먹으니
나중에는 그냥 사료먹는거 같은 기분마져 들어요.
우리의 숙소에 대한 평가중 좀 높은 항목을 차지하는게 통신상황인데
인터넷은 거의 되지도 않아서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하는데
속도는 우리나라의 한 1/300 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게다가 높은 고원지대에 위치해서 평지랑은 기후가 다른지 비가 매일 오는군요. 정말 눅눅해지는 방안과 우리의 상태...한가지 장점은 굉장히 시원해요. 밤에는 도톰한 이불을 덮어야할정도?
정말 숙소예약 결재만 아니였다면 하루만 자고 도망쳐 왔을텐데
밤에 잠들때마다 하루하루를 카운트다운 하는 심정으로 지내고
결국은 다시금 남부로 후퇴하듯 내려와 버렸습니다.
시골이라 공기 좋을줄 알았더니 도로에 나가면 매연에
방에 앉아있으면 옆집에서 뭘 그렇게 태우는지 나무 태우는 매캐한 연기가
시도 때도없이 풀풀 들어오니...
이곳은 먹구름 끼니까 전화조차도 불통이니, 인터넷은 뭐 몇수 접어야지요.
(이 동네 숙소의 인터넷은 3G를 잡아서 와이파이로 쏴줍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된 것은...여행지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상태가 좀 그런거 같애요.
길위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일반적인 여행지말고 이 낮선 길위에서도 뭔가
아늑하고 고립된 보금자리를 찾고자하는 열망이 그 낮선 시골로 인도한거 같습니다.
사실 여러모로 보아 발리에서는 남부해변과 우붓이 최고지요.
하여튼 도시로 출발~ 만만세~를 외치며 후퇴했던 발리 시골 생활...
앞으로 우리의 거처를 정할 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할 기준을 새삼 확인한건 건질만한 장점이였다고 생각이 되면서, 떠나기 전에 번잡해보였던 모든 것들에 새삼 애정이 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