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라이프의 현장을 가다...2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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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4 09:20
둘째날입니다...
<비전력공방>에서 맞는 아침은 눈부신 햇살, 상큼한 공기와 함께 시작합니다...
<3만엔 비즈니스>에도 소개되었던 비전력 스트로베일 B&B입니다...
저희에게 하룻밤의 휴식을 제공해주었습니다...
고급 펜션 못지 않게 아늑한 숙소였습니다...
그런데... 스트로베일 B&B 주변을 산책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려오네요...
후지무라 박사님이 연못가에서 박수를 치고 계십니다...
무슨 일일까요??? 손뼉치기 아침 운동을 하시는 걸까요???
박수를 치다가 연못 위로 무언가를 좌르르 뿌리십니다...
저게 무얼까요???
아하~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고 계시는군요...
금세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다투어 몰려듭니다...
물고기들이 박수 소리에 반응한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물고기에게 밥을 주었으니 이제 인간이 밥을 먹을 차례입니다...
<비전력공방>에는 현재 3명의 제자가 기거하고 있는데요
식사 준비는 제자들과 후지무라 박사님 부부가 함께 합니다...
와우~ 진수성찬이네요...
보통 때는 아침을 간소하게 먹는데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고 푸짐하게 차리셨답니다...
햇살이 축복처럼 쏟아지는 창가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니
몸과 마음이 정갈해지는 느낌입니다...
잔반은 사료와 함께 섞어서 닭 모이로 줍니다...
그러므로 닭들의 식사는 인간의 식사가 끝난 이후입니다...
닭장 한쪽 구석에 닭이 낳은 달걀이 다소곳이 숨어 있습니다...
<비전력공방>의 제자 중 한 분이
갓 낳은 달걀을 보여주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비전력공방>에서 기르는 닭 중에 이지메(왕따)를 당하는 닭이 있는데,
오른쪽 달걀은 그 닭이 닿은 것이고, 왼쪽은 평범한 닭이 낳은 것입니다...
보이시나요? 이지메 당한 닭의 껍질이 유난히 쭈글쭈글한 게...
닭도 이 지경인데 인간은 과연 어떠할까요???
왕따 때문에 자살하는 중고생이 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떠오르더군요...
주차장에 있는 해시계입니다...
일체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그래서 공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그러나 무엇보다도 완전한 시계이지요...
자연의 시간을 가장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비전력공방>이 있는 나스는 고원지대여서 겨울에는 무척 춥답니다...
텃밭에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기간은 5월~11월까지여서
12월~4월까지 5개월 동안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탄생한 게
이 비전력 온실입니다...
비전력 온실의 내부입니다...
설계에 2시간이 걸렸고 제자 3명이 3주만에 완성했답니다...
총 경비는 15만엔이 들었다네요...
목수 경험이 전혀 없는 제자 4명이 4주만에 완성한
비전력 왕겨 단열주택입니다...
이 주택은 냉난방과 환기 및 습도 조절에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제로 에너지 하우스"라고 부른답니다...
외관이 마치 우주선처럼 멋지지 않나요???
삼각형 패널을 조립해서 만든 돔하우스여서 지진에도 끄떡 없답니다...
<비전력공방> 아뜰리에 내부입니다...
후지무라 박사님이 발명한 비전력 제품은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졌답니다...
지금도 새로운 비전력 제품들을 만드시는 중이구요...
한쪽에는 비전력 제품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탐나는 것들이 많더군요...
<비전력공방> 투어를 마치고 연못가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만엔 비즈니스>는...
뼈 빠지게 일해도 결국 자본과 슈퍼리치의 노예가 되고마는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만 일하고도 더 행복해지는 신개념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이 <3만엔 비즈니스>를 개발한 후지무라 박사님은
단순한 발명가가 아니라,
인간의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철학자이자
사회를 옳은 방향으로 바꾸어 가는 혁명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볕 좋은 나스의 연못가에서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새로운 희망을 모색해보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후지무라 박사님을 모시고
제자분들과 다른 방문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 아닐까 합니다...
나스의 조용한 연못가에 꿈의 궁전처럼 자라잡고 있는
<비전력공방>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