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돋는 게임잡지
신입사원이던 시절, 서울을 떠나 인천 회사 기숙사로 이사를 했다.
독신자 아파트라, 한마디로 요즘 원룸이 아파트 형태로 지어진 곳이었는데, 어느 정도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자, 밤이면 밤마다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한때 동료들과 카드게임으로 여러 밤을 지새기도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도 시들.
택시 기본 요금 거리에 유곽이 있었으나...엄격한 도덕적 가치관에 따라 가보지도 않았음에...(믿던지말던지-_-;;;)
할 일이 없어 사본게 컴퓨터 잡지였다.
도스와 윈95가 난무하던 시절, 심심풀이 파적으로 딱 알맞았고, 당시에는 꽤 여러 잡지가 있어 달마다 두권 정도씩 구매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잡지란게 눈에 띠었다.
'그럴듯 하네..'라는 생각으로 사본게 아마 computer gaming world라는(줄여서 CGW) 잡지였는데 미국 잡지사의 기사 협찬을 받아 생긴 것이었다.
게임이란게 저연령층이 소비하던 문화라(요즘에 비하면 더욱더 그러하다.), 30대 나이였던 나에겐 약간씩 유치해 보인 문장이 보였지만, 미국인들의 칼럼은 나름 읽을만했던 기억이고, 나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려 애쓴 잡지였다.
한번 알게 되니 또다른 잡지에도 눈을 기울이게 되었는데, 정말 많이 문장이 유치해서(고등학생이 알바로 작성한 글, 정식 기자들도 미필이거나 갓 예비역 정도) 재롱떠는 재미로 보았는데, 자주 보니까 나도 그 수준으로 떨어져서...나중엔 아주 스무스하게 받아들이게 되더라...
하여간, 컴잡지 두권, 겜잡지 두권 도합 한달에 4권이라는 막대한 잡지를 구매하였는데....벽장이 꽉차고 넘쳐서 나중엔 부피를 줄이기 위해 잡지에서 광고를 잘라내고 기사를 분철하는 작업까지 열심히 했다.
그짓도 나중엔 시들해져서 관두고 말았지만...근 7~8년을 잡지를 구매하다보니 4권*7년*12월= 336권이라는 어머어마한 양으로 방이 꽉차고 말았다.
물론 이건 최소치다. 기사가 맘에 들거나 그냥 내키면 한달에 6권을 사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아마 한 400권 됐을거다. 게다가 특별 부록이라는 별책 형식의 책도 사과상자 두 박스였고.
컴잡지에서는 매달 컴유틸용 CD를, 겜잡지에서는 데모게임이나 정품게임을 주어서 이 CD양도 어마어마...
CD도 양을 줄인다고 CD케이스는 죄다 갖다 버리고, CD보관용 가방을 사서 보관한다가 이 짓도 귀찮아서 안했는데, 알CD가 가방 2개에, CD 케이스가 담겨진 사과상자(10kg짜리)한박스가 되었다.
그러다가 회사생활 근 9년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이걸 어찌 신혼집에 들고 들어갈수가 있나?
책을 다 갖다 버리는데 미치는줄 알았다. 잡지를 10권씩 끈으로 묶어서 양팔로 가면 한번에 20권을 버릴수 있다.
400권이라치면 20번을 왕복해야 한다. 5층 아파트에서 3층에 살고 있었는데 다행인가 불행인가?-_-;;;
생각 같아서는 그냥 밖으로 다 집어 던져서 1층에서 종이 버리는 곳으로 이동하고 싶었지만....
그땐 결혼한다는 생각에 모든 과거와 깨끗히 이별한다고 생각하고 몽땅 다 버렸는데...(CD는 그래도 살려뒀다.)
시간이 흘러 방정리를 하다가 CD를 보니 옛생각이 나더라...
몽땅 다 보관하긴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사과상자로 두 상자쯤 남겨놓았으면 지금도 심심찮게 보고 있을텐데 라는 기분에 말이다.
지금은 겜잡지도, 컴잡지도 각각 1가지 종류 밖에 없다. 내용도 형편없고.
지난 주말에 우연히 과거 겜잡지를 판다고 해서 3만원에 10권을 업어왔다.
지금봐도 여전히 유치한듯 싶지만, 그래도 새록새록 옛생각이 떠오르고 가슴 한켠이 뭉클하다.
옛것에 이토록 기뻐하고, 가슴이 울리는 걸 보면 나도 이젠 늙어가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근데 왜 하필이면 잡지일까?
다른 것들은 그렇게 기억에 남는게 없는 건가?
뭐, 결혼할뻔 했던 여자에 대한 추억...모 이런건 생명을 걸고 해야하는 취미라서 자동차단이 되는건가?-_-;;;
아, 추억 돋는다. 오늘 밤은 코에이사의 삼국지5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곡, 화룡진군이나 들어보며 업어온 겜잡지나 들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