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아팠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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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팠던 날,,,

sarnia 17 707
 
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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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랜드캐년 가는 날.  
 
근데 문제가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지럽고 머리가 아팠다.
 
몸살이 난 거 같다. 다행히 열은 없는 거 같다.  
몸살같은 거 안 나는 체질인데,, 이상하다.
여행지에서 아프니까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왔다.
 
어쨌든,,
 
오늘은 자동차여행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왕복 + 이동거리 1 천 km에 달하는 여정을 혼자 운전할 자신이 없었다.
 
이머전시 플랜 B,,, 투어버스를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침식사를 하러 브런치버페에 갔다. (라스베가스 사전에는 브렉퍼스트라는 말이 없다)  
 
오믈렛 한 개, 우크레인 소시지 한 개, 야채죽 한 그릇, 초밥 세 개, 진저피클 10 그램, 모듬과일 반접시, 슈크림빵 한 개, 요구르트 한 병을 먹었다. 입맛이 없어서 그 이상은 먹을 수가 없었다.
 
일정을 보니 점심식사는 두 시나 되어야 가능할 것 같았다. 버스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샀다. 130 그램짜리 견과류 봉투와 바나나 한 개를 집었을 뿐 인데 5 불이나 나왔다.  
 
가고오는 내내 잠을 잘 생각을 하고 투어버스에 올랐다.
 
더블덱 버스 2 층에 올라가 맨 앞에서 두 번 째 자리 두 개를 혼자 차지하고 앉았다. 이어폰에서는 Celtic 음악 Lonely Traveler 가 신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운전기사 제프에게 '나는 환자니까 두 자리를 차지하고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흰머리가 많은 제프는 동유럽 엑센트가 강하게 배어있는 영어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더니, 오늘은 화요일이라 자리가 좀 비어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주었다.   
 
환자가 탑승했다는 소문이 투어버스 안에  빠르게 퍼졌다. 멋지게 나이먹은 티가 나는 노부인이 다가와서 어디가 어떻게 아프나고 물어보았다. 그 분은 자기가 은퇴한 RN 이라고 소개했다.
 
열도 안 나고 컨제스천도 없는데 자꾸 마른기침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래도 웬만하면 타이레놀이나 코프시럽같은 건 안 먹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은발 노부인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니 티백을 몇 개 가져다 주었다. 진저그린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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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스림 첫 번 째 포인트에서 엉뚱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행 중 두 명이 길을 잃어먹었는지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왜 출발 안 하나궁금해하고 있는데 운전기사 제프가 나에게 와서 물었다.
 
제이. 당신 친구들 왜 안 와요?”
 
“내 친구들이라니? 누구?
 
, 그 사람들 같은 일행 아니었어요? 아까 같이 다녔잖아요......”
 
그제서야 누구를 말하는지 생각났다.
 
뉴욕에서 왔다는 그 아가씨들이 아직 안 온 거예요?”
 
한 명은 일본 도쿄 출신, 이름은 아유미(마유미가 아니고), 또 한 명은 카쟉스탄 출신인데 이름은 모른다.
이 날 아침 후버댐에 도착했을 때 사진 찍어 달래서 사진 몇 장 찍어줬다. 공교롭게도 카메라 기종(나이큰 D5000)이 내꺼와 같아 버벅대지 않고 금방 몇 장 찍어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일행이 있어서 함께 바쁘게 몰려다니는데, 나만 따로 떨어져서 양지바른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햇볕을 쬐고 있으니까 그런 부탁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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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제프와 함께 소형차 주차장까지 내려가 보았다.
아니나다를까 거기서 어리버리하고 계신 두 분을 찾아냈다.
반가움과 짜증이 함께 몰려왔다. 근데 반가운 건 그 쪽이 더 한 모양이었다.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것 처럼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마주 웃어주면 좋았을텐데, 아직 몸이 좀 불편해서 그랬는지 미소가 나오지 않았다.
"빨리와요. 10 시 쇼 예약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던데,,"
딱딱한 표정으로 엄청 부담주는 말까지 해서 그런지 금새 시무룩헤져서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버스에 돌아오자 승객들이 미소를 보내며 박수를 쳐준다.
"웰컴백"
75 명의 시간을 40 분 씩 낭비하게 만든 두 여성동무는 의외의 환영무드에 감격을 했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쏘리'를 연발한다.
승객들 표정은,, '고의가 아니었으니까 괜찮아~' , 뭐 이런 종류의 관용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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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메리 (앨리바마주)에서 왔다는 미국인 노부부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누어먹은 키프트샵.
진저그린티백에 대한 보답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했으니 한사코 자기들이 계산하고야 말았다.
참고로 몽고메리는 '로자파크 사건'으로 유명한 도시다.
 
라스베가스 도착 후, 헤어지면서도 '몸조리 잘 하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그 분들은 싸르니아보다 먼저 MGM 그랜드호텔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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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미: “우리는 소호에 살아요. 미드타운 42 번가 에서 근무하구요.”
미드타운 42 번가는 맨하튼 브로드웨이 근처를 의미하는 말이다.  
일본계와 카쟉스탄계, 보기 좋아 보이는 친구 한 쌍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두 시간이나 지체한 우리 투어버스는 거의 저녁 여섯 시가 가까워져서야 그랜드캐년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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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제프가 승객들의 국적을 소개했는데, 역시 다양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인도, 홀랜드(네델란드), 중국, 말레이지아, 스위스...... 등등 기억도 다 나지 않는다.
 
우리 버스는 밤하늘에 유난히 별이 많은 모하비사막을 달리고 또 달렸다.
 
우리들의 베이스캠프,,, 라스베가스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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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려야 할 호텔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가방을 들고 로어덱으로 내려갔다.
 
“몸조리 잘해요, 제이 운전기사 제프가 문을 열어주며 인사했다.
"수고했어요. 제프"  악수를 청하며 10 불 짜리 지폐 한 장을 제프의 손 위에 얹어주었다.
근무시간이 열 네 시간이 넘는 거 같은데,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친절하고 참을성있게 손님들을 캐어해 준 모범기사님이었다. 
 
“몸조리 잘해요, 제이 누가 뒤에서 똑 같은 인사를 하길래 돌아보니 길을 잃었던 어린 뉴요커가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표준덕담 하나 골라서 작별인사도 건넸다.  
앞으로 잘 해요,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꼭 성공해요
 
내 생애에서 가장 힘든 여정이었지만, 기억에 남을 자잘한 감동거리가 많았던 여행이기도 했다.
그룹투어를 하면 불편한 점도 많지만, 인연과 관련된 추억이 남는 경우가 있다.
 
밤 열 한 시,, 호텔로 바로 들어가긴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스트라토스피어타워에 올라가 보자.
야외덱으로 나가서 바람을 쏘이면 기분이 좋아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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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그랜드캐년처럼 사진빨이 안 받는 곳도 없을 것이다.
직접 가서 보는 수 밖에는,,,,,,
 
 
 
 
 
 
 

17 Comments
쮸우 2013.05.31 12:42  
와.. 사르니아님 정말 좋은추억 만들고 오셨네요!
여행에서 진짜 중요한 동반자들이 저렇게 멋지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였다니 행운이신듯해요!
그래서 그날 몸은 좋아지셨나요?
간만에 글을 읽으면서 저까지 흐뭇해지는 기분이 드네요^^
sarnia 2013.05.31 13:15  
아, 쮸우님께서 거의 실시간으로 들어오셨군요.
네,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혼자 차를 몰고 로트트립을 떠났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인연들을 만들고 온 셈이지요. 그 날 몸이 아팠던 게 운명적 변화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요.
운전기사 제프의 직업의식 인상적이었어요. 본문에선 언급을 안 했지만 윌체어 할머니 한 분 줄곧 모시고 다녔고요. 그 할머니가 질문이 많은 분이었는데 귀가 어두우신건지 잘 못 알아듣곤 했는데 둔탁한 동유럽 액센트로 자상하게 설명하는 모습,, ‘LG 에 불이 난 스토리’ 가 생각나기도 했답니다.
몸은 다시 건강해 졌습니다^^ 베이거스에서 좀 불규칙한 생활 을 한 게 탈이었지요.
빠이깐마이 2013.05.31 13:15  
와~~~우~~~~!!!저런 광경이 실제 눈앞에 펼쳐진다면..지금은 사르니아님의 멋진 사진으로 만족해야 겠지만요..ㅎ 멋진사진들 감사합니다..근데..'열심히 살고, 성공해~' 표준덕담이 되었군요..미쿡에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진풍광에 숙연해 질즈음..뒷통수 강타~!!ㅋㅋ
sarnia 2013.06.01 06:32  
나보다 훨씬 나이가 적은 미국여성에게 하는 표준작별인사-
이 키워드를 제 브레인 검색창에 입력했더니 저 세 마디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왔어요 ^^
후회없는사랑 2013.05.31 17:37  
몸살기운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시는 싸르니아님.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

저는 언제나 가볼까 싶네요.

항상 좋은 포스팅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
sarnia 2013.06.01 06:33  
침대 위에 앉아서 생각하니 화가 나더라고요.
왜 멀쩡하다가 놀러가려고 하니까 아픈거야! 하고 화를 내니까 갑자기 초자연적인 에너지가~~~

고맙습니다 : )
세일러 2013.05.31 18:10  
그랜드캐년처럼 사진빨 안받는 곳 없다에 매우 공감합니다.
사진은 실제 풍광을 10%나 표현할라나요?
꼭 직접 눈으로 봐야 하는 곳!
sarnia 2013.06.01 06:39  
캐나다 시람들이 미국을 부러워하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저 그랜드캐년이란 말이 있지요.
미국 사람들이 라스베가스를 축복받은 도시라고 여기는 이유또한 그랜드캐년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고요.
곰돌이 2013.05.31 19:16  
sarnia 님....

지금까지 몸살 감기 없다가,

걸리기 시작하면...

몸이 이제 늙어 간다는 신호입니다....^^;;


아...  맴이 아픕니다....ㅜㅜ



저  멋있는 사진이,  제대로 못 담은 풍경사진이라면....

오~~~~~~ ^^*
sarnia 2013.06.01 06:40  
마지막으로 몸살 앓은 기억은 2004 년 가을,,
9 년 만에 몸져누우려다 확~~정신차리자! 하고 일어났어요.
곰돌이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큰일입니다. 큰일,,
난 죽을때까지 늙지 않을 거라고 믿었었는데,,
삶을 여행처럼 2013.05.31 21:40  
사르니아님 ㅠㅠ
빨리 쾌차하시고 좋은사진  글 많이 올려 주세요^^

나는  언제 저기 가보노
sarnia 2013.06.01 06:41  
고맙습니다 ^^
쾌차했습니다.
오, 한 가지 배운 게 있는데,,
아파도 무조건 먹으면 낫는다는 것 입니다.
체질에 따라 다르려나요? 
아픈 걸 무시하면 조금은 안 아파지는듯,,,
세븐 2013.06.02 18:49  
싸르니아님!
6/21-30일 한국에 갑니다만
이후엔 치앙라이로 오세요.. 말레이 이후
일정이 없으시다면...

북부 시골 가고 싶거나
가고자 하는 무료 티켓을 드리겠습니다
sarnia 2013.06.03 01:27  
더울 때 한국 가시는군요.
전 9 월에,,
몇 년 전 북부국경마을들 여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세븐님은 치앙마이 사시죠?
세븐 2013.06.04 10:29  
작년 한해 있었구요..
라이에 문제가 생겨서
당분간 올해는 라이에 있습니다

지금은 라오스 비엔티엔 입니다
kairtech 2013.06.02 20:52  
길떠나서 아프면
더 아프지요  약도 먹기싫고
라스베가스는  마법의도시입니다
쾌차하셨겠죠
sarnia 2013.06.03 01:31  
몸살도 종류가 있는데, 일단 열이 나면 못 움직이지요.
근데 전 그런 몸살은 안 나는 거 같아요.
아파서 집에서 쉰 적,, 지금까지 한 두 번 이내였던 것 같습니다.
라스베가스,, 아주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도시입니다.

네, 바로 그날로 쾌차,, 스타벅스에 가서 더운 물하고 꿀까지 얻어서 진저그린티 (진저레몬티) 타 마시고 바로 회복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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