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나누고 싶은 사진, 진실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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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나누고 싶은 사진, 진실의 순간들...

케이토 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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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자마자 봄을 타는지 한없이 땅파는 성격으로 변한 제가 못마땅했는지,
기분전환 삼아 사진전에 가자는 제안을 받게되었어요.
사진전은 과제하러 가는 곳. 이라는 인식이 아직 크게 바뀌지도 않았고,
"우연히" 만나는 조그만 전시를 좋아하는지라 왠 사진전. 이랬는데-
작가이름을 듣자마자 가야겠다, 는 생각이 들어 기분전환도 할겸
월요일 늦은 오후에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전 "진실의 순간"에 다녀왔답니다.
전시제안을 받자마자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우연히 초대권까지 선물 받게 되어
참 행운이었죠.


스티브 맥커리라는 작가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그런 작가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그의 사진도
그 표지를 장식했던 샤르밧 굴라(Sharbat Gula), 라는
아프간 소녀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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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shawar, Pakistan 1984
작가는 17년 후에 이 소녀를 다시 만나 사진을 찍게 됩니다..


다큐멘터리적인 감각이 선천적으로 부족해서 관심도 갖지 않았던 분야인데,
-저는 원래 못하는건 안하는 주의 -_-;;;-
일전에 올렸던 러이끄라통 사진을 보게 된 전시에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꽤 많은 사진이 있었지만 그리고 누군가 꾸며낸 상황이 아닌 현실을
담아내는 사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그때 처음했었거든요.
물론 깊이 들어가다보면 다큐도 100퍼센트의 진실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면서 조금 씁쓸해지지만 말예요.
다큐멘터리 사진을 위해 진짜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경우가 꽤 많다기에...
그때도 놀랐었어요.



대상이 예술작품이든 뭐든 감상을 하는데에는 정석이라는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편하게 얘기해볼게요.

저의 감상방법은 일종의 "소통"의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대상을 바라 본 시선과 나의 시선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때
감동이 시작된다고 해야하나요.

한장의 사진 안에서 찍은 사람이 상대방-사람이든 풍경이든-을 어떤 기분으로 대하고 있구나,
찍힌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전해져 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의 그런점 때문에 괴로운건 남자친구?
(...오래전 사진을 보고 표정만으로 누가 찍었는지 맞추고 앉아있으면 좀 괴롭겠죠 ㅋㅋ)



여튼,

스티브맥커리의 사진을 보면서 몇몇 사진들에 의해 꽤 먹먹한 기분이 되어버려서,
몇번이나 눈물을 참았는지 모르겠어요.
같은 풍경을 바라보았어도 그가 아니면 남길 수 없는 순간을 기록해주었다는 것,
대상을 관찰하는 사람이 아닌 이해하는 사람만이 담아 낼 수 있는 그런 풍경들...
아이러니한 사진들도 많았고 이해력을 필요로하는 사진들도 많았지만,
매거진이나 웹에서 보는 사진들이 아닌 크게 프린트해서 "전시된" 사진이 주는
현장감은 정말이지 남다르더라구요. 박력있다고 해야하나.


꽤 많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특별전이다보니 -그리고 분명히 레포트 제출용 과제로 나왔을 전시이므로-
주말에는 전시장을 찾을 사람들이 꽤 많아 보였어요,
월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사람은 많았거든요.


전시기간이 5월말까지던데, 광화문 가실 일 있으시면 슬쩍,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들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실은 2년전쯤?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매그넘 소속 작가들이 찍은 한국사진을 보고는
많이 우울해져버려서, 다큐사진을 감상하는 저의 태도에 대해 여러번 반성하게 되었었는데,

이번 스티브 맥커리전은 대상에 대한 이해와 어쩌면 애정이 느껴지는 그런 사진들을
보고있으니 나누고 싶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태사랑에서 제가 여행사진을 가장 좋아하는게,
한없는 애정이 느껴져서. 그렇거든요 ;-)


"아, 사랑하고 있구나..."


전해져 오는 마음이 따뜻하니까요.



.
.
.





약간 스포일러(?)로,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진을 나누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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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st Storm, Rajasthan, India,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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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 Lake, Kashimer, Flower seller, 1996




아마 그 공간에 혼자였다면 꽤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는...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웠던, 그런 사진들이었어요. :-)







+  p.s



개인적으로 Dust storm이라는 제목의 사진은,
아타선생님이 장노출로 촬영한 델리와 뉴욕의 사진이 생각 났어요.
카메라의 눈을 꽤 긴 시간동안 열어두면 그 곳의 공기가 담겨지곤 하는데,
델리는 모래바람의 색이, 뉴욕에는 차가운 도시의 텅스텐 컬러가 담겨있더라구요.

나라마다 환경과 문화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후천적인 교육에 의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빛과 공기의 색깔 마저도 모두 다르다는 것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아직도 궁금한게 너무 많네요.



알고 싶은 것도 많고, 그로인해 가야할 길이 많아 늘 떠나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오늘부터 26일 남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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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은 쌩쏨으로 달래며, 이번주 남은 날들도 행복하시길 ;-)









사진출처 : 구글링을 통해.
작가 홈페이지 :
www.stevemccurry.com

13 Comments
수이양 2010.04.15 00:23  
세종문화회관 다녀오셨군요.. 깜짝 놀랐어요.. 사진보고, 뭐랄까.. 내가 느낀 감정과 내가 맘에 들어했던 사진들을 여기서 이렇게 보니..

그렇지않아도 저도 가볼까 하고 있었거든요.. .. 샤르밧 굴라 - 특히 저 사진 너무나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처음 본 순간 깜짝 놀라게 했던,, 1985년 네셔널 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렸었더랬죠.. 맞나요? -ㅅ-;

여튼 케이토님 감성이 너무 마음에 드네요...
먹먹해지며 울컥해지는 그 순간, 그 느낌.. 전해져옵니다.

얼마전 몇십주년 기념이였드라 해서 올만에 봤는데 .. 옛날같지 않다고 느끼는건 저 뿐인가요..
케이토 2010.04.15 00:31  
어머나, 실시간이시군요, 이 시간에 안주무시고.. ;-)
네 맞아요, 그 사진이랍니다.
17년이 지나 세아이의 엄마가 된 그 소녀는 여전히 초록색 눈이 인상적이더라구요..

눈물이 많아서 장소불문 하고 조금만 감동 받으면 평평 울어버리는지라...;;
(집에서 TV동물농장을 볼때 가장 많이 웁니다 -_-;;;)


전시는 너무너무 괜찮아요, 주말에는 조금 버겁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오픈시간에 맞춰 가신다면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만 가면 경복궁 근처의 미술관에서도 꽤 많은 전시들을 하고 있으니
일찍 일어난 자의 여유를 즐겨보심이 ^^...


+


아마 예전과 느낌이 달라진 이유는,
그 사이에 수이양님의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수도 있지요 ;-)
대상을 대하는 마음은 늘 한결같지는 않잖아요 ^^
저만 해도 예전에 즐겨듣던 음악 중에 더이상 듣게 되지 않은 앨범들도
상당히 많은걸요. 감상이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고 늘 유동적이니-
변하지 않는 것을 변했다고 느낄때는 스스로가 변했을때가 아닐까 싶어요..
-변했다는게 본질적인게 아니라 상황이나 취향이랄까요...

저는 그런 순간들이 늘 안타깝지만 이런게 어른 -_ㅠ?
♡러블리야옹♡ 2010.04.15 03:40  

저 아프간의 여인....
제가  종로3가에 있는 네셔널지오그라픽 한국지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할때 나왔던 호의 표지였어요..
그 회사에서 전직원을 통틀어..제가 최연소사원 이었는데...
그때가 아마 98년도쯤이 었어요.

저 사진을보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새록 새록 나네요 ,,
어흘...벌써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세월이 흘렀다니..ㅜ.ㅡ

아참 우리의 귀여운 미스티씨는 잘 있나요?
이새벽에 고르륵 고르륵 하는 환청마져 들리는군용........................

케이토 2010.04.15 09:40  

98년이라고 하셔서 아 지금이 몇년이지...라고 생각했어요-;;
아직도 2000년대 초반인것만 같은 기분이드는 이유는 뭘까요...
몇년 전인 것 같은 기분인데 왠지 앞에 20이 아닌 19가 붙으면 묘한 느낌...^^;

미스티는, 잘 지내고 있어요 ;-)
카메라를 새로 들인 기념으로 요새 사진 엄청 찍어주고 있는데-
조만간 블로그에 대방출 할게요 ㅎㅎㅎ
봄이 되니까 움직일만 한지 살이 많이 빠져서 요새 너무 이뻐요,
(저는 팔불출 =ㅂ=) 야옹님 블로그는 잘 되어가고 있으신지요!

♡러블리야옹♡ 2010.04.16 22:36  
고놈의 블로그 ...
일단 어찌어찌 만들어 놓긴 했는데.. 아직 사진이나 글은 하나도 못올리고 있네요 .
자료는 완전 넘쳐 나는데...
조만간 시작하려고 합니다 .

오픈즉시.. 케이토님과 수이양은 첫번째로 이웃신청 들어가요!! ㅋ
케이토 2010.04.16 23:15  
넘치는 자료! 부러워요, 제 블로그는 완전 일기장인데 ㅋㅋ
야옹님이 이웃신청 해주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게요 ;-)!!
포맨 2010.04.15 10:10  

제실력/제 카메라에 비해 주제넘은 얘깁니다.

예전 어떤웹에 피사체와의 대화라는 주제로 사진을 올렸습니다.
물론 대화가 아니고 찍는사람의 나르시즘을 일방적으로 그렇게 멋대로 정의해버린거지요.
저 친구(피사체)는 아무생각없는데 이방인이 느끼는 객창감과 기시감을 마구마구 활용하여 일방적인  분위기와 자기스스로의 설정에 몰입되어 스토리를 그렇게
몰아간거지요.
환각상태로 찍은사진들이란 소립니다.
그렇게 복용상태(?)로 찍은 그림이라도 나중에 인화해보면 10롤에 한컷정도만 맘에들고 나머지는 처박아 버립니다.
결론은 다큐를 지향하면서도 나중에보면 스튜디오 그림을 만든단 얘기지요...-_-

다큐사진의 최고봉은 카파류의 종군사진입니다. 연출할 여지가 다른다큐사진에 비해
많이 줄어들지요.

제가 본 가장 눈물나는 사진은(아마 전혀 동감을 못얻을테지만)
지금은 폐간된 life지에 실렸던 2차중동전때 예수살렘을 수복한 이스라엘군들이
통곡의 벽에서 눈물터지기 일보직전의 표정으로 철모를 벗고 경외감과 기쁨, 애증등의 심정으로 한곳을 지향하는 그림입니다.
그들에겐 성지를 넘어 절박한 생존의 의미가 담긴 복잡미묘한
그 표정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물론 제가 역사를 좋아해서 배경을 알고보면 조금이라도 그들의 심경을 이해할수 있어서 더욱 그럴겁니다. 이성이 없는 몰입된 감성적인 순간이 인간이 제일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사진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만나는 쥬이시들은 별로 안좋아합니다-_-)

[이 한장의 사진]
이란 코너가 있었지요.

이 한장에 사진에...함축된 작가의 뜻을 전달하고 보는사람은 자신의 자아에 따라 서로 조금씩 다르게 느끼게 되는 그림...

감수성을 자극하지 않습니까...
저 인도 뭄바이의 걸인모녀처럼...

수이양 2010.04.15 10:13  
보여주세요 포맨님이 말한 그 울컥한 사진..
케이토 2010.04.15 15:48  
감상이라는 것은 어쩌면 경험적인 요소가 가장 크기에

아는 만큼 보인다고들 말하나봅니다 :-)
저는 누군가가 제가 볼 수 없었던 세계를 표현해주는 것에

감탄하지만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 이상의 감동까지 받게되는

경우는 꽤 드물었어요,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에 감격한 이유는
제 주관이 너무 커져버리게 되면 혹여나 전시장을 찾으셨다가

편견이 생길까 조심스러워 말씀 못드린 부분이기도한데

상황의 컬러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이유였어요.
슬픔은 늘 강렬한 원색이라 생각하기에 그의 사진에 쓰인

색감 때문에 제 마음이 더 움직였답니다 ;-)
전반적인 감상은 슬픔보다 애틋함이 더 컸지만요..

다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현실을 현실답게 남겨내는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서 저도 로버트 카파의 사진들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라 생각합니다.
별다른 사전지식이나 역사적배경을 잘 알지못해도 전장에서의

절박함이 그리고 생명력이 절절하게 다가오거든요..

보는 것 이상의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사진에 얼마나 공감하느냐는

역시 개인의 몫인 것 같아요,

그리고 피사체를 바라보는 자신도 자아도취에 빠져 대상을 대해도

적어도 관심이 있었고 아니었음은 전해져오게 마련이니까요...

저도 포맨님의 사진을 무척 좋아하는데, 울컥하셨다는 사진이 궁금해집니다.
저도 보여주세요 :-)

수이양 2010.04.15 16:08  
아는 만큼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상이 분명 경험적인 요소라는 말은 무척 공감하게 하네요.

그리고

그게 로버트카파사진의 매력일거에요.. 아무것도 모르는이들에게 그 절박함을 느낄수 있게 하는..

케이토 2010.04.15 18:52  
수이양님은 저랑 공감하시는 부분이 정말 비슷하신것 같아요 ;-)
저는 어떤것이든 함부로 정의내리는 것은 대상에 대한 가능성을
막아버린다고 생각해서 늘 여러가지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마저도 요즘은 타성에 젖어 힘들어지고 있지만 ... 어른연습중? ㅋ
시간과 경험이 주는 지식만큼 편견이 생기기도하고 무너지기도 하면서 연륜이란게
생기겠죠..? years bring wisdom이란 말처럼.

그리고, 제 친구가 제게 해준 말 중에 저를 한참이나
생각하게 했던 한마디.
Artefacts do not have fixed or inherent meanings
- it is always a matter of interpretation.
결국 해석하기 나름인 거겠죠?
하지만 거장의 위대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내재된 공통의
감성을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에서 오는게 아닐까 합니다.

전시, 꼭 가보시길^^ 저도 조용할 때 한번 더 가보려구용~
쮸우 2010.04.15 14:04  

아... 대학댕길때 다큐라는 수업이 있었죠.
그 시간 공부했었던 저 여인...

다큐란... 역사공부 같아서 참 재밌어요.

케이토 2010.04.15 16:18  
17년 후에 작가와 재회한 이야기를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도 가슴 한구석이 짠 하더라구요..
어쩌면 다큐라는 것은 기록 이상의 무언가를 남기기 때문에
더 가치있는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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