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거 좋아하는 분만 보세요~
bonvi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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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6 10:56
저는 한때 취미가 책 사모으는 거였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우표 사모으는 게 취미였다가
까까머리 때는 LP판 사모으는 게 취미였는데...
어느날 문득,
소비적인 것보다 생산적인 취미를 가져보자는 생각에
책 사모으는 걸로 취미를 바꾸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부터
용돈을 아껴서 한두 권씩 책을 사모으기 시작했는데
당시 제 책가방에는 교과서는 하나도 없고
오로지 소설책이나 시집 뿐이었을 정도였습니다~ ㅋㅋ
방과 후 다른 아이들은 학원으로 직행하는데 반해
저는 헌책방을 순례하는 게 낙이였지요~
그렇게 사모은 책이 한때 3천여 권에 달해서
이사할 때마다 너무 힘들고 귀찮은지라
여기저기 나누어줘서 이제는 많이 줄었습니다...
책이 많으면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무지 싫어합니다...
부피에 비해 무게가 엄청 나가는 게 책이거든요...
커다란 장농을 번쩍 번쩍 드는 사람도
라면상자에 담긴 책은 몇 개 못 듭니다... ^^;;;
게다가 정리하는 건 얼마나 힘든지...
특히 전집 같은 건 번호순대로 꽂아야 하고
소설, 시, 산문, 평론 등등 종류별로 분류해야 하고...
계약기간이 만료 되었는데도 책정리가 덜 끝나서
고대로 다시 이삿짐을 싸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ㅎㅎ
그렇게 사모은 책 중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책은
바로 여행에 관한 책들입니다...
한때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여행 관련 책들을
모두 사 모을 정도였는데...
(그만큼 여행책이 흔하지 않던 시절 이야기죠~)
어느 날부터인지 우후죽순처럼 여행책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그중에는 물론 좋은 책도 있지만
어떤 책은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는 책도 있더라구요... ㅠㅠ
여행을 떠날 무렵이 가까워지면
책꽂이에 꽂힌 책 중에서
이번 여행길에 가지고 가서 읽을 책을 고르는 게 큰 즐거움이기도 한데요...
두어 페이지 읽다가 괜찮다 싶으면 더 이상 읽지 않고
(여행길에서 아껴가며 읽으려고~ ㅎㅎ)
배낭에 던져놓는데요...
이번에도 그렇게 여행길에서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몇장 넘기다가 아예 마음 잡고 읽게 된 책이 있습니다...
그만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적인 책이라는 얘기인데요...
책에 대한 취향은 여행지에 대한 취향 만큼이나 제각각이라서
다른 분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책을 좋아하시고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네요...
유미리...라는 재일동포 작가가 있는데요...
아버지는 빠찡코 기술자였고 어머니는 호스테스였던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내가 죽으면 가족들이 전부 모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10대 시절 여러 차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명문 고교에 진학했지만 퇴학을 당한 뒤
집에 칩거해서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하여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했지요...
10대 때 40대의 연극연출가와 연애를 했으며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지만 그와 헤어진 뒤
서른 중반에 만난 16살 연하의 남자와 현재까지 동거하고 있는 등
소설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사는 작가로도 유명하죠...
제가 추천하려는 책은 그녀가 쓴 북한방문기인
<평양의 여름휴가>입니다...
25년 전, 재미교포 목사가 쓴,
당시로는 국내 최초로 공개된 북한방문기를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저는,
이 책을 읽고 그때 못지 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유미리가 뛰어난 작가라거나,
북한이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다...라서가 아니라,
우리 반쪽 조국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자세한 독후감은 객관적인 독서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여기까지만 하구요...
암튼, 여행을 좋아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좀 더 자세한 책 소개는 아래를 꾸욱~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남북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 빨리 남북 정부가 합의하여
북한 관광이 재개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아, 얼마 전 개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건 다들 알고 계시죠???
(이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아래를 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