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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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암꺼나2

제주도,

향고을 7 497

 

난 지금 60줄 바라보는 나이지만

제주도에 딱 두번 가봤다,

한번은 홀로,

한번은 일곱살 아들과함께,

그래도 백록담 구경은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어느 삽겹살집 식당에서  소주한잔하다

전원일기 연속극 탈랜트를 만났다는,

 

 

제주도에 가보자. 
혹시 그곳에 내가 찿고있는 삶에 이정표가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방구석에 쳐박혀 먼나라 이국땅을 생각 하는것도 지겹다. 
이제 그먼나라 이국땅을 찿아 떠나는것이다. 
달별이 엄마에게 미안한 미음이기에 떠나기전 집안 청소며 빨래며 설것이를 했다. 
배낭은 간단하게 쌌다. 

서대전역에는 별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밤늦은 시간인지라 약간의 여행객들로만 졸음에 겨운듯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1997년 12월 21일 00:12분 일요일 목포행 통일호 열차는 근10여분 연착이 되었다. 
플랫폼에 찬바람이 빙빙 돈다.춥다. 
온몸이 얼어 붙는듯 하다. 
통일호 00:12분발 2호 50번 좌석 옆자리에는 어느 뚱뚱한 아줌마가 
등받이에 고개를 눕힌채 잠에 취해있었다. 
나도 등산화를 벗고 잠을 청했지만 자는둥 마는둥 깊은잠에 빠져들수가 없었다. 

목포역 04:20분 날씨가 쌀쌀했다. 
대합실에서 서성거리며 추위를 녹였다. 
대합실 벽에 붙은 최일환 시인의 고향이란 시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목포역 광장으로 나오자 모든게 낯설고 어리둥절 하기만 했다. 
초행길 인지라 여객선 터미널이 어느쪽에 위치 하고 있는지 
희미한 어둠속에서 낯선 땅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는 걸음을 빨리해 젊은 아줌마를 붙잡고 길을 물었다. 
"저기 남행장 보이죠,저골목으로 들어가서 길이 막히면 좌회전 해서 
계속 따라 올라가면 나옵니다" 
그아줌마는 아주 친절하고 자세히도 가르쳐 주었다. 
남행장쪽으로 올라가자 여행객 일행들이 10여명 부두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사람들을 따라 20여분 올라가자 여객선 터미널이 보였다. 
터미널 안은 텅비어 있었다. 
새볔인지라 외지에서온 여행객들만 추위에 떨며 
자판기 커피로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여객선 출항 시간표를 보니 첫배 출항이 09:10분에 있었다. 
배출항 시간까지는 근4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할판이었다. 
날씨는 추운데 어디 마땅히 갈곳이 없었다. 
여객선 터미널 주위에는 여관 여인숙이나 잠시 들어가 쉴만한곳이 없었다. 
또한 다방도 터미널 2층 위에 간판 불빛만 환할뿐 영업은 하지 않았다. 
그냥 추운 대합실 안에서 덜덜 떨며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09시10분 국제 페리가 출항을 했다. 
뱃삯은 3등실 10800원 이었다. 
넓다란 객실 구석에 TV를 보며 누웠다. 
내옆에는 뚱뚱한 40대 남자와 그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이리뒤척 저리뒤척 몸을 비비 꼬고 있었다. 
몸은 피곤 했지만 쉽게 잠을 잘수가 없었다.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너무 추워 떨어서인지 
몸이 천근 만근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TV에서는 사랑의 스튜디오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잠을 자다 깨다 TV를 보다 말다 그렇게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도 여객선 터미널 밖으로 나오자 100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요금은 550원 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낯선 이국땅의 정취를 느껴보고자 
창밖의 풍경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갔다. 

제주 공항에서 다시 서귀포행 600번 리무진 버스를 탔다. 
요금은 3500원 이었다. 
서귀포 까지 가는길은 1100도로를 타고 가는데 인상적인것은 
넓은 갈대밭이 은빛 물결을 이루고 조랑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주렁주렁 매달린 귤들을 바라보노라니 
제주도의 정취가 가슴속에 밀려왔다. 

서귀포-유람선이 지나간다. 
방파제엔 젊은 청춘들이 저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일의 부푼꿈으로 충만 되어있다. 
항포구에는 빈고기 잡이 배가 한가롭게 떠있다. 
항초소 앞에서는 경찰 한사람이 서성 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겨울 바다,항포구,빈배,은비늘 위를 지나가는 통통 작은배 
서귀포 바닷가는 쓸쓸하기만 했다. 

저녁이 되어 서귀포 항포구에서 제주 터미널로 돌아나와 여인숙에 투숙하였다. 
숙박비는 1만2천원 이었고 9호실 이었는데 
숙박비가 싼편이어선지 방은 냉방이었다. 
텔레비젼을 11시 까지 보다가 방이 추운지라 옷을 그대로 입고 잠을 청했다. 
피곤 했던지 추웠지만 단잠을 잘수있었다. 

한라산 가는 시외 버스는 07:50분에 있었다. 
어리목 까지는 30여분 가야 했고 요금은 1300원 이었다. 
어리목에서 내린 사람은 나와 젊은 남녀 세사람 뿐이었다. 
추운 아침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젊은 여자가 한라산 정상 까지는 몇시간 소요되느냐 묻기에 
나도 초행길이라 모른다고 했다. 
매표소에서 그들은 망설이고 있었다. 
날씨가 무척 추웠기 때문에 산행을 할것인지 
돌아 갈것인지 망설이는 것이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등산 준비와 방한 준비를 잘해올걸 
그랬다고 아쉬워 했다. 
그들은 한라산 윗오름새 길을 택하지 않고 
관리소 부근 윗길을 돌아보고 가겠노라며 윗길로 올라갔다. 
어리목 한라산 등반객은 나혼자가 되었다. 
날씨가 추운탓인지 등반객이 아무도 없었다. 
매점앞 휴게소에도 눈이 하얗게 싸여 
오고 가는 사람이 없음을 알리는듯 분위기가 썰렁 했다. 
"올라가자""제주도에 올라온 목적은 이한라산을 오르려고 
온것이 아니겠는가" 
하얀 눈밭속을 혼자 오르는 한라산은 외로웠다.경이로웠다. 
새삶을 찿아 떠나는 유랑이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서 목이 마르기에 눈을 먹으면서 갈증을 삭혔다. 

1300고지를 오르면서 사제비 약수터가 보였다. 
산중턱에 약수물이 흐르고 있다느것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물을 서너컵 받아 마신다음 수통에 물을 채웠다. 
수통에 물을 채우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 
한라산 1500고지를 오르면서 날씨 변화가 심했다. 
하얗게 눈쌓인 설원위에 안개 바람이 회오리를 치고있었다. 
뿌연 안개가 걷히고 힌눈위에 햇살이 쏟아질 무렵 
산아래에서 등산객이 올라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바위에 걸터앉자 그들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했다. 
빨간색 등산 복장을한 아줌마 서너명과 그뒤로 남자 둘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 천천히 1700고지를 향해 올라갔다. 
1700고지 윗오름새는 더많은 눈으로 덮여있었다. 
백록담 까지는 자연 휴식년제를 시행 하고 있어 더이상 오를수 없었다. 
윗오름새 산장에서 한50세로 보이는 남자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는 영실쪽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산장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바라보는 산아래 풍경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하산길은 영실쪽을 정했다. 
영실쪽은 더많은 눈과 안개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영실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은 많았다. 
한라산 설원을 보면서 TV에서 보았던 
눈덮힌 히말라야 산자락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기도 하였다. 
"아저씨 사진 한장 찍어 주세요" 
두남녀는 아주 행복에 겨운듯 서로 어깨를 감싸고 
사진을 찍었다. 
두남녀는 사춘기 소년 소녀 시절로 돌아간듯 
얼굴엔 홍조를 띠고 있었다. 
설원이 끝나고 가파른 능선에는 눈이 녹아있었다. 
산아래 5부 능선에는 남녀 학생들이 무리지어 내려가고 있었다. 
학생들과 무리가 되어 영실각 까지 천천히 내려갔다. 
영실에는 많은 학생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신제주 터미널에 나온 시간은 오후3시였다. 
표선에 있는 제주 민속촌 가는 버스를 탔다. 
요금은 2400원 이었다. 
버스는 동부 산업 도로를 빠져 나갔다. 
1100도로를 달리며 바라다 보는 
창밖 풍경 보다 한층 아름다웠다. 
 

 

7 Comments
비육지탄 2018.09.02 17:46  
제 아내는 진달래 대피소에서의 컵라면이 너무 맛있어 영원히 잊지 못할거라 하던데
매점을 더이상 운영 안하기로 해서 다시는 먹지 못하겠죠 ㅎㅎㅎ
향고을 2018.09.02 20:51  
젊은이여,여행을 떠나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않는법,
저시절은 용광로였어요,
지금은,ㅎㅎ
취미가 같다면야 평생 동지,ㅎㅎ
비육지탄님은 평생동지일듯,ㅎ
sarnia 2018.09.03 03:05  
제주도에 딱 두 번 가봤다는 이야기가 반갑게 들려서 글을 남깁니다.
저도 딱 두 번 가봤거든요.
1984 년 6 월과 2014 년 10 월.
1984 년에는 고속버스로 목포까지가서 목포에서 동양고속카페리 라는 배를 타고 갔고, 올때는 한일3호라는 배를 타고 완도로 들어왔지요. 그때 완도에서 살아있는 상어를 처음 봤는데 길이가 1 미터 쯤 되는 그 상어가 2 만 원에 팔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완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참 멀었는데 광주까지 시외버스로 세 시간 가서 광주에서 고속버스로 갈아타고 서울까지 네 시간, 암튼 대기시간까지 하루종일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2014 년에는 비행기로 왕복했는데,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더군요.
1984 년에는 5.16 도로라는 게 있었는데 이름이 바뀐건지 2014 년에 갔을때는 그런 이름은 못 들었구요.
옛날에는 칼호텔이 젤 좋은 호텔이었는데 지금은 그 호텔이 이류호텔이 되어있더군요.

담에 간다면 마라도에 짜장면이나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향고을 2018.09.03 19:52  
마라도 기억은 그저 밋밋했던거 같아요,
짜짱면집은 있었는데 장사는 안하더라구요,
그냥 오고가는 배타는맛은 괜찮았던거 같구요,
제주도도 배타고 가는맛은 괜찮았는데
돌아올땐 청주공항으로 뱅기타고들어왔는데
재미는 1도없는것이 역시 여행은 느리게 가는맛이 좋은듯 하구요,
하여간 제주도는 한라산 오르는맛과
버스를 타고가면서 보는 감귤나무 창밖 풍경이 좋구
제주 민속촌 기억이 많이 남아있네요,
담에 마라도 꼬옥 가셔서 짜장면 한그릇 맛있게 드시고오시길,ㅎ
TonyCony 2018.09.04 08:50  
전 아직도 한번도 제주도에 못 가봤어요....ㅜㅜ
올해 가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데...ㅜㅜ
향고을 2018.09.04 09:37  
제주도 여행은 겨울 여행이 좋은듯하구요,
목포에서 배타고 가는걸 추천합니다,
뱅기보단 기차타고 배타고 가는것이
여행하는맛이 훠얼씬 좋은듯 하니까요,
올해안에 꼬옥 가보시길,ㅎ
카페신 2018.10.02 12:11  
저도 제주도 1번 가봤습니다.
한국에서 가까운 제주도이지만 ㅜㅜ
제주도의 바다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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