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창에서 트럼프 지지자를 만나다
꼬창 여행기에서 많이 나오는 빨간색 로케트모양 우체통이 있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미국인이 혼자 사진 찍다가 좀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찍어주고 가족 사진을 부탁했습니다.
이후에 단순히 인사차 몇 마디 나눈다는게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미국 사람, 백인, 보스턴 거주, 직업은 정원사, 겨울 3개월은 일감이 없어서 태국에 옴, 미국 비자는 60일이고, 3개월을 놀려면 비자런을 하면 되는데 그럴 생각은 없음, 딸 둘, 이혼, 태국와서 바로 걸프렌드 구함, 혼자 여행 중, 치과 치료가 싸서 보험 치료를 해도 미국은 몇 배나 더 비싼데 태국와서 보험없이 치료해도 훨씬 싸서 너무 좋다는 얘기(금액이 자세히 기억 안남) 등이 일반적인 얘기였고...
그러다가 갑자기 남한은 김정은 크레이지 가이의 북한 핵땜에 위험하지 않냐고 얘기를 꺼냄.
그래서 한국인 입장에서는 김정은이나 트럼프나 둘 다 크레이지 가이로 여겨서 당신 생각보다 두 배로 불안하다고 맞받아침.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그래서 둘 다 똑같다고 대답, 둘 다 툭하면 핵무기, 그리고 전쟁을 이야기하는데 둘 다 겁난다고 얘기함.
미국인은 기분이 좀 상했는지 그래도 트럼프는 영리해서 블러핑(뻥카)도 치고 그러는 거라고 얘기해서 김정은도 그 젊은 나이에 미국 상대로 블러핑치는게 정말 둘이 똑같다고 얘기해 줌.
덧붙여서 지금은 미국에 세계에서 최고지만 약 천오백년 전에는 중국이 세계 최고였는데 한국 침략하다가 망한 중국 나라도 있었다고, 요즘 북한 보면 과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고 얘기해 줌.
미국의 베트남이나 소련의 아프카니스탄을 잊지 않는게 좋다고...
물론 전쟁나면 북한이나 남한이나 다 망할 것 알기 때문에 전쟁이 안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함.
미국인은 트럼프가 세계적으로는 안좋을지 몰라도 미국인이 원하는 것을 잘 실행하고 있다며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얘기함.
미국인이 원하는게 뭐냐고 물었더니 자국 먼저(USA first!) 정책이라고 함.
나도 이해한다고 동의해 줌, 다만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니까 다른 나라에게 좀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함.
많은 히어로물 영화에서 큰 힘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미국에게도 적용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살살 구슬리니 네 말도 맞다고 동의해 줌.
이야기하고나서 느낀 점은
일단 개인대 개인으로 만나서 그런건지 아니면 미국인 자체의 성향이 그래서 그런건지, 아니면 영어로 의사전달이 서로 완벽하지 않아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기분 나쁜 부분을 찔러도 크게 개의치 않고 이야기가 흘러감. 우리나라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 보면 감정만 상하는데, 그 미국인과는 논쟁은 될 지언정 서로 기분이 나쁘진 않았음.
또한 정원사라는 직업이 우리 나라에도 흔한지 모르겠으나, 정원사 직업으로 3개월 동안 일이 없어도 먹고사는 걱정이 없고 외국까지 장기 휴가를 올 수 있다는게 정말 부러웠음.
미국이 이혼이 정말 흔한게, 자기 얘기하면서 미국에서는 결혼하고 나서 일주일이 지나면 변호사가 찾아온다는(이혼 전문 변호사) 조크를 날리며 자조하기도 함. 이게 몇 십년 후 한국에서도 일거리 없어진 로스쿨 변호사의 새로운 시장이 될 지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함.
미국인과 헤어진 뒤, 트럼프가 우리 보기엔 미친 짓 꽤나 하는 것 같아도 저렇게 열렬한 지지자가 상당수 있는 한 어쨌거나 4년은 전세계가 참으면서 보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한 건 전세계적으로 여유가 없어지면서 일단 내 먹을 것 확보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