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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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유형.

간큰초짜 23 586
올해 마흔한살이 됐습니다.
혈기왕성하던 이삼십대에 여행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학창시절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아
과외, 막노동, 당구장, 호프집, 로바다야끼, 야간업소 삐끼, PC조립 등
뭐 안해본 알바가 없었습니다.
태사랑에 제 얼굴 아시는 분들 제 얼굴 보셔서 아시겠지만,
여성분들이 선호하는 타입이 아니라 졸업때까지
쭈~욱 솔로로 다녔고, 술도 좋아하지 않았고, 학교도 국립대라
등록금도 저렴했고...

암튼 알바해서 학비내고 용돈써도 풍족하진 않았지만
부족하진 않게 학교 다녔습니다.

복학해서 도서관에서 엎드려 자다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들은 
이글스와 본조비의 런던 공연 소식에...그냥 런던행 비행기표를
지른게 제 해외여행의 처음입니다. 15년전이죠.
(막상 공연은 당시 신예였던 오아시스와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에릭클랩튼을 봤습니다)

Cathay Pacific 항공을 타고 홍콩 경유해서 런던 히드로 공항에
배낭 하나 매고 손에는 800파운드 여행자수표와 20일짜리 유레일
패스만 들고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8개월간 유럽을 유랑했습니다.
30일 계획으로 갔었는데..(거기서도 불법 알바의 연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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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후 학교를 졸업할즈음 IMF가 시작되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이 없던 시절, 대기업 임원이셨던
삼촌의 추천으로 L모 전자 동유럽 무역팀에 입사를 했습니다.
6개월쯤 다니다가 낙하산이라는 소리가 너무 싫어서 관뒀습니다.
그리고 다시 두달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정말 아무 정보도 없이 가서 죽을 고생했습니다.)

고향에서 당시 유행했던 작은 닷컴벤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자취방 보증금까지 싹 다 말아먹고, 정신차리고 서울로 왔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한달간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통신회사에 취직을 해서 3년간 잘 다녔는데,
사내공고에 태국지사를 설립하는데, 저를 설립멤버로 발령을 냈습니다.
기획팀 소속이었는데, 기획팀장이 외국에 나가고 싶어 엉덩이가
덜썩대는 저를 배려한 결정이었는데, 미국이나 일본지사가 아니라
사표까지 불사하며 거부했습니다. 근데 결혼해서 가정이 있어서
자유로운 영혼처럼 살 입장도 아니었고, 저의 멘토였던 팀장님의
설득으로 투덜대며 태국에 처음 갔습니다. 그리고 그때 처음 태사랑을
알게됐습니다. 8년 5개월전입니다.

그 후에는 지금까지 태국만 오가고 있습니다.
(가끔 업무차 중국과 베트남도 갑니다)

제목에 여행의 유형이라고 쓴 이유는...

전 막상 외국을 나가는건 좋아하지만, 외국에 가서는 그리 부지런하지
못합니다. 남들처럼 세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도 않고
구석구석 찾아다니면 깨알같은 즐거움을 맛본적도 없는듯 합니다.
최근 몇년사이 태국에 12-3회 다녀왔는데, 방콕 외에는 후아힌, 파타야,
깐차나부리 한번씩 1-2일 일정으로 다녀왔을뿐입니다.

좀 더 거슬러 가보니 자카르타에 가서도, 마닐라에 가서도, 호찌민에
가서도 내가 여기 왔다는거 외에는 숙소와 그 주위만 돌아다닌듯 합니다.

런던과 케임브릿지에 살때도 정말 제가 가는 곳 외에는
그 유명한 명소들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정말 가볼데가
많았는데..

여행이라하면,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그 문화속에 살아온 사람들과
교류하며, 역사를 체험하며 견문을 넓히는 것인데
전 행동반경이 무척이나 좁았습니다.

지난달 가족들과 태국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도 마찬가지로
식사때를 제외하고는 이동을 거의 안하고 방콕 수쿰윗과 씨얌센터
주변에서만 놀았습니다.

요즘 페북 친구들 중에 태사랑 횐님들이 몇분 태국을 장기여행중이신데
그분들은 정말 놀라울만큼 왕성한 활동력으로 동분서주 신출귀몰하십니다.
아~~ 부럽다 생각하면서도 저는 몇시간씩 차에 시달리며
태국 시골까지 찾아갈 용기가 없습니다. 빠이, 매홍손, 루앙프라방(라오스),
치앙라이 다 가보고 싶긴 하지만요...

전 그냥 교통편하고 편히 밥 먹을 수 있는 방콕이 최고로 좋습니다.
스트레스 풀려고 비싼돈 내고 해외여행가서 그냥 편하게 쉬는게
제일 좋더군요.

제가 좀 특이한가요? 아님 정상인가요?
23 Comments
물우에비친달 2011.07.21 12:30  
완전정상이신데요..^^  아마도 업무상이던지 휴양이던지 외국을 대학시절부터 자주 다녀서 그러신것 같아요...태국 장기여행하는 사람들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내 인생에 딱 한번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여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지신 분들이 많아서 그럴거에요...그러니 '깨알같은 재미'를 찾아 여행객들이 잘 찾지 않는 시골 저 구석까지 들어가시는 것이겠지요.....저도 9월에 다시 태국가긴하는데....1달동안..걍 방콕 그것도 방람푸 주변에서 걍 삐대고 싶어요..ㅋㅋㅋㅋ
간큰초짜 2011.07.23 02:21  
방콕에서 쐬는 에어컨바람 마저도 제 사무실 에어컨 바람과 다릅니다.
비록 숙소에서 뒹굴더라도 가서 한 며칠 삐대고 싶군요.
골드코스트 2011.07.27 00:29  
ㅋㅋㅋㅋ 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태국을 가야지 했던게 1년반 전인데  역마살이 발동하여
피똥싸며 번돈으로  동남아&유럽 한달 지르고..  10일후에  다시  방콕에 갑니다.ㅎㅎㅎㅎㅎ
필리핀 2011.07.21 12:46  
여행은 각자 스타일대로 하는 것이지
정석이라는 게 없지요...
저는 한군데 3일 이상 있으면
좀이 쑤셔서 마구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랍니다~ ㅎㅎ
간큰초짜 2011.07.23 02:24  
저도 열망은 가득합니다만..막상 가면 나무 늘보가 되네요.
베트통 2011.07.21 12:47  
저도 5번정도 같은데.. 모두 방콕만..쉬고..맛난것 먹고..호텔이 중요..
간큰초짜 2011.07.23 02:25  
동감입니다.
케이토 2011.07.21 12:47  
간큰초짜님! ㅋㅋㅋ 동분서주 케이토입니다 ㅋㅋㅋㅋ
오늘 아침에 끄라비에서 방콕 올라왔어요. 으허허...
버스에서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어요. - _-...

어제오늘 방콕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결심한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앞으로의 여행은 캐리어를 끌지 않으면 오지 않겠어! 라고 (...) 리조트풍 여행만 하려구요.
장기여행은 한번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 -_-; 제 러시안 멘토 아주머니가
"좋은 기억은 한번이니까 좋은 기억이라고 하는거야." 라고 했는데,
그 말이 10년만에 새삼! 절절하게 와닿는거 있죠.
물우에비친달님 말씀에 저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마냥 방콕에서의 소비지향적인 생활을 일정 수입없이 마냥 하고만 있기엔,
100일이 넘는 여행은 너무 길어요. 그때 필요한게 정말 "깨알같은 재미" ㅋ
나중에 돈 싸들고 오면 못할 그런 재미를 찾게 되더라구요. ^^;
적당히 없으면 없이, 누릴 수 있으면 누리는게 각자의 여행 방식인거 같아요. 헤헤 =ㅂ=)/
간큰초짜 2011.07.23 02:26  
모험심과 용기와 왕성한 활동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냉장고 줄맞춤에도 더불어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남은 기간 마무리 잘 하시고, 좋은 음식 많이 드시고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요술왕자 2011.07.21 12:50  
여행은 자기 취향과 형편, 조건에 맞게... 남에게 피해 안주면서 즐겁게 다니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어떤 여행방식이 정상적인 방법이라던가, 더 좋고 나쁘다라고 평가 할 수는 없겠지요...한 곳에 몇주일씩 지내다가도 또 바쁘게 돌아다니고 싶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고요...
편하게 쉬는데 가장 큰 의미를 둘수도 있고, 또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행자도 있겠죠...
간큰초짜 2011.07.23 02:31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여행을 가끔 가면, 움직이기 싫어하는 제가 가끔은 민폐가 되는것 같기도 해서 가급적 맞출려고 하는데, 그런 여행은 많이 피곤했던거 같아요. 그래도 이번에 가족여행은 아이들한테 많은거 보여줄려고 정말 바쁘게 다닌거 같습니다. 밤마다 녹초가 됐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렇듯 상황에 따라 동반자에 따라 달라지겠죠.
포맨 2011.07.21 12:55  
단군이래 동년배 인간들 제일많은시기에..치열한 경쟁율을 뚫고 입학하고...
임프에,벤처거품에....동감많이됩니다...

쟤네 다 알바...
지하수탐사굴착...실내조경공사...특수신문배송등...나름 잔머리굴려 스킬풀하고 고부가가치(?)있는 알바도 참 많이 했습니다.
아..
학교에서 후배들 뒷풀이때 많이 찬조할만큼 풍요로운 삶도 있었군요^^
그게 지금 자양분이 많이 되는거 같군요...

지금도 수맥 잘 찾습니다^^
나무 잘 만듭니다...^^
전국방방곡곡 안가본곳이없어... 그 지방출신에게 동향출신으로 사기치기 유리합니다...
^^
동감하면서 갑니다.
간큰초짜 2011.07.23 02:39  
학창시절 술이나 밥 잘 사주는 선배라는 이미지가 꽤 오래가더군요.
저 역시도 후배한테 늘 사주기만 하다가 요즘은 가끔 만나 제가 돈을 안내면
기분이 어색해요.

전 지금도 벽돌지고 하루종일 건물 오르내릴 자신,
하루에 PC 40-50개 조립할 자신,
당구공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하게 닦을 자신이 있지만 몸이 따라줄지 모르겠습니다.

과거는 이제 안돌아볼려구요...
피글렛티 2011.07.21 22:44  
여행의 유형이 어딨겠어요.
가는 이의 마음대로 원하는 대로 (사실 이렇게 하기가 제일 힘들죠)
그렇게 되어지는게 제일 좋은 여행인 것 같아요.
아마 간큰초짜님의 여행스타일이 본인에겐 제일 잘 맞는 여행스타일일테지요. ^^
간큰초짜 2011.07.23 02:40  
근데 사실 저도 제 스타일이 맘에 안들긴 해요.
피글렛티 2011.07.24 23:29  
별 쓸데없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요즘 모방송국의 여행다큐를 다시 보기 시작했답니다.
어느 나라의 외국인 여행자들의 여행 스타일을 잠시 비춰주고는
화자(제작담당 PD)가 우리의 여행 모습과는 참 다르며
신기하다고 하는 말에 저도 웃음을 띠게 되더군요.
아마 간큰초짜님은 외국스타일인가봅니다.
마음에 안 들어 마시고 하고 싶으신대로 추진하세요. ㅎㅎ
jjjay 2011.07.21 23:40  
멋진 훈장같은 프로필입니다.....
무계획이 계획이 되어 실행된다는것이 대단하시군요....
계획을 와장창 세워놓고
어리버리한 여행을 (다른 공항가서 앉아있기, 여권호텔에 나두고오기, 다른 게이트가있다 비행기 놓치기, 비행기 시간 착각하기, ...아무튼 귀국날에 정확히 돌아와본적이 거의 없는......) 하는 저는 부러워서 쓰러집니다....ㅠㅠ.
간큰초짜 2011.07.23 02:34  
대책이 없는거죠. ^^
아직도 철이 없어 대책 없이 살고 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늘 계획을 세우고 사는데, 어쩜 그렇게도 계획대로 하는게 없는지...
LINN 2011.07.24 01:52  
요즘 업무적으로 해외출장이 잦은편인데...

개인적 시간이 나면 호텔서 방콕~ 하고 쉬거나

기껏 기어 나가면 가는곳이 꼴랑 쇼핑센터더라구요.

커피먹고 케익먹고 밥먹고 맛사지받고 일용할 간식사고 밥먹고 차마시고 하다보면 하루가 후딱...

저도 어쩔수 없이 나이먹어 가나봅니다...
양반 2011.07.24 02:58  
비슷한 세월을 보내와서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
간큰 초짜님께서 쓰신대로, 저도 학생때는 배낭여행을 다닌다고 매일같이 미친놈 뛰어다니듯
여기저기 보러 다니던것이, 회사 입사해서는 호텔에서 콕하고 있는 귀차니즘의 대명사가 되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가족들과 매년 휴양 위주로 여행을 하였습니다. 호텔 수영장에서 책을 읽으면서 여유를 즐기는것이 상당히 멋있게 보여 7년정도 리조트 위주로 여행을 다녔는데, 금년부터 방향을 바꾸어 되지 않나 생각중입니다.  작년부터 회사에 복잡한 문제가 자꾸 생겨, 현실 도피를 하고자 10여일 전부터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가족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일로부터의 벗어 나려고 시작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핸드폰을 꺼놓고, 인터넷을 멀리할려고 해도 어느새 핸드폰을 키고, 노트북에 앉아 있게 되네요. 2~3년전까지는 무서운것 없이 달려온것 같은데, 요즘들어 생각이 많아 져, 마음의 짐을 잠시나마 벗어 버릴려고 떠났던 이번 여행에 짐을 벗어 버리지 못해 이 늦은 시간에 이렇게 태사랑을 보다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분들이 있는것 같아 이렇게 올려봅니다. 
LINN님 말처럼 저도 어쩔수 없이 나이를 먹어 가는것 같습니다. 제 여행의 목표는 3~4년안에 애들을 데리고 일년동안 전 세계 배낭여행을 시키고, 애들이 대학을 들어가면, 집사람과 둘이서 천천히 사는 삶을 살 생각입니다.
세일러 2011.07.24 13:24  
출장으로 갈때와 여행으로 갈때가 매우 틀리더군요.
출장가면 시간 아무리 남아도 그저 호텔방에서 뒹굴게 되고, 여행으로 가면 호텔에서 쉬려고 작정하고 짐풀고 나서도 자꾸 싸돌아 다니게 되구요...
일하러 가면 짬만 나면 무의식적으로 쉬려고 하나봐요...
트래블라이프 2011.07.24 16:13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념에는 정해진 답은 없을 것입니다.
여행을 가서도 한곳에서 늘어져셔 망중한을 즐기던, 동서남북 구석구석 헤집고 돌아다니던
그것은 순전히 여행자의 마음입니다. 그 어느누구에게도 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고집대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아 물론 일행이 있는데 자기 고집만 내세우면 곤란하지만ㅎ;.
우리의 일상생활이던 여행지에서의 상황이든지 계획대로 다 되는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때그때 발생하는 변수에 능동적으로 잘 대처하는 공력을 키워야 할 것 입니다.
천소 2011.08.22 09:50  
저도 호주에 6개월 있으면서, 제가 살던 두 도시 외에 놀러간 도시는 1곳 입니다 ;;;; 호주에 다녀왔다면서 캥거루랑 코알라도 못 보고 왔다 그러면 사람들이 놀라요 -_-;;;; 여행이 '장기간'으로 길어질수록 늘어지든지, 속속들이 찾아다니든지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 같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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