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라파엘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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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라파엘 이야기...1

필리핀 19 719
 

안녕하세요...


23박 24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지난 주말에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씨엠립의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제가 이번에 씨엠립을 방문한 것은

순전히 라파엘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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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가 라파엘...
왼쪽은 라파엘의 동생인 사진작가 파브리스...
그리고 오른쪽의 나...
이렇게 세 명이서 프리다이빙을 함께 배웠다...)


 
라파엘은 작년 7월에

태국 꼬 따오에서 프리다이빙을 배우다가 만난

프랑스 친구입니다...

(그 과정은 아래 여행기를 참고하세요... ^*)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ytravel2&sca=&sfl=wr_subject&stx=%BE%D0%B3%D7%BE%EE&sop=and&x=24&y=10



우리는 남들은 잘 모르는 프리다이빙을

함께 배운다는 공범의식(?)에다가

두주불사라는 음주 스타일이 흡사하여

금세 친구가 되었습니다... ^^;;;


그리고...

지난 봄, 라파엘은 한국을 방문하여

저의 집에 머물면서

족발에 곱창에 짬닭에 파전에...

그리고... 라이스 와인(막걸리)을
너무너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소주는 첫날 몇 병 마시고

담날 고생한 이후로는

절대 사절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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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홍대 앞의 바에서...
이 날도 찜닭에 막걸리로 시작해서
여러 집을 전전한 끝에
마지막에는 맥주로 입가심을 했다... ^^;;;)



며칠 뒤, 한국을 떠나면서

라파엘은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맛난 한국 음식을 먹게 해주어서 고맙다...

담 휴가 때는 씨엠립을 꼭 방문해라...

제대로 된 프랑스 음식을 대접하겠다...”


10여 년 전에 세계일주를 하면서

정착할 땅을 물색했던 라파엘은

씨엠립을 그 장소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변호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현재 씨엠립에 몇 년째 살면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프랑스 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앙코르 유적이라는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있는 씨엠립에는

프랑스인들의 커뮤니티가

꽤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프랑스와 캄보디아는

무관세 협정을 맺고 있어서

프랑스제 와인이나 식료품, 화장품 등을

무척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점들이 라파엘로 하여금
씨엠립을 정착지로 삼게 한 이유였다고 하네요...

솔직히 처음에는

라파엘이 씨엠립에 오라는 말을

건성으로 들었습니다...

이미 저는 2번이나 씨엠립을 방문했던 터라서

별다른 흥미가 없었던 데다,

간만에 맞이하는 금쪽같은 휴가를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바다가 아닌

유적지로 둘러싸인 내륙에서 보낸다는 게

영 마뜩치가 않았거든요...


그런데 라파엘이 들려준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제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집은 2층집인데

월세가 미화 200불이야...

일주일에 6일은 가정부가 와서

청소와 빨래와 요리를 하는데

월 70불을 주지...

집세에 가정부 월급에 식료품비를 다 합쳐도

한 달 생활비가 500불이 안 넘어...”


‘2층집에서 가정부를 두고 살면서도

한 달 생활비가 50만원 남짓이라고???‘


은퇴하면 해외에서 살아볼까 하는

꿈을 지니고 있던 제게

그것은 무척 구미가 당기는 소리였습니다...


‘그래, 라파엘이 어떻게 사는지도 볼겸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을 며칠 줄여서

씨엠립을 방문해보자...’


그렇게 결심한 저는

6월 29일 방콕에 도착하여

이틀 동안 시차적응(?)을 한 뒤

7월 1일 아침 일찍

씨엠립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시간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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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캄보디아 국경인 포이펫에서 씨엠립으로 가는 길...
 예전에는 트럭 짐칸에 쪼그리고 앉거나 선 채
 붉은 흙먼지를 잔뜩 마시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가는 길이었는데...
 이제는 말끔히 포장된 길을, 에어컨 빵빵 나오는 택시를 타고,
 1시간 30분만에 주파한다... 아, 세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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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세 200불짜리 라파엘의 2층집...)



 

19 Comments
필리핀 2011.07.25 18:29  
여행기라기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가까워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
마살이 2011.07.25 19:15  
이거  저도 10년전에 갈땐 비포장이라 고장했었는데..ㅎㅎ
예전엔 태국도 물가가 저렴 했겠져..ㅡㅡ;;
필리핀 2011.07.26 12:38  
모든 게...
시간이라는 마법의 힘이죠~ ^^*
초코파리 2011.07.25 19:44  
와~~글로벌 하신 필리핀님....부럽군요~~ 지금까지 외국인 친구하나 못 만들어 놨는데...ㅎㅎ;;
(알고 지내다가 먹고 사느라 바빠서 연락도 다 끊기구.....;;)
그리고 더 부러운 분이 계시는 군요.....라파엘이라는 분....
집값....생활비 정말 저렴하군요!

요즘 일에 지쳤는데
저 집에서 몇 달 하숙하고 싶네요~ㅎㅎ
필리핀 2011.07.26 12:40  
저 외국인 친구 그렇게 많지 않아요...
라파엘이랑... 스페인 사는 일본인 나오끼...
이 두 명이 전부랍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제 나라를 떠나서 사는
떠돌이로군요... ^^;;;
피글렛티 2011.07.25 23:12  
호곡..
태국 집.. 한달 생활비 500불..
집이야 뭐.. 걍 그렇겠지 하다가
눈이 번쩍 뜨이네요. 깨끗하고 예쁘네요..
갑자기 약간의 쇼크를 받아서 앞의 감상은 날아가고~ ㅡ.ㅡ;;
필리핀 2011.07.26 12:41  
저도 별 기대 안하고 갔다가
외관을 보고 허걱~ 했답니다... ^^*
빅토스 2011.07.26 09:52  
와~ 테라스가 있는 집이네요. 멋집니다.
필리핀 2011.07.26 12:45  
네... 저도 아주 맘에 드는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돈 벌어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제게 인계하라고 부탁하고 왔습니다... ^^*
앨리즈맘 2011.07.26 13:20  
가격대비 휼흉하내여, 맞아요 그래서 캄보디아에 프랑스 사람 많은것 같아요 허긴 프랑스에도 캄보디안 인이 많아요,
필리핀 2011.07.27 07:46  
한국 사람도 프랑스 사람 못지 않게 많답니다~ ^^*
아켐 2011.07.26 14:42  
흠......나도 누가 한달에 100만원만 주면 가서 살고 싶네요..
내가 안벌면 굶어죽으니 원....
(로또를 사자)
필리핀 2011.07.27 07:47  
얼렁 돈 잘 벌어다주는 낭군님을 만나셔요~ ^^;;;
어라연 2011.07.26 23:44  
와..그 비포장도로가 저렇게 변했군요..6년전 갔을때는 고물버스 타고 3차원 롤링을 경험한 재미있는 길이었는데..
필리핀 2011.07.27 07:48  
지나고보니 그 시절의 낭만이 그립네요~ ^^*
솜땀팔이소녀 2011.07.27 10:59  
ㅋㅋ 전 어쩔수 없는 (부동산에 전전긍긍하는)한국인인가봐요.
'계속 거서 살거라면서 뭐하러 아깝게 월세를 내? 걍 땅사고.. 집짓고.. 정 부담스러우면 세입자 들여 월세 놓으면 되지..'
요러고 앉았네요 ㅋㅋㅋㅋㅋ ㅡ.ㅡ;;;;;;;;;;;;;;;;;
상쾌한아침 2011.07.27 22:07  
어메이징... 몇년 전에 먼저 폴폴 날리면서 힘들게 갔던 도로가 저렇게 변해 버리다니... ㅠ0ㅠ;;;
열혈쵸코 2011.07.31 23:52  
오오옷~ 그래서 씨엠립을 다녀오신 것이로군요!!
생활비가 저렴하게 들어서 놀랍습니다.
저는 그래도 내륙보다는 바닷가 근처에서 살고싶어요. 아주 예쁜 바닷가 근처에서요.. ^^
즐거워라~ 2015.01.08 15:54  
뽀이뻿에서 시엠립까지 1시간 반요? 우와... 세월 참... 제가 갔을 때는 벌써 12년 전이니까 그 때 얘기를 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격세지감이네요. 비포장일 뿐더러 중간에 다리가 뻑하면 끊어져서 편도 8시간 걸린 것 같은데 말이죠. ㅎㅎ 그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12년 전이라니 나이가 먹긴 먹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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