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라파엘 이야기...1
안녕하세요...
23박 24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지난 주말에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씨엠립의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제가 이번에 씨엠립을 방문한 것은
순전히 라파엘 때문입니다...
(가운데가 라파엘...
왼쪽은 라파엘의 동생인 사진작가 파브리스...
그리고 오른쪽의 나...
이렇게 세 명이서 프리다이빙을 함께 배웠다...)
라파엘은 작년 7월에
태국 꼬 따오에서 프리다이빙을 배우다가 만난
프랑스 친구입니다...
(그 과정은 아래 여행기를 참고하세요... ^*)
우리는 남들은 잘 모르는 프리다이빙을
함께 배운다는 공범의식(?)에다가
두주불사라는 음주 스타일이 흡사하여
금세 친구가 되었습니다... ^^;;;
그리고...
지난 봄, 라파엘은 한국을 방문하여
저의 집에 머물면서
족발에 곱창에 짬닭에 파전에...
그리고... 라이스 와인(막걸리)을
너무너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소주는 첫날 몇 병 마시고
담날 고생한 이후로는
절대 사절하더군요... ^^;;;)
(지난 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홍대 앞의 바에서...
이 날도 찜닭에 막걸리로 시작해서
여러 집을 전전한 끝에
마지막에는 맥주로 입가심을 했다... ^^;;;)
며칠 뒤, 한국을 떠나면서
라파엘은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맛난 한국 음식을 먹게 해주어서 고맙다...
담 휴가 때는 씨엠립을 꼭 방문해라...
제대로 된 프랑스 음식을 대접하겠다...”
10여 년 전에 세계일주를 하면서
정착할 땅을 물색했던 라파엘은
씨엠립을 그 장소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변호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현재 씨엠립에 몇 년째 살면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프랑스 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앙코르 유적이라는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있는 씨엠립에는
프랑스인들의 커뮤니티가
꽤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프랑스와 캄보디아는
무관세 협정을 맺고 있어서
프랑스제 와인이나 식료품, 화장품 등을
무척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점들이 라파엘로 하여금
씨엠립을 정착지로 삼게 한 이유였다고 하네요...
솔직히 처음에는
라파엘이 씨엠립에 오라는 말을
건성으로 들었습니다...
이미 저는 2번이나 씨엠립을 방문했던 터라서
별다른 흥미가 없었던 데다,
간만에 맞이하는 금쪽같은 휴가를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바다가 아닌
유적지로 둘러싸인 내륙에서 보낸다는 게
영 마뜩치가 않았거든요...
그런데 라파엘이 들려준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제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집은 2층집인데
월세가 미화 200불이야...
일주일에 6일은 가정부가 와서
청소와 빨래와 요리를 하는데
월 70불을 주지...
집세에 가정부 월급에 식료품비를 다 합쳐도
한 달 생활비가 500불이 안 넘어...”
‘2층집에서 가정부를 두고 살면서도
한 달 생활비가 50만원 남짓이라고???‘
은퇴하면 해외에서 살아볼까 하는
꿈을 지니고 있던 제게
그것은 무척 구미가 당기는 소리였습니다...
‘그래, 라파엘이 어떻게 사는지도 볼겸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을 며칠 줄여서
씨엠립을 방문해보자...’
그렇게 결심한 저는
6월 29일 방콕에 도착하여
이틀 동안 시차적응(?)을 한 뒤
7월 1일 아침 일찍
씨엠립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시간의
시작이었습니다...
(방콕-캄보디아 국경인 포이펫에서 씨엠립으로 가는 길...
예전에는 트럭 짐칸에 쪼그리고 앉거나 선 채
붉은 흙먼지를 잔뜩 마시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가는 길이었는데...
이제는 말끔히 포장된 길을, 에어컨 빵빵 나오는 택시를 타고,
1시간 30분만에 주파한다... 아, 세월이여...)
(월세 200불짜리 라파엘의 2층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