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 잡담(스크롤 압박 있음)
호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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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6 00:44
1. 선택
소싯적엔 중국집엘 가면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고심을 했다. 작금도 많은 이들이 중국집엘 갈때마다 고민할 것이다.
이름하여 '중국집의 딜레마'라고 한다더라.
지금은 손님이 없는 집을 빼곤 고민하지 않는다.
남들 먹는거 때깔만 봐도 이 집은 짜장면이 맛있을지, 짬뽕이 맛있을지 답이 나온다.
물론 둘다 답이 없어 보이는 경우 그냥 후퇴다.
세상은 넓고, 중국집은 많으니 말이다.
문제는 손님이 없는 경우...그냥 돌아나오기도 미안하다.
손님도 없는데, 그냥 들어와서 쓱 나가버리면 사장님 화난다. 이땐 눈딱감고 도박이다.ㅠ.ㅠ
2. 간짜장 유감
짜장면과 간짜장의 차이는?
짜장은 레디메이드 소스고, 간짜장은 주문 후 춘장과 야채, 고기를 볶기 시작한다.
짜장은 전분이 들어가지만 간짜장은 안들어가거나 소량만 첨가한다.
짜장은 달달한 맛이 강하지만 간짜장은 춘장의 맛을 주로하고 단맛은 없거나 부수적이다.
짜장은 면과 소스가 한그릇에 나오지만 간짜장은 면과 소스가 따로 나오며 특히 계란 후라이가 면에 얹어져 나온다.
대충 이 정도 될 것이다.
무릇 만물이 변화하는데 짜장과 간짜장의 조리법 역시 변화하는게 당연하지만...그래도 개인적으로 섭섭한 변화가 있다.
요즘은 짜장에 야채와 고기 볶은걸 집어넣고 간짜장이라 판다.
그것도 주문 받고 볶은게 아니라 미리 볶아 놓은듯 재료의 때깔이 죽어 있다. 게다가 원가 절감 탓인지 계란 후라이도 없다.
그건 간짜장이 아니라 특제 짜장일 뿐이다.
맛도 짜장면과 똑같다. 당연한 결과다.
짜짱에다가 양파와 양배추, 고기 조금 더 넣으면 그게 특제 짜장이지 간짜장이 될리가 없을지니...
일부러 간짜장을 찾아 다닌건 아니지만 요 5년간 서울에서 전통 간짜장을 먹어본게 딱 한 번이다.
자동차 성능검사 갔다가 불합격 맞고 차량 수리점을 갔다가 우연히 바로 옆에 허름한 동네 중국집을 갔는데 놀랍게도 거기서....
이러한 변화는 단맛을 점점 더 좋아하는 쪽으로 변화한 고객과 원가절감 및 조리 편리성을 추구한 중국집 사장님이 만들어낸 짝짜꿍인 것 같다.
3. 볶음밥 유감
볶음밥은 하루 두끼 밀가루 음식먹기 부담스러울때 주로 고르게 된다.
과거 볶음밥은 짜장을 주지 않았고, 짬뽕 국물보다 계란 국물을 주었다.
계란 후라이가 밥위에 얹어져 있었고, 특유의 불맛과 고소한 맛이 나름 중독성이 있었다.
그게 대략 80년대 정도에 짬뽕 국물을 주는 중국집이 생겨났고...80년대 말 90년대 초 쯤에 짜장을 서비스로 주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뭐,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런 변화가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언제인지 모르게 계란 후라이가 사라지더니, 아예 볶음밥만 주는 곳과 볶음밥에 계란을 함께 볶아서 주는 곳이 등장 한다.
불맛도 사라지고, 그 고소한 맛도 사라져 버렸다.
개인적으로 국물을 별로 안먹기 때문에 계란 국물이 짬뽕 국물로 바뀌어도 개의치 않는다.
짜장을 줘도, 먹고 안먹고는 선택이니까 그런 변화도 상관 없다.
근데 왜 계란 후라이를 안주는 걸까?
간짜장에도 계란 후라이 없어졌다고 하더니만 여기서도 계란 후라이 타령이다.
왜? 계란에 환장해서?
아니다. 계란 후라이가 집에서 먹는 계란 후라이와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은 후라이팬에 전도열로 익히고, 반은 기름에 튀겨진 듯한 그 중국집 특유의 계란 후라이는 집에서 만들기 너무 힘들다.
불의 세기도, 기름의 양 조절도....
불맛도 사라지고, 고소한 맛도 사라졌다.
사실 고소한 맛은 별로 몸에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불맛을 만드는 건 나름 기술이다. 고급 기술은 아니지만, 손이 좀 더 가는 기술이다.
결국 볶음밥도 간짜장처럼 조리의 간편함과 원가절감, 그리고 매운 맛을 추구하는 대중의 입맛을 위해서 중화요리 특유의 맛을 죄다 죽여 버렸다.
요즘 볶음밥은 짜장밥 with 짬뽕 국물이 더 솔직한 표현인듯 싶다.
제대로 된 볶음밥...위에 적은 내 기준에 100% 부합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곳은 연남동의 어느 중국집이다.
가끔...볶음밥이 먹고픈 때면 가보긴 하는데 자동차 기름값이 볶음밥보다 더 많이 나오는게 함정.
4. 짬뽕 유감
이건 어떤 얘기 나올지 다 아실 거다.
짬뽕은 말 그대로 잡다한 재료가 들어간 면요리다.
어릴때의 짬뽕을 생각해보면 돼지고기와 각종 해물(패류,두족류 등)과 각종 야채가 어울린 잡다한 재료가 맛의 하모니를 이룬 궁극의 집합체였다.
그게 어느샌가 해물값과 야채값이 올라서인지 해물은 홍합과 오징어, 야채는 배추와 양파로 단촐해졌다.
그러다가 해물은 오징어만 남더라.
이게 무슨 짬뽕이야? 오징어 매운탕이지!
근데 요즘은 한술 더 떠서 오징어도 맛없어서 안팔리는 수입산 왕오징어(아마도 페루산?)를 넣기 시작하더만...
이 왕오징어는 육질이 영 아니어서 일반 소비자에게 팔지 못하고 한때 오징어젓으로 둔갑해서 많이 팔렸는데 요즘은 중국집 식자재로 공급 중이다.
근데 이걸 값싼 짬뽕에 쓰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값비싼 요리에다가도 집어넣고 있더만.
물론 이런 집은 발길을 끊긴 하지만...하여지간 괘씸한 생각이 든다.
앞에서 간짜장, 볶음밥에 대해서 성토하긴 했지만 가장 맛이 싸구려틱해지고 원래의 음식과 다르게 완전히 변질된 음식은 짬뽕인듯 싶다.
맵기만 하고, 미원 듬뿍쳐서 수입 오징어 몇 쪼가리 집어넣은...솔직히 3,000원이면 딱 알맞을 음식을 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5. 짬짜면
누구나 짜장면을 할까 짬뽕을 먹을까 고민 안해본 분 없을거다.
이미 국민학생때 지금의 짬짜면과 정확하게 동일한 컨셉을 생각했으나, 그를 실제로 구현할 능력이 없었던 바...나중에 커서 이를 구현한 것을 보고 참 놀랍고 기뻤다.
대략 IMF무렵...그러니까 97년도 무렵이겠다.
울산에 출장갔다가 그곳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서울에선 못보았는데 말이다.
그러더니 짬짜면과 그 형제들(볶짜면, 볶짬면 따위)이 엄청난 속도로 번져나가더라.
근데 이상과 현실의 차이일까?
딱 2번 먹어보고(한 번은 반가워서, 두 번은 정말 맛없는게 맞는지 확인차), 짬짜면을 먹지 않았다.
맛이 없다. 짜장면과 짬뽕은 함께 어울리는 맛이 아니다.
6. 인천 차이나 타운
비싸다, 맛없다, 주차 불편하다.
절대 비추다. 그냥 비추가 아니라 절대 비추.
그곳에 위치한 중국집들 대부분 찾아가 보았다. 인천에서 8년 정도 있으면서 자주 가보았다.
비싸고, 맛없고, 주차 불편하면서 왜 그리 뻔질나게 갔느냐고?
과거엔 크게 비싸지도, 크게 맛없지도, 크게 주차 불편하지도 않았다.
인천시에서 인천 차이나타운을 키운답시고 껄떡대면서 그곳 중국집들이 버릇이 없어졌다.
손님들이 몰려오니 값부터 올리고 음식의 질은 떨어지고, 주차가 개판이 되버렸다.(원래 달동네라 주차장이 없을수 밖에 없다.)
그냥 화교촌 정도였을때는 그래도 분위기 잡는다고 갈만했는데, 차이나 타운 입구에 세우는 문(이름을 모르겠다.)을 멋들어지게 세울 무렵부터 맛이 가기 시작했다.
뭐, 원보 인가 하는 만두집은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곳도 그 동네나 인근에 살면 모를까 일부러 찾아갈 곳은 못되는듯 하다.
입맛은 주관적이니 혹여 반대하실 분도 있을듯 한데...일단 가성비를 그리고 주차난을 고려했을때 외지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일까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
7. 쟁반짜장
쟁반짜장을 처음 본건 전라도 익산(옛이름 : 이리)이었다.
짜장면을 시켰는데 그 도시는 쟁반에 짜장면이 담겨져 나오더라. 먹기 힘들었다.
소스 비비기도, 도망다니는 면을 쫓아가기도 말이다.
몇 군데 돌아다녔는데 모두 쟁반에 짜장이 나오더라. 먹으면서 '이 동네 짜장은 정말 웃기는 짜장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서울에서 쟁반짜장이 나왔길래 먹어보니 삼선짜장을 쟁반에 담은 것일 뿐 아무 특색이 없더라.
누군가가 정말 익산의 쟁반 짜장을 보고 삼선짜장을 넓다란 쟁반에 담아낼 생각을 한 것일까?(고객의 호기심 유발 및 매출 증대)
익산의 짜장면은 아직도 쟁반에 담겨져 나오고 있는지 궁금하다.
8. 징기짜장
울산 야음동에서 석유화학단지로 넘어가는 고갯길에 있는 짜장면 집이 있었다.
1997년 무렵이라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아주 더럽고 허름한 집이라 들어가기도 망설여졌지만, 이유는 단 하나 징기 짜장이란 메뉴 때문이었다.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다가 징기짜장이란 메뉴를 보았고, 호기심이 무럭무럭...
'징기짜장? 징기스칸식 짜장인가? 그럼 몽골식 짜장면?'
그땐 말단인지라 점심이고 저녁이고 항상 선배나 상사들 따라 다녀야 했는지라, 짜장면 집에 가보기 힘들었다.
어느 날 저녁 식사가 일찍 끝나고 다들 왠일인지 얌전히 숙소로 돌아왔다.
그때 불같이 버스를 타고 징기 짜장집으로 향했고, 이미 저녁을 먹은 상태인데도 징기 짜장을 시켰다.
그 맛은!
매운 짜장면, 즉 사천 짜장면 맛이었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인데도 만족스런 맛이었다.
뭐, 그게 대단하냐고 여길수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짜장면과 매운맛은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짜장면에 고춧가루 타먹는건 가능해도 짜장 소스에 매운 소스를 혼합하면 우리가 아는 칼칼하거나 얼큰한 맛이 달달한 짜장 소스와 조화를 이루기 힘들다.
사천 짜장이라는 것도 보면 춘장이 아니라 다른 소스임을 알수 있다.
춘장과 다른 매운 소스를 조화시키는게 아주 어려운 일인듯 하다.
요즘이야 매운 짜장이 흔하지만-그것도 청양 고추 덕이 크다.- 내 이야기 시점은 1997년 무렵이다.
짬짜면도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던 시절이다.
그 시기에 청양고추도 없이 매운 맛과 짜장 맛을 조화시킨 중국집이 있었다는 사실,
그것도 제대로 장사 잘되는 집에서 연구한 요리도 아니요, 동네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에서 만든 요리라는 사실!
거기에 결정적으로 날 놀라게 한 것은...
짜고 맵기만 해서 이런 걸 먹고도 사람이 사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경상도 울산에서 만들었다는 사실!
난 군대 짬밤도 보충대 생활 할때부터 꾸역꾸역 잘 먹었지만 울산 출장 가서는 무척 고전했다.
그곳에서 먹을 것이라곤 라면과 햄버거였다.
왜? 라면과 햄버거는 경상도라고 해서 짜거나 맵지 않았걸랑.
심지어 짜장면도 지역색 타는지 엄청 맛 없었다. 잠뽕이야 불문가지고.
전설의 징기짜장,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수 없으나...지금도 또 먹어보고픈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