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에 관해서
Robb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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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23:10
아래 댓글에 이야기가 나온 김에,
머리도 덜말랐으니 머리도 말릴 겸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요즘 전산입력이라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설문조사 한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시키는 단순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생각보다는 단순하지 않은 그런 작업이었어요.
설문지 앞 뒤의 관계도 고려해서 논리적 충돌이 없게 만들어야 하는 에디팅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저 말고도 아르바이트하러 오신 분들이 6분이나 더 계셨는데,
우리가 한 일은 장애인에 대한 지원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및 욕구조사에 관한 설문지를 에디팅하고 입력하는 것이었어요.
설문지 에디팅을 하기 위해서는 설문지의 질문 흐름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해서
이런저런 측면을 보게 되는데요,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 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스스로 생활하기 힘든 중증 장애인의 생활을 돕기 위해서 나라에서는 활동보조인이라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대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장애 등급이나 종류에 따라서 한 달에 몇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배정받는대요.
주로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지적장애 이런 분들이 많이 이용하셨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도 꽤 계셨지요.
활동보조인은 이런 분들의 집에 가서 청소나 빨래 등 가사일을 도와주거나,
식사준비 같은 것을 하기도 하고,
세면이나 양치 등의 활동을 돕기도 하고
같이 산책을 하거나, 지적장애 아동의 경우에는 등하교를 시켜주는 일을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어요.
가정형편이나 장애등급에 따라서 무료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소액을 지불하고 이용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질문 중에, 이런 활동보조인을 가족이 맡게 하고 가족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은 어떠냐는 것이 있었는데
일부 몇몇 분들의 대답이 그것은 싫다 였어요.
이유도 같은데, 다른 사람들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좋아서가 그 이유였어요.
ㅠㅠ
몸이 불편해서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친구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더 마음아픈 대답은, 가족이 돈만 받고 돌봐주지 않을까봐 라는 대답이었어요. ㅜㅜ
어떤 분들은 취업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적으셨던데
조금 장애가 있더라도 일을 해서 자립하고 싶은데
도통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어요.
어떤 가족은 5식구 중에 장애인이 2명이고, 월 수입이 150에 다른 친인척으로 부터 생계비 도움을 받지 않는 집도 있고..
어떤 집은 20대 후반 여성이 월 가정수입 600-699만원으로 백화점에 올해만 쇼핑목적으로 20번 이상을 가며
발렛파킹 서비스 직원이 친절해서 좋았다고 대답하는 집도 있고..
막 그래요.
별 생각없이 시간 있으니 돈이나 좀 벌어보자 하고 시작했던 일인데
사회의 여러 단면을 보게 되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