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낭풀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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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낭풀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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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곳이 필요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는 언제나 밤늦은 시간에 도착한다. 잘 곳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어리숙하게 둘러보면 처음 여행온게 티가 나잖아. 소심해진다. 대합실에서도 참 많은 사람들이 잘만 잔다.

베낭을 베개삼아 신발도 가지런히 벗고 누워서 잘도 잔다. 등이 무지 베길것 같아보인다. 따라 누워보니 무지 베긴다.

환전한 돈. 카메라. 베낭. 여권.

잃어버리면 집에 못간다. 쟤들은 참 잠도 잘잔다. 잠이 오질 않는다. 그렇게 새우잠을 자는동안 인기척에 깨고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에 깨고 정신이 없다. 그런데도 쟤들은 참 잘잔다.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쪽 비상등이 바닥으로 껴져 있는데 참 따뜻하다.

잠이 왔다. 새벽 4시쯔음. 잠 다 잤다. 새벽 5시쯔음.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한다. 하나둘 고양이 세수를 사랑하는 모임맴버들이 들어와서 서로를 인정하는듯한 므흣한 기분나쁜 얼굴을 지어보이며 세수를 한다. 머리도 감고. 이빨도 닦고. 모라고 떠드는지 하나도 알수 없는 TV를 보며 머리를 말린다.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시내 버스. 6밧이랬나. 민중기념탑까지만 가면 금방이랬다. 카오산에 가면 별 문제가 없다고들 했다. 나같은 외국인만 거기 득실득실거린다고 했다.거길 가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것이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3밧짜리 물한통을 사들고 태국사람들이 알려준 버스를 탔다. 한 2시간 걸릴거란다. 서울에서 대전 넘어 갈 거리다.공항은 분명히 방콕안에 있었다.

2시간이랬다. 출근시간. 어떤 놈인지 뻥쳤다. 더 걸렸다.
저게 민중기념탑이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외계어로. 난 그걸 이해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고마운 외계인들.

서양인들이 가방을 산떠미처럼 쌓아가지고는 탑을 만들어서 이동을 한다.
도대체 모가 들어있을까 궁금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들을 따라 갔다.
후진 동네가 나왔다. 서양인들과 일본애들이 많은 동네.후지긴 해도 신기했다. 신기하긴 했는대도 무서웠다. 다들 지네들끼리만 통하는 말을 쓰는것이다. 정말 개똥도 약에 쓸래면 없다고 한국사람은 구경도 못했다.

방을 잡자. 안되는 영어. 그리고 외계어. 자기들도 답답하면 영어를 안쓰고 외계어를 막 날렸다. 그리곤 알아보기 쉬운 아라비안숫자를 계산기에 대고 두둘겨 놓고 내앞에 내밀었다.

" 아이 원트 씨이 룸 오케이?"
영어의 시작과 끝은 한글토가 달린 포켓영어책이 최고다.
이 책은 내게 내가 겪을수 있는 모든 위급상황에 맞춰 구성되어있는 아주 휼륭하고 보람찬 책자다. 단, 그에 맞는 대답을 들어본적이 없다.

" HOW ARE YOU" 하면 반드시 돌아와야 할 문장을 여태 들어본적이 없듯이.
배신감이 몰려온다.화인하고 고마워하단 말을 들어본적이 없다.

싱글팬방을 보여준댄다. 하루밤에 60밧.두사람이 절대로 같이 마주칠수 없는 계단을 올라 합판으로 만들어진 여러개의 쪽방중 하나의 자물쇠를 따고 그 방을 보여줬다. 참 대단했다. 선풍기가 천정에서 도는 침대하나가 들어있는 네모난 각진 합판방. 분명 이 합판너머엔 나같은 돈별로 없는 여행자가 누워서 돌아가는 선풍기 날개를 보면서 모 하지 하고 있을 터이다.

참 대단하다. 다른 곳은 보지도 않고 귀찮음에 바로 이틀치를 끊었다.
카오샨 윗골목 지금도 그 게스트하우스는 있다. CHADA 게스트하우스.

베낭을 지친어깨에서 내려놓고 세면도구를 침대위로 올려놓고. 옷들도 올려놓고. 반바지로 갈아입고.면티로 갈아입고. 나도 누워서 모하지 그러면서 선풍기 돌아가는 날개를 보고 있었다.

여행의 첫날이었다. 베낭을 풀었다.

6 Comments
쮸우 2008.09.29 22:08  
  아... 뭔가 그 느낌 전해져 오는군.
아빠도 어리숙했구만.
왠지... 1인칭관점이 되는구랴.
태한사람 2008.09.30 05:23  
  ㅎㅎㅎ..^^
 잘 읽었읍니당..^^

 연재물 인가요....^^

 속편은...??

 빨리 술드삼!!....  ㅎㅎㅎ..^^
2008.09.30 20:55  
  연재물 할까요?  크크크
eavan 2008.10.06 18:47  
  언어의 소통... 크크크
3덩 2008.10.15 02:07  
  와 60밧~ 참고해야겠네요 :D
2008.10.16 21:15  
  10년전 이야기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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