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낭싸기-인도 마지막 이야기 (띠어쓰기 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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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낭싸기-인도 마지막 이야기 (띠어쓰기 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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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 켈거타 국제공항.

비행기가 또 연착이다. 대합실에서 만난 사람들.

서울외대에서 강의를 하셨다는 프랑스 교수님.한국말을 잘한다.다른나라말 배우는게 좋단다.부러운 인간들.

보딩을 하고 비행기를 기다리고,타라고 해서 탔다. 비행기 뜰 생각을 안한다.생각없는 비행기 .

엔진켜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갑자기 밥을 나누어준다.음료를 나눠준다.땅콩도 준다.승무원들 불러도 시쿤둥.영화를 틀어준다.창문을 내다보니 아직 활주로다. 어둑어둑 이미 밤 9시가 넘은 시간 활주로가 어둡다.

아주 끝까지 인도구나.도통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다시 일어서는 뜨거운 인도인들. 담배를 피워야 겟으니 비상구를 열어달란다.비상구도 열리고 비상계단도 가져다가 지상과 붙혀놓는다.

2시간.우린 이미 비행기에서 받을수 있는 기내서비스는 다 받았다.
아직 여긴 켈거타 지상이다.

2시간 30분. 여기저기서 벨울리고 난리가 나자 승무원들 아예 기내서비스 창구를 개방하기에 이른다.비행기가 pub으로 변한다. 어느덧 젊은 유럽여행객은 거기서 바텐더노릇을 하기 시작하고 작업이 들어가고.사교의 장이 된다.
어디서온 누구는 어디서 어디로 가고 난 누구고.. 담배연기가 비행기안을 채우고 사람들이 거의 다 얼큰해져 간다. 술이 동나고 있다.
배고픈 이슬람 하나는 기내식을 두개나 가방에 쑤셔넣고 있다.

3시간 30분이 지나자 정비사 비슷한 사람들이 뛰어온다. 엔진이 문제가 생겨 날수 없단다. 일행이 된 외국인들과 나는 사태를 관망한다.얼씨구.
항공사는 이미 아수라장.불구경보다 재밋다.격해지고 목소리는 높아만 간다.환불이니 피해보상이니 모니 격해진다.

호텔을 잡아준단다.협상 시작. 임시 비자를 찍어주고.별 5개 짜리 호텔에서 재워준댄다.극적 타협,아싸.

교수님과 같은 방을 쓴다.수영장,국제전화,룸서비스 야식 다 시켜먹어도 된단다.

흐믓했던 몇시간 지나고 새벽 공항가는 작은 픽업에 올랐을때 어제 "오늘 비행기가 안뜨면 내 사업 책임질거야" 하던 과격햇던 그들의 얼굴엔 이미 함박웃음이 가득하다.세상에서 공짜가 젤로 누구한테나 좋은가 보다.비행기에 오르자 다들 10년지기 만난듯 안부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약간 업된 비행기가 이륙을 한다.인도는 매번 나에게 언제나 새로운걸 보여줄려고 안달한다.


바라나쉬에 가면 그 거대한 대학 입구에 높은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지금까지 생존해 계신다는 위대한 스승을 기리는 의미에서 시장이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서 세운 비란다.
선생님?위대한 선생님.수염도 대단히 휘양찬란하게 기른 누가 보더라도 평생을 수련과 득도를 위해서 노력한 사람인가 했다.그런데 아니란다.
현업은 구두닦기.그의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구두닦기 였던 신분이 태어날때부터 결정되어있던 사람이란다.평범한 범인.
그는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구두를 맡기고 자리에 앉아 구두신은 발을 자기얼굴앞으로 내밀때 손님이 심심할까봐 아버지에게 혹은 할아버지에게서부터 들었던 옛날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고 한다.한사람 두사람. 그가 이야기를 하면 자기가 지금 안고 있던 고민들이 정말 신기하게도 그 이야기와 잘 맞더라는 것이다. 깨달음을 주는 성인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 사이에 그렇게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 소문은 흘러흘러 시장귀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수행원들을 데리고 나가 자기가 시장이라는 말을 하지 않은채 보통 손님처럼 위장해서 구두를 내밀었다.
물론 구두닦이는 그가 시장인걸 알리가 없다.여느때처럼 그냥 이야기를 해주고 조용히 고개를 들어보니 그 손님은 울고 있었다고 한다.그리고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고 한다.
(인도에선 성인을 보거나 대단한 사람을 보면 나름 경배하는 법이 있다.오른손으로 그 사람의 발이나 손 아님 옷을 한번 만지고 입으로 그리고 머리로 가져가 합장을 하고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는것을 난 그냥 큰절이라고 하기로 했다).물론 소문은 또 퍼져서 수상까지 참배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많은 추종자가 생겼고 기부하겠다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거기서 구두를 닦는다.그의 할아버지처럼 혹은 그의 아버지처럼.


켈거타에서 지내는 첫 한달동안 한국사람 비슷한 것을 볼수가 없었다.
인도여행이 아직 성황하지 않았을 무렵이라 보는 사람마다 다 '자파니~~(일본인이란 제페니스의 인도식 발음)" 만 들었다.
여느날처럼 어딘가에서부터 봉사를 마치고 돌아와서 밥을 먹는데 정말 몰골 사나운 한 말라깽이 동양인이 들어왔다.날 보자마자 한국인이냐 묻는다.네.이름도 모르고 냄새나는 그 사람.쉴새없이 떠들기 시작한다.병이있나 했다.나역시 반가웠다.
나보다 한참 형이었던 그는 처자식이 있는 전직 대기업 연구원이었단다.
상냥하고 이쁜 마누라와 토끼같은 딸이 뛰어와 출근하는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던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는데 머리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하나가 자길 막 어디론가로 끌고 갈려고 했단다.

난 누굴까. 사춘기에 접어든 그 형은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서 전국 절이란 절은 다 찾았다고 한다.
말뿐인 답같지 않은 말만 듣는 것에 지쳐가던 형은 갑자기 사표를 내고 인도를 왓다고 한다.
스승을 찾기 위해서 나에게 깨달음을 줄 사람을 찾기위해서.요즘 세상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했다.다행이도 사모님은 이해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8개월 히말라야를 돌았다.겨울의 히말라야.산악인이 다 되어보였다.홍길이형이 형이라고 해도 되겟다했다.하기야 보이는 몰골에 걸리는 산악장비는 등산화가 전부였는데. 그 겨울 히말라야를 그렇게 런닝차림으로 돌았을것으로 상상을 하니 쵝오엿다.

"그래 찾던 답은 찾았어요?" 베시시 웃는다. 참 세련됨과 품위가 전혀 쥐어짜도 나올것 같지 않던 그 형은 계속 웃기만 하다가 이틀째 형의 8개월을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다.
많은 사이비과 가짜들 그리고 사기꾼들을 가리는데 족히 5달을 허비했다고 한다.물욕과 성욕이 강한 사람들.그러면서도 사람들한테는 소위 가르침을 주겟다고 허언을 하는 사람들.
포기할까도 많이 생각했던 시기란다.산을 타고 타고 넘다보니 국경이 나오길래 물어보니 네팔이라서 비자 갱신도 했단다.
그러다가 한 스승을 만났다. 굴에서 묵언 수행을 하는 보기에도 후광나는 양반이엇댄다. 수행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나름 기대를 하고 꼽사리로 껴서 음식공양도 하고 잠자리도 봐주고 하길 보름. 그양반이 조용히 자길 가르키며 가까이 오랜다.
그리고 칠판과 필묵을 가지고 오라더니 그윽한 눈길을 거두고는 이렇게 써주었단다.

"넌 니 갈길 가라 . 난 내 갈길 갈테니" (you go your way, i go my way)

그리고 하산해서 날 만났단다.몇달후 내가 만난 스승이라고 추앙받던 사람과 비슷한거 같다.

바라나쉬에서 기거했던 그 형도 스승을 찾아 다니던 철학과 대학원생이었다.그 작은 해안가 어촌에 위대한 스승이 살고 계신다고 해서 찾아뵈러 왔다고 같이 가잖다.
그래서 찾아간곳은 일반 가정집.
시중드는 젊은 사람들의 안내로 뵌 사람은 그냥 100살 먹은 노인네였다.
거동도 불편한.일어설수도 없을만큼 쇠약한. 큰절을 올리고 나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100년을 살앗으니 그만큼 살아온 삶이 바로 귀감이 되는게 아닐까하는.
100년을 지켜봐온 세상이 있으니 그에 따른 지혜가 있을것 아닐까 하는.벽에 응가칠 안하는 당신이 챔피언.

간단하게 정리가 됐다. 오래살면 자연스럽게 그냥 성인이 되는거구나.하고
히말라야 그 산을 헤맷던 형도 그 깨달음을 얻었던게 아닐까. 자기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는것이 득도하는거라고.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하기야 평생 부은 적금타는날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그런 기분들거야.

그래서 나도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기로 했다.철학은 무신 어러죽을.

인도에 안간지도 언 8년이 되어간다.베낭을싸고 비행기를 타고 갔던곳만 가고 만났던 사람들을 찾고 본 사람만 또 보고.그게 좋았다.좋았더랬다.

인도여행 이렇게 자알 다니고 자알 먹고 방콕으로 돌아간다.적어도 이젠 볶음밥과는 안녕이다. 아무거나 잘 먹을수있는 강한 소화기관과 절대적인 내공의 후각을 가지고 내가 돌아간다.방콕은 우기란다.

9 Comments
쮸우 2008.10.15 21:16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어렵군...
시골길 2008.10.16 01:23  
  굿~~!!!
문제는 지금가는 이 길이 내갈길인지..남들이 가니깐 몰려가는...그런 길인지를 모르는 어리석음에 한숨 짓는다는 것이지요..^^ 진짜 I go my way를...위하여~!!
봉사랑 2008.10.16 12:33  
  니 갈길가라.... 말은 간단하지만 힘들죠 ^^;
곰돌이 2008.10.16 19:03  
  껌님~~~

감사드립니당^^*

이렇게 연재를 해 주시니^^

인도에서의 삶. 여행 중에 먼가 빼 먹으신^^;; 것도 있을 테지만..

그것까지 다 쓰시라고 하면, 껌님이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쥐가 고양이 생각하고 있네요^^)

하옇든 계속 부탁드립니다^^;;
2008.10.16 21:13  
  곰돌이님 정말 빼먹은게 아니라 쓰다보면 끝이 안날거 같아서 알아서 급수습한 글이라는 필이 오시나 보네요. 정답! 생활적인 부분은 호주이야기 할때 잠깐.
항상배고파 2008.10.17 10:04  
  연착이.....다..나쁜건..아니다 ㅋ
초코땡 2008.10.18 00:29  
  you go your way, i go my way

감사 합니다!  한수 배우고 갑니다~
niraya 2008.11.23 16:31  
'자파니~~(일본인이란 제페니스의 인도식 발음이 아니라 힌디랍니다.....)
bearpaw 2009.01.01 21:45  
에고, 어렵긴 한데 무지 부럽기도 하고...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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