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 4대강의 삼류 연극 무대
나마스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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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7 00:36
1. 200년 여름, 경북 상주시 비봉산에서 굽어 본 낙동강과 오리섬-은 습지와 모래톱과 강물이 나란히 이어져 있었다. 동물들은 그곳을 오가며 왕성한 생명활동을 했다.
2. 200년 가을, 동물들이 무수히 찍어놓은 발자국 위를 포클레인의 무한궤도가 긋고 지나갔다.
3. 포클레인은 낙동강 바닥도 6m 깊이까지 파들어갔다. 너른 모래톱은 직사각형 단위로 잘려나가 모두 사라졌다.
4. 섬안으로 쭉 뻗은 소나무들이 들어왔다. 소나무들은 강 건너 빤히 보이는 도남서원 뒷산에서 뿌리가 뽑혀 옮겨졌다. 돌려막기 눈가림을 한 섬에는 '낙동강 생명의 숲'이라는 비석이 세워졌다.
5. 섬 한가운데 나비 형상의 산책로가 자리잡고 있다. 섬 주변으로 모래톱이 예전 자리에서 다시 자라나고 있다. 나비와 모래톱의 기세는 팽팽하다. 2011년 가을의 일이다.
*나비: 나비는 익룡보다 터무니 없이 크고, 익룡 화석보다 훨씬 볼품도 생기도 없이, 납작하게 눌린 채로, '설치'됐다. 수풀을 걷어 낸 자리에는 떼잔디가 입혀졌다. 오리든 나비든, 어차피 산책로는 하늘을 날지 못한다. 이건 그저 볼거리, 아니면 말장난뿐인 것을.
*모래톱: 지난 여름,섬 바로 아래 상주보의 하류 왼쪽 제방이 거센 물살을 못이기고 300m나 유실됐다. 강바닥을 6m나 파냈지만, 내성천 등 상류 지천에서 물과 함께 흘러온 모래가 차곡차곡 쌓여 경천대 앞 모래톱은 거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고, 오리섬 일대 모래톱도 봄비가 내린 뒤 죽순처럼 하루가 무섭게 자라고 있다. 놀라운 것은, 다시 자라나는 모래톱은 준설 전 모래톱과 같은 자리에서 같은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 오리섬과 그 일대는 현재 보 공정률 99%, 준설률 96%, 전체 공정률 80%대를 숨가쁘게 돌파했다는 4대강 사업의 압축판이다. 전국의 큰 물줄기란 물줄기에서 3년 동안 밤낮없이 파내고 퍼부은 그 근면성실한 행위가 결국 무엇이었는지를 이곳 비봉산(경북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 중턱에 서보면 한눈에 직관할 수 있다.
글: 안영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장.
1,2,3,4,5는 지율 스님의 사진에 안영춘 편집장이 적은 글.
2. 200년 가을, 동물들이 무수히 찍어놓은 발자국 위를 포클레인의 무한궤도가 긋고 지나갔다.
3. 포클레인은 낙동강 바닥도 6m 깊이까지 파들어갔다. 너른 모래톱은 직사각형 단위로 잘려나가 모두 사라졌다.
4. 섬안으로 쭉 뻗은 소나무들이 들어왔다. 소나무들은 강 건너 빤히 보이는 도남서원 뒷산에서 뿌리가 뽑혀 옮겨졌다. 돌려막기 눈가림을 한 섬에는 '낙동강 생명의 숲'이라는 비석이 세워졌다.
5. 섬 한가운데 나비 형상의 산책로가 자리잡고 있다. 섬 주변으로 모래톱이 예전 자리에서 다시 자라나고 있다. 나비와 모래톱의 기세는 팽팽하다. 2011년 가을의 일이다.
*나비: 나비는 익룡보다 터무니 없이 크고, 익룡 화석보다 훨씬 볼품도 생기도 없이, 납작하게 눌린 채로, '설치'됐다. 수풀을 걷어 낸 자리에는 떼잔디가 입혀졌다. 오리든 나비든, 어차피 산책로는 하늘을 날지 못한다. 이건 그저 볼거리, 아니면 말장난뿐인 것을.
*모래톱: 지난 여름,섬 바로 아래 상주보의 하류 왼쪽 제방이 거센 물살을 못이기고 300m나 유실됐다. 강바닥을 6m나 파냈지만, 내성천 등 상류 지천에서 물과 함께 흘러온 모래가 차곡차곡 쌓여 경천대 앞 모래톱은 거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고, 오리섬 일대 모래톱도 봄비가 내린 뒤 죽순처럼 하루가 무섭게 자라고 있다. 놀라운 것은, 다시 자라나는 모래톱은 준설 전 모래톱과 같은 자리에서 같은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 오리섬과 그 일대는 현재 보 공정률 99%, 준설률 96%, 전체 공정률 80%대를 숨가쁘게 돌파했다는 4대강 사업의 압축판이다. 전국의 큰 물줄기란 물줄기에서 3년 동안 밤낮없이 파내고 퍼부은 그 근면성실한 행위가 결국 무엇이었는지를 이곳 비봉산(경북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 중턱에 서보면 한눈에 직관할 수 있다.
글: 안영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장.
1,2,3,4,5는 지율 스님의 사진에 안영춘 편집장이 적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