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안데스 6부작 중 2부 정복의 기술을 보고 느낀 점
Robb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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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9 08:39
나마언니께서 허하신 기념으로 첫 글 스따뜨 합니다 ㅋㅋ
방 가구 재배치과정에서 유선이 짧은 관계로 본의아니게 티비수신카드에 꼽힌 유선을 연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여!! 이것도 봐야지, 저것도 봐야지 하고 모아놓은 다큐멘터리를 틀어놨는데 기대하던 비쥬얼이나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흥미가 있어서 집중하고 두 편 봤습니다.
1부는 잉카의 마지막 후예를 찾아서 라는 제목으로 잉카 멸망 전 제사장 계급을 담당했던 깨루족에 대한 것이었어요. 나라가 망하고 산으로 산으로 도망가서 감자농사 지어서 감자만 먹고 불쌍하게 사는 내용이었지요. 감자 말고는 얻을 수 있는거라곤 야마 털과 고기 뿐이어서 소금이며 설탕이며 각종 생필품을 시내에서 사와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문명세상으로 나가서 나이든 남자들은 담뱃잎 점을 봐주어서 돈을 벌고, 좀 젊은 남자들은 진흙벽돌만들기 같은 단순일용직으로 돈을 벌어서 물자를 조달하는 내용이었죠. 음식이 넘쳐나서 던지고 노는 헐리우드영화를 보면서 '저것들이 제정신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불과 수 년 전까지도 했던 대한민국사는 제가 요즘은 우리나라도 일부 그런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는걸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보기에는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우리는 흔해빠져서 먹지도 않고 결국 방안에서 굴러굴러다니다가 볼품없게 녹아서 버리게되는 그런 불량식품스러운 사탕 한 봉지도 아이들 간식거리로 주려고 "비싸지만" 늘 사는 젊은 깨루족 아버지의 모습도 보여주고 말이죠.
그런데 2부에서는 더 기가차는 내용이 나오더라구요.
글제목에도 있듯이 2부는 정복의 기술이라는 제목이에요. 스페인이 잉카제국을 침략하고 어떻게 원주민들을 탄압하고 지배하고 이용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더라구요.
너무 기가 차니까 방송내용을 차례대로 요약해 볼게요.
안데스 산맥을 지나가는 기차를 보여주는데, 이 기차는 특이하게 사람들이 열차 지붕위에 앉아서 가요. 내국인도 타지만 안데스 자연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많이 탄대요. 근데 이 기차가 허름하고 볼품없는 마을지대에 섭니다. 근데 이 기차가 서는 곳에는 5-10세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무리가 있어요. 일주일에 세 번 지나가는 이 기차를 기다린 아이들에게, 열차 위의 관광객은 사탕을 던져줘요. 그걸 주워먹으려고 아이들은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아요. 그게 유일한 간식거리래요."짖꿏은 관광객들에겐 즐거운 놀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절박하다"라고 나레이션 하네요. 사탕을 던지는 관광객은 모두 백인이네요.
그 뒤에 안데스의 이 슬픈 현실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이야기 해줍니다.
남미 최대의 제국을 만들었던 잉카왕이 피사로라는 스페인 무명인에게 잡혀버린거죠. 파나마에서 머물면서 황금을 찾으면 지분을 주겠다고 탐험대를 조직해서 남미대륙으로 남하하여 잉카왕을 협상을 미끼로 끌어냈답니다. 함께 데려간 사제가 기독교가 뭔지도 모르는 잉카왕에게 기독교를 받아들이라고 하고, 잉카왕은 당연히 거절. 이를 빌미로 피사로는 기습공격으로 왕을 볼모로 잡은거죠. 왕을 살리려고 국민들은 잉카의 황금을 11톤이나 바쳤대요. IMF 금모으기 운동 돋죠. 근데도 피사로는 금만 받고 왕을 풀어주지 않았고, 이에 잉카인들은 까하마르까에서 대 전투를 했는데 6천의 잉카군이 180여명의 상인으로 구성된 피사로탐험대에 완패한 것이죠. 청동기에 머물러있던 잉카인들의 무기가 철기로 무장하고 총과 말을 가진 스페인인들에게 당할 수 없었던거라네요. (15세기까지 청동기문화였다니... 좀 놀랍긴 합니다만) 그 뒤 잉카왕은 처형되고, 잉카제국이 멸망한거래요.
스페인 정복자들은 전쟁으로 불타버린 잉카의 수도를 자신들의 식으로 재건해서 중앙광장을 만들고 그에 따라 격자형으로 길을 내어 중앙광장에서 가까울수록 신분이 높은 정복자가 살았다고 해요. 인디오(원주민)의 90%는 시 외곽 고원 산악지대에서 산다고 하네요. 아직도.. 그런데 이들은 아파도 병원을 못가요. 돈이 없어서.. 시내까지 가는 차비, 병원 진료비, 약값.. 이들에겐 너무너무 큰 돈이라서 아파도 못가는거죠. 어머니가 아픈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건 매일 먹는 감자를 아픈 아들에게 조금 더 주는 것 뿐이라네요 ㅠㅠ
정복초기 황금을 찾아 엘도라도 탐사를 떠난 스페인 정복자들은 인디오들을 이용해서 노동력을 충당했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무자비한 살육이 있었고, 밀림 등 여러 탐사지역에서 인디오들이 많이 죽었대요. 그러다가 스페인 이사벨여왕이 식민지인들도 스페인 신민으로 인정한다는 법을 발표하고 (이것도 어떻게 잘 다르려볼까 싶어서 낸 법안) 그에 따라 정복자들은 공짜 노동력을 계속 사용하고 싶어서 꼼수를 씁니다. 정복자들이 인디오를 기독교로 개종시켜 '주는'대신 인디오들은 공짜로 노동력이나 재물을 제공해야 했대요. 이걸 엥꼬미엔다제도라고 한다네요. 그런식으로 계속해서 공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게 한거죠. 근데 이 제도는 노동력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노예제보다도 더 가혹한 수탈이 일어났대요. 재산으로 취급되는 노예와는 달리 책임도 소유도 없는 한 번 쓰고 버리는 노동력으로 인디오를 인식했기 때문이래요. 당시의 처참한 상황이 그림으로 나오는데.. 이건 진짜..ㅠㅠ 너무합니다. 일본놈들이 독립투사들 고문하는거랑 비슷한 수준인거 같아요.
스페인인들 사이에서도 일부 지각있는 사람들이 이런식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현장을 글과 그림으로 본국에 알리자 1545년에 엥꼬미엔다 제도는 폐지가 됐지만 그 뒤엔 미타(강제노동)라는 제도를 또 만들어서 공짜 노동력을 또 이용했대요. 남미의 땅을 스페인 국민들에게 국가가 팔기 시작하면서 아시엔다라는 대 농장을 소유한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여기에 필요한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낸 또다른 꼼수인거죠. 아시엔다 주인이 인디오에게 무언가를 줘요. 그럼 인디오는 그 댓가로 농장에서 뼈빠지게 일을 해야하는거래요. 근데 이 주는게 인디오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냥 되도않은 자기들 버리는 쓰레기같은 것을 선물이랍시고 강제로 주고는 일을 시키는거래요.
게다가 정복자와 함께 들어온 교회는 인종을 계급화 했대요. 제단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는 사제나 부자 귀족들, 정치가들이 앉아있고(전부 백인), 계단 아래에는 돈 없는 귀족(이것들도 백인), 뒤로 갈 수록 신분이 더 낮아지는데,, 인디오는 젤 뒤에 개랑 함께 있었다네요. (교회를 좋아할 수가 없어요!! 보면서 정말 열받았어요.)
스페인 정복자들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모든 잉카의 시설물을 전부 부수고 그 토대 위에 자기들 양식의 건물을 올렸는데, 잉카 돌벽이 워낙 튼튼하잖아요. 그러니 기단이나 일부 돌벽은 남기고 그 위에 자기들 건축을 덮는거죠. 그것도 모자라서 지명도 잉카식에서 스페인식으로 바꾸고, 일본놈들이 했던거랑 똑같이 창씨개명도 시켰다고 하네요. 잉카식 이름을 전부 스페인식 이름으로.. 일본놈들 목적과 똑같이 원주민 문화와 정신을 파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말이죠.
높고 험준한 안데스 산맥은 그래도 침략당하지 않고 있었는데 19세기 훔볼트라는 스페인 과학자가 남미 대 탐험을 통해서 안데스 산맥의 주요 산을 오르고 에콰도르의 화산지대를 집중탐사해서 결과를 본국으로 보낸거죠. 세상에 그 이름이 알려진 계기는 코토팍시(산이름) 등반이라고 해요. 낮에는 눈이 녹아서 등반이 어렵고 밤에만 등반할 수 있는 오르기 힘든 산인데, 45도 경사로 계속 올라가야 한다고 하네요. 초속 3미터 이상의 강풍과 곳곳의 크레바스는 기본인 곳에서 말이죠. 이런 험한 산을 장비도 제대로 없는 당시에 올라 연구했다는건 참 대단하긴 한데 말이죠.. 이 사람이 이렇게 산을 오르면 요즘 등반가들처럼 깃발만 꼽고 내려온게 아니었어요. 과학자잖아요. 해발별 토질, 식물군 등등을 상세히 조사해서 기록해 지도처럼 만든거죠. 그 결과를 본국으로 보냈으니 이런 고급정보를 유럽인들은 현지인들보다 빨리 접하게 되고, 남미 어디에 무슨 자원이 있으니 어떻게 빼먹어야겠다 하는 계산이 파바바박 나오게 되어서 더 잘 수탈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훔볼트가 미국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을 만났을 때 멕시코지역의 광산에 대한 정보와 지도를 전달했다고 해요. 그걸 계기로 미국은 멕시코에 대한 야망을 불태우고 결국은 땅을 빼앗아가게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아직도 남미에서는 인디오가 사회 최하층민을 이루고, 도시를 주로 차지하는 인종은 백인과 인디오의 혼혈들이라고 하네요.
일본이 우리에게 했던 식민지 통치가 세계에서 유래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가혹했다고 배웠는데 인디오들이 당한것도 우리못지 않네요. 더 오랫동안..
아직도 사회 최하층민으로 힘들게 사는 인디오들이 불쌍하고 죽이고 수탈했던 스페인 사람들이 너무 밉고, 그렇게 오랫동안 식민지 개척해서 자원 빼가고 공짜노동력으로 돈 벌었는데도 왜 아직도 관광수입에만 의존하는 못사는 나라냐? 싶은게 더 밉고, 가혹한 일본식민통치시절에도 우리말과 글, 얼을 잊지않고 계승해 주신 조상님들도 대단한거 같고(원래도 알았지만 다시 한 번 깊이 느낌)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47분짜리 다큐였어요.
그냥 너무 화가나서 주절거려보고 싶었어요.
멍한 상태에서 대충 쓴거라... 이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