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네요
산바람2
7
299
2013.11.01 08:51
아침부터 반 아이 때문에 열이 받아서 뒷목이 댕길 정도로 혈압이 상승했는데....
태국여행 준비나 해야겠다고 태사랑에 들어왔더니
화를 가라앉히는 법이 나오네요.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는 없는 일이지만
스트레스 받을 때는 정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요.
어제 결석한 아이가
오늘도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하루 더 쉬겠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7시 50분에.
아파서 학교에 안 온다는 아이를 구슬리고 달래서 오게 만들면
체육시간에 축구할 때는 날아다니는 아이라
아프다는 것도 믿기지 않고
이틀 연속 결석도 말이 안 되고 해서...
병원 확인서를 가져와도 무단결석이고 무단결석 5회가 되었으니
오늘 열 시까지 안 오면 선도위에 회부한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확인서를 가져와도 왜 무단결석이냐고 다시 답장이 왔습니다.
내가 7시 반 이전에 전화로 아프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에는
확인서를 가져와도 무단이라고 말했지 않았느냐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자기는 아프고 오늘은 병원 갔다가 쉬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열이 뻗쳐서 전화를 했습니다.
방금 전에 문자를 보낸 놈이 전화를 안 받습니다.
그래서 문자로 마구 화를 냈습니다.
아프다고 전화를 하기는커녕 담임의 전화도 안 받냐고...
그랬더니 안 받은 거 아니고 잠시 딴 일을 해서 그랬다고
지금 전화하면 받을 수 있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문자 오고 정확히 5초도 안 되어서 전화를 걸었음에도....
그렇게 하면서 약을 슬슬 올립니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나도 규칙대로 하겠다. 그리고 문자를 보내지 마라.
하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다시 오늘은 쉬고 병원 확인서는 가져 오겠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그래서 화가 나서 핸드폰을 들고 씩씩거렸습니다.
'내가 이 놈의 번호를 스팸으로 등록을 해야지.'
하면서....
근데, 너무 슬프게도 전 기계치라서
남들 다 쓰는 스마트폰도 아닌데...
이 년 넘게 매일같이 사용한 폰인데도....
언젠가 한번 스팸등록을 한 적도 있는데...
스팸으로 등록하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애들 자습하는데
앞에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씩씩거리면서
핸드폰을 잡고 쩔쩔맨 10여 분 뒤!
드디어 그 아이의 번호를 스팸등록하는데 성공했고
짜릿한(?) 성취감을 맛봤습니다.
'내가 왜 화를 내고 있었지?'
잠깐 생각이 안 나는
축복받은 건망증도.....^^
아침부터
반 아이랑 문자로 싸우느라
땡긴 뒷목이 아직도 뻐근하네요.
교직 2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성질머리는 이팔청춘입니다.
오늘이 가기 전에 또 스팸등록 한 것을 푸느라고
또 쩔쩔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