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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요

산바람2 7 299
아침부터 반 아이 때문에 열이 받아서 뒷목이 댕길 정도로 혈압이 상승했는데....
태국여행 준비나 해야겠다고 태사랑에 들어왔더니
화를 가라앉히는 법이 나오네요.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는 없는 일이지만
스트레스 받을 때는 정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요.
 
어제 결석한 아이가
오늘도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하루 더 쉬겠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7시 50분에.
아파서 학교에 안 온다는 아이를 구슬리고 달래서 오게 만들면
체육시간에 축구할 때는 날아다니는 아이라
아프다는 것도 믿기지 않고
이틀 연속 결석도 말이 안 되고 해서...
병원 확인서를 가져와도 무단결석이고 무단결석 5회가 되었으니
오늘 열 시까지 안 오면 선도위에 회부한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확인서를 가져와도 왜 무단결석이냐고 다시 답장이 왔습니다.
내가 7시 반 이전에 전화로 아프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에는
확인서를 가져와도 무단이라고 말했지 않았느냐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자기는 아프고 오늘은 병원 갔다가 쉬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열이 뻗쳐서 전화를 했습니다.
방금 전에 문자를 보낸 놈이 전화를 안 받습니다.
그래서 문자로 마구 화를 냈습니다.
아프다고 전화를 하기는커녕 담임의 전화도 안 받냐고...
그랬더니 안 받은 거 아니고 잠시 딴 일을 해서 그랬다고
지금 전화하면 받을 수 있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문자 오고 정확히 5초도 안 되어서 전화를 걸었음에도....
그렇게 하면서 약을 슬슬 올립니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나도 규칙대로 하겠다. 그리고 문자를 보내지 마라.
하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다시 오늘은 쉬고 병원 확인서는 가져 오겠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그래서 화가 나서 핸드폰을 들고 씩씩거렸습니다.
'내가 이 놈의 번호를 스팸으로 등록을 해야지.'
하면서....
근데, 너무 슬프게도 전 기계치라서
남들 다 쓰는 스마트폰도 아닌데...
이 년 넘게 매일같이 사용한 폰인데도....
언젠가 한번 스팸등록을 한 적도 있는데...
스팸으로 등록하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애들 자습하는데
앞에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씩씩거리면서
핸드폰을 잡고 쩔쩔맨 10여 분 뒤!
드디어 그 아이의 번호를 스팸등록하는데 성공했고
짜릿한(?) 성취감을 맛봤습니다.
'내가 왜 화를 내고 있었지?'
잠깐 생각이 안 나는
축복받은 건망증도.....^^
아침부터
반 아이랑 문자로 싸우느라
땡긴 뒷목이 아직도 뻐근하네요.
교직 2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성질머리는 이팔청춘입니다.
오늘이 가기 전에 또 스팸등록 한 것을 푸느라고
또 쩔쩔매겠지요?^^
7 Comments
아켐 2013.11.01 09:29  
신바람님 화..더 날수도 있는데...
전 너무 신기해요..
담임샘이랑 문자를 주고 받는 시절이 왔다니..
아~~!!!  세상은 점점 더 좋아(?) 지고 있는거겠죠?^^
K. Sunny 2013.11.01 10:11  
상속자들 드라마 보니까 담임이 학부모에게 학부모 면담 공지를 문자로 하더라고요.
정말 세상이 .. 달라졌어요.
양키즈 2013.11.01 09:40  
산바람님!

저도 같은 교직에 있는데 그 한마디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근 수년 사이에 학교라는 곳이 정말 혼랍스럽게 변해 가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저도 많이 두렵습니다.

옆에 계신 교사 동료(고참)들도 서로 의논하면서 명퇴서를 작성하고 있네요..ㅠㅠ

나도 곧 떠나야하지만, 미래의 학교가 이대로 운영되고 존재해도 되는 것인지 안타깝습니다.

또한 이런 학교 제도에서 미래를 떠 안을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배워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지 우려가 깊습니다.

아울러 이런 젊은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찌될지 매우 궁금하답니다.

아~~

많은 선생님들의 이러한 모든 우려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

답을 모르니 태국, 라오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잠시나마 순간을 잊어야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태국 여행하시기 바랍니다..
적도 2013.11.01 12:58  
악마같은 애들이 몇명 있지요??

누가 애들을 천사라고했는지>>>>>
산바람2 2013.11.01 13:49  
학생들과 담임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인 것 같아요.
미운 짓 해서 마구 혼내줬는데도
샘! 샘! 하고 부르는 걸 보면
이쁘다니까요.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요?
아이들이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요.
제 앞에서 육두문자를 써 가며 다른 샘 욕을 하기도 하지요.
혼내주면....
화나는데 본인이 없을 때 욕도 못하느냐고 오히려 큰 소리치는 아이도 있어요.
핸드폰으로 딴짓해서 뺏으면
절도 운운하고....
0발!
하고 욕하고....
그러고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쌤!
하고 부르길래
'쌤이라고 부르지 말든지 욕을 하지 말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그 아이 왈,
'00씨!'
합니다.
따끔하게 혼내주지 못하고 그냥 웃어버렸네요.

잘 가르쳐서 졸업을 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걱정도 되고
말썽쟁이지만 정은 많은 아이들이라 졸업시키면 많이 서운할 것 같기도 하고....

수능을 잘 봐서
다들 원하는 대학에 가야 하는데....
이래저래 걱정이 많습니다.
안드레아 2013.11.01 14:16  
위와 같은 아이들을 징계하는 실무자인 저는(학생부 기획).... 하루중 착한아이들 만나는 시간은 유일하게 우리 교무실 청소시간, 청소하는 아이들입니다.
칼멘토 2013.11.01 14:53  
우리 아들이 중학교 1학년 입니다.
서울 연희동에 있는 중학교를 다니고 있고요.
1학년 첫 담임이 1학기 마치고 호주로 갔습니다.
1학기 중에 결혼을 했지요. 일반적으로는 방학때 결혼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학기중에 하더라고요.
반아이들 모두를 본인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라고 결혼식에 불렀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결혼식에 와서 밥을 먹으면 않된다고 하더래요.
비싸니까 니들은 나중에 따로 피잔가 짜장면 사준다고,
정 먹고 싶으면 축의금을 내고 먹으라고
나중에 그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우리 아들이 참 불쌍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약속도 못지킬 정도냐고.
자식가진 부모로서 정말 선생님은 아무나 하는 건가 보다 했습니다.
시험만 봐서 합격하면 그냥 선생님하고 그냥 돈버는 직장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애들에게 어떤 마음을 바랄수 있을까요.
물론 바라지도 않으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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