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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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란...

호루스 5 316
국민학생때 반에서 1등 안해본 사람 어디 있겠냐만...
 
4학년 말(겨울방학 끝나고 2월 무렵) 전학을 갔다.
 
그리고 5학년.
 
그곳은 도시개발이 한참 진행되던 곳이라 이주민과 원주민이 어울려 있던 곳인데...나야 전학생이니 암것도 모르는 상태.
 
이주민인 학생들은 아파트촌의 아이들이라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계층이라 옷도 깔끔,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고, 원주민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었다.
 
3월초, 같은 반 아이와 시비가 붙었다.
 
5학년 남자아이들이니 얼마나 빨빨거렸겠나.
 
복도를 다다다다 달려가는데 발을 걸은 거다.
 
앞으로 자빠져서 시비가 붙고 싸움을 하는데, 키는 나보다 작은게 힘이 나보다 세다.
 
주변에 애들이 말리는 통에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알고보니 쌈 좀 한다고 소문난 애였다.
 
한 친구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하더만, 걔랑 사이 나쁘면 여러모로 힘들거라고.
 
은근 나도 걱정이 들었지만, 기죽을 수는 없었고.
 
그런데 5학년 1학기말 새로운 학교가 생기면서 이주민 아이들이 대량으로 빠져나갔다.
 
그덕에 반에서 3~4등 하던 내가 졸지에 반에서 1등으로 올라섰다.
 
2학기때 담임 선생님이 여자 아이 하나와 방과 후에 남으라 해서 남았더니, 2학기 반장은 나와 그 여자애가 하란다.(그 학교는 남녀 반장, 남녀부반장 체제였다.)
 
축구 좋아하고 설치길 좋아해서 반장이란건 모범생이나 하는 거라는 생각에 내가 반장이라건 생각도 안해보았기에 못하겠다고했다.
 
"놀기 좋아하고 떠들기 좋아하는 제가 반장하면 애들이 아무도 안따릅니다."가 표면상 이유였고, 사실은 이주민으로 1학기 보낸 내가 원주민 아이들 앞에서 반장이라 나서면 되는 일이 없을거란 통박을 굴렸기 때문이다.
 
결국 선생님이 엎드려 뻤치라해서 벌도 받고 안한다고 반항하니 어머니 면담.
 
어머니야 자기자식이 반장한다는데 싫어할 사람 누가 있겠나?
 
우여곡절끝에 반장이 되었다.
 
민주적 투표도 아니고, 낙하산 반장이, 조력자도 없이(절친한 친구) 힘들었다.
 
경례나 시키고, 떠든 사람 이름적고, 청소할때 감독 좀 하고, 시험채점때 선생님 옆에서 돕고...별거 아닌거 같았지만....
 
반장이란 감투땜에 맘껏 뛰거나 떠들지 못하는게 더한 스트레스였다.
 
게다가 앞서 말한 시비 걸었던 그 친구는 한마디로 '너 따위가 무슨 반장이냐?'는 태도로 일관하니 반장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그 친구와 또다시 마찰이 있었는데, 자긴 10명이고 20명이고 겁안난다나?
 
하여간 그 친구 문제가 있어서 반애들이 다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그때 그런 말 듣고 난 애들 선동을 했다.
 
내가 책임질테니, 한번 싸워보자고. 얘 나데는거 니들도 다 싫어하잖냐고.
 
다들 그 친구에게 한두번씩 원한이 있는지라 반장이 책임지겠다고 선동하니 우르르 따라나선다.
 
기억으로 한 10명 가량인가보다.
 
한마디로 다구리였지. 암만 힘이 좋은들 무슨 재주로 10명을 당해내?
 
다행히 크게 다친 애들은 없었다 그 친구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  이후 바로  선생님께 보고를 했다. 선생님이 허허 웃기만 하더만.
 
며칠이 지났을까...그 친구가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화해의 뜻을 밝혀온다.
 
나야 어차피 반장으로서 상대방의 기를 꺼어놓았다고 생각했으니 당연히 수락했고, 표면상 꽤 친하게 지냈다.
 
여기서 표면상이라 한건 그 친구와 나는 기질적으로 맞지 않았다. 싸우고 나서 친해질수 있는 가능성이 별로 없는 케이스였다.
 
적대적이지만 않으면 다행이었으니 말이다.
 
아마 내가 좀 더 사악한 놈이었다면, 기를 꺽어 놓았으니 어떻게든 괴롭혀서 설설 기게 만들던가 내 꼬붕을 만들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난 그렇게까지 나쁜 놈이 아니라는게 다행이다.
 
이야기 하나 더,
 
반에 여학생 중에 지능이 좀 떨어지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발육상태는 좋아서 가슴이 나오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애를 두고 아이들이 몇 번을 가볍게 놀렸다.
 
1학기 때는 그런 모습이 보기 싫었지만 나설수 없었다.
 
2학기 때는 반장으로서 그런 행동에 약한 제지를 했지만, 아이들에게 인심 잃는걸 두려워한 나는 적극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옳지 않다고 항상 생각했고, 그에 따라 반복적으로 그 애를 놀리는 몇몇 아이들과 슬슬 척을 지게 되었다.
 
나중에는 그 애와 내가 사귄다고, 내가 그 여자애를 좋아한다면 놀리기까지 했다.
 
허기사 쉬는 시간에 몇 번 일부러 그 애 옆에 다가가서 말붙여주고, 괜찮냐고 하면서 놀리는 애들로부터 방패 노릇을 몇 번 했으니 말이다.
 
결국 진짜로 신경질이 났다.
 
"비겁한 놈들! 지들보다 못한 애를 골려먹는 재미로 학교 나오냐? 좋아, 너 떠들기만 해봐, 딴 애들은 몰라도 니들만큼은 칠판에 이름 적고 절대 안지워준다.
 
벌로 청소하면 감독하면서 아주 집에 못가게 만들어 줄꺼야!"
 
그것으로 상황 종료였다.
 
그땐 몰랐지만 그게 권력이었다.
 
지금은 그렇게 행동할수 있을까?
 
못할거 같다.
 
악랄하게 내 배 채우는데 권력을 사용하진 않더라도(그렇게까지 내 자신이 타락했다곤 생각 않는다.), 아마 나 편하자고 권력을 이용할것 같기는 하다.
 
어떤 모순에 도전하기 보다는, 그냥 현실에 잡음만 나지 않기만을 바랄것 같다.
 
근데, 이 사회에서 권력을 쥔 자들이나 쥐려고 노력하는 자들은 어떤 마음일까?
 
그들은 국민학생때, 중학교, 고등학교때 교내 자잘한 모순에 대해 분노했던 아이였을까? 무관심했을까? 아니면 그를 적절히 이용해먹던 아이였을까?
5 Comments
세일러 2013.10.31 00:44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죠.
그런 탁월한 소설을 쓴 사람이 지금 행하는 행동을 보세요~
호루스 2013.10.31 00:46  
글쿤요...

근데 세일러님도 점점 잠이 없어지나 봅니다.^^

이문열처럼 늙으면 안될터인데 말이죠...
세일러 2013.10.31 00:52  
원래 밤잠이 없고 아침잠이 많아요.
전형적인 저녁형인간이죠.

오늘 치열한 하루 보내고 파김치가 되어 들어와서 술한잔 하고 자면 딱 좋겠는데, 집에 술이 없네요...
지금 방황하고 있는 중입니다...

설마 이문열처럼 되기야 하겠냐... 하고 믿고 살지요~
누텔라 2013.10.31 09:03  
인원수좀 된다는 커뮤니티 사이트 관리자들 하는짓 보면 가관이에요.

협력업체에서 금품 수수하고  협찬상품 착복하고..

자기들 마음에 안들거나 이의 제기하는 회원은 여론몰이로 매장시키거나 강퇴시키고 ip 차단하고..

일반인들조차 저런데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은 오죽하겠어요?
호루스 2013.10.31 17:09  
제가 글을 쓴 요지도 바로 그런 점입니다.

어린 시절 권력이 뭔지도 몰랐을때도, 반장이라는 권력으로 나와 사이나쁜 친구 혼내줄 수 있었고(물론 그 아이가 반 아이들에게 인심을 잃은 이유가 있지만), 약한 친구를 도와줄수 있었습니다.

지금 나는 그러할수 있는가?

힘 있는 자들 욕하긴 쉽지만 내가 갑질하는 위치에 서면 그 힘을 공정하게 사용할수 있겠는가? 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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