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면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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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면 변천사

이런이름 21 871
매운맛을 즐기지 않는 저는 신라면을 안먹습니다. 너무 맵거든요. 그래서 신라면보다는 좀 덜 매운 삼양라면을 먹었는데 오랫만에 라면을 끓여봤더니 상당히 매워졌더군요. 굳이 신라면을 피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만큼 매웠어요.

꽤나 익숙한 라면이였는데 이젠 덜 매운 다른 라면으로 바꿔야 할 것 같아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 무슨 라면으로 바꿔야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삼양라면은 오래 전에 나왔고 그동안 여러차례 맛이 바뀌기도 했었지요. 맛이 바뀔 때마다 느꼈던 건 "예전의 구수함이 없어지고 점점 더 매워진다"는 거였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맛을 찾아내는 거겠지만 제겐 아쉬운 변화였지요.

제게 있어 라면을 바꾼다는 건 새로운 맛을 얻는다기보다 매운맛을 피해보려는 자구책인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아무튼 라면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동안 어떤 라면을 즐겨 먹었나 하고 따져보니 삼양라면 → 삼양칼국수 → 농심안성탕면 → 농심오징어짬뽕 → (오징어짬뽕이 매워진데다 구하기도 어려워져서 어쩔 수 없이 방황기) → 삼양라면으로 변해 온 거 같습니다.

평소에 라면을 즐겨먹는 편도 아니고 중간 중간 라면을 멀리했던 공백기도 있었지만 처음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좋아하는 라면은 농심짜파게티 하나뿐인 것 같아요. 지금도 짜파게티를 제일 좋아하지만 때론 국물 있는 라면이 먹고 싶을 때도 있어 두리번거려도 보지만 선택의 폭이 무척 좁다고 느껴질만큼 매운맛 일색이네요.

제가 느끼는 한국라면의 특징은 "안매우면 느끼하고 매우면 혓바닥을 칼로 베어내는 듯한 통증을 줌" 입니다. 예전에는 맵더라도 혀에 통증을 느낄 정도는 아니였는데 점점 매워지는 라면을 보면서 제 입맛이 과거의 한 시점에 고정되어 있는 듯한 괴리감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근래에는 라면 대신에 간장비빔국수나 물냉면을 만들어 먹었는데 고명을 만드는 게 점점 귀찮아져서 당분간은 다시 라면으로 복귀하려고 해요. 라면은 '파 송송, 달걀 탁, 치즈 한 장' 정도로도 충분하니까요.

참, 제가 사는 곳은 송이버섯이 많이 나오는데 운이 좋으면 갓이 펴서 상품성이 없어진 버섯을 1kg에 만원 정도 가격에 구할 수 있어요. 이걸 사서 길이대로 썰어 반건조한 후에 냉동보관하면서 라면 끓일 때 몇조각씩 넣으면 라면 특유의 냄새도 없어지고 꽤 근사한 향미를 주더군요. 송이버섯이 라면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재료 중에서 하나인 거 같아요.
21 Comments
비육지탄 2020.06.09 14:25  
아무리 매운 라면도 슬라이스 치즈 한장 얹으면 싹 중화가 될텐데요
일본 인스턴트 라면도 안맵고 괜찮을것 같고요
한국에서 라면에 송이버섯을 넣을 수 있는 부류는 두가지에요
영화 기생충의 그 집 정도의 재력이 있는 집과 송이버섯 따러 다니는 사람의 집 ㅎㅎ
상류사회의 분들은 기본적으로 라면을 안드신데요 ㅋ
이런이름 2020.06.09 15:23  
치즈를 넣으면 좀 느끼해져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꼭 넣는 이유가 매운맛을 중화시키려는 목적이예요. 그럼에도 혓바닥을 찌르는 통증을 주더라고요. 라면스프의 매운맛은 그냥 고추가루 매운맛은 아닌 거 같아요. 왜냐하면 고추장은 잘 먹거든요.

송이버섯은 정말 운이 좋아야 저 가격에 살 수 있어요. 상품(上品)의 경우에는 홍콩과 일본으로 수출되는데 가격이 좋아서 서너달 송이버섯만 따서 일년을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예요.
즐거워라~ 2020.06.09 16:09  
진라면이나 너구리 순한 맛??
라면만이 아니라 음식이 전체적으로 혀를 찌르는 매운 맛이 강해져갑니다
캡사이신 원액(?)을 써서 그런 것인지...
어릴 때 즐겨먹던 닭발도 '불닭발"이란게 유행한 이후부터는 못 먹는 음식이 되었네요
이런이름 2020.06.09 19:13  
시장이 작다보니 라면을 골고루 준비해 놓고 팔지 않아서 군침만 삼키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순한맛 계열의 라면들은 진열대에서 거의 볼 수 없어요. 마트에서도 잘 팔리는 제품만 사올테니 어쩔 수 없지요. 너구리 순한맛은 좋아했던 기억은 있지만 구할 수가 없고 맛이 궁금한 진라면 순한맛 역시 진열대에 없어요.

그나마 찾아낸 게 오뚜기스낵면인데 이건 매운 정도는 덜한데 면이 금방 불어서 저처럼 천천히 먹는 사람에게는 좀 애매하더라고요.
설현 2020.06.09 16:49  
곰탕라면,미역라면,짜장라면
이런이름 2020.06.09 19:21  
미역라면이 미역국같은 스프에 푸르스름한 사리가 있는 라면이지요? 사리에서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국물은 나쁘지 않았어요. 끓여서 면은 건져내고 밥 말아 먹었어요.
sarnia 2020.06.09 21:41  
신라면은 맛에 포인트가 없어서 안 좋아해요.
라면을 별로 자주 먹지는 않지만,
농심 김치라면과 안성탕면 늘 있고, 너구리 순한맛도 가끔 삽니다.
진라면 맛있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맛에 빈공간이 있는듯한, 저하곤 안맞는 뭔가가 있어서.
80 년대 중반 이백냥이라는 라면이 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라면이예요.
이름이 이백냥이었던 건 그때 다른 라면 100 원이었는데 200 원이어서 이백냥이었을 거예요.
이런이름 2020.06.09 23:15  
저는 우유라면이 기억에 남아요. 매번 삼양라면만 먹다가 처음 먹어 본 다른 종류의 라면이 우유라면이였거든요. 너무 맛있어서 한동안 라면을 우유에 끓여 먹기도 했었지요.

김치라면은 전에 이야기하셔서 몇 번 사먹었는데 면발도 고소하고 아주 맵지도 않아 괜찮았지만 면이 가늘어서 그런지 스낵면만큼이나 빨리 불어요. 몇 젓가락 먹다보면 국물이 없어져서 주로 라면땅을 만들어 먹었어요.

이백냥은 기억에 없지만 요즘 라면을 조사하다가 본 기사에는 이백냥과 삼양라면골드가 재출시된다고 하더라고요. 옛날맛 그대로라면 삼양라면골드는 계속 사먹을 의향이 있는데 마트에 갖다 놓아야 사먹죠.
sarnia 2020.06.10 08:10  
신라면도 뽀글이를 해 먹으니까 괜찮더라고요.
(뽀글이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듯)
그냥 끓여먹을때는 안 익은 상태에서 라면국수를 찬 그릇에 먼저 덜어놓고 나중에 끓는 국물에 계란을 스크램블로 넣은다음 (일단 물에 넣은 다음엔 계란을 젓지말것) 국수위에 부어먹어도 괜찮더라고요.
광장시장식 라면은 계란을 넣고 노른자를 터뜨린채 젓던데 이렇게는 안 해 먹어봤어요.
또 다른 방법은 스프를 기름에 먼저 볶은 다음 물을 붓고 끓이는 방법이죠.
대파는 나중에 넣으면 보기는 좋지만 미리 넣어야 국물맛이 시원해지는 것 같고요.
이런이름 2020.06.10 10:01  
역시 면을 먼저 건져내고 국물에 달걀 넣는 방법이 라면의 끓이기의 정석일 거 같아요. (식당에서도 이렇게 끓이는 거 같더라고요.) 면발은 더 꼬들꼬들해지고 달걀은 취향에 따라 익히는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요. 저는 수란처럼 만들어요. 나중에 노른자를 터트려 먹는 재미가 있거든요.
냥냥 2020.06.09 23:39  
저는  스낵면 추천해요.
요즘  최애라면입니다.^^
이런이름 2020.06.10 00:10  
저도 스낵면을 사다놨는데 참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라면이예요. 밥 말아먹을 때 제일 맛있는 라면이라는 선전문구가 "밥을 해야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거든요.
이런이름 2020.06.10 09:53  
익히 알려진 농담이겠지만 재미있어서 옮겨봅니다. 제목은 '라면교주와의 인터뷰'라네요.

Q. 라면교의 주된 교리는 무엇인가요?

A. 많은 것이 있으나 크게 세 가지를 지키고 믿으면 라면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부활의 신앙입니다. 끓는 물에 돌아가신 후 3분만에 부활하신 기적을 믿는 것입니다.
둘째로 삼위일체입니다. 면발과 국물과 김치의 조화됨과 하나됨입니다.
셋째로 사랑과 긍휼입니다. 주리고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희생하고 봉사하는 자세입니다.

Q. 짜파게티님도 구주이십니까?

A. 많은 종교신학자들이 여전히 여기에 대하여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부활과 사랑의 측면에서는 부합하나 짜파게티경 5장에 보면 면이 끓으면 국물을 큰술 3술만 남기고 따라버리라는 글이 나옵니다. 이것은 일부 근본주의 신학자들로 하여금 삼위일체를 부정한다는 증거로 쓰여지기도 하지만 조심스러운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큰술 3술'에 남아있는 깊은 뜻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짜파게티님을 인정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Q. 그렇다면 이단은 어떤 종파가 있습니까?

A. 우선 부활신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교파들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라면교의 초기에 있었던 '하이면'과 그 뒤를 잇고 있는 '생생짬뽕' '생생우동' 등의 튀기지 않은 면발을 강조하는 부류입니다. 끓는물의 고난을 부정하고 '생면'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교파입니다.
또한, 삼위일체의 부정이 있습니다. '비빔면' , '모밀국수'가 대표적인 세력입니다. 이들은 국물을 다 따라버리는 것도 부족하여 냉수에 헹구기까지 하는 극악한 사탄의 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부활신앙에 반하는 자들과 더불어 '액상스프'라는 사도의 양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때의 깔끔한 맛에 유혹되어 영원한 지옥불이 기다리는것을 모르는 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컵라면님에 대하여 알고싶습니다.

A. 컵라면님은 배고프고 주린자가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요, 노숙하는 자나 길잃은자를 위하여 냄비에서 스스로 나오신 성자이십니다.
이분께서는 비록 냄비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셨지만 부활과 삼위일체와 사랑을 실천하시는 큰 성인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주이신 라면님과 착각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되겠습니다. 특히나 일부 1000원이 넘어가는 컵라면들은 주의를 가지고 살펴보아 사탄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는 안목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Q.시중에서 라면님의 형상을 모방한 교회에서 말하는 '적그리스도'같은 존재가 있는데 이것이 실체를 규명해 주십시오.

A. 그것은... 뿌셔뿌셔 입니다.
발악이 2020.06.10 14:36  
아니 이런 댓글을 쓰기위해 로그인을 하게 하네요
먼저 사리나님의 댓글중 "다른 방법은 스프를 기름에 먼저 볶은 다음 물을 붓고 끓이는 방법이죠 "는
라면을 가장한 짬뽕비법이지 싶은데가 있는 것 같네요
저는 라면보다 국수파 인지라 한국의 여러 국 종류에 국수를 삶아 넣어 먹어봤습니다.
마님이 끓여놓은 국에 국수삶아 넣어 먹을 때 익힘 정도가 너무 중요하고
국수 끓인물을 남겨 놓았다가 국수 면발을 데워 넣는 수고를 해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본인의 식성에 맞게 여러가지 국에 시도를 하고 호불호를 결정합니다.
다음엔 대파기름에 스프와 야채와 조갯살, 오징어,깐새우를 넣어 볶고
라면 삶은 물을 약간 추가하고 끓인 뒤 라면발을 섞어 먹어 보겠습니다.
그 후 죽었는지, 죽였는지 소식 전하겠습니다
이런이름 2020.06.10 16:31  
듣고 보니 짬뽕 만드는 방법이랑 거의 똑같네요. 특히 조갯살을 넣겠다는 말에 눈이 반짝반짝해지는데요. 조갯살 들어간 짬뽕이 정말 맛있는데 요즘은 대부분 홍합을 넣어 만드는 거 같아요.

새로 나왔다고 하기에 프리미엄급(?) 짬뽕라면 3종류를 사먹어봤는데 팔도는 인공불향의 역함과 돼지의 느글거림이 있고 삼양은 정신없이 맵기만 하고 농심은 그나마 나았지만 다시 사먹고 싶은 맛은 아니였어요. (이 라면들이 나오고 오징어짬뽕이 진열대에서 사라졌어요.) 저는 오히려 오징어짬뽕이나 북경짬뽕이 낫다고 생각되더라고요.

아! 불향 그득하고 얼큰한 짬뽕 한 그릇이 먹고 싶어지네요. 요리 후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물에깃든달 2020.06.10 17:19  
저는 진라면과 스낵면을 참 좋아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매운라면을 별로 안좋아하는군요..ㅋㅋ
요샌 라면 자체를 안먹지만 굳이 고르라면 스낵면에 콩나물..=ㅅ=!
이런이름 2020.06.10 21:57  
이렇게 만들면 콩나물국 스낵면인가요? 어째 술 마신 다음날 먹어줘야 할 거 같은 이 분위기는 뭔가요?
물에깃든달 2020.06.11 13:01  
캬 숙취해소에도 좋아여=ㅅ=b
K. Sunny 2020.06.10 17:49  
진라면이 매운맛이랑 순한맛이 있는데, 매운맛도 안 매운 편이더라고요. 순한맛 마트에 없으면 온라인으로 한 번 주문해 맛봐보세요. 괜찮을거예요~
이런이름 2020.06.10 22:12  
진라면 맛이 괜찮은 모양이군요. 즐거워라~님도 물에깃든달님도 K. Sunny님도 추천하는 걸 보니 어떻게든 구해서 먹어봐야겠네요.

매운맛도 아주 매운 건 아니라니 냉큼 사보겠습니다. 매운맛은 마트에서 봤거든요. 혹시 맵더라도 면은 활용할 수 있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 수 있어요.
이런이름 2020.06.13 12:08  
진라면 순한맛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1/2 가격에. 점심시간에 매운맛이라도 사려고 마트에 갔었는데 매운맛 옆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네요. 마트주인이 여기서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갖다놓았을 리는 없는데 아무튼 저로서는 반가운 일이였죠.

집에 오자마자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끓여봤습니다. 그래야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을테니까요. 순한맛이라고 하지만 제게는 제법 얼큰하더군요. 국물맛도 처음 먹어보는데도 상당히 익숙했습니다. 약간 맵다는 점만 제외하면 옛날에 먹었던 라면맛과 많이 비슷했어요. 계속 먹다보면 다른 느낌이 들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써는 매우 만족합니다.

진라면 순한맛이 이런 맛이였군요!

추천해주신 분들께 아주 진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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