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눈에 띈 오래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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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눈에 띈 오래전 이야기

두루아빠 2 656
이른 더위, 일과를 마치고 온 아내가 갑자기 밑반찬을 만들기 시작한다. 아내의 정성어린 요리에 근원적 공포감을 가진 난 한참을 주저하다 도대체, 왜! 요리를 하느냐고 뉘엇 묻는다.
퉁명스럽게도 아내는 "애인 갖다 주려고!" 라고 대답하고는 은박도시락에 음식을 빼곡히 담는다.
"이봐, 애인 줄거면 고기 반찬을 해야지. 그래야 힘을 쓸거아냐" 하고 흰소리를 한다.
사실인즉, 아내의 회사가 있는 충무로에서 노숙자 자활지원용 격주간지를 파는 홈리스 할배에게 주려는 것이란다.
졸지에 운명을 달리하신 장인어른 생각도 나고 태어나 한번도 가족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노인의 이야기도 듣다보니, 저토록 애쓴 삶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두루가 묻는다.
"엄마, 나 이거 자랑해도 돼?"

결혼이란 정신없는 사고를 치고 10년이 넘어 흐르면서 이토록 아내가 아름다울 수 없었다.
한때 부동산공개념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보려 많은 홈리스들과 만나고, 이른바 활동가란 사람들도 만났지만, 아내는 그런 방면에 전혀 지식도 경험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뭔가 해보겠다고 쌩쑈하다 흐지부지해버린 나 보다 월등히 위대해 보이는 초여름 밤,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나저나 아내의 손맛이 또 살아보려 애쓰는 한사람 보내버리는게 아닌지 걱정되네^^
2 Comments
물에깃든달 2020.06.21 10:46  
혹시 직업이 소설가시거나 글쓰는 분이세요? 짧은 글이지만 정말 맘에 들어서요!! 와... 내용도 정말 좋지만, 글의 성격(?)자체가 밝고 쾌활해서 정말 좋네용!!!!
이런글을 쓸수있는 사람이 정말 부럽습니다.
타이거지 2020.06.21 11:03  
가만있자...
더하기..빼기..곱하고..다시~ 나누어도..
훅~~~
날려 버리기엔 넘나^^넘나^^아까운 남편이지 말입니다!!
아..보내기 어렵습니다...보내기 쉽지 않습니다^^!.....던 워리^^ 비 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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