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이야기 (2) 첫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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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행 이야기 (2) 첫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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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nia 는 비행기타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공항의 떠들썩한 분위기는 좋아합니다. 떠날 때의 설렘과 기대는 보딩브릿지를 건너 비행기 출입구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약간 다른 기분으로 바뀝니다. 지루함과 답답함이 섞인듯한 묘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sarnia 는 장거리 비행기 안에서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비행기 후미의 비상구 근처에서 역시 그 곳에 죽치고 있는 다른 승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승객들이 멋모르고 점프시트에 앉지 않도록 안내하는 군기반장(?)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매번 비행기 탈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첫 번 째 식사가 끝나면 기내를 한 바퀴 순시(?) 한 뒤 맨 뒤 비상구로 직행합니다. 이 날은 latex gloves를 끼고 네 개의 화장실을 번갈아 가며 청소하는 당번 승무원이 열심히 일하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승무원들 중 가장 어려 보이기도 하는 그가 좀 안쓰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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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sarnia 는 특별한 경험을 한 가지 했습니다. 비빔밥을 먹으면서 왠지 맛이 참 색다르다고 생각했는데요. 저 참기름을 깜빡 잊고 넣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맛이 색달랐던 게 아니라 사실은 맛이 없었던 건데 참기름 투입여부를 몰랐을 때와 알았을 때 느끼는 맛에 대한 감각이 아주 다르더라고요.

 

몰랐을 때는 맛이 색다르다’ 고 느꼈었는데, 알고 난 뒤에는…… 갑자기 영화 박하사탕의 유명한 대사 비슷한 소리가 떠 올랐습니다.

 

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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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20 분 전, 창문 가리개가 열리고 고국의 산과 강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 여기가 내 조국 대한민국이야

 

매년 가도 밀려오는 감동은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지금의 삶의 터전은 아니지만, 아늑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어머니의 품같은 곳이지요. 자기가 나고 자란 산천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은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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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리무진을 타고 서울로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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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nia 가 초등학교 3 학년 시절부터 살던 동네랍니다. 그 전에는 종로구 안국동에 살았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오른쪽으로 가면 전두환 씨와 노태우 씨 (미안합니다. 이 두 사람에게는 차마 대통령 호칭이 나오지 않는군요) 직진하면 고 최규하 전 대통령 사가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통령들이 드문드문 모여사는 동네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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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가 봅니다. 명동 부근에 도착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하늘이 아주 파랗습니다. 캐나다의 파란 하늘이 부러울 이유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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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네거리까지 걸어왔습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북악산과 경복궁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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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리 동네……

 

sarnia 이제 그만 들어가 자라. 내일 태국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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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곳에서 도보로 불과 5 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이 레스토랑으로 만날 사람들을 호출하곤 했습니다…… 저 좀 뻔뻔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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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오거리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sarnia 는 약간의 언어소통장애를 겪기도 했습니다.

 

예쁜 카운터 언니: "고객님, 커피콜라 중에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sarnia: "네? 무슨 말씀이신지......" 

 

커피콜라라는 합성어 같은 말을 순간적으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죠.

 

예쁜 카운터 언니: 고객님, 2 층에도 자리가 있으십니다" 

sarnia: "........ " (이번에는 빙긋 웃으며 인사만 꾸뻑) 

 

자리가 있으십니다? ㅋㅋ 하긴 말이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표준말이 되는 거지요. 표준말이 따로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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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딘고? 아마 남대문시장 근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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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싸돌아 다니다가 발견한 광고스티커. 생뚱맞은 포스팅이지만 무슨 광고인지 제게는 생소해서요.

 

그때는 그냥 ‘역시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 키스하는데도 방이 필요한 거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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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교동 횡단보도. 어느 날 저녁 이 곳은 차가 막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막히는 곳이라는 걸 경험했습니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는데 5 분 정도 서서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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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날때는 남산 중턱에 있는 이런 여관 밥집에서 만나 강건너 말죽거리를 내려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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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터무니없는 가격에 밥맛부터 떨어지는 식사를 할 때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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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혼자 다닐 땐 호두과자를 한 봉지 (8 개 2000 원) 사서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먹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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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지게 한 끼를 즐기기도 했구요. 이 집 국물맛은 명품 중의 명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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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역사학의 시선으로 읽는 한국전쟁이란 제목의 책을 한 권 구입했습니다. 돈 주고 책 사 보는 게 하도 오랜만이라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사건해석에 있어서 가치중립이란 거의 불가능하긴 하지만, 이 책은 그래도 이념경도보다는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글들이 많은 것 같아 목차와 서문만 읽어보고 샀습니다. 751 쪽에 가격이 3 만 원, 좀 무겁고 비싸긴 해도, 한국전쟁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시각들을 접해보고 싶어서요.   

 

암튼......서울에서 첫날 밤은 거의 뜬 눈으로 보내고, 다음 날 낮과 밤을 정처없이 싸돌아다니다가 그담날 아침에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또 저렇게 어디론가 날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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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Comments
필리핀 2010.10.16 07:33  
저는 최규하 씨에게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기가 싫네요... ^^;

세븐 스프링... 와이프와 함께 종종 찾는 외식장소지요...
아마 오늘 저녁도 저기서~ ㅎㅎ

제가 1983년에 출판사 들어가서 제일 먼저 만든 책이
앤드류 싱클레어가 지은 체 게바라 평전이었지요...
그 다음으로 만든 책이 가다피 평전이었고...
당시에는 정말 목숨 걸고(?) 만든 책들이었는데... ^^*
sarnia 2010.10.16 15:37  
그 날 주중이었는데 제가 근무시간에 전화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읽은 게바라 평전은 아마 장 꼬르미에가 지은 것 같습니다. 쿠바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뒤 공직을 마다하고 볼리비아로 떠나면서 친구 카스트로에게 남긴 편지는 사람들을 숙연하게 하지요. 사상을 떠나 뛰어나면서도 품성이 완숙한 한 인간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세븐 스프링스는 우선 음식이 깔끔하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아요. 아마 기름에 튀기거나 한 음식은 없을 겁니다. 고구마로 만든 고로케같은 게 있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커피도 고급이고......
바다연꽃 2010.10.16 08:41  
sarnia님 글과 배경음악은 언제나 좋네요^^

같은세대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서  여행기도 잔뜩 기대합니다.

참 전두환씨는 29만원으로 이번 겨울 어떻게 넘길런지
불우이웃 돕기라도 해야 하는건 아닌지 ㅋㅋ
sarnia 2010.10.16 15:39  
그 사람 통장에 돈은 없어도 돌봐주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요. LA 갈 때 아시아나에서는 천만원 짜리 퍼스트도 공짜로 태워주고......

같은 세대의 동질감. 저도 반갑습니다. ㅎㅎ
dulban23 2010.10.16 12:33  
첫날밤...이라는 말에 아니누가 시집(장가)간겨?
하면서 로그인도 안했더니 글을 읽을수가 없다고 ㅎㅎㅎㅎ

남의 첫날밤 이야기에 왜이리 가슴이 뛰던지
들어와 보고 ㅎㅎㅎㅎ (아줌마 되더니 응큼해졌나 ㅎㅎㅎ)

sarnia 님 사진에서는 잔잔하고 평온한 행복이 보입니다.

이뿐잔에 담긴차나 맛난 음식을 보면 항상 먹고나서
아~ 사진찍어둘걸 하니 아쉬움만 남는데  ..
찬바람부니 저위 국밥이 왜이리 맛나보이는지 ^^*
sarnia 2010.10.16 15:41  
저 국밥집이 서울에 있는 식당이 아니고 순천역 앞에 있는 식당이었던 것 같아요. 순천만과 조정래문학관에 다녀오다가 들른......

일부러 로그인하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동쪽마녀 2010.10.16 14:27  
정말이예요.
글과 음악이 정말 잘 어우러집니다.
경건하게 만들달까,
고마운 줄 모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걷고 살아온
내 나라, 내 땅이었구나,
생각케 한달까요.^^
돌아온 곳에 대한 감흥이 어떠하였을지,
말씀 없어도 짐작케하는.
sarnia 2010.10.16 15:43  
제가 슬슬 철이 들어가는 모양이지요. ㅎㅎ 사실 이 음악 저 모르는 음악입니다. 캐나다 살다가 직장때문에 자기만 다시 한국에 들어가 살고 있는 어느 교포가 올린 글 (배경음악)에서 빌려 온 겁니다. 마음에 들더라고요. 주제에도 맞는 것 같고. 동쪽마녀님도 한 번 뵙고 싶은 분이예요^^

good night :)
plantubig 2010.10.16 16:11  
주말 오후가 아주 편안히 흐르고 있읍니다.

음악이 주는 이 편안함 때문에  계속 창을 띄워놓고  일을 하네요~~

스팩타클하고  드라마틱한 ,,그러면서 한없이 서정적인  영화의  주제곡 같은 느낌입니다.

'마치 가을의 전설'이나,,,,'흐르는 강물처럼',,,,,같은 자연을  소재로 한,,,,휴머니티한 영화들,,,,

잘 듣고 갑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sarnia 2010.10.17 01:06  
제목이 love emotion 이라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제목으로는 나오지 않는군요. 음원을 가져 온 분이 제목을 잘못적은 듯 합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시에라이언 2010.10.16 18:29  
ㅍㅎㅎㅎㅎ 키스하는데도 방이 필요하구나 ㅋㅋㅋㅋㅋ빵터졋음요
sarnia 2010.10.17 01:10  
전 처음에 약간 긴가민가했어요. 순진하거든요^^
SunnySunny 2010.10.18 12:19  
저도 인터넷 뉴스에서 키스방 단속 이라는 글을 읽고, 한국에 있는 후배한테 물어봤어요... 키스방이 모야? 키스하러 가는 곳이야?  후배 왈 : 우선은 그렇지. .. -_- ...
sarnia 2010.10.18 12:46  
푸켓에 가면 혹시 심심하지 않을까요?
Charlie 2010.10.16 18:46  
즐거운 여행을 하신듯합니다. ^^
sarnia 2010.10.17 01:08  
비교적요^^ 고국을 간다는 건 언제나 즐겁지요. 일상으로 되 돌아왔다는 건 그것대로 즐겁고...... 평안하시죠?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10.16 21:53  
서울에 다시 언제오시나요?
sarnia 2010.10.17 01:09  
아직 모르지만 봄이나 가을쯤요. 두 번 다 가야 할 지도 모릅니다. 태국 4 부작은 내년 가을 쯤 푸켓에서 찍을지도. 이제 한국에서 사시나요?
간큰초짜 2010.10.18 08:49  
키스방....대박!!

20여년만에 한국을 방문하신 LA에 사시는 형님께서
그분이 어린시절을 보내고 학창시절을 보내신
종로와 명동, 남대문, 신촌을 저와 함께 다니시면서 그때 보신
키스방 전단지를 보시고 사니아님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셨어요.

"아직 한국은 공원이나 길거리에서는 키스를 안하는구나....그런거야?"
"............."
sarnia 2010.10.18 12:46  
근데, 그 형님은 어쩌다가 20 여년만에야......
간큰초짜 2010.10.18 12:58  
^^ 이민 가셔서 죽자살자 일만 하셨답니다.
이미 가셔서 결혼하고 아이낳고 사업이 자리 잡힌 후에,
큰애 대학입학 기념으로 한국 보여줄려고 오셨답니다.
친가 처가 모두 이민가족이라 한국에 가까운 친척이 없으시다네요 ^^
요샌 1년에 한번씩 사진찍고 한국 관광하실려고 놀러 오세요. 사니아님처럼요.
케이토 2010.10.19 12:57  
어머나, 제가 일하는 곳 근처 사진을 보니 기분이 새롭네요 :)
만날 지나만 댕기니까 저는 사진 잘 안찍는 곳인지라 ^^ 느낌이 남다릅니다!
그리고 맥도날드 ㅋㅋ 오늘 아침에도 맥카페에서 아이스커피 한잔 하고 왔어요, 히히.
저두 키스방은 뭐하는데 인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동행인에게 물어보니 대답을 피하는 곳이던데 ...
모 ... 그런 곳이겠죠 ...?;

남산에 있는 여관 밥집, 저희 식구들이 좋아해서 저도 종종 밥먹으러 가는 곳이긴 한데,
정말 밥맛 떨어지는 가격이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ㅂ-;;;;;; 계산도 늘 제가 하는지라 ㅠㅠㅠㅠ
사진 속의 자리는 올 추석때 제가 앉았던 자리인듯! ㅋㅋ
이번에 갔을 때 뒷자리에 이영애씨가 있었다던데 ...
저는 등지고 있어서 못봤지만 직원들이 계속 서빙해주느라 무척 바빴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뷔페에서 누가 갖다줬음 좋겠어요 (...) 그럼 그냥 밥집을 가는게 낫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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