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태어난 나라와 캐나다가 싸우면 어느 편에 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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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태어난 나라와 캐나다가 싸우면 어느 편에 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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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monton Heritage Festival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월요일이 축제 마지막 날이었는데요. 날이 너무 더워서 두어 시간 만 대충대충 둘러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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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파빌리온에서

 

Edmonton에는 짧은 여름 시즌 동안 축제와 행사가 끊일 날이 없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축제 두 개를 꼽으라면, 하나는 6 월에 열리는 Gay & Lesbian Pride 축제이고요. 또 하나는 Heritage 축제 입니다.

 

Heritage 축제는 이름에서 시사하고 있는 그대로 이 도시에 살고 있는 각 출신 국가 공동체가 한 자리에 모여 음식과 전통문화를 나누며 즐기는 자리입니다. 매년 8 월 초에 3 일 간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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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파빌리온에서

 

또 다른 주요 행사인 Gay & Lesbian Pride 축제에는 몇 년 전 아이와 조카를 데리고 한 번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침 그 해에는 캐나다 연방의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었지요. 수 만 명의 시민들과 에드먼턴 시장, 경찰서장은 물론 이 법안 통과에 반대입장을 보였던 보수당 소속 연방의원들까지 그 축제에 참석해서 축하를 해 주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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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도 월요일 Heritage 축제 현장에서는 시민권 수여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민권 수여식은 보통 평일 날 시청 청사 아니면 연방정부 청사에서 진행하는데, 이 날은 Civic Holiday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행사가 열렸습니다. 아마 Heritage 축제 마지막 날이라 시민권 수여식을 휴일 날 그 장소에서 거행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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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파빌리온에서

 

캐나다는 매년 약 25 만 명 정도의 영주이민을 받습니다. 영주이민 카테고리를 대충 나누면 가족결합, 전문직 독립이민, 투자, 비즈니스, 난민 등이 있습니다. 영주권을 가지고 정착한 이민자들이 입국 후 4 년이 경과했을 때 과거 4 년 중 통산 3 년을 캐나다에서 살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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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마련된 관람석에 앉아 그 행사를 바라보면서 옛날 생각을 했습니다. 시민권 취득을 10 년 이나 미루며 망설였던 과거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지요. 국적을 바꾸기로 마음먹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캐나다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만 대한민국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캐나다 국적을 취득하면 대한민국 국적은 자동적으로 상실하게 됩니다.

 

결국 와이프의 업무 중 결혼식과 장례식집전 및 서명 등이 있는데 공무에 해당하는 이 업무를 수행하려면 외국인 신분인 영주권자로서 보다는 시민으로서 수행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겠느냐는 권유가 있어서, 그 권유를 핑계(?)삼아 전 가족이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하루아침에 국적이 바뀌었던 그날 밤 저는 단 한 숨도 잠을 이루지 못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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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en Mandel 에드먼튼 시장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시민권 피수여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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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꼬마 아가씨의 아빠는 이디오피아에서 오셨답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꼬마아가씨는 이미 캐나다 시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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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캐나다 사람인가요?

 

나는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우리 부모님은 폴란드에서 이민 오셨단다.

 

우리는 이집트에서 왔는데요. 혹시 이집트와 캐나다가 사이가 나빠지면 우리는 어느 편에 서야 하나요?

 

어려운 질문이구나. 캐나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밖에 없는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단다. 어느 나라 편에 선다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운 편에 서려고 노력하면 어떨까? 판단에 대한 책임은 항상 스스로 질 수 밖에 없다는 걸 항상 명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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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법원 시민권 판사가 복합다문화사회 (multi-cultural society) 와 모자잌 (mosaic) 사회 모델에 대해 새 시민 후보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내용이나 절차가 저가 받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 때는 연방판사가 인도 펀잡 출신의 남자 시크교도였는데, 이번에는 인도 출신 여성이네요. 생김생김이나 고상하게(?) 말하는 뽄새가 인도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바라나시나 뉴델리에서 온 힌디라고 대답할 것 같고, 더 묻지 않아도 네 개의 카스트 계급 중 브라만 출신이라고 스스로 덧붙일 것 같은 인상입니다. (농담이고요^^ 똑똑하게 생겼다는 이야깁니다)    

 

Mosaic 이란 각 언어 문화 공동체가 자기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한 국가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개념의 단어랍니다. melting pot 하고는 매우 다른 개념이지요. 국가 형성 초기 First Nation (원주민) 과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영국계-프랑스계간의 오랜 반목과 갈등이 빚어낸 부작용 끝에 이런 가치모델을 국가모토로 삼아야만 이 나라를 유지할 수 있다는 교훈을 터득한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서 약 20 년 간, 한인공동체보다는 주로 주류사회 (적당한 단어가 없으니……) 에 뒤섞여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이런 겁니다. 죽은 사뮤엘 헌팅턴 같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문명충돌의 기미는커녕, 지금 유럽에서 정치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주류사회와 이슬람 공동체간의 문화갈등 같은 것 조차도 별로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아직까지는 캐나다의 다문화주의가 큰 탈없이 작동하며 ‘a desirable community modeling’ 역할을 그런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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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인종-종교-문화 집단간에 최선의 정의를 이루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 

 

적어도 지금 인류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 중에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까요?  

 

나는 캐나다 국민으로서 어쩌구저쩌구로 시작되는 선서가 끝나고 나서 연방판사는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Congratulations. And thank you for choosing <?xml:namespace prefix = st1 />Canada as your new home country. Now we all of us are family in one of the best countries of the world and wonderful multi-cultural society!!

 

연방판사의 선언이 끝남과 동시에 자리에 앉아있던 모든 하객들이 일제히 기립하여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냄으로써 오늘 이 나라의 새 국민이 된 21 개국 출신 75 명의 주인공들을 축하해 줍니다.

 

사회자가 오늘 에드먼튼 시에서 새 캐나다 국민이 된 사람들의 출신국가를 호명했습니다. 베네수엘라, 터키, 인디아, 네팔, 이디오피아, 타일랜드, 잉글랜드,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차이나,  저팬, 필리핀, 폴란드, 소말리아,……  모두 21 개 국가 이름을 나열하는 중에 제 귀에는 South Korea 가 가장 크고 분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누구든…… 같은 대한민국 출신으로서, 새로 선택한 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축하하고요.     

 

선서식의 대미는 애국가가 장식합니다. 애국가의 제목은 Oh Canada. 동영상을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으니 그냥 유튜브로 소개하지요.

 

 

캐나다 애국가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Carol Huynh 의 메달수여식 장면에서 가져왔습니다. Carol Huynh 가 누군지 몰랐는데 여자 레슬링 선수군요.

 

Carol1980 년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엄마 아빠는 중국계 베트남 출신으로 Carol 이 태어나기 전에 캐나다에 난민자격으로 정착했다고 하네요. 망명 당시 캐나다 연합교회 (The United Church of Canada) Carol 부모의 난민정착을 주선했다고 합니다.

 

비록 교회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피붙이 하나 없는 낯설고 추운 타국에서 별로 가진 것도 없이 이민생활을 시작한 Carol 엄마 아빠의 고생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베이징올림픽 메달 수여식장에서Carol이 흘린 기쁨의 눈물에는 참 많은 사연이 배어 있을 것 같습니다. 동영상 후반부에 Carol 이 애국가를 따라 부르면서 활짝 웃고 손을 흔드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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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끝나고 나서 RCMP (연방경찰) 의전요원을 선두로 연방국기 (깻잎기) 알버타 주기 에드먼턴 시기의 순서로 퇴장합니다. 그 뒤를 따라 행사장에서 2~3 분씩 구라를 풀고 악수를 했던 VIP 들이 의장대 사이를 빠져 나갑니다. 기관장들과 시민단체 대표들 입니다.

 

ㅎㅎ 에드먼턴 시장 Stephen Mandel 과 연방 시민권 판사가 연인처럼 서로 껴 앉고 마지막으로 의장대 사이를 빠져 나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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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파빌리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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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2~3 세 자녀들로 구성된 사물놀이패가 지나갑니다. 사진은 없지만 바로 옆에 대한민국 파빌리온에 마련된 한국 음식 코너에는 줄이 너무 길어서 사 먹을 엄두가 안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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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은 지금은 퇴역한 4.1 메가픽슬짜리 소니 똑딱이로 찍은 건데…… .  연장이 션찮아도 목수가 훌륭하면 그냥 저냥 볼만한 옷장이 만들어지듯이,뭐 그런 것 같습니다

 

가보신 듯 기억이 아리아리 하지요? 치앙라이 White Temple 이잖아요. 

 

6 Comments
SunnySunny 2010.08.06 15:37  
ㅎㅎㅎ 목수가 훌륭하십니다 ㅎㅎㅎ 참 아름답네요
sarnia 2010.08.06 15:59  
엇. 부연설명할 게 있어서 들어왔는데 써니님이 훌륭한 목수를 알아보셨네요. 저 흐린 글은 착한 사람만 읽을 수 있는건데요~

사실 저 연방판사가 잉글랜드를 호명할 때 그레이트 브라이튼이라고 했는데, 제가 멋대로 본문에서 잉글랜드로 바꾸어 쓴 겁니다.  그럼 대한민국도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라고 해야죠. 암튼 남의 말은 사실대로 인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 올라서......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8.06 18:36  
노이로제 걸리셧나봅니다..

짜이옌옌 하세요..
sarnia 2010.08.07 00:01  
그래도 스트레스는 안 받아서 오래 살 거래요^^

곰돌이 2010.08.06 19:59  
글을 읽고,  사진. 동영상을 보니,

가슴이...  쩌릿합니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sarnia  님은,  한국인입니다.

한국인  중에서도,  제 마음에 딱 드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지요 ^^*


만약에  한국과 캐나다가 싸울 일이 생길 것 같으면...

기를 쓰고,  말려야지요 ^^*

정의로운 전쟁은 없으니까요...ㅜㅜ
sarnia 2010.08.07 00:01  
역시…… 곰돌이 님다우신 명답입니다. 정의로운 전쟁이란 없지요.

한 ethnic 그룹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사는 나라 사람들과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국이라든가 민족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감회는 많이 다를 것 입니다. 이민 2-3-4 세로 내려갈수록 더 달라지는 것 같고요.

저는 한국인이지요.^^ 한국인이 한국인임을 잊어버리면 이 mosaic 사회에서는 설 자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정체성 즉 칼라가 없는 mosaic의 한 조각이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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