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 만한 일을 찾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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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 만한 일을 찾을 수 있다면......

sarnia 10 839

저는 예전에 기자(記者)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출입처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홍보담당자가 전달해 주는 보도자료나 대충 훑어보다가 통밥을 굴려 만들어낸 소설을 덧붙여 자판을 두들기는 couch potatoes journalist 들을 연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편견이었습니다.

 

어제는 일요일 오전에 늘 가는 스타벅스가 딸려 있는 Chapter’s 서점에서 Kevin Carterbiography를 읽다가 이런 의문이 떠 올랐습니다. 사실 그때 처음 떠 올랐던 의문은 아니고 아주 예전부터, 그러니까 sarnia 가 20 대 시절일 무렵부터 가져왔던 궁금함이었습니다.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만을 찾아 다니며 목숨을 건 촬영활동을 하고 있는 photojournalist 들에게 그토록 강력한 동기부여를 하고 있는 프로의 매력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점이 바로 그것 입니다.

 

목숨을 건이라는 말은 분쟁지역 photojournalist 들의 활약을 이야기할 때 비로소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되는 것 같습니다. Photojournalist 들은 일반 취재기자들과는 달리,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들보다 더 위험한 현장, 가장 아슬아슬한 포지션에서 무겁고 복잡한 촬영장비를 조작하면서 역사의 한 맥을 상징하는 극적인 모습을 프레임에 담아내기 위해 자기 생명을 담보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너무나 유명해진 사진 속의 그 주인공들이 아니라 그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낸 photojurnalist 들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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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 Carter의 유명한 사진 ‘A Sudanese Girl and Vulture’는 이 사진이 New York Times에 의해 전 세계에 타전 되자마자 그 어떤 명교수들의 명강의들을 합친 것보다도 전쟁과 기아 문제에 대한 위력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게 됩니다.

 

시체를 뜯어먹는 습성을 가진 아프리카 독수리가 등 뒤에서 노리는 이 가사상태의 소녀를 보는 순간 이 30 대 사진작가는 고국 남아공에 남겨두고 온, 그 소녀와 비슷한 또래의 자기 딸을 생각하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비통함을 삼키면서 차분하게 카메라 장비를 설치하고 독수리가 날갯짓을 하는 그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좀 더 기다렸습니다. 사진촬영을 끝내고 독수리를 쫓아낸 뒤 소녀를 구조할 때까지 약 20 여 분이야말로 프로 photojournalist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말 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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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 은 남아공에서 인종분리정책이 시행되던 시절부터 photojournalist 그룸인 Bang Bang Club에서 활동하며 인종분쟁의 현장을 누비기도 합니다. 흑인지역인 Bophuthatswana 지역에서 전투중 부상당한 백인인종분리주의자 (AWB 멤버)들을 지역 경찰이 현장에서 사살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1994 년 3 월 촬영했습니다. 사진 맨 왼쪽에 무뤂을 끓고 앉아 목숨을 구걸하는 저 백인 사내는 Kevin 의 카메라 셔터가 눌러진 직후 발사된 총에 맞아 즉사합니다.    

 

 

1968 년 음력 1 1 일 북베트남군은 남베트남의 해방민족전선과 연합하여 사이공 주재 미국대사관을 비롯한 미군거점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무력공격을 감행합니다. 이 전투에서 미군측에서 약 5 천 여명, 북베트남군과 해방민족전선측에서 약 4 만 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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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 전투 중 체포돼 해병대원들에 의해 연행 중이던 남베트남 해방민족전선의 간부Nguyn Văn Lém 를 당시 남베트남군 육군준장이자 국립경찰 책임자였던 Nguyn Ngc Loan이 불러 세워놓고 불문곡직 권총으로 사살하는 그 순간을 잡은 것 입니다. 촬영기자는 AP 통신 Edward Adams 입니다. Edward는 한국전 때 미군 해병대 군인으로서 전투장면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병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진의 주인공 총잡이 구엔 능옥 씨는 미국으로 망명한 뒤 슈퍼마켓과 피자가게 등을 경영하다가 1998 7 14 일 미국 버지니아주의 Burke 라는 도시에서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Nguy%E1%BB%85n_Ng%E1%BB%8Dc_Loan

 

또 다른 사진은 네이팜 소녀입니다. 얼마 전 구엔님의 베트남 이야기 (대한민국방)에 제가 댓글로 올린 적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이 사진기자는 당시 스물 한 살의 나이로 AP 통신 소속 분쟁지역 사진기자 활동을 하고 있었던 동남아 출신 Nick Ut 입니다. Nick은 이 사진을 찍을 당시 남베트남해방민족전선과 미-월 연합군간의 치열한 지상전이 전개되고 있던 Trang Bang 마을에서 그야말로 목숨을 건 취재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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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 6 월 어느 날, 미국-남베트남 연합군은 별 전과가 없는 지상전대신 아예 이 마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청야작전을 수행하기로 결정합니다. 곧바로 남베트남 공군소속 A-1 스카이 레이더기 한 대가 이 소녀가 살고 있던 Trang Bang 마을 상공에 투입됩니다. 이 비행기는 마을 상공을 저공비행하며 네이팜판을 투하했습니다. 순식간에 마을은 불바다가 됐고 당시 이 소녀는 두 어린 동생의 처참한 죽음을 뒤로 한 채 전신화상을 입고 마을을 탈출합니다. 사진기자 Nick 은 촬영 후 곧바로 중화상으로 끔찍한 모습으로 기진해 있는 이 소녀를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합니다. 전신 중화상을 입은 채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가던 소녀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네이팜 소녀 Kim Phuc은 현재 47 세의 중년부인이 되었습니다. 두 자녀의 어머니이자 반전평화운동가로 활동하며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살고 있고, 올해 59 세가 된 Nick Ut은 아직도 AP통신 사진기자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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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년 전 무슨 사건으로 패리스 힐튼이 LAPD 닭장차에 실려 법원으로 호송되는 장면을 담은 이 사진 아래 AP 통신 사진기자 Nick Ut 의 이름이 보입니다.   

 

이 두 장의 사진 (각각 1969 , 1973 년 퓰리처상 수상작)은 베트남전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미 등을 돌린 세계여론에다 베트남전 확전의 결정적인 명분이었던 이른바 제 2 차 통킹만 사건 (미 해군 구축함 매독스호가 북베트남 해군 어뢰정의 어뢰공격을 받았다는 스토리)이 미국 군부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었다는 것이 New York Times에 의해 폭로되자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미국 행정부는 1973 년 1 월 북베트남 정부와 파리협정을 맺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어 1975 4 30 일 사이공주재 미국대사관 옥상에서 철수작전을 엄호하던 미 해병대원들을 실은 마지막 헬리콥터가 이륙함으로써 전쟁은 완전히 끝이 나게 됩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역사를 바꾼 photojournalist 들의 작품들 속에는, 진실의 순간들뿐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내 놓을만한 행복한 직업에 대한 패션과 사랑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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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을 수상한 그 해(1994 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kevin Carter......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진실의 순간들'을 프레임에 담기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하는 photojournalist 들을 기억하며......  

10 Comments
싸바이디 2010.08.03 12:31  
마음이 짠하네요..
나마스테지 2010.08.03 13:15  
헹복한 눈물을 패러디 해서, 옆에다 100억 붙이면, 돌 맞을려나요 ^^
즐 뽀또. S님의 좋은 사진 기대함돠.
sarnia 2010.08.03 14:09  
어느 분 (다른 곳)이 제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네요.
 
왜 이런 분쟁지역 현장에는 한국기자는 없을까요?
이라크전 보도때는 열심히 보도하는 데 두바이에서 .... 기자입니다.
미얀마 시위 때는 방콕에서 ''''' 기자입니다. 등등
마치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일본에서 보도하는 것과 똑 같더라고요,,,,
한국에도 이런 멋진 기자들이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2010.08.03) 

그래서 저는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ㅎㅎ 님께서 마치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하신 것 같네요.

이야기는 안 했지만 그게 저도 참 의문입니다. 아마 지난 5 월 방콕 시위 때는 홍콩에서... 기자입니다 하는 작자도 있지 않았을까요?

프리랜서고 회사소속기자고 죽을 때까지 하는 일을 놓지 못하는 직업근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프로라는 인식이 있어야 그 분야가 빛이 날 텐데요. 간부로 올라갈 생각이나 하고 간부로 올라가면 정치권이나 기웃거리는 한심한 작자들만 목소리가 높으니 제대로 된 사진이고 기사고 나오기가 참 어렵겠지요.  (2010.08.03)
케이토 2010.08.03 13:18  
Kevin Carter에 관한 이야기는 저도 중학교 시절부터 끝없이 들어왔는데...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비교적 최근에..그러니까 대학시절에
다큐멘터리론을 들으면서 제대로 알게 되었답니다.
(수단의 독수리 사진을 저는 아마 교과서에서 본 듯 합니다, 꽤 어릴때 봤거든요)

관련 이야기를 찾아보니 블로그가 하나 나오네요,
http://www.cyworld.com/babo_photo/4215846
그리고 그 이야기에 관한 전문은 1994년 TIME지에 실려있네요,
http://www.time.com/time/magazine/article/0,9171,981431,00.html

마음이 짠합니다....
한국에서는 얼마전에 세계보도사진전을 시작했던데,
주말에 그 전시 보러 다녀와야 겠어요...
sarnia 2010.08.03 14:02  
케이토 님 안녕하세요.

Kevin 의 자살에 대한 여러 논란 (그에 대한 비난과 관련한) 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본문에서 언급 자체를 생략했습니다.   

Kevin 의 유서를 읽고 가장 먼저 느낀 점은 그가 자기감정에 대단히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의미부여보다는 죽음 직전의 심경을 사실 그대로 진술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NYT 보도 이후 소녀구출우선이라는 public 여론 따위에 좌절을 해서 죽을 사람이라면 그런 식의 진술보다는 자기가 수행한 촬영작업에 대한 의미부여를 유서에다가 조금이라도 반영했을 것 입니다.

그는 전문인으로서 현장에서 자기가 무슨 일을 수행했고 그 절차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치 Trang Bang 마을에서의 Nick 처럼요. Public 의 비난에 판단이 흐려지거나 좌절할 가능성이 적은 것 이지요.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좌절의 원인은 그런 차원이 아니라 그가 유서에서 진술한 대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개인적인 한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적인 난관, 스트레스, 그리고 분쟁현장에서 보고 겪은 vivid 한 (그의 표현에 의하면) 참상에서 온 정신적 트라우마 등등. 그리고 그것은 그가 photojournalist로서 직무수행과 관련한 업적과 그 의미와는 별도로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수단 Ayod 마을 현장에서의 그의 행동은 그 자신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의 판단과 행동이 옳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건 다른 이야긴데 전에 말씀하신 nano coating 이 돼 있다는 상위기종 렌즈는 무엇인가요? 번들은 아닌 것 같은데……
sarnia 2010.08.03 15:11  
아, 그리고 케이토 님이 링크해 주신 싸이블로그 참 정리가 잘 돼 있는 것 같아요^^

추가 댓글: 바로 위 댓글은 케이토 님만을 염두에 두고 썼는데 Kevin Carter 스토리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밑도 끝도 없는 댓글이 될 것 같아 본문을 쓴 필자로서 그에 대한 비난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간략하게 부연설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Kevin의 사진은 1993 년 3 월 26 일자 NYT 에 보도 됩니다. 이 사진이 던진 파장은 당시 엄청난 것이었는데 한편 다른 논란이 일어납니다. 이 논란의 시작은 ‘그런데 저 아이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 로 부터 시滂틱윱求�. 드디어는 Kevin 이 촬영장비를 설치하고 화각을 구상하고 심지어 독수리가 날갯짓을 할 때까지 기다리느라고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찍는 게 우선이 아니라 소녀를 구銖求� 게 우선이었다는 주장이지요. 문제는 사진촬영 후 독수리를 쫓아내고 그 수단 소녀가 급식센타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그 이후 그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입니다. 일부 언론은 그를 가리켜 굶주린 소녀를 노리는 또 하나의 독수리로 표현하기도 했고, 한편에서는 그가 뒤늦게 그의 사진에서 추악한 특종의 욕망을 발견하고 양심의 가책에 못 이겨 자살했을 거라는 소설을 쓰기도 합니다. (그는 퓰리처 상을 수상한 1994 년 7 월 자기 자동차 안에 배기가스 호스를 연결 해 놓음으로써 일산화탄소중독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당시의 기사들 중 일부를 가져와 봅니다.

The photo was published in The New York Times in March of 1993, and sparked a wide reaction. People wanted to know what happened the child, and if Carter had assisted her. The Times issued a statement saying that the girl was able to make it to the food station, but beyond that no one knows what happened to her. Because of this, Carter was bombarded with questions about why he did not help the girl, and only used her to take a photograph. The St. Petersburg Times in Florida said this of Carter: "The man adjusting his lens to take just the right frame of her suffering, might just as well be a predator, another vulture on the scene." Filmmaker Dan Krauss said, "In his famous picture of the vulture stalking the Sudanese girl, I began to see the embodiment of his troubled psyche. I believe Kevin did, too. In the starving child, he saw Africa's suffering; in the preying vulture, he saw his own face." Carter's daughter Megan responded to such comparisons with, "I see my dad as the suffering child. And the rest of the world is the vulture."

그의 행동에 대한 판단과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 이겠지요.
jjjay 2010.08.04 23:45  
사냥을 하는 동물, 사냥한것을 뺏어먹는 동물, 뺏어먹는걸 얻어먹으려 어정거리는 동물,
정말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사냥의 즐거움만을 만끽하고 살고 싶지만...

항상 따라다니는 개인의 한계를 뿌리칠수는 없다는...... 어떤면은 정말 공감이 가요~
그럼에도 어째든 시행된 그 용기도 부럽기만 합니다.
케이토 2010.08.05 15:40  
sarnia님, 댓글이 좀 늦었죠? ^^;
그 나노 코팅이 되어 있는 렌즈들은 렌즈에 N이라고 표기가 되어있답니다 ;-)
대표적으로 24-70 렌즈가 그러하지요~
니콘 관계자의 말을 빌자면 니콘의 나노코팅 렌즈들은 필터 없이 찍을 때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하더라구요. 자신감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Kevin에 관한 논란은 저 역이 그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어서,
그 논란 자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더랬어요. 나중에 가서 이런 저런 글들을
읽고 접하면서 생각을 좀 더 다양하게 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편안해졌답니다.
판단은 역시 각자의 몫. 그 말이 정답이더라구요 ^^
즐거워라~ 2010.08.05 16:19  
항상 생각할만한 좋은 글들 올려주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sarnia 2010.08.06 16:34  
읽기에 따라 시비가 붙을만한 글로도 볼 수 있는데 과찬해 주시는 즐거워라~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물론 케이토 님에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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