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뒤죽박죽이 될 것 같은 파타야 여행
뭐 이런 이야기 시시콜콜히 한다는 게 제 성격상 내키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요.
애당초 그곳에 갈 마음이 있었다면 태국일정을 이틀 정도 더 늘릴 수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이틀쯤이야……
그러나 올 가을에는 ‘그냥 파타야에만 가서 짧고 화끈하게 놀고 쉬기만 한다’ 는 결심을 하고 그 결심에 맞는 짧은 일정으로 비행기 표를 이미 질러버렸는데.
갑자기 개뚱딴지같이 짜뚜짝 시장을 꼭 가 보고 싶다는 변덕이 생긴 거지요.
화근은 며칠 전 태사랑 사진방에서 본 ‘흔해빠진 방콕사진’이었는데, 그 흔해빠진 사진의 작가 선생께서
“그래도 하루쯤은 (방콕으로) 넘어와 주시면 안 될까요” 라는 멘트를 달아 놓으셨더라구요.
그 분이 제게 던진 그 멘트가 변덕의 발단이 된 겁니다.
하루쯤은하루쯤은하루쯤은하루쯤은……
이미 파타야에서의 낮과 밤 일정을 구상해 놓은 저로서는 뜬금없이 방콕을 그 짧은 파타야 일정속에 끼워 넣는다는 게 좀 무리한 짓이기는 하지만.
저는 꼭 하고 싶어진 일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마음의 짐으로 남는 성미라서요.
결국 오늘 결심했습니다.
딱 하루 방콕으로 잠깐 넘어갔다 오기로요.
둘째 날.
여권 지갑 모두 호텔 세이프에 짱 박아 놓고…… 여권카피 한 장 신용카드 하나 캐쉬 약간 카메라 가방 하나만 달랑 메고 나갑니다.
새벽 5 시 기상해서 6 시에 호텔 레스토랑에서 첫 손님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후 (언제나 아침식사는 6 시에 했으니까 이건 특별할 것 없고).
호텔 툭툭을 두드려 깨워 파타야 버스 터미널로 A-gogo.
여기서 아침 7 시에 출발하는 뻐능을 타면, 늦어도 9 시 반에는 콘쏭머칫 (북부터미널)에 도착할 테고…
짜뚜짝가는 아무 시내버스나 골라 타고 시장에 가서 두 시간 정도 싸 돌아다니다가 (아마 대부분의 시간을 옆에 있는 에어컨 나오는 샤핑몰에 기어들어가 죽치고 있을게 뻔하지만)
짜뚜짝에서 시내 버스 타고 카오산 근처까지 내려갑니다.
여행 다니면서는 점심 두 번 먹으니까 나나소이든 동대문이든 들러서 인증시식을 하고 나서
추억의 사원 왓차나쏭크란 구내를 가로질러 파아팃으로 가서는
르아두언을 타고 사판탁신 (사톤) 까지 내려갑니다.
사판탁신에서 다시 BTS 타고 라차데위 역에 내리면 바로 앞에 아시아 호텔이 나타나겠지요.
아시아 호텔에 가는 이유는 칼립소 쇼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셔틀밴을 타러 갑니다.
뭔 이야기냐 하면요.
오후 7 시 30 분에 다시 파타야로 출발하는 벨 트래블 버스 터미널로 데려다 줄 셔틀밴을 부르려면 아무래도 “여기 카오산에 있는 국수집 인데요” 하는 것 보다는 “여기 아시아 호텔 로비입니다” 라고 하는 게 서로 헷갈리지 않고 좋지 않을까 해서요.
ㅎㅎ 농담이고요. 사실은 밸트래블 예약을 해야 하는데, 예약할 때 입력해야 하는 pick up location 에 구 시가지 포인트들이 없네요. 주로 사톤 시암 수쿰빗 라차다 지역 호텔들만 픽업 서비스가 되는가 봅니다.
짜뚜짝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서…… 처음에는 카오산 근처에 있는 로얄 프린세스 란루엉 에서 아예 첫날밤을 치르고 다음 날 오후 파타야로 갈까 했는데…… 미리 파타야 행 교통편으로 찜 해놓은 벨 트래블이 구 시가지에서는 픽업을 안 해 준다는 정보에 그 계획은 그냥 취소.
뭐 밸 트래블 아니래도 파타야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카오산 근처가 아니라면 이번에 굳이 방콕에 묵을 이유도 없는데다가, 체크아웃한 뒤 짐 맡기도 귀중품 맡기고 어쩌고 할 걸 생각하니 다 귀찮고 복잡해서, 그냥 파타야 숙소에서 쭉 묵으면서 잠깐 하루 방콕을 다녀오는 걸로 스케줄을 잡았습니다. 잘했죠?
근데 굳이 방콕에서 파타야로 다시 돌아갈 때 밸 트래블 버스를 이용하려는 이유는
350 바트라 시외버스 보다는 두 배 정도 비싸긴 하지만 파타야 숙소까지 셔틀밴으로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오밤중에 도착해서 딴 교통수단을 부르고 흥정해야 하는 수고를 안 해도 될 것 같아서요.
그럼 아침에 방콕으로 출발할 때는 왜 밸 트래블 안 타고 시외버스 타느냐.
그건…… 첫째, 제가 태국에서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버스를 한 번도 안 타봤기 때문에 한 번 타 보고도 싶었고요.
둘째, 벨 트래블 파탸야 출발은 첫차가 아침 9 시라 너무 늦기 때문이랍니다.
새 스케줄을 짜고 보니 파타야 숙소는 사계절 여인숙이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 같은데요.
지도를 보면 그 호텔과 시외버스 터미널이 같은 싸이삼 road 상에 있는데…… 태국어에 까막눈이자 벙어리인 제가 엉뚱한 발음으로 기사님을 헷갈리게 할 필요 없이……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면서 “그냥 이 길로만 쭉 따라 가 주세요” 하면 될 것 같군요.
근데 “이 길로만 쭉 따라가 주세요”……는 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한 번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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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아마존에서 여분의 카메라 배터리를 주문하면서 같이 딸려 온 10 불짜리 삼각대.
무게가 너무 가벼워 (420 그램) 후 하고 바람불면 날아가버릴 것 같은 저 우습게 생긴 삼각대를 처음에는 내다버리려고 했는데요.
어제 카메라를 mount 해서 셀프타이머로 찍어보니까 다행히 쓰러지지 않고 견디긴 하더라고요.
제가 야간사격 격발요령을 아직까지 숙지하고 있는 터라 굳이 삼각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야간 촬영’은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여기서 차에 넣고 다니면서 사용할 삼각대는 좀 좋은 걸로 장만하려고요.
그리고 저 10 불짜리는……. 우선 가벼우니까 이번에 한국 태국 갈 때 가지고 갈 겁니다^^ 그래도 다리 세 개 길게 빼고 모가지까지 잡아빼면 키가 140 은 되던데요.
헷갈리게 이 말 저 말 해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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