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배로 불어난 행복.
여느해보다 짧았던 여름이 가고 입동도 지났으니 이젠 가을의 끝자락에 와있나 보다.
겨울을 싫어하던 좋아하던 다시 봄이 오기까지 이 겨울을 잘 견뎌내야만 할 것이다.
점점 소멸돼가는 가을을 보며 왠지 쓸쓸함이 스멀스멀 뒤덮으려는 요즘 내게 큰 웃음을 준
뜻밖의 해프닝이 있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타고난 성격상 폭넓게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몇몇의 사람을 정해두고 깊이 교류하는
것이 체질적으로 더 맞는 편인 내겐 아주 오랜 친구가 몇 명 있다.
그 중 한 명은 서로에게 일기를 쓰듯 매일이다시피 이메일을 주고 받고 하루라도 톡을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만큼 형제자매보다 더 가까운 친구이기도 하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친구가 갑자기 10분쯤 후 다시 하겠다고
하길래 그러마 해놓고 잠시 기다렸다.
핸드폰을 곁에 두고 거의 5분쯤 지났으려나.
톡이 오는 알람소리에 폰을 들고 보니 웬 음성파일이 와있는 게 아닌가.
플레이를 누르니 무슨 광고가 또 나온다.
"이건 뭐지...?" 하고 잠시 기다려봤다.
몇 초 후 경쾌한 기타 연주와 함께 뒤에서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친구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직접 반주까지는 하지 않는 것 같고 미리 녹음된 반주에 맞춰 친구는
노래만 부르는 것을 녹음해서 내게 보내준 것이다.
기왕이면 노랠 좀 크게 부르지 왜 잘 안들리게 불렀느냐고 묻자 일부러 그랬단다.
난 그 노래를 듣고 배가 아플 정도로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너무 오랜만에 듣는 노래이기도 했지만 10시가 넘은 한밤중에 그런 기발한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내겐 너무 신선하고도 행복한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며칠을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노래를 들으면서 혼자 히죽히죽 웃어댔다.
이 노래가 이렇게 정겹고 좋았던가 싶기도 하고 깜짝 선물을 보내준 친구가 너무 귀여워서...
이미 알고 있는 노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나를 위해 불러준 노래였기에 더 특별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약 3분 정도의 노래는 3분보다 몇십 배나 훨씬 커진 웃음과 행복을 안겨주었다.
지금도 내 입가에는 실실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평소 기계치에 속하는 나는 기계도 나를 싫어하는지 내가 만지면 이상하게 고장이 나버리는
게 일쑤다.
그래서 웬만하면 컴이나 기계에는 손대는 걸 겁내는 나와는 달리 친구는 무슨 재주가 그리
많은지 별 걸 다 할 줄 알아서 나를 놀라게 해주다니 참 사랑스런 친구다.
내 기분에 맞추어 그날그날 노래나 동영상을 다르게 보내주는 그 친구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소울메이트이다.
사랑하는 친구야, 무진장 고마워~~
우리 서로 살아있음을 오늘도 소통함으로 확인해보자꾸나.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부암동에 전망 좋은 카페가 있대서 찾아가는 길.
여기가 바로 소문난 산모퉁이 카페.
커피를 못 마시는 나를 위해 얼음을 다 부탁하다니 역시 배려심 최고!!!
카페 정원에서 내려다 본 바깥 전망이 예쁘다.
앞마당에 전시된 귀여운 노란색 자동차.
여리디 여린 줄로만 알았던 코스모스가 지금까지 피어 있다니 놀랍다.
비 온 뒤 공원 풍경이 제법 운치있다.
죽은 낙엽이 이토록 이쁠 수가...
어느 날 저녁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다가 은행나무마다 전부 조명을 받은 것처럼 노란빛을
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은행잎이 전부 떨어지고 나면 암울하기 그지없는 11월을 보내야만 하겠지.
가을이나 겨울엔 일조량이 적어 호르몬의 영향으로 자칫 우울해지기 쉽다고 한다.
가을 햇볕은 보약이라 할만큼 좋다는데 한낮에 한 번쯤은 일부러라도 밖에 나가
온몸으로 한껏 받아보자.
가을의 흔적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 모습을 담아보았다.
가을, 잘 가거라.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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