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아쉬운 점.....

홈 > 커뮤니티 > 그냥암꺼나
그냥암꺼나
- 예의를 지켜주세요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 연애·태국인출입국관련 글 금지

- 국내외 정치사회(이슈,문제)등과 관련된 글은 정치/사회 게시판에 

그냥암꺼나2

항상 아쉬운 점.....

쇼닉 3 337

최근에 부모님이 저희 집을 방문하셨다가, 두 밤을 불편하게 주무시고, 그리고 다시 부모님댁으로 돌아 가셨습니다. 거동이 다소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서 외식은 가급적 삼가고, 가급적 집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만,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요리의 한계가 있어, 두 번은 배달을 하고, 한번은 외식을 했습니다.


평소 간소하게 생선과 채소를 중심으로 식사를 하시는 분이시라, 다소 기름진 음식과 특이한 음식이

좋을 것으로 여겨서,  첫날 저녁은 보쌈과 국수를, 둘째날 점심은 근처 일식집에서 초밥을 테이크아웃하고, 저녁은 거동이 불편하시지만, 밖으로 나가서 딘타이펑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보통 한식을 많이 좋아하실텐데, 우리 부모님은 외국음식을 아주 좋아하셔서, 스시도 딘타이펑의 대만요리도 아주 맛있게 즐기셨답니다.  자주 모시지는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같이 나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그러면 참 기분이 좋아 집니다. 

식구는 같이 밥을 먹는 사이라고 어디선가 정의 한 내용을 본적이 있는데,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참 평범하면서도 감사한 의식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두분을 몇번이나 더 모시고 외식을 나갔다 올 수 있을지요....

두분을 모시고 여행을 갔던 것이 아마 2012년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듬해 어머니가 낙상사고를 당해서, 어머니 마저 근 1년 가까이 거동이 불편해서,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는 것은 언감생신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올해 연로해서 거동이 불편한 것 말고, 사고로인한 불편은 많이 없어 졌는데도, 제대로 모시고 다니지 못해서 참 아쉽게 생각합니다.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는 시골분이셔서, 국제적인 것이나, 외국 생활 뭐 이런 것과는 좀 거리가 먼 편이십니다. 왜정때 초등교육을 받아, 젊었을때는 몇마디 일본어도 하셨는데, 이제는 일본에 가서도 대화는 가능하지 않구요, 그냥 글자만 이해하는 정도이니, 그냥 토종 한국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여행은 주로, 일본과 중국을 다니셨고, 몇년전에 태국과 홍콩을 다녀오신것이 다입니다. 자식인 제가 전세계를 발발거리고 다니는 것에 비해서, 어머니 아버지는 외국여행을 그렇게 많이 하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시골에 사셔서 그런지, 주변분들에게 외국여행 갔다 왔다고 자랑은 엄청하신다는 풍문이 들립니다. 외국여행을 다니시는 것이 참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저희 부모님의 연세는 꽤 높은 편입니다. 두분다 80을 넘기고, 아버지는 90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두분을 모시고 나가면, 비록 거동은 다소 불편하여도, 정정하다는 말을 듣고, 나이를 말씀 하면 깜짝 놀랍니다. 당신들 나이보다 최소한 10여년은 젊어 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월에 장사없다고, 두분의 모습은 매년 더욱더 쇠약해 가는 것 같습니다.


같이 또 즐겁게 태국이나 일본쪽으로 다녀올 수 있을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도 안스럽고, 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여, 덩달아 집에 발이 묶인 어머니도 안스럽고, 자식의 입장에서 두분을 볼때마다 항상 안스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10월에 저와 집사람이 치앙마이를 갑니다. 이런 공개적인 장소에서 다 말못할 사연을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만, 저희도 만만치 않게 이런 저런일이 있어, 이번 치앙마이는 군대에서 말하는 포상휴가 같은 측면이 있습니다. 온전히 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끝나면, 또 서울에 와서 세파와 싸워야 겠지요.


그렇게 10월을 보내고, 찬바람이 더 불고, 날씨가 영하로 떨어질 무렵,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태국으로 떠날 것을 오늘 생각해 봤습니다. 1월에서 2월이 가장 추운 시절이니, 그때를 틈타서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뭣하면 구정을 그곳에서 보내는 것도 방법일테구요.

돈타령 하느라고 맨날 이코노미만 타고 다니셨는데, 이번에는 어머니 아버지는 비지니스석으로 모실려고 합니다. 태국항공 왕복 120만원정도 하더군요. 돈에 벌벌떠는 저지만, 이럴때 한번 써야 겠습니다.


어제 어머니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다 드리고,  이마트에 들러 필요한 생필품도 조달해 드렸지요. 어머니가 햅쌀 얘기를 하셨는데, 이마트에 햅쌀이 없고 다 13년 산 쌀밖에 없어 햅쌀을 못사드렸네요. 다음에 집에 갈때 따로 햅쌀을 사서 가야 겠어요. 그게 계속 신경을 거스리고 있어요.....


그리고 늦은밤, 다시 집에 왔습니다.

두분이 계셨던 자리가 텅비고, 집이 휑해 진 느낌이 듭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아침에 일어나서 평상시와 같이 별다름 없는 출근길이었습니다만,

두분이 앉아 계시던 소파가 너무 허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머리속에 빙빙빙 어머니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사람이 참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살갑고 그렇지는 않지만, 나름 무던한 성격인데, 이상하게 어머니 아버지랑은 항상 어렸을때의 그 모습 그 대로 틱틱대는 경향이있어요. 결코 생각이 없거나 무시하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잔소리가 길어지고, 걱정이 길어지고 듣기 지루해하고 귀찮아하고....


그리고 그 짧은 만남이 지나고 다음만남까지 항상 아쉬워하고 또 만나면 티격거리고, 또 떨어져서 아쉬워하고 죄송해하고, 죄스러워하고.......반복됩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많이 연로하시지만, 식사도 잘하시고, 거동은 불편하지만 잘 욺직이시니,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비행기 비지니스석도 꼭 한번 태워드리고 싶고, 마지막 해외 여행이 될지도 모르지만, 꼭 다시 한번 모시고 다녀오고 싶으네요....



3 Comments
호루스 2014.10.13 13:41  
기분상 햅쌀이지, 실상 밥맛으로는 묵은쌀이 더 나으니까 너무 맘에 두지 마시길.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온전히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참새하루 2014.10.13 16:21  
소닉님 글을 읽으니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내일 안부 전화 한통이라도 드려야겠습니다
고구마 2014.10.13 22:31  
부모님 연세가 거의 구순에 이르신다니 아마도 막내이신가봐요?
그 연세에도 해외여행을 계획하실정도라면 정말 건강체질이신듯해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