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막혀 있어도 떠남은 언제나 설레는구나
연식이 코로나 고위험군이란다.
나가지도 만나지도 말라고
연일 압박을 한다
친구도 가족도 멀리하며 셀프감금자가 되어버렸다
이래서는 코로나로 망하는 게 아니라 소파가 날 잡아먹게 생겼다
소파귀신에게 벗어나
오래전 부터 가고 싶었던 언양 영남알프스에 가고싶어
오후에 주섬주섬 양말 몇개 싸들고 집을 나섰다
먼지만 뽀얗게 쌓여가는 같이 늙어가는 차에 오르니
마스크는 벗어도 좋단다
울산으로가는길 모처럼 나들이를 돈내고 길바닥만 보고가는
고속도로를 피해 설렁설렁 국도를 달렸다
다음날 아침 흐릿한 날씨에 약간 쌀쌀했다
간월산-신불산-영축산을 잇는 능선종주를 위해
배내고개 주차장에서 부터 시작했다
처음 시작되는 배내봉 가는 계단이다
가볍게 오르는 계단이지만 갯수가 만만치 않다
능선너머론 언양시내가 다보인다
모처럼 계단과 씨름하니 숨이 가프다
안나푸르나 촘롱-시누와 구간 계단 만하겠냐
하지만 힘들다
연식엔 장사 없다
간월재가 나타나는데 인산인해다
산아래 국도에서 이곳까지 연결된 임도따라 오른 사람들이다
휴게소 컵라면은 긴줄로 끝이 안보인다
간월재를 뒤로 하고 언덕을 숨가쁘게 올라 봉우리 몇개를 지나니
신불산을 뒤로 하고 억새밭은 지나 다시 몇개의 봉우리를 넘으니
여긴 사람하나 없는 쓸쓸한 신불재다
드디어 코스 마지막 봉우리인 영축산에 왔다
신불재에서 영축산까지 코스가 젤 힘든 코스였는데
가파르기도 하고 돌이 많아 힘이 들었다
하산은 다시 신불재로 내려가서 신불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다
3시가 넘었지만 내려가는 1시간30분 길이라 별 걱정안했는데
신불재에서 시작한 하산코스에서 사달이 나버렸다
무릎근육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걷지도 못하게 통증이 심해져 한참을 쉬며 맛사지해도
크게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평소에 하던 스트레칭을 빼먹어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사람이 없는 코스이고 5시넘으면 곧 어두워지니 조금 걱정이 되긴했는데
다행히 랜턴과 동계의류를 가지고 와서 여차하면 낙옆덮고 비박도 각오했다
한참을 쉬다보니 어두워졌어도 걸을만 했다
국도까지 겨우 내려오니 6시가 훌쩍넘어버렸다
버스는 벌써 끊겨서 택시불러 주차된 곳까지 가니
온몸이 파김치가 되어있었다
힘든 산행이였지만 코로나블루에 걸리지 않을 만큼 즐거운 여행에
다시 할 셀프감금이 지겹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