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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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죽음

호루스 21 871

작년 크리스마스에 친하게 지내던 대학 친구가 세상을 떠났네요.

 

물론 훨씬 이전에도 세상을 뜬 친구가 있긴 했지만, 그냥 친구였을뿐, 재학 중에도 함께 했고, 졸업 후에도 계속 인연을 이어나가던 친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건 처음입니다.

 

한밤중에 전화가 와서 저를 찾고 박**씨를 아느냐고 물어서 대학 친구라고 대답하며 불길한 느낌이 들더니만, 울면서 죽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어찌나 슬피 우는지 유족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회사 부하 직원이더군요. 상사가 죽었다고 그렇게 울다니(그래서 상황 파악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지요.) 친구 녀석 직장생활을 헛되이 하진 않은 모양입니다.

 

하여지간 평택으로 허겁지겁 달려가니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유족들과 인사하고 영정을 바라보니 믿기지 않더군요.

 

마치 몸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듯한 느낌. 선친께서 가실 때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유족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참 어이없는 죽음이더군요.

 

Y자 갈림길에서 좌로 갈까 우로 갈까 하다가 도로 구조물에 박았는데(블랙박스 속도는 시속 60km)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게 치명상이 되었더군요.

 

내출혈이 있어서, 사고 당시 교통 경찰관에게 상황 설명하고 자기 발로 병원까지 가서 진단을 받았는데, 크리스 마스라 당직 의사는 초짜 레지던트.

 

경험있는 의사라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는 진술에서 타격 부위인 복부나 흉부의 내출혈을 의심해볼만 하겠지만, 초짜 의사는 그저 엑스레이만 찍고 뼈에 이상이 없으니 별일 없을거라 여겼고, 이후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내출혈로 피가 다 빠진 후에) 입원을 했고, 개복하고 출혈부위 대충 꼬매고...그리고 유족들에게 마지막일지 모르니 얘기하라며 자리를 피해서 유족들은 설마하며 이야기 나누고 이후 혼수상태에서 사망.

 

많이 아쉬운 경우가 겹친 경우입니다.

 

안전벨트를 했더라면....

 

경험 있는 의사가 있었더라면...

 

차라리 어디가 부러지는 중상이었더라면...

 

무엇보다 회사 잘릴까 두려워 크리스마스에 임원들 모시고 필드에 나가지 않았으면...(출세를 위한 적극적 처세가 아니라 잘리지 않기 위한 소극적 처세였습니다. 추석때 만난 다른 친구가 그 친구가 회사에서 눈치보느라 힘들어 하더란 이야기를 전해주더군요.)

 

무엇보다 비자발적(?)인 유흥에도 불구하고 휴일날 골프 친 행위는 업무상 재해로도 해석되지 않아서, 유족들의 경제적 고통도 더해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그날 이후 만사가 귀찮아지며, 쓰던 여행기도 중단하고, 그냥 막연히 잠수를 탔습니다.

 

세월호 유족들을 보면서 죽음에 대처하는 인간의 모습이 새삼 대단하단 생각이 듧니다.

 

친구의 죽음에 무기력증에 빠져버리는 자신의 모습과 대비가 되더라구요.

 

정말 그 상황이 되어보아야 상대방의 처신을 이해할수 있을거란 생각이 새삼 들더라구요.

 

이제 그 친구가 간지 넉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 가슴 속의 상처도 옅어지고 있습니다.

 

죽음이란게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그날까지 다들 건강하시고 후회없는 나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21 Comments
Robbine 2015.04.24 21:30  
한동안 안오셔서 무슨 일이 있는건지 걱정되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ㅠㅠ

친구분의 명복을 빕니다.
호루스 2015.04.24 22:10  
새삼스레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낸다는게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건강하소서.
jindalrea 2015.04.24 22:00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남은 가족들을 위해 오늘 밤 기도하겠습니다.
호루스 2015.04.24 22:12  
네, 낯모르는 제3자의 기도가 어쩌면 더 큰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따듯한 가슴을 지닌 진달래님이라면 더더욱...
윈디걸 2015.04.24 22:34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안전벨트만 맸다면..유능한 의사가 대처했다면..할 수 있는건 후회뿐이라 더 슬프죠..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바래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호루스 2015.04.25 18:55  
윈디걸님의 글은 오래전부터 보아왔으면서도 처음으로 글을 나누게 되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재굴 2015.04.24 23:23  
힘내시고 친구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밝게 생활하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호루스 2015.04.25 18:56  
네, 재굴님도 건강하고 밝은 생활되시기를요.
Sive 2015.04.25 01:12  
참 안타깝습니다. 인생 허무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호루스 2015.04.25 18:56  
언제 어느때 갈지 알수 없는게 인생이겠죠.

후회없는 삶이 될수 있도록 해야 겠지요.
motu 2015.04.25 04:30  
힘내세요.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마음의 안정을 찾으실지 모르지만 힘내세요.

저도 부모님이 5개월 간격으로 돌아가신 후
모든 일을 때려치고 6년을 방황하다가 와이프 만나서 마음잡고
잘 살고 있습니다.

세월이 답인데, 그 세월이 무척이나 지내기 힘들죠.
힘내세요.
호루스 2015.04.25 19:06  
이제 시간이 흐른듯 합니다.

다만, 대학 친구들과 모임이 있으면, 그의 빈자리가 새삼 느껴지겠죠.

모투님도 건강하시길.
필리핀 2015.04.25 08:16  
헐~ 뭐라고 할말이 없네요... ㅜㅜ

암튼, 마음 잘 추스리시고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호루스 2015.04.25 19:08  
글을 쓰기 시작한건,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았기 때문이죠.

필리핀님의 영양가 있는 숙소 소개를 항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참새하루 2015.04.25 15:26  
인명은 재천이라...
살수도 있었던 목숨인데
참 안타깝습니다
다 하늘의 탓이라 말할밖에요

살아오면서 가까이 지내던 가족 친지  친구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이
갑자기 이세상을 떠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젊었을때는 죽음이란게  충격이었던것이
나이가 드니 그런게 이제는 죽음이란 놈이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더군요

종교를 가지지도 않았는데
자연의 이치를 순응한다고나 할까요

언젠가는 떠나는 인생
후회없이 열심히 살아라 ~~ 라는  교훈을
남겨주신거라  생각하시고
떠난 친구 몫까지 열심히 사세요

힘내시고요 호루스님
호루스 2015.04.25 19:10  
참새하루님 얘기를 듣다보니 좀 더 나이 들면 참새하루님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게 될 것 같네요.

40대 후반에 친한 사람을 잃은 경험을 했다는게 너무 늦은 건지, 아니면 다들 이맘때 경험을 하는지 모르겠지만...더 나이가 들고 두번 세번 경험을 할수록 지금같은 허탈함은 줄어들겠죠.

그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지만, 살아가는 모습이려니 받아들여야 겠지요.
어랍쇼 2015.04.25 20:13  
아..생각만으로 맘이 아프네요.
만약에 내친구라면..이란 생각을 해보니 정말 가슴이 아픈데..
많이 힘드실거 같아요..게다가 그렇게 아쉽고 허무하게 떠나셨다니 더 허탈한 맘이 크실듯..
상처가 빨리 아물길 바랄께요.
후치코 2015.04.30 23:30  
ㅠㅠ... 제 친구도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죽었어요..... 그 소식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카톡으로 확인했는데 그때 할말을 잃었네요 정말..... 할머니 할아버지빼고 제 친구중에 누가 죽은건 처음이라 뭔가 느낌이 이상했어요... 죽음이 뭔가 생각하기도하고 ㅠㅠ 누워서 친구랑 추억도 생각나고 못해준거 못나게했던거 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ㅠㅠ 아..... 성인되고 나서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친구인데 너무 슬펏어요... 그 친구 생각날땐 그 친구 싸이월드가서 방명록에 비밀글로 글 남기곤해요... 같이 힘내요 ㅠㅠ
no3290 2015.05.01 16:08  
저도 갓 20살이었을때 겪은 친구의 죽음은 참 충격적이었어요 ...
엄청 친한 친구도 아니었는데도.. 아직 조금은 허합니다..
미니미1223 2015.05.03 01:38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어요 힘내세요
커하이미쾀쑥 2015.05.03 14:4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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