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테러가 일어났었던 때에 방콕에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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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테러가 일어났었던 때에 방콕에 있었어요

Cal 12 1491

여행 기간 중 매일 태사랑에 들어와 보면서도

에라완 사당의 테러 이외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어서

[지금 방콕에 있는데, 별 일 없이 잘 있어요.  그냥 이곳은 조용해요]

라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조용히 있었고

사실은 지금도 그래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매우 조용하고 평화로웠다는 저와 같은 경험자의 말을 믿고 여행을 가시는 분들의 안전을 제가 책임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어요.

 

사실 17일의 에라완 테러와 18일의 사판탁신 테러 두 경우 모두

[어, 조금 전 갔었던 곳인데!]

[어, 여기 오면서 조금 전에 지나왔는데?]

이렇게 나중에 알고 나서야 오싹해 했었고, 17일 저녁은 제게 좀 다른 의미로 인상적이었던 것이

혹시 이 때에 방콕에 계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날은 화창하기 이를 데 없던 여행 내내 유일하게 비가 왔던 날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한 번 온 비가, 거의 보름 동안 올 비가 그 한 시간에 몰아서 오는 것처럼, 진짜 맞으면 아픈 비가 왔었어요.

고 김현식씨의 [비처럼 음악처럼]이, 열대 지방의 이런 스콜을 두고 노래하셨던 거구나 하고

우비를 입고 비에 두들겨 맞으면서(그리고 비에 얻어맞고 있다는 이 사실에 좀 기가 막혀서 킥킥 웃으면서) 숙소에 왔는데, 그 때에 태사랑에서 테러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이었어요. 

아, 이렇게 쏟아지는 비, 이런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구나 하면서 정말 놀라고 슬퍼했습니다.

사판탁신 역에서는 테러 후에 잠수부대가 잠수하는 것도 직접 봤어요.

모든 희생되신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그렇게 자연재해도 많고 테러나 데모도 많은 방콕 내지는 태국이지만

항상 여행이 끝나고 올 때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여행이 있을 수 있을까?]하면서 흐뭇한 기분이 되어 돌아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은 언제든 예외가 없는 것 같아요.

이번에 좋았었던 것들을 제가 겪었던 시간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한국문화원

 

여행 때마다 한국문화원에서 하는 전시를 꼭 보고 오는데요,

이번에는 애니메이션 & 웹툰 특집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때에도 전시가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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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딸랏 롯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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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물건을 사러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말에 어울리고 먹으러 가는 곳 같은 느낌이어요.

여기가 좋았던 건, 고양이가 엄청 많고 종류도 다양한 캣 카페가 하나 있었어요.

 

 

3. Pickadaily

 

까다로운 교통에, 그래도 다녀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 곳이었습니다.

별 것이 있는 곳은 아닌데, 사진 찍기가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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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타몬톤-던와이시장-마히돈 대학(나컨파툼 순례)

 

아, 정말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 때에 가장 좋았던 일이었어요.

마히돈 대학이 가장 좋았고, 다음 여행에서도 꼭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이 대학 덕분에, 젊은 나이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마히돈 왕자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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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와이 시장이나 부타몬톤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이 있었지만, 역시 마히돈 대학이 압권이었어요.

 

 

5. 방남풍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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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시장 자체도 좋지만, 경치를 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하이킹하러 가는 곳 같아요.

전에 갔었던 때는 화요일인가 해서, 장도 안 섰었지만 백 밧 내고 [돼지 위장] 일주를 했는데

(이 지역의 태국어 뜻이 [돼지 위장]이어요.  딱 그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그 날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6 에라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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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들의 바로 아래에서 코끼리들을 바라보면

[헉, 뭐야, 무서워!]라는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사실은 이 안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어요.

그냥 바로 아래에 언급할 곳을 지나다가 들렀습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단 이야기를 고구마님 여행기를 통해 들어서.........


 

7. 도토리묵과 같은 방콕의 바다와, 쓰탄땁아깟의 아름다운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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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바다의 일몰을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던와이 시장과 마히돈 대학에 이어서

[정말 멀었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게 정말 감사해!  참 잘 했어!]

(피카데일리는 이 세 군데에 비하면 껌 씹는 정도였어요)

하는 흐뭇한 기분이 들었던 곳이었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보면, 무앙보란 남서쪽의 해안에 마치 mRNA의 hairpin loop같이 생긴 구조물이 보이는데

바로 여기에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하긴, 저 위의 사진은 마치 바다에 혼자 떠 있는 듯한 이곳의 기분을 다 설명해 주지는 못해요.

 

여기에서 나갈 때에, 쓰탄땁아깟 방 푸 리조트 바로 앞까지는 리조트 툭툭이 데려다 주는데

(이름은 리조트이지만 숙박 리조트 아니고, 그냥 식당이어요.  예전에는 아주 잘 나가는 무도회장이었다고 해요)

제가 혼자 왔다고 [쿤디여우 카]리고 했더니, 태국분들이 굉장히 재미있어 하면서

혼자 안전하고 재미있게 여행하라고, 택시 잡을 수 있는 꽤 먼 큰 길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여기에서 잠시 서성이는데, 또 갑자기 제 앞에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롯뚜가 서는 덕분에

20밧에 빡남 시장까지 안전하게 왔던 감사한 기억이 있네요.

 

이번에는 못 들렀지만, 전에 이 부근을 여행했을 때에

빡남의 큰 절 주변과 강 근처에 선 큰 시장을 보고

[뭐야, 현지 분들은 나 모르게 여기에서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지내고 있었네?]

라면서 혼자 웃었던 일이 있었어요.

아직도 이 부근의 교통을 완전히 파악한 것이 아니고, 어쩌다 보니 다녀오고 어쩌다 보니 본 것들 투성이라서

이번에도 왜 그 강변 시장을 못 가 보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못 드리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8. BTS 실롬 라인의 우타깟역 바로 앞, 왓 마이 야이 누이와 부속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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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지상철에서 내리면 바로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강을 끼고 있는 절이 이렇게 시내에서 가깝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옆의 학교 학생들도 정말 귀여웠어요.

그런데 내리는 도중 개의 습격을 받아서 하마터면 물리는 줄 알았던........ 

이번 여행을 통해서, 방콕 안에서는 로컬도가 증가할수록 다음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 썽태우   2. 개의 떼지음과 난폭도   3. 태국어 사랑(영어 병기가 확 줄어듬)

 

전에도 방콕 내에서 개들의 습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새벽에 왓 랏끄라방에 갔을 때였어요.

절 문 앞에서 사진을 딱 한 장 찍었는데, 경내 마당에서 평화롭게 자거나 놀거나 쉬고 있던 개들이 전부 저를 "뙇!" 하고 쳐다보더니, 일제히 왕왕 짖으면서 저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었어요,

소리를 꺅 지르면서 주변 가게로 피신했었습니다.

어휴, 그 이후로는 왓 랏끄라방 근처는 발걸음도 안 합니다.


 

9. 방 깨 부근을 다니다가 어쩌다 보게 된, 또다른 운하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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쌘쌥 운하 버스와 비슷한, 방 깨에 지나다니는 운하버스인데

운행도 드물고, 이곳 분들도 잘 모르는 버스이더군요.

마침 지나가던 뱃사공 아저씨도 제게 [진짜 이 배, 탈 거야?]이런 시선으로 지나가시더라는...........

(어차피 갈 길이 바빠서 탈 생각, 없었습니다~)

여기를 보고 나니, 제가 항상 궁금해하던 프라카농 부근 운하에 대해서도 정체를 알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감이 들더군요.

(바로 다음 날 정체를 알았습니다!  프라카농 운하 긴꼬리 보트 노선은 프라카농 다리--시나카린 다리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한 번에 10밧이랍니다.  관광객에게 갈 만한 명소가 있는 것은 아니고, 현지분들의 실제 생활의 장인 이 노선 자체가 관광 명소인 것 같네요,  굳이 찾자면 3번의 Pickadaily 근처를 지나가기는 합니다,  다음에는 이걸 타 봐야 하겠네요.  배를 빌리면 랏끄라방의 후어탁 시장까지도 갈 수 있나 봅니다)


 

10. 알고 보니 방콕의 가구 거리였던, 방나 뜨랏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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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이 거리에는, 이케아, 인덱스, 디자인 스퀘어, 시크 리퍼블릭이 다 모여 있더군요.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이 중에서 딱 한 군데만 가 보실 수 있다면, 시크 리퍼블릭을 추천합니다.

제일 좋았어요.

그리고 방나 뜨랏 도로에서 하나 추천해 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육교 위에서 그 밑으로 쌩쌩 달리는 차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시원하고 색다른 기분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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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과 같은 테러나, 교통 체험이나 그 모든 것에는

무엇보다도 안전을 우선 생각하셨으면 하는 쌍괄법으로 짧은 여행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12 Comments
kremlin912 2015.08.27 21:51  
감사합니다
냥냥 2015.08.27 22:07  
우와  방콕이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네요.  잘 봤습니다.
아루링 2015.08.27 22:24  
방콕이 가득 담긴 멋있는 사진 고맙습니다. 저도 다음에 가면 이렇게 둘러 보고 싶습니다.
깔깔마녀 2015.08.28 00:38  
사소한 것에서 찾는긍정에너지가 필요한 때 좋은 글을 보았네요.  감사합니다.
첫머리 안전한 돌아감이야 말로 가장 멋진 여행이 된다는 말씀. 꼭 아로새겨야겟어요.
Robbine 2015.08.28 06:59  
오랜만에 오셨네요!

새로운 방콕 여행기 좋아요. 역시 방콕은 글로벌 대도시라 구석구석에 볼게 참 많은것 같아요.

그나저나 엠 알엔에이 헤어핀 루프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준입니다 2015.08.28 12:51  
오늘 가는데 걱정되네요..ㅠㅠ
너만좋아해 2015.08.28 17:08  
올려주신 장소들이 가보지 않았던 곳이네요~
여행할때 참고해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atellias 2015.08.29 09:33  
대박부럽습니다
atellias 2015.08.29 09:34  
부럽습니다
치즈군 2015.08.31 00:36  
좋은사진 많네요~ 야시장 왠지 가보고싶네요 ㅎㅎ
K. Sunny 2015.08.31 10:45  
도토리묵.. ㅎㅎ 너무 귀엽고 잘 어울리는 표현같아요.
마니타 2015.08.31 11:50  
좋은 곳들이 많네요.

다음번 여행때는 이런곳들을 찾아다니면서 여행해볼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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