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손님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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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손님 이야기 2

cafelao 28 1404

커피집을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얼굴이 통실하고 양볼에 죽은깨가 귀엽게 송송박혀 있는

키는 훌쩍 크고 날씬한

캔디같은 그녀가 커피를 사러 오곤 했었습니다.

어느날은 머리를 짧게 잘라 뽀글이 파마를 하고 와도

어느날은 짧게 생머리 컷트를 해서 보이쉬해 보여도

어느날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워커를 신고 와도

또 어느날은 앞뒤 비대칭의 집시같은 스커트를 입고 와도

그녀는 무얼 해도 무얼 입어도 귀엽고 예쁜 소녀였습니다.

저는 자주 오는 손님들에게 나름의 애칭을 붙이곤 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밝고 귀엽고 통통 튀는 아이라 캔디라 불렀습니다.

그녀는 커피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출근하면서 한잔

점심먹고 한잔

외부에서 다시 사무실 들어올때 한잔...

언제나 아이스커피를 먹었고 얼음은 한가득 넣어달라 했었고

그리고 얼음을 오도독 오도독 깨물어 먹길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때로는 시간 여유가 있을때면

핸드드립을 주문하고

제가 드립하는 동안 앞에 앉아 조잘 조잘 귀여운 어린아이처럼 조잘댔습니다.

아줌마

왜요

저희 엄마랑 아빠랑 어떻게 만났는줄 아세요

그러게...

어떻게 만나셨는데요

저희 엄마가 고등학교때 아빠한테 삥뜯다가 만났대요 ㅋㅋㅋ

아 진짜...ㅎㅎㅎ

언제나 이렇게 조잘 조잘 귀여운 소녀였습니다.


 

커피집 마다 열잔 먹으면 한잔 무료서비스하는 쿠폰이란게 있습니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잔씩 사러오다 보니 쿠폰이 금방 금방 모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좀체 쿠폰을 쓰지 않았습니다.

왜 쿠폰을 쓰지 않냐고 물어보면

그녀는 쿠폰을 10장쯤 모을거라며 제게 모아놓은 쿠폰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어느날 그녀는 또 커피뽑는 제게 말했습니다.

근데요 아줌마

네에~~

가끔 여기 손님 아닌 처음 오는 사람이 쿠폰가져오면 커피주세요

제가 쿠폰 선물한거에요

저는 쿠폰 모아서 아는 사람들한테 한장씩 선물해요

아!!!!

 

어쩌면 그녀는 이렇게 깜찍하고 귀여운 발상을 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다른곳으로 발령이 나서 떠나갔습니다.

물론 그동안 모아놓은 쿠폰은 몽땅

함께 근무하던 사무실 동료직원들이나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고...


 

그후로

가끔씩 전혀 본적 없는 손님들이 도장10개가 찍힌 쿠폰을 들고 왔었습니다.


 

가끔

저는 종달새처럼 조잘대던 그녀가 그리워질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마다 손님들에게 귀여운 그녀 얘기를 하곤 합니다.

그녀 얘기를 들은 손님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아...쿠폰을 선물로....

너무 괜찮은데요

쿠폰받은 사람들은 너무 기분 좋을거 같아요...

 

그리곤 제 손님들도 쿠폰을 모아서 때로는 사무실 동료에게

때로는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곤 합니다.


 

행복이란

사랑이란

그리 멀리 있는것도 아니고

그리 거창한 걸로만 할수있는게 아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28 Comments
다동 2015.09.11 11:07  
아... 따뜻합니다. 역시 삶이란 살만한 것이다, 웅변됩니다.
cafelao 2015.09.12 07:51  
참 마음이 예쁜 손님들이 있어요.
그런 손님들은 기억에 남더군요
rladbsk 2015.09.11 11:36  
개성있고 멋진여성!!~

착한 커피집 사장님!!~

루앙프라방에도 멋지고착한 여사장님이 계시는대...
cafelao 2015.09.12 07:53  
멋진 손님 맞아요.
근데 저는 안착한 주인이에요 ㅠㅠ
아...루앙에도 좋은 커피집이 있군요
올겨울 루앙에 갈 계획인데 가르쳐주시면 꼭 가보고 싶군요
이열리 2015.09.11 17:01  
부러워요....
저는 날마다 사람바꿔가며 사건 터트리는 진상만 오는데..
장소와 메뉴가 진짜 사람모습이 나오나봐요..ㅜㅜ
cafelao 2015.09.12 07:56  
에이...그럴리가요
맘 상하는 손님도 꽤 있어요
그런 손님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요
제 나이 낼모레 60을 바라보다 보니 제또래의 남자손님들은
한순간 저를 옛날 다방마담을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커피집 와서 맥주찾는 손님도 있고
왜 돈부터 받냐고 기분나쁘다고 하는 손님도 있고...
커피집 와서 왕대접 받겠다고 하는 손님도 있고
그런 손님은 그냥 흘려보내고 기억 안합답니다
앨리즈맘 2015.09.11 17:36  
아 카페라오님  여자분이시구낭  언제 한번 들려  핸드드립 청해서 아주 천천히  마셔보고 싶어요
cafelao 2015.09.12 07:59  
넹..나이 많은 아줌마예요.
오시면 핸드드립 맛있게 드릴게요
커피는 참 착한 아이랍니다
사약처럼 쓴것이 아니고 땅콩맛도 나고 과일향도 나고 초코맛도 나고...
Robbine 2015.09.12 14:05  
초코맛이 나는 커피요?? 매우매우 맛보고 싶습니다!
아, 나 서울 안살지 참..(시무룩)
cafelao 2015.09.13 18:04  
커피 좋아하시군요
초코맛이 나는 대표적인 커피는 코스타리카 따라주, 예멘 마타리, 추천 드려요
아마도 예멘 마타리는 잘 없을거에요.
코스타리카 따라주가 잘볶았을때 다크초코렛맛이 아주 좋답니다.
Robbine 2015.09.15 17:18  
태사랑지도에 나오는 땡화생 근처의 커피숍에서 모카커피를 먹었을때 그런 느낌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사먹는 모카커피에는 코코아파우더를 타서 주는데, 거기서 먹은건 커피 자체에 코코아맛이 나는 듯 했거든요. 태국커피가 엄청 맛있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런 커피를 우리나라에서도 맛볼 수 있다니 정말 멋져요!
시골길 2015.09.11 21:06  
우와..아주 멋진 센스와 성품을 가진 손님~! ^^
cafelao 2015.09.12 07:59  
이쁜 손님이죠.
마음이 이쁜 손님요
어랍쇼 2015.09.12 03:23  
태국을 좋아하는 사장님이시라면 저도한번 들러보고 싶네요~도이창이 있다면 더더욱~~!
쿠폰 되졍?ㅎㅎ
cafelao 2015.09.12 08:01  
태국 좋죠
저는 동남아 좋아합니다.
태국도이창커피는 농장도 다녀왔었죠
작년까지 도이창 커피를 볶았었는데...
어랍쇼님이 오신다면 언능 도이창 생두 받아놓아야 겠군요.
도이창 커피 특색있죠
왜 향이 그렇게 강한지 농장을 가보고 이해가 됬었어요
쿠폰 되졍 ㅎㅎㅎ
타이거지 2015.09.12 07:49  
어느 손님 이야기...
주....욱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cafelao 2015.09.12 08:03  
따뜻한 손님 이야기 10 까지 있어요
글솜씨가 형편없지만 태사랑 횐님들이 읽어 주신다면...
johnoh 2015.09.12 08:12  
떠오른 이야기가 있네요. 서스펜디드 커피. 혹은 우리식 미리내.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는 익명(匿名)으로 커피를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가게에 들러 커피를 주문하면서 여분의 값을 추가로 지불하는 것이다. 카페에서 선불로 계산해 놓은 커피를 추운 날 노숙인들이 와서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착한 기부 커피는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에서 ‘caffe sospeso'(맡겨 둔 커피)라는 전통에서 비롯됐다. 한국판 이 운동이 지난 5월 ‘미리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인터넷 기사발췌)

미리내. 순우리말로 은하수를 뜻하기도 하는 동음이의어기도 하죠.
미리내라는 어감도, 그 손님 마음도 참 이쁘네요.
cafelao 2015.09.13 17:57  
저도 이기사 읽었어요.
참 따뜻한 기사였어요.
한국에서도 하고 있었는지는 몰랐어요.
아프로벨 2015.09.12 08:48  
아~!
저와 비슷한 나이의 여인이구려~

카페라오에서 깜짝모임 한번 주최해 주신다면 얼렁 갈께요.
커피 한잔 즐기며(리필을 제공하신다면 더욱 좋구요~)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에 대한 추억을 블라 블라~~
아니,,,뭐 꼭 여행자의 자세가 아니더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인생여행자로서의 이야기들 블라블라~

까페라오님의 '깜짝모임' 주선 낭보를 기다리며....
또  3번째 손님이야기를 기다리며....좋은 하루^^/
아프로벨 2015.09.12 10:26  
까페라오님이 주선 안하시면 걍 우리가 주선해서 까페라오로 쳐들어 가는거죠 뭐~~ㅎ
cafelao 2015.09.13 18:00  
ㅋㅋㅋ
무서븐 분이시군요.
대단한 커피는 아니지만 오신다면 맛있게 해드려야지요.
저희집은 아침8시부터 2시까지가 바쁜시간이에요
2시 이후 오시면 함께 수다떨수 있는 여유가 있답니다.
오시면 태사랑 닉네임 말씀해 주시어요.
참새하루 2015.09.12 18:21  
역시 여성의 섬세한 감수성과
인생의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삶에 대한 통찰력
이런 아름다운 글은 아무나 못쓸겁니다
참 고운 마음을 지니셨군요 laocafe님은

아직 세상은 살아갈 만한것 같네요
삶에 희망을 주는 글입니다
cafelao 2015.09.13 18:06  
칭찬이 넘 과하세요 ㅠ ㅠ
늘 감사합니다.
Bluezoo 2015.09.12 21:14  
읽으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네요.

글에 나오는 소녀처럼 밝게 살아가고 싶네요.
cafelao 2015.09.13 18:01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행복바이러스는 마니 마니 전염됬음 좋겠어요.
emille 2015.09.12 23:34  
세번째 손님 이야기가 기다려 지는군요!
한국에 가면 영등포에 한번 들르고 싶습니다.
cafelao 2015.09.13 18:08  
근처 오시면 들려주세요.
오셨다 실망하실까봐 걱정 되지만요
세번째 손님도 따뜻한마음을 지닌 온화한 여자손님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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