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손님 이야기 2
커피집을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얼굴이 통실하고 양볼에 죽은깨가 귀엽게 송송박혀 있는
키는 훌쩍 크고 날씬한
캔디같은 그녀가 커피를 사러 오곤 했었습니다.
어느날은 머리를 짧게 잘라 뽀글이 파마를 하고 와도
어느날은 짧게 생머리 컷트를 해서 보이쉬해 보여도
어느날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워커를 신고 와도
또 어느날은 앞뒤 비대칭의 집시같은 스커트를 입고 와도
그녀는 무얼 해도 무얼 입어도 귀엽고 예쁜 소녀였습니다.
저는 자주 오는 손님들에게 나름의 애칭을 붙이곤 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밝고 귀엽고 통통 튀는 아이라 캔디라 불렀습니다.
그녀는 커피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출근하면서 한잔
점심먹고 한잔
외부에서 다시 사무실 들어올때 한잔...
언제나 아이스커피를 먹었고 얼음은 한가득 넣어달라 했었고
그리고 얼음을 오도독 오도독 깨물어 먹길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때로는 시간 여유가 있을때면
핸드드립을 주문하고
제가 드립하는 동안 앞에 앉아 조잘 조잘 귀여운 어린아이처럼 조잘댔습니다.
아줌마
왜요
저희 엄마랑 아빠랑 어떻게 만났는줄 아세요
그러게...
어떻게 만나셨는데요
저희 엄마가 고등학교때 아빠한테 삥뜯다가 만났대요 ㅋㅋㅋ
아 진짜...ㅎㅎㅎ
언제나 이렇게 조잘 조잘 귀여운 소녀였습니다.
커피집 마다 열잔 먹으면 한잔 무료서비스하는 쿠폰이란게 있습니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잔씩 사러오다 보니 쿠폰이 금방 금방 모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좀체 쿠폰을 쓰지 않았습니다.
왜 쿠폰을 쓰지 않냐고 물어보면
그녀는 쿠폰을 10장쯤 모을거라며 제게 모아놓은 쿠폰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어느날 그녀는 또 커피뽑는 제게 말했습니다.
근데요 아줌마
네에~~
가끔 여기 손님 아닌 처음 오는 사람이 쿠폰가져오면 커피주세요
제가 쿠폰 선물한거에요
저는 쿠폰 모아서 아는 사람들한테 한장씩 선물해요
아!!!!
어쩌면 그녀는 이렇게 깜찍하고 귀여운 발상을 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다른곳으로 발령이 나서 떠나갔습니다.
물론 그동안 모아놓은 쿠폰은 몽땅
함께 근무하던 사무실 동료직원들이나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고...
그후로
가끔씩 전혀 본적 없는 손님들이 도장10개가 찍힌 쿠폰을 들고 왔었습니다.
가끔
저는 종달새처럼 조잘대던 그녀가 그리워질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마다 손님들에게 귀여운 그녀 얘기를 하곤 합니다.
그녀 얘기를 들은 손님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아...쿠폰을 선물로....
너무 괜찮은데요
쿠폰받은 사람들은 너무 기분 좋을거 같아요...
그리곤 제 손님들도 쿠폰을 모아서 때로는 사무실 동료에게
때로는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곤 합니다.
행복이란
사랑이란
그리 멀리 있는것도 아니고
그리 거창한 걸로만 할수있는게 아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