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손님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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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손님 이야기 1

cafelao 25 1402

저는 6평 아주 작은 커피집을 합니다.

제 가게가 있는 상권은 사무실 지역이라 점심시간 빠짝 바쁜 그런 동네입니다.

 

어느날,

그날도 어김없이 정신없이 바쁜 시간대였습니다.

늘 보던 손님류의 손님이 아닌

정말 허름한 옷에 머리는 박박 밀은 스포츠 머리에

탈색되고 낡은 허름한 배낭을 메고

낡디 낡은 천가방을 든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그냥

딱 보기에 노숙자 같은,,,

무언가 팔러 온거 같은 그런 행색의 남자였습니다.

순간 저는 속으로 아,,,뭐지,,,

내보내야겠는데,,,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상황에선 너무 바빠 내보낼 여유가 없었습니다.

제가 다른손님의 메뉴를 만드는 동안

그 문제의 남자는 배낭을 내려놓고 손가방을 내려놓고

한자리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던 메뉴를 마친것을 확인하고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습니다.

 

그순간 저는

아,,, 손님이었구나 생각하면서

커피를 내려 드렸습니다.

그남자는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가게 손님이 다 빠져나가고 난후

제게 물었습니다.

제가 마신커피가 라오스 커피에요?

저는

“아니에요.

라오스커피는 핸드드립으로 드셔야해요

머신에는 블렌딩 커피에요.

라오스커피 드시러 오신거에요?“

 

그 남자는 라오스커피가 궁금해 라오스커피를 마시러 오신거였습니다.

저는

다음번에 다시 오시면 라오스 커피를 드리겠다 했습니다.

 

얼마후 그손님은 다시 오셨고 저는 라오스커피를 내려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그는 허름한 행색과는 다르게

말과 행동이 참 품위 있었습니다.

그는 전문직종의 일을 하고 있었고

미국의 그분야에서 꽤 유명한 학교를 나왔고

지금은 동남아 어느나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는 늘

동남아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돈 전부를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때는

그아이들이 연습할 기타의 줄을 사서 들어가고

어느때는 그아이들이 탈 자전거 몇백대가 한해의 목표이고...


 

그 이후에도 그는 자주 가게에 커피를 마시러 왔고

저는 그를 노숙자라 장난치기도 했습니다

 

그를 보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외모나 행색으로 함부로 판단하면 안되는구나 하고...


 

어느새 가을 냄새 풍기는 아침

오늘도 아침 출근부 도장 찍듯 아침커피를 사러 오는

가족같은 손님들과 아침을 시작하면서

문득 그 손님이 생각나서 끄적여 봤습니다.

 

 

25 Comments
cafelao 2015.09.11 08:56  
감사합니다^^
작은 커피집이다 보니 늘 소소한 일들이 있네요
rladbsk 2015.09.10 10:48  
아..
멋진남자~
cafelao 2015.09.11 08:57  
꽤 괜찮은 사람이죠.
가끔 참 존경스럽다 싶어요
디킨슨 2015.09.10 10:52  
정말 멋진 남자 분이십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기보다 남을 위해서 아낌없이 쓸 수 있는 사람이라니요. 아직 세상엔 좋은 사람이 많네요^^
cafelao 2015.09.11 08:58  
참 쉽지 않은 삶인거는 분명해요.
적도 2015.09.10 11:06  
역시. 편견이란. 어쩔수없수 없나봐요, 저같은 속물은  진짜 노숙자 신분이어야만 입을수있는,,,,,
잘읽었습니다. 좋은글
cafelao 2015.09.11 08:59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앨리즈맘 2015.09.10 11:23  
멋진 글입니다  하루 하루 감사하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cafelao 2015.09.11 09:00  
불쾌한 손님도 더러 있지만
따뜻하고 인간미 있는 손님들 때문에 제가 행복하답니다.
아프로벨 2015.09.10 11:32  
인연이란.....그리고 편견이란!!

인연을 기다리지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밤처럼, 바람처럼, 계절처럼, 그렇게 오는거군요.

좋습니다.
cafelao 2015.09.11 09:01  
감사합니다^^
johnoh 2015.09.10 13:48  
좋은 글이네요.
cafelao 2015.09.11 09:03  
감사 합니당^^
이열리 2015.09.10 17:10  
저도 이분처럼 살고 싶은.....행색만 빼구요.
cafelao 2015.09.11 09:04  
이열리님,,,
하실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참새하루 2015.09.10 17:31  
한편의 따뜻한 차같은 향기있는 수필을 읽은 느낌

라오스에서 카페를 하시는가 봅니다
언제 한번 뵙고 싶은분이시네요
시골길 2015.09.11 01:40  
서울 영등포근방으로 알고있슴다만...
cafelao 2015.09.11 09:07  
시골길님 기억력 좋으시군요.
cafelao 2015.09.11 09:07  
참새하루님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따뜻한 덧글을 써주시더군요 ㅎㅎ

저를 만나고 싶으신게 아니라 노숙자님을 만나고 싶으시단거죠?
아마도 어쩌면
동남아 어느곳에서 하루님은 만나실수도 있으세요.
참새하루 2015.09.12 18:16  
따뜻한 댓글로 서로 위로해주면 좋겠지요

사실은 카페라오님을 뜻한건데 지금 읽어보니
헷갈리기도 한데요

인연이 닿으면 어느곳에서 어디선가 만날수 있겠지요

살짝 쪽지라도 주시면 제가 언제 한번이라도
뵙고 싶네요
쪽지로 주소라도 좀 부탁드립니다
공심채 2015.09.11 00:50  
멋있군요..
cafelao 2015.09.11 09:13  
참 멋진 삶을 사시는 분이시죠.
저 처럼 제것이 소중한 사람은 절대 흉내낼수 없는 삶이에요
epaldks 2015.09.11 09:28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입니다. 내 것이 소중하면 흉내낼 수 없다는 말요.
감사합니다^^
Bluezoo 2015.09.12 21:19  
남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데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인데

참... 멋진 분이시네요.

이런 분이 있어 세상이 더 멋있어지는 것이겠죠.
망고탱고1 2015.09.17 13:46  
그림이 그려지는 따뜻한 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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