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기단의 태국여행 #3 편

홈 > 커뮤니티 > 그냥암꺼나
그냥암꺼나
- 예의를 지켜주세요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 연애·태국인출입국관련 글 금지

- 국내외 정치사회(이슈,문제)등과 관련된 글은 정치/사회 게시판에 

그냥암꺼나2

[소설] 기단의 태국여행 #3 편

하나비 6 1157

[소설] 기단의 태국여행 #3 편

 

 

지은이 : 하나비 

 

 

 

 

 

 

 

Bangkok_at_Night.jpg


 


 

 

 

 

 숙소에 들어와 몸을 뉘였다. 왠지 모른 피곤함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잠시 멍하니 천장을 들여봐 본다. 후끈한 열기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에어컨의 소리만 방안에 떠돌고 있었다. 나는 이런 여행의 피곤함을 즐긴다. 그런데 오늘의 피곤은 정상적인 피곤함과는 또 다른 피곤함이다. 그 싸가지 없는 놈만 없었어도 오늘도 멋진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에어컨의 소음과 함께 예전일이 떠오른다. 


 미국에 처음 관광을 가기 위해서 입국심사대에 섰을 때 일이다. 나는 당연히 인터넷에서 찾아본 모범답안을 머리속에서 다시한번 각인 시키고 여권을 한번더 살펴 봤다. 기단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감이 생겼다. 줄줄이 따라 나오는 질문들, 왜 왔으냐, 얼마나 있을거냐,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어디에 머물거냐하는 예상 질문들이다. 당연히 연습한 대로 대답했는데, 내가 영어를 너무 잘해서 인지 되려 의심을 한다. 추가적인 새로운 질문을 몇 개 더 받고서도 심사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스템프에 도장을 찍었다. 


 미국은 세계 패권국가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나라, 가장 발전한 나라다. 한마디로 최고의 선진국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도움으로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역사상 가장 운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소련이나, 중국에게 종속되었다면 지금도 3등 시민을 면치 못했으리라. 다행히 미국의 은혜를 입었다. 우리나라는 승승장구하여 세계에서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한마디로 선진국이 된것이다. GDP를 보라,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나라 얼마 없다. 


 

 

 

Greater_East_Asia_Conference.JPG

 

 

 

 말이 나온김에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제시대 일본놈 때려죽일놈 하면서 지랄 발광을 한다. 그런 놈들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명예니 자존심이니 하는 것만 아는 얼치기 박사들이다. 결국에는 일본덕에 철도도 놓고 공장도 세우고 기술도 배워서 이렇게 선진국이 된거 아닌가. 그때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일제 시대란 우리나라가 없어지고 모든국민이 대일본국의 신민이 된 것을 말한다. 물론 본토의 일본인에 비해서 조금 차별은 받았지만 우리는 최소 2등 신민이었단 말이다. 당시 일본은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고 전세계로 뻣어나가는 초 인류 국가의 선봉에 선 나라였다. 그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필리핀도 가고, 중국도 가고 홍콩도가고 멀리 태국이나 미얀마까지 갔다. 그 모든 나라를 다 처봐도 일본인 다음으로는 한국인이 대접 받았다. 


 게으르고 멍청하게 미래를 볼줄 몰랐던 이조시대 쪼다들이 왕이랍시고 나라를 말아 먹은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본인들을 봐라,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누가 처다보지 않아도 제 할일을 열심히 한다. 그에 반해서 조선인들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농땡이를 치는 그런 종자들인게 분명하지 않는가. 군대를 가보면 안다. 군대에서 상명하복으로 말 안들어면 걷어 차이고 얻어 터지고 하면 제 아무리 게으른 싸가지라도 빠릿빠릿한 놈으로 돌변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조선놈들은 몽둥이가 약이란 말이 나온것이다.

 

 여기 태국이나 동남아인종들은 게으름으로 따지 보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족속들이다. 굶어 죽기 딱 좋은데 운빨은 좋아서 그나마 관광으로 먹고사니 참 아니꼽기 짝이 없다. 관광에 전국민이 메달리다 보니까 과잉 경쟁이 되어 지내들끼리 죽이고 살리고 피를 보기도 한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으면 괜시리 웃음이 난다. 그 꼬락서니 하고는 말이다. 


 그렇게 관광으로 먹고 살려면 버는 돈만큼 잘 모시는게 당연지사 아닌가 이 말이다. 내가 너희 나라에 돈을 좀 쓰러 왔으니 불편하지 않게 받들어 모셔야지 말이다. 하다 못해 어디 룸사롱에 전화를 해도 10분안에 고급 승용차로 모셔가는게 상식인데 말이다. 물론 차안에 비치되어 있는 맥주며 음료까지를 바라는건 아니다. 


 

 

 


1280px-Thai-Lao-Freundschaftsbruecke.jpg

 

 


 몇 주전에 라오스에 들렀다가 태국으로 넘어 올때다. 어디 시골뜨기 촌놈같이 시커먼놈이 이민국 심사관이라고 앉아 있는 꼴을 보라, 단번에 이 나라 꼬라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옷은 얼마나 오래 입었는지 몸에 맞지도 않게 튀어나온 똥배에 힘겹게 메달린 단추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게다가 다림질로 새운줄에는 색이 바래서 20년은 족히넘은 썩어빠진 그런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도 자세히 봐야 이게 제복이구나 싶을 정도로 초췌한 꼬락서니가 거슬렸다. 한 나라의 얼굴마담인 입국심사관 꼬라지가 저정도면 예의가 없어도 단단히 없는거다. 


 저 더러운 놈이 30여개국의 스템프가 박힌 내 여권을 만진다는 것 조차 불쾌했다. 그렇다고 옆줄에 앉아있는 늙그막의 뚱뚱한 아줌마가 낫다고 보기에도 민망한 그야말로 총제적 난국이었다. 나는 일초라도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었다. 에어컨 하나 틀 돈도 없이 이 더운데 땀뻘뻘 흘리며 줄서있는 고객들이 저들에게는 보이지도 않는단 말인가. 긴 말 할 것 없이 나는 여권에 도장이나 받고 빨리 이 돼지우리 같은 이민국을 얼렁 벗어나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이 놈 시골 촌뜨기 심사관이 나에게 어디로 가느냐, 얼마나 있을거냐 하면서 꼴 같지 않은 질문을 하는거 아닌가? 니네 나라에 제발 살아 주십시오 해도 맘없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에게 나는 유창한 영어로 대충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자세히 둘러보니 아까 내 앞에 서 있었던 프랑스친구, 독일 친구들은 일사천리 '통과' 아닌가. 한국은 이제 선국인데, 어디 감히 이따위로 나오는가 말이다. 적반하장이 있어도 유분수지 말조차 안나온다. 입국심사에서 그냥 도장이나 대충찍어 주면 호텔비 내주지, 밥먹어주지, 택시 타주지 너네 나라를 먹여살리는게 난데 감히 이것 저것 취조한다는게 가당키나 하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어도 한참은 없는데 이 촌뜨기가 한술 더 떠서 호텔 바우처를 보이라고 한다. 


 내 더러워서도 이 거지 같은 나라에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에이 거지 같은 놈들, 손님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는 법이다. 어디 동내 호프집에만 가도 꾸벅꾸벅 인사하고 두손으로 같다 바치는데, 너희 나라의 큰 손님한테 경우가 없다. 

 

 

 

 

 

 

 

undefined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뱃속에서터 열불이 확 올라 왔다. 코딱지 만한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캔 꺼내 뚜껑을 땃다. 태국 촌뜨기의 맛이 나는 듯 해 그냥 냉장고 도로 넣고 옆에 있는 하이네켄을 다시 땃다. 선진국의 맛이난다. 

'독일은 역시 선진국이야. 태국 촌놈들이 뭐 하나 제대로 만드는 것도 없으면서 감히 나에게 지랄을해.' 

한국사람들에게 태국 여행을 거부하자는 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생각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태국여행자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지랄 맞은 태국은 인터넷도 처 느려서 가물가물하게 뜰락 말락한다. 헛웃이 나온다. 휴대폰을 던지고 맥주나 모금 더 마셨다. 티비를 틀자 허연 밀가루떡을 처바른 여자들이 튀어나와 엥엥대는 목소리로 도깨비쑈를 하고 있다. 내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그림만 봐도 후진국의 느낌이 팍 들었다. 


 술을 어설푸게 먹어서 그런가. 개떡 같은놈이 시비를 걸어서 그런가 잠도 오지 않는 밤이다. 휴대폰을 들었다. 카카오톡은 이틀째 잠잠하다. 오늘은 무담보 신용대출도 없네. 일요인가 생각해 봤다. 이름이 하나씩 지나 갔지만 정신 똑바로 박힌 제대로 된 녀석 하나 없었다. 이 떨거지 같은 놈들은 예의만 아니라면 당장 삭제해버리고 싶었다. 딸년의 이름이 지나 갔다. 지난주가 생각났다. 시암스퀘어에 있는 백화점을 구경하는데 비누인가 양초인가가 눈에 띄었다. 어찌나 이쁘게 깍아놨던지, 마치 진짜 꽃처럼 보였다. 아무리 미워도 딸년이라 자연스레 생각이나 전화를 했다. 주소를 불러 주면 국제택배로 하나 보내줄 요량이었다. 퉁명스러운 말투도 참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주소를 알려주면 선물을 하나 보낸다고 하니 아무말도 없이 끈어 버린다. 딸년만 아니라면 당장 쫒아가서 모가지를 비틀고 싶었다. 점원이 포장한 물건을 내밀었다. 나는 손사레로 필요없다고 말하니, 어눌한 영어로 포장했으니 사라고 한다. 성질이나 버럭 소리를 지르고 가게를 나왔다. 이미 사간것도 반품이 되는마당에 그깟 포장하나 했다고 지랄들이야. 


 

 

 

 

Bangkok_-_Sathon_Road_at_rush_hour.jpg

 

 

 

 

 

 대충 옷을 걸치고 호텔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 탓다. 

"나나 프라자." 

기분도 팍팍한데 젖가슴구경이나 하면서 한잔 더 해야 겠다. 팟퐁도 가봤고 소이 카우보이도 가봤다. 그런데 팟퐁은 더러운 쇼를 하는데가 많고, 카우보이는 서양놈들이 너무 많다. 나나 프라자는 그나마 일본인들도 꾀나 다니고 애들도 제법 눈요기가 되는법이라 나는 나나가 좀더 고상하다고 생각한다. 


택시를 안에서 한기가 몰려왔다. 

'이 시골뜨기 택시꾼들은 집에 에어컨이 없으니 택시탈 때 시컷 맛을 봐야 하는게지.'

나는 창문을 조금 열어 방콕의 매연과 박하냄새 나는 에어컨 바람을 뒤섞어 들이마셨다. 건물들을 하나 하나 살펴 보면서 이 시골뜨기 놈이 돌아가지 않나 감시하는 동시에 방콕의 초라한 냄새를 기억했다. 

 


 

 

 

 

 

6 Comments
SOMA 2015.09.10 10:16  
정독하고 갑니다. 여행판 아Q 네요..
카이쥐 2015.09.10 15:56  
오호..3편이 아주 재미 나네요 !

너누 너무 적나라 하게 재미집니다요!!

취향이 저랑 비슷하시네요..저도 나나가 좋습니다요


추천~~~
참새하루 2015.09.10 17:21  
이제 슬슬 기단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의 캐릭터가
어떤 인물일지 감이 잡힙니다
우리가 늘 주변에서 보는 바로 그 .... 밝히면
스포될까봐 ...^^
ㅎㅎㅎ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대요
어랍쇼 2015.09.12 03:28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기단은 무사히 태국에서 빠져나갈수 있을까??ㅎ
글쓰기전 사전 조사가 좀 더 필요 할지도....
아프로벨 2015.09.12 08:55  
재미있어요~
주인공 '기단씨'의 캐릭터가 왼지 저와 제 가족과 비슷해서 은근,,,,정이 갑니다.

저희도 연식이 쫌 있다보니 저희들만의 고정관념, 아집, 자존심 같은게 있는데,
국수적이고 보수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스스로를 오픈마인드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러니 남들이 볼땐,,,,불편한 심기를 느낄것이고 우스꽝 스럽기도 하겠지만,
문제는 제가 제3자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보지못한다는죠.

기단씨의 여정에 기분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며 다음편도 기다립니다.

재미있는 글 써주시는 하나비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슬로우트레블 2015.09.12 21:32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단이라는 캐릭터의 변화를 기대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자신의 신념에 대한 회의라도…여행에서 제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런것이라서…작가님 그렇다고 제 의견에 영향받으시면 안되구요. 다음편 목빼놓고 기다릴께요.
제목